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광산에서 만난 코페르니쿠스

2014. 1. 7. 08:00동유럽 여행기/폴란드

위의 사진은 소금광산 지하 110여 m 지점에 대형 성당인 "축복받은 킹가 성당(Chapel of Saint Kinga)"의 천정에

걸린 소금으로 만든 샹들리에입니다.

아마도 이 성당이 소금광산에서는 군계일학이라고 해도 누가 뭐라지 않을 겁니다.

 

소금으로 이런 멋진 샹들리에를 만들어 성당 한가운데 걸어두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예술작품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카메라를 바닥에 놓고 샹들리에의 모습을 찍어보았습니다.

 

그냥 멋진 작품으로만 생각하면 그렇고 그런 것이지만, 저 불이 서서히 밝혀질 때 울려 퍼졌던 합창소리에

佳人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소금광산 입구에 있는 호텔입니다.

호텔이라기보다는 그냥 모텔 수준의 작은 숙소지요.

우리는 아침을 현지시각 6시 50분에 먹고 7시 50분에 소금광산 입구로 올라갑니다.

새벽밥을 먹는다고요?

사실 한국시각으로는 오후 2시경이니 모두 배가 고파 아침 식사를 잘하십니다.

 

이 부근이 모두 예전에는 광산 구내였겠지만, 지금은 공원으로 꾸며놓았습니다.

당시 소금 운반을 위해 사용된 기관차로 보입니다.

기차란 이렇게 인류에 이롭게 소금을 운반하는 일에 이용할 수도 있지만,

나치처럼 유럽 전역에서 강제로 체포한 사람을 수용소에 가두기 위해 이송했던 인류에 깊은 상처를 주는

일에도 이용됩니다.

그게 모두 같은 기차라는 점이죠.

 

소금광산 입구입니다.

이제 우리 외에는 몇 명의 관광객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른 아침이기 때문이죠.

 

일반 관광객은 위의 사진에 보이는 여러 언어에 따라 표를 사고 그 시각에 맞추어 입장하지만,

우리는 이미 9시 전에 도착했기에 시간과 상관없이 별도로 먼저 들어갑니다.

오늘 마수걸이 첫 손님이란 말이지요.

아마도 단체는 개장시간과는 크게 문제삼지 않고 입장시키는 모양입니다.

 

이게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의 등록상표인가요?

SOLI가 영어로 Salt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 광산 안으로 들어갑니다. 

소금광산 안에서 사진을 찍을 경우 별도로 5유로를 내고 인식표를 붙이고 들어가 찍습니다.

원래 3유로로 알고 있는데 가이드 수입으로 아마도 2유로를 추가해 받았나 봅니다.

 

그러나...

같은 그룹에서 여러 사람이 사진 촬영권을 사면 나머지 사람은 적당히 함께 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촬영권을 산 사람이 다른 사람 카메라로 대신 찍어주면 어쩔 겁니까?

우리는 사진 촬영권을 하나만 사서 찍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처럼 휴대전화로도 찍고 했습니다.

사실 우리와 함께 들어온 현지 안내인은 사진 촬영에 그리 신경 쓰지 않고 다니더군요.

 

입구를 들어서면 아래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사진처럼 일곱 개의 계단을 반복적으로 돌고 돌고...

아무리 내려가도 같은 모습이라 정말 돌아버리겠습니다.

지루합니다.

내려가는 계단이 너무 지루해서 그랬나요?

나무로 만든 계단 벽에는 여러 나라 사람의 낙서가 보이는데 역시 한국인의 낙서도 보입니다.

이런 곳까지 한국인의 티를 내야 하겠습니까?

그리도 이름을 남기고 싶으십니까?

부모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실 때 낙서에 사용하라고 지어주신 부모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여기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곳인데 이렇게 우리의 세계적으로 위대한 발명품인 한글을 이런 곳에

남겨야 하겠습니까?

그런 사람에게는 빠떼루를 주어야 합니다.

얼마 전 중국 관광객이 유럽 여행 중 낙서를 한 것이 크게 이슈가 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일을 하면 정말 안 되는 일입니다.

세계적으로 망신당하고 싶으신 게요?

 

이런 나무 계단을 모두 7계단씩 사진처럼 54번을 돌아야 관광객에게만 공개된 첫 장소에 도착합니다.

그러니 모두 378개의 계단을 돌았다는 말인가요?

어지러우니 정신이 몽롱합니다.

 

"계단의 끝이 정말 있기나 할까?" 하고 의심이 세 번쯤 들 때면 마지막 계단에 도착합니다.

이 깊이가 약 지하 65m 정도라 합니다.

돌 때마다 번호를 붙여놓았기에 확인하시며 내려가면 어느 정도 왔는지 알 수 있겠네요.

 

우리가 구경하는 거리는 약 2.5km 정도로 전체 길이의 1% 정도라 합니다.

지하 130m 정도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이 광산 투어를 하려면 반드시 광부출신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야만 구경할 수 있답니다.

독립군으로 혼자 돌아다니다가는 지하의 길이 워낙 미로처럼 얽혀있어 길을 잃어 소금 귀신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가이드는 이곳에 일했던 광부라고 하는데...

 

 글쎄요.

지금은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를 인도할 가이드는 역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여자였습니다.

 

물론, 여러 언어로 가이드 중에 자기에게 맞는 언어를 선택해야 하지만, 한국어 가이드는 단언컨대, 없고

이곳 크라쿠프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안내하고 현지 광산 전용 가이드는 역시 옆에서 미소만 짓는

공 먹는 안내인입니다.

한국인 가이드는 마치 자신이 이곳 소금광산의 광부 출신처럼 길도 안내하고 설명합니다.

여기도 아우슈비츠처럼 입구에서 한사람에 한 개씩 가이드의 말이 나오는 수신기를 빌려 줍니다.

 

거리가 멀면 말이 들리지 않으니 가능하면 가까이 다가서야 혼선이 없습니다.

뭐 입구와 출구가 다른 갱도를 따라 걸어가야 하니 다른 곳으로 튈 수도 없긴 하겠군요.

잘못 길을 잃고 헤맬 수 있어 꼭 붙어 다녀야겠습니다.

옛날에 들어가 아직도 나오지 못한 관광객이 있을 수 있을까요?

 

광산은 개발한 지 700년의 역사지만, 1996년까지 매년 2천8백 톤의 소금을 채굴했지만,

지금은 가동이 중단된 상태랍니다.

이 광산에 예전에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도, 요한 바오로 2세도, 그리고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우리처럼 구경 왔을 겁니다.

다녀간 유명인을 암염으로 조각상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출입구는 작지만, 실내는 그야말로 하나의 지하도시라 해도 되겠습니다.

소금 박물관이네요.

그래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곳이죠.

 

우선 제일 먼저 만나는 게 사람 모습이지만, 귀신도 아닌 인형으로 당시 소금을 채굴할 때의 모습을 재연했나 봅니다.

영원히 죽지않는 신비의 영약인 암리타를 제조하는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보입니다.

 

소금광산이 발견된 후 초기 채굴 모습을 보여줍니다.

신발 대신 짚으로 짠 신을 신었습니다.

그게 아마 미끄러운 소금광산 안에서 미끄럼을 방지하기에 더 효과가 있었을 겁니다.

짚신은 우리 조상이 특허 낸 발명품인데...

역시 우리의 짚신과 이곳을 짚신을 비교하면 디자인이나 상품성으로 비교해 보았을 때 우리 짚신이 분명 명품입니다.

 

소금광산 안이라도 모두 암염만 있는 게 아니겠죠.

이렇게 소금 샘이 솟아 물길이 생기고 이를 모아 따로 처리했을 겁니다.

이곳 광산 안에는 소금 지하수가 고인 연못도 제법 많습니다.

 

소금을 채굴하고 갱도 내에서 운반하고 도르래를 이용해 지상으로 올렸던 기중기나 그런 기계장치로 보입니다.

아무리 많은 전시물이 소금광산 안에 있더라도 소금이 아니면 가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렵니다.

저 기구는 누가 돌렸을까요?

 

역시 소금광산 안에 만든 것 중의 슈퍼 갑은 바로 암염으로 만든 조각상입니다.

아래 사진이 바로 슈퍼 갑의 첫 번째 모습입니다.

 

소금 덩어리인 암염으로 만든 작품이 눈에 띄네요.

지동설을 주장한 그 유명한 코페르니쿠스입니다.

코페르니쿠스가 누굽니까?

우리 어린시절 시험에도 나왔던 그 사람 아니겠어요?

 

그는 1473년 태어나 이곳 크라쿠프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했고 1493년 소금광산을 방문한 기념으로 그가

태어난 지 500년이 되는 해인 1973년에 손에 지구를 든 모습으로 소금 덩어리로 조각상을 만들었다 합니다.

코페르니쿠스의 체성분이 소금은 아니겠죠?

 

물론, 조각상을 만든 사람은 여기서 소금 채굴을 하던 인부로 완벽한 아마추어라고 해야 하겠지요.

여기에 방문한 유명인은 괴테도 있고 교황인 이곳 출신 요한 바오로 2세도 2000년대에 다녀갔다고 합니다.

佳人 같은 사람은 바람처럼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다니기에...

그 자취조차 찾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굳이 佳人의 흔적을 찾으려고 고생하지 마세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그런데 코페르니쿠스가 손에 든 저 소금 덩어리가 스스로 돌까요?

佳人이 들었다면 당연히 돌지 않겠지만, 코페르니쿠스가 들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어요?

차라리 모터를 달아 돌려준다면 관광객에게 지동설에 대한 확실한 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