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운주사(和順雲住寺)의 가을풍경

2022. 12. 23. 04:00금수강산 대한민국/전라남도, 제주도

전남 화순에 있는 운주사(雲住寺)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았습니다.

운주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송광사 말사로 운주사(運舟寺)라고도 하는 또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던 곳이라는데 이런 이름을 지닌 여기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답니다.

 

신라 말 도선국사(道詵國師)가 풍수지리에 근거해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세웠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비보사찰이라 함은 돕고 보호한다는 의미로, 강한 곳은 부드럽게 하고 허한 곳은 실하게 함으로써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으면서도 호국과 중생들의 이익을 도모한

도선 스님의 지혜가 담긴 사찰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영암 출신인 도선이 우리나라의 지형을 배로 보고, 선복(船腹)에 해당하는 호남 땅이

영남보다 산이 적어 배가 한쪽으로 기울 것을 염려한 나머지 그 중심 부분에 해당하는 곳이

바로 운주사가 있는 운주곡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운주곡에 있는 이곳에다 천불천탑(千佛千塔)을 하루 낮 하룻밤 사이에

도력(道力)으로 조성하여 놓았다고 합니다.

도력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어요?

 

이 전설을 뒷받침이나 하듯이 절에서 멀지 않은 춘양면에는 돛대봉이라는 이름의 봉우리가 있고

돛대봉에 돛을 달고 절에서 노를 젓는 형세라 하네요.

 

또 절을 지을 때 신들이 회의를 열었다는 중장(衆場)터(일설에는 승려들이 장터를 이룰 만큼

많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함.)가 멀지 않고, 신들이 해를 묶어놓고 작업하였다는

일봉암(日封巖)도 가까이에 솟아 있답니다.

 

운주사는 도선(道詵)이 창건하였다는 설과 운주(雲住)가 세웠다는 설과 그리고 마고(麻姑) 할미가

세웠다는 설이 전하여지고 있다는데 그러나 이 중 도선이 세웠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네요.

 

그러나 운주사와 도선과의 연관은 어떤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조선 후기에 유행한 비보 사상을 바탕으로 후에 첨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답니다.

 

한편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에는 고려승 혜명(惠明)이 무리 1,000여 명과 함께

천불천탑을 조성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혜명을 970년(광종 21)에 관촉사 대불을 조성한

혜명(慧明)과 동일한 인물로 본다면 운주사는 고려초에 건립되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하네요.

 

이 절의 연혁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1530년(중종 25)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운주사는 천불산에 있는 절로서 천불천탑과 석불 2구가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석조감실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답니다.

 

또한 1984년 제1차 발굴조사 때 홍치 8년(弘治八年)이라고 새겨진 기와 편이 발견되어

1495년(연산군 1)에 4번째 중수가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조선 초기까지는

존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 뒤 정유재란으로 폐사된 것을 1800년경에 설담자우(雪潭自優)가 땅에 묻힌 불상과

무너진 불탑을 세우고 약사전 등을 중건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네요.

 

천불천탑의 도장이라는 운주사의 수많은 탑과 부처는 이곳에서는 모두 올려드릴 수 없기에

다른 꼭지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