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드 호숫가의 파노라마 식당에서의 식사.

2014. 3. 19. 08:00동유럽 여행기/슬로베니아

소원의 종을 울리며 소원을 비셨나요?

무슨 소원을 비셨나요.

그런데 그 소원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위에 보이는 호숫물에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린 데요.

그럼 이제 이곳의 목적은 끝이 났습니다.

소원의 종을 치고 나니 숙제를 마친 듯 모두 즐거워하십니다.

 

그러면 성당을 나와 잠시 성당 아래로 내려갑시다.

그곳은 호숫가로 오솔길을 만들어 호젓하게 한 바퀴 돌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호숫가로 난 길을 따라 걷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본 블레드 성입니다.

호수 위로는 청둥오리가 한가하게 물놀이를 합니다.

저 오리는 풍경이 좋은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기에, 세상 모두가 이런 풍경이라고 알고 있을 겁니다.

 

위의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모두 99개의 계단으로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은 신부를 안고

이 계단으로 오른답니다.

신랑은 첫날밤 치르기도 전에 죽게 생겼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신부가 신랑을 업고 계단을 올라야 한답니다.

이때 신부는 힘들어도 내색하거나 말을 하지 말고 속으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랍니다.

씩씩거리며 불만을 이야기하면 소원은 바람결에 사라진다겠지요.

 

바로크 양식의 작고 앙증맞은 성당인 성모 마리아 승천 교회.

그 교회서 결혼식을 올리고 바로 종을 치며 행복과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소문이 난 교회가 여기에 있기에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를 바랄 겁니다.

 

아무 곳이나 바라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모두 명품 경치입니다.

 

왜?

바로 여기가 성모 마리아 승천 교회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소원을 이루어 주는 종이 있기 때문이고요.

 

소원을 비는 종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슬로베니아 버전으로 전설의 고향에 아주 어울리는 소재일 겁니다.

여기 성당의 종은 한 여인이 먼저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서방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기증한 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비가 몹시 내리는 날 그만 호수는 범람해 종탑이 물에 잠기게 되었다네요.

조금 어색하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런 이야기에 과학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묻고 따지면 안 되는 일이지요.

 

여인은 서방을 위해 헌납한 종탑이 물에 잠기자 낙담한 나머지 세상 모든 것을 버리고

로마로 들어가 그만 수녀가 되었답니다.

한국 버전이라면 절에 들어가 비구니가 되었을 겁니다.

 

교황청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여인의 갸륵한 정성을 들어주기 위해 여기 교회에 종탑을 다시 만들어

위로해주었다 합니다.

 

그때 이 종은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여 '소원의 종탑'이라 하였고

지금은 '마리아 종탑'이라고 부른답니다.

 

또 다른 버전으로는 종을 만들어 배에 싣고 이곳 섬으로 들어오다 풍랑에 그만 배가 침몰하는 바람에

호수 밑으로 빠져버렸답니다.

이번 버전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생각되네요.

 

그녀는 너무 슬픈 나머지 세상을 등지고 수녀가 되었고 그녀가 죽은 후 그 이야기를 들은 교황은

새로운 종을 만들어 이곳에 보내 종탑을 만들어 종을 걸어주었답니다.

 

결국, 그녀의 소원은 비록 죽은 후지만 이루어졌기에 그런 이유로 이 종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소문이 나며

소원을 이루는 종이라고 불리게 되었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비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호수 속에 잠긴 먼저 만든 여인의 종에서 흐느끼는 듯 종소리가 울린다 합니다.

이렇게 마지막에는 마치 무슨 괴기 영화 찍듯 전개되어야 전설의 고향이라는 소재로 딱입니다.

슬로베니아도 역시 우리와 다를 게 없는 나라인가 봅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세상 어디나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니 말입니다.

 

16세기경 지어진 종탑은 그 높이가 50m 정도라 합니다.

종을 울리기 위해 줄을 잡아당길 때 딱 세 번만 종을 울려야만 한답니다.

 

더 많이 울리면 더 많은 소원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아마도 하늘에서 빠떼루 딱지가 내려올지 모릅니다.

이런 효험이 있는 성당이기에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를 원한다 합니다.

 

이곳은 환경보호를 위해 뱃사공이 손으로 노를 젓는 일 외에는 모터보트를 운행하지 않는다 합니다.

그러나 섬 뒤에 돌아가 보니 성당에서 필요한 물자를 옮기기 위해 운행하는 배는 모터보트였고

 섬 아래서 성당 위로 옮기는 전기를 이용한 리프트 시설까지 만들어 놓았습니다.

비밀을 지키려고 여기 사진은 올리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 우리는 배를 타고 섬을 빠져나옵니다.

마음의 양식을 채웠으니 이제 육신의 양식을 채울 시간입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음 여행지인 잘츠부르크의 할슈타트라는 곳으로 갑니다.

이 블레드는 오스트리아와 국경이 멀지 않기에 오후 일정을 그곳에서 진행한다는데

이렇게 국가 간을 이동하며 여행 중입니다.

 

이곳에서 블레드 성을 바라보니 어쩌면 저렇게 성이 올라앉았을까요?

마치 맞춤으로 성 하나만 올라앉게 생긴 바위입니다. 

이 블레드라는 곳은 많은 유명인이 머물기를 원하는 곳이라 합니다.

 

위에 보이는 사진이 바로 티토 유고 대통령의 별장입니다.

이곳에 그의 여름 별장이 있다고 하면 이미 이곳의 아름다운 검증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의 별장에 안젤리나 졸리, 톰 크루즈, 다이애나 황태자 비, 빌리 브란트...

북한의 김일성도 이곳에서 보름 가까이 머물렀다고 하니 좋긴 좋은 곳인가 봅니다.

 

유고연방 시절 티토 대통령이 바로 여기에 별장을 만들어 즐겼다는 곳이니까 무슨 보증이 더 필요하겠어요.

타토의 별장은 지금은 아주 고급 호텔로 이용된다 합니다.

하루 숙박비가 엄청나게 비싼데 예약이 꽉 차 그마저도 어렵다고 하니 하루 자고 싶어도 그냥 가야겠어요.

 

이 지방 블레드에서는 제법 유명한 식당 파노라마입니다.

바로 호숫가에 있어 아주 멋진 풍경을 자랑합니다.

식사하며 창밖의 블레드 성을 바라볼 수 있잖아요.

이런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는 일은 즐거운 일 중의 하나일 겁니다.

 

식사는 슈티첼이라는 유럽식 돈가스네요.

물론 감자 칩도 나옵니다.

너무 맛나 사진이 없어져 버렸어요.

누가 사진까지 먹어버렸나 봅니다.

 

식후 디저트로 나오는 케이크입니다.

그래도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 사진은 누가 먹지 않아 그대로 있네요.

예쁘기도 하고 맛도 좋습니다.

 

밖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며 먹는 디저트 케이크...

더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죠?

이 케이크가 바로 파노라마라는 식당의 대표선수라 합니다.

 

예쁜 꼬마 기차도 보입니다.

아마 이 기차를 타면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아올 것 같습니다.

한번 타보고 가자고 하면 우리 인솔자가 佳人을 블레드 호수에 밀어 넣어버리겠지요?

호수를 걸어서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 우리 부부는 몇 년 후 이곳을 다시 찾아 3박이나 하며 호수 주변은 물론

산 위의 전망대 두 곳까지 오르내리며 아주 열심히 걸어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잘츠부르크 근처에 있는 잘츠캄머구트의 할슈타트라는 마을로 갑니다.

25년 전 그곳에 서서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도 있구나 생각했던 곳이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번 여행이 이곳 블레드라는 곳을 찾아온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후회 없는 여행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하늘의 별이 무수히 쏟아지는 광경을 본다면 금상첨화일 겁니다.

이런 곳에서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일도 하지 말고 그냥 멍하니 바라보거나 걸어 다니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며칠 간만이라도 말입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은 사치고 불필요한 일이라 여겨집니다.

"여기는 좋은 데, 정말 좋은 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