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또 다른 환상의 세상이 있었습니다.

2014. 1. 13. 08:00동유럽 여행기/폴란드

 

조금 더 걷습니다.

지하 깊은 곳에서 일했던 광부에게 희망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가 막장이라고 쓰는 말은 인생에서 갈  데까지 간 사람이라는 말로 최악의 상황이라는 의미겠지만,

사실은 원래 이런 광산에서 갱도의 막다른 곳이라는 말이기도 하지요.

오늘은 먼저 유튜브에 올라온 히브리의 노예라는 노래부터 들으며 가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알려드립니다.

 

그런 곳에서 일했던 사람은 막장 인생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막장 인생이 캄캄한 갱도 끝에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여 일할 때

믿고 의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요?

佳人은 종교가 없지만, 그들은 분명 가톨릭 국가의 민초이기에 자연히 하나님을 믿고 따르며

위안을 얻으려 하지 않았겠어요?

 

막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죽음과 삶의 거리가 바로 한 뼘 정도의 거리뿐이라 생각할 겁니다.

출근할 때는 늘 불안했고 퇴근 때는 언제나 감사의 기도를 올렸을 겁니다.

그래서 여기 예수상을 만들고 지나갈 때마다 안전을 기도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었을 겁니다.

충분히 佳人은 그들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 광산 안에 만든 유일한 나무 조각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수상 앞에 만든 기도하는 신부로 보이는 조각상은 오랜 시간이 지나니 그 형체가 서서히 사라집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그럴까요?

아니면 광부들이 지나다니며 신부님을 어루만져서 그럴까요.

 

일단 관광객이 갱도를 따라 걸어가다 어느 지점에 멈춥니다.

작은 샹들리에 불빛만 우리를 비추는 곳입니다. 

그곳에는 난간이 있고 난간 아래로 계단이 있어 내려가는 곳이지만, 그 아래는 불이 없어 캄캄한 곳입니다.

그러나 가이드는 우리 일행 모두 잠시 멈추라 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그 샹들리에 불빛마저 꺼지고 우리는 지하 100여 m 지점의 암흑세계에 갇혔습니다.

 

우리가 선 저 아래에 불이 하나씩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합니다.

그리고 희미하게 음악 소리가 끊어질 듯 말 듯 캄캄한 지하 세상에서 들리기 시작합니다.

 

음악 소리가 너무 작아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봅니다.

귀에 익은 음악입니다.

모든 불이 꺼져 암흑 같은 곳에서 듣는 음악은 기분이 무척 묘합니다.

그래요.

바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라는 노래가 분명합니다.

 

점차 계단 아래의 광장 같은 성당이 희미하게 보이며 베르디 오페라의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처음에는 들릴 듯 말 듯하며 희미하게 울리더니만....

광장은 그 웅장한 모습을 나타내며 음악은 점차 커지기 시작합니다.

 

위의 샹들리에의 불이 밝아지며 합창소리가 점점 크게 울려 퍼질 때의 감동은 아직도 귓가에 들리고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이 사진을 볼 때마다 귓가에 울리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소리.

마치 천상의 세계에서 부르는 합창을 듣는 그런 느낌...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지하 180m...

세상이 모든 잠든 듯한 광장에서의 울림이란 그 자리에 선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라 생각합니다.

조용히 울려 퍼지는 베르디 오페라의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의 합창은 그렇게 佳人에 감동을 줬습니다.

이 작은 이벤트가 여행 중 느끼는 감동을 황홀하게 이끄는 힘인지 몰랐습니다.

 

우리가 처음 이곳에 들어왔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중에 들어온 사람은 먼저 온 관광객이 아래 광장에서 사진을 찍고 소란스러우니 이런 감동을 연출한다 해도

그 의미는 많이 퇴색되지 않겠어요?

 

이제 우리 일행이 오늘의 첫 방문자로 "축복받은 킹가 성당(Chapel of Saint Kinga)"이라는 곳으로 내려갑니다.

이 성당이 소금광산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요?

 

성단 바닥에 내려와 뒤를 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우리 뒤에 따라온 팀은 우리 때문에 조명을 이용한 이벤트를 하지 않고 음악도 들려주지 않습니다.

그냥 멀뚱 거리고 난간에 기대어 아래에 우리 모습만 바라봅니다.

 

우리는 즐겁게 사진 찍고 구경하고...

 

이곳은 "축복받은 킹가 성당(Chapel of Saint Kinga)"이라고 부른답니다.

다른 성당과는 다르게 정면을 보시면 하나님의 조각상이 없고 킹가 공주의 모습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기는 킹가가 갑인가 봅니다.

 

왜 아니겠어요.

그녀 때문에 이 소금광산이 왕실 소유가 되고 폴란드 왕실은 독점권을 행사해 채굴과 판매에 있어 막대한 부를

가져오게 한 장본인이 헝가리에서 시집온 킹가 공주인걸요.

중국의 영웅이라는 조조도 염철관영(鹽鐵官營)이라는 정책을 펴 소금과 철은 국가가 관리하는 정책을 폈지요.

동서를 막론하고 그만큼 소금은 국가가 독점한 중요한 물품이라는 말이겠지요.

 

성당 가운데 가장 큰 샹들리에를 바닥에 카메라를 두고 찍은 사진입니다.

불꽃놀이하는 장면이 아닙니다.

저 샹들리에도 소금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전구나 이런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

 

우리 눈에도 누구의 모습인지 금방 알 수 있죠?

크라쿠프에서 태어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조각상입니다.

이 안에 들어온 관광객은 누구나 이 조각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이 성당 안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이 성당 벽에는 양쪽으로 광부가 조각한 많은 벽화가 있습니다.

내일은 그 벽화부터 구경하려고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을 하다 보면 작은 정성에 쉽게 감동합니다.

여행자를 위한 작은 배려지만, 여행자가 받아들일 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요.

오늘 킹가 성당 안에서 그런 감동을 하였습니다.

음악만이 주는 감동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