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크트 길겐(St Gilgen)

2014. 4. 2. 08:00동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

 

그러나 역사는 이곳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네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 독일은 이 아름다운 곳에 강제수용소를 만들어 운영했다고 하네요.

아무리 아름다워도 역사의 추악한 한 장면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지요.

이런 곳에서 수용당한 사람은 그래도 좋다고요?

 

이곳은 아까 보았던 할슈타트보다는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어 숙박시설 등 많은 편의시설이 있는 곳으로

잘츠캄머구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모이는 곳일 겁니다.

 

배는 장크트 볼프강이라는 마을에서 장크트 길겐이라는 마을까지 편도로 갑니다.

한 3-40분 정도 탔을 겁니다.

예전에는 배를 타지 않고 승용차로 두 마을을 구경했어요.

그때는 호숫가에 난 길을 따라 차를 달리며 "세상엔 정말 아름다운 곳도 다 있구나!" 하며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교회는 하얀 탑이 아름다운 발파르츠 교회입니다.

1477년에 세워진 아주 오래된 유서 깊은 교회라고 합니다.

고딕 양식의 건물로 호수와 아주 잘 어울리지요?

 

파란 잔디...

그 위를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 떼...

이런 곳에 사는 소는 더 행복하겠다고요?

소는 그냥 모든 것을 인간에게 주고 가는 소랍니다.

그때 저런 집 한 채 얼마면 사느냐고 물어보니 우리나라 집 시세와 다르지 않았지요.

 

25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가격이면 살 겁니다.

3억 정도?

조금 더 올랐겠지요?

오스트리아의 인구는 거의 늘지 않기 때문에 집값이 폭등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기 호수 가운데 보이는 것은 추모비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곳에 무슨 추모비냐고요?

 

예전에 이곳에서는 호수가 얼면 결혼식을 호수 위에서 했답니다.

이 지방의 전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호수 얼음이 깨지며 신랑 신부는 물론 하객까지 모두 물에 빠져 죽었다네요.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이 엄청난 재앙을 몰고 왔나 보네요. 

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추모비라네요.

아름답다고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그 후부터는 호수 안에서는 결혼식을 더는 하지 않는다 합니다.

 

배는 40분 정도 타네요.

승객은 우리 일행뿐입니다.

한국 단체관광객 전용 배인가 봅니다.

 

호수는 물을 가득 담았고 그 물은 세상 모두를 담았습니다.

 

물에 비치는 세상은 우리가 늘 보았던 그런 세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느껴집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

저런 길을 걷고 싶습니다.

누구와 함께?

있잖아요.

아시면서...

 

이렇게 여기는 서로가 서로를 뿌리치지 않고 모두 포용했습니다.

산, 구름, 그리고 하늘과 물은 무척 잘 어울리는 사이인가 봅니다.

 

볼프강 호수를 가로질러 반대편 마을인 장크트 길겐 마을에 도착하니 그곳에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기다리고 있네요.

이 마을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이라 합니다.

아버지의 집은 원래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다지요?

나중에 아우크스부르크에 가면 보여드리겠습니다.

 

혹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도 볼프강의 기를 받으라고 지은 이름인가요?

그럼 모차르트는 바로 어머니의 고향인 이곳의 정기를 타고났단 말입니까?

 

저기 길겐 마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여기가 오늘 일정의 종착지인가 봅니다.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운 마을로 보입니다.

 

배가 길겐 마을에 도착할 즈음 선착장에 청소년으로 보이는 예쁜 아가씨가 있습니다.

우리 일행을 환영하기 위해?

아니면???

佳人을?

 

아닙니다.

佳人 오빠만을 위한 이벤트였나 봅니다.

나뭇잎을 머리 위로 날리며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너무 티 나게 하지 말라 했거늘...

 

저 나이에는 낙엽 굴러가는 것만 보아도 웃음보가 터진다는 나이가 아니겠어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낙엽이 굴러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웃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요?

 

바람이 불지 않아 낙엽이 굴러가지 않으면 이렇게 낙엽을 위로 던져 떨어지게 하면 됩니다.

한 번 더 날려보라고 하니 정말 하란다고 그대로 합니다.

예쁜 것들...

우짜면 좋겠습니까?

아주 멋진 시절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저런 예쁜 짓을 했나 봅니다.

 

길겐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을 위한 환영 연주를 모차르트가 직접?

 

이 집이 바로 모차르트 어머니의 집입니다.

그러니 모차르트 외가라는 말이겠네요.

길겐 마을의 자랑이 아니겠어요?

 

이 마을에서는 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습니다.

산에 올라 볼프강 호수를 바라보는 일도 멋진 일일 듯합니다.

 

이제 우리는 길겐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35분 만에 할슈타트와 중간 정도에 있는 펜션에 도착해

오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잘츠부르크로 가 미라벨 정원과 모차르트 생가 등 잘츠부르크 구시가지를 구경하고

독일로 넘어갑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렇게 오늘 여행은 이곳 볼프강 호수 끄트머리에 있는 장크트 길겐이라는 마을에서 끝이 납니다.

오늘은 이 부근에서 잠을 코~ 자고 내일은 잘츠부르크라고 유명한 동네로 구경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