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포스토니아 동굴

2014. 2. 27. 08:00동유럽 여행기/슬로베니아

 

이 동굴도 사진을 찍을 수 없답니다.

원래 사진 촬영을 원칙적으로 금한다네요.

왜?

세계 자연유산이기에 보호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사진을 찍어 올렸느냐고요?

도촬이라고 당황하셨어요?

우리와 함께하는 유럽인이 카메라로 막 찍으니까 관리소 가이드가 플래시만 터뜨리지 말고

그냥 찍으라고 허용합니다.

진작 그래야지...

 

그래서 이곳에 올린 사진은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고 삼각대 없이 카메라를 그냥 손에다 들고

손 삼각대에만 의지하고 찍은 사진으로 동굴 안이 어두워 대부분 조금씩 흔들렸네요.

그래도 찍은 사진을 버리기 아까워 여기 올려봅니다.

 

일단 가이드는 우리 일행을 이끌고 함께 움직이며 어느 지점에 이르러서는

동굴 안에 켜진 불을 잠시 모두 꺼버립니다.

순간적으로 우리는 어둠의 공포에 휩싸여 버렸지요.

그다음 잠시 침묵이 흐르고 작은 불부터 하나씩 다시 켜며 동굴의 어둠을 몸소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지나가면 먼저 본 곳은 불을 끄기에 제대로 따라가야 하겠습니다.

만약, 일행과 떨어져 이곳에 낙오하면 어둠 속에 살다 보면 눈이 퇴화하여

나중에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이 동굴 안에 사는 어느 생명체는 눈이 퇴화해버렸답니다.

나중에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무엇으로 보입니까?

이 종유석을 보는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죄지은 자가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져 아우성치는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습니까?

佳人의 다음 세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이렇게 죄 많은 佳人은 느낌이 다른 분과 다르네요.

 

가이드는 아주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한국어로 설명하지도 않고 영어로 하는 설명을 어떻게 재미있게 설명하는지 아느냐고요?

왜 그러세요?

 

너무 佳人을 과소평가하는 거 아닙니까?

함께 이동하는 일행 중 영어권 사람들이 가이드의 설명에 자주 박장대소하니까요.

웃기는 말을 하는 것 아니겠어요?

이래 봐도 佳人은 눈치 하나는 끝내줍니다.

 

그럴 때는 佳人도 따라 크게 웃습니다.

왜?

그럼 다른 사람 모두 웃는 데 혼자 화를 내면 되겠어요?

 

하늘의 유성이 쏟아지나요?

스파게티인가요?

걷다가 천장을 올려다보니 마치 냉면 면발 뽑는지 알았습니다.

 

올챙이국수인가요?

우리야 국수나 냉면의 면발 뽑는 모습이라 하겠지만, 이들은 스파게티 뽑는 모습을 떠올릴 겁니다.

아! 그래서 여기에 오는 도중 먹었던 점심이 스파게티였습니다.

 

동굴 규모가 워낙 크기에 이동하며 보면 여러 가지의 모양으로 집단으로 종유석이나 석순이 생겼습니다.

또 색깔 또한 다양하게 색깔별로 모여있더군요.

위의 사진에는 종유석만 주로 보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방이 있나 봅니다.

이를테면, 파이프 방, 붉은 방, 하얀 방 등이 있고 제일 마지막에는 가장 큰 콘서트 홀이라 부르는

대형 공간이 있답니다.

실제 이곳에서는 음악제도 열렸고 세계 동굴 농구 선수권 대회도 열렸답니다.

얼마나 컸으면 동굴 안에서 농구시합까지?

 

동굴을 걷다 보니 중간에 위의 사진처럼 다리 하나가 보입니다.

그 아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 같은 곳이고요.

이 다리 이름이 러시안 브리지라는 다리입니다.

 

러시아에서 지원해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두 나라가 서로 우애 있는 모습으로 보이잖아요.

 

이 위험한 다리 공사는 1차 대전 때 포로로 잡은 러시아 병사를 데려다 만들었다고 러시안 브리지라고 한다네요.

만들다 바닥도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지옥 속으로 떨어져 죽어도 좋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게 그 포로의 팔자소관이라면 말입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천장에서 자란 종유석과 종유석을 통해 떨어진 물방울이 억겁의 세월 동안 만든 석순이

서로 만나 석주를 만든 모습입니다.

물이 녹아 흐를 때 석회암을 녹인 물이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이곳의 석주는 마치 중세에 만든 유적의 기둥처럼 생각됩니다.

 

이렇게 가이드를 따라 걷기를 한 시간 반이나...

중간중간 서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종유석이나 석순에 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만,

佳人에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고

그냥 이렇게 사진만 열심히 찍었습니다.

 

커튼을 친 모습입니까?

폭포의 물이 겨울에 얼어붙은 방벽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벌써 만난 놈.

뭐가요?

천정의 종유석과 바닥의 석순 말입니다.

 

이제 만나려고 하는 놈,

 

그리고 아직 만나려면 수천 년은 더 시간이 필요한 놈.

여기는 이렇게 별의별 놈이 다 있습니다.

 

요놈은 언제 만날꼬?

 

우리는 이렇게 석순과 종유석 그리고 석주 사이를 누비며 다닙니다.

억 겁의 세월을 잠시 힐끗 바라만 볼뿐입니다.

그게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알지도 못하고 말입니다.

 

석순의 밭처럼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죽순처럼 보이나요?

 

자연만이 만들 수 있는 경이로운 모습입니다.

우리 인간은 그냥 억 겁의 세월 중에서 찰나의 순간을 보고만 갈 뿐입니다.

우리의 삶이 그렇게 허무하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밀림의 모습처럼도 보이고...

박쥐가 동굴 천장에 매달린 모습으로도 보이고...

보는 사람 마음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평소에 동굴 구경은 즐기는 편이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음습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명으로 만든 너무 인위적인 모습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곳 포스토니아 동굴을 보며 동굴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이곳은 전혀 조명장치를 인위적으로 다양하게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즐기는 정도만 하였습니다.

동굴의 아름다움이 무언가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