하얀 황금의 마을 할슈타트

2014. 3. 28. 08:00동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구트라는 이 지역 어디를 돌아보아도 풍경 하나는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특히 할슈타트라는 호숫가의 작은 마을은 이미 그 아름다움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곳이라지요? 

마을의 모습이 집을 지을 공간조차 부족해 산비탈에 마치 달라붙어 아등바등하는 모습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먀오족이 사는 곳이 깊고 험한 산속이기에 그들은 산비탈에 조각루라는 기이한 모습의 집을

짓고 사는데 바로 여기가 오스트리아의 조각루라고 봐야 하겠네요.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사계절이 모두 행복하지는 않다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고요?

 

만약, 흰 눈이 펑펑 쏟아져 지붕 위에 가득 내리고 호수도 덮어버리면 그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화의 나라에 빠지게 할 겁니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다니요?

 

우리 같은 관광객이야 눈 내리는 겨울의 모습도 아름답고 환상적이라 생각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은 겨울이 악몽이라고 하더군요.

 

인간은 서로 교통 하며 살아야 하는 동물이죠.

그런데 여기처럼 겨울이면 많은 눈이 내려 교통이 막혀 고립되어 몇 달간 외롭게 생활하다 보면

우울증에 자살률도 높아져 슬픈 계절이 되나 봅니다.

 

같은 모습을 바라보더라도 이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게 인간이죠.

잠시 스치며 보는 생각은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 마을이 아름다운 풍경을 따지기 이전부터 예전부터 유명한 이유는

바로 소금 때문이라고 이야기드렸습니다.

할슈타트라는 할(Hal)이라는 말은 켈트어로 소금이라고 했으니

할슈타트란 바로 소금 마을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아마 바닷물을 정제해 소금을 생산했던 곳을 제외하고 인류 최초로 육지에서 소금을 캐낸

소금광산의 시작이 바로 이곳이었을 겁니다.

육지에서 캐낸 소금의 원조가 여기라는 말이 주는 의미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입니다.

 

소금 때문에 사람이 모이고 모인 사람이 살아가려고 좁은 곳에 이렇게 호수를 끼고 살아갑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들에게는 삶일지언정 보는 관광객에게는 환상입니다.

 

위에 보이는 할슈타트의 관광 안내서는 25년 전 이곳에 들렸을 때

숙소에서 나누어주는 바로 그것이네요.

어쩌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말인가요?

그만큼 이 지역은 예전 모습 그대로 살아간다는 말이기도 하잖아요.

 

그때 골목길을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며 놀던 아이들은 이미 어른이 되었을 것이고...

돋보기를 쓰고 신문을 읽던 노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아닌가요?

시간이 멈춘 곳이기에 25년 전의 모습이 전혀 변하지 않았으니 그때 아이들은 아직도 그대로

어린 모습이고, 신문을 읽던 노인들은 어느 구석에 앉아 서로 한담이나 나누고 있을 겁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선술집의 백포도주는 올해도 햇포도로 담근 포도주가 아주 맛있을 텐데...

 

그때 25년 전 우리를 안내했던 이곳 사람이 소금광산 안에는 슬로프 시설이 있어 광부복으로

갈아입고 슬로프를 타고 광산 안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면 재미있다고 광산 안을

구경하자고 했을 때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웃긴다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게 놀이동산이 연상되어 그랬지요.

웃긴다고요?

우리가 아이랍니까?

 

컥! 그러나 정말 웃긴 일은 佳人이 그때 한 짓이라는 것을 지금 알았습니다.

그때 구경했어야지요.

 그래야 이곳에 대한 추억 하나가 더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선택한 곳이 아이스 케이브라는 얼음 동굴과 황제 전용 사냥터가 있는

궁전을 구경한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곳을 어떻게 찾아갔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 탑이 있는 곳이 마을의 중심 광장일 겁니다.

어디나 유럽은 흑사병의 공포에 벗어난 기념으로 이렇게 삼위일체 탑을

마을의 가장 중앙에 만들어 놓더군요.

종교의 힘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말았으면 하는 염원에서 일 겁니다.

이 작은 광장은 마을 사람이 모여 마을의 일을 의논하고 잔치도 벌이는 그런 장소일 겁니다.

아고라의 개념 말입니다.

 

산 위로 마을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가 있어 그걸 타고 올라가면 광산을 만날 수 있다고 하네요.

물론, 내리는 곳에서 호수와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면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그렇다는 내용을 알고만 갑니다.

 

바로 소금 채굴을 할 때 이 마을 뒤에 있는 광산 입구로 주로 오르내렸기에 비록 좁은 지역이지만,

할슈타트라는 마을이 생기며 이런 기이한 마을의 모습으로 탄생했나 봅니다.

그냥 먹을 수 있는 공중 수도는 유럽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일 겁니다.

마치 중국의 조각루라는 집의 형태를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이한 형태가 호수와 어우러져 더 아름답게 보여 많은 사람이 찾아오나 봅니다.

만약, 이 마을이 그냥 산악지대나 벌판에 덩그러니 형성되었다면 누가 눈길이나 주겠어요?

특이한 모습이기에 오히려 차별화되어 사람의 이목을 끌게 되나 보네요.

 

옛날에 소금을 한창 캘 때는 하얀 황금의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더는 소금을 캐지 않기에

광산은 그냥 관광용이 되어버렸고 그 모습은 물론 풍경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니 지금은 노란 황금의 마을이 되어버렸습니다.

터가 좋아 그런가요?

좌우지간 호수가 돈을 끌어들이는 마력을 지녔나 봅니다.

 

마을 뒤로 보이는 산은 늘 만년설이 쌓여 '희고 높은 산'이라는 의미의

다흐슈타인산이라고 한다는군요.

그러나 그 산의 높이가 무려 3.800m에 이르는 고산이네요.

뭐 이 지역이 바로 알프스 북쪽이 아닌가요?

 

우리는 할슈타트라는 마을을 겨우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사간만 구경하고 떠납니다.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지만, 어쩌겠어요?

차라리 볼프강 호수로 가 배를 타기보다 이 마을 구석구석을 걸었으면 생각했습니다.

 

호수에서 배를 타는 일은 그저 그런 일이잖아요.

오히려 할슈타트에서 배를 탄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이제 우리는 아름다운 할슈타트를 떠나 볼프강 호수로 갑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일정을 짤 때 이런 점을 참고하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연히 볼프강 호수로 갔다가 이 근처까지 다시 돌아와 숙박할 거면 시간도 넉넉하게

여기 호수에서 배를 탔으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