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커우에서 보저우로

2014. 7. 30.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2012년 11월 26일 여행 39일째

 

오늘 우한의 한커우를 떠나 보저우로 갑니다.

사실 우한에서는 더 머물며 주변을 구경할 수 있었지만,

마눌님도 아프고 그냥 집에 가고 싶어졌기 때문에 떠납니다.

우선 아쉬운 것은 명색이 삼국지 기행이라고 떠났지만, 삼국지 중 최고의 장면인 적벽대전이 벌어진

적벽을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삼국지 최대의 전투라는 적벽도 여기서 멀지 않은 곳이라 쉽게 다녀올 수 있다고 하더군요.

여행이 어디 이번 한 번으로 끝나나요?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갈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남겨두렵니다.

원래 출발할 때는 무척 의욕적으로 많은 계획을 해보지만, 어설픈 여행자는 마지막이 되면 이렇게 흐지부지...

 

한커우에서 보저우(亳州 : 박주)까지는 445km로 서울 부산보다도 먼 거리입니다.

우리에게는 먼 거리지만, 중국에서는 가까운 거리라 하겠지요.

한커우에서 출발하는 보저우행 기차는 하루 한 번만 운행하며 그것도 꼭두새벽인 5시 17분에 출발하네요.

좌석이 없어 침대칸인 잉줘로 했습니다.

 

잠시 지도를 통해 위치부터 살펴보고 가겠습니다.

우한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조조의 본거지인 쉬창이 있고 쉬창에서 동쪽으로 보저우가 있습니다.

그러니 기차 노선이 대부분 쉬창으로 통해 정저우 방향으로 올라가고 보저우는 돌아가야 하니까

잘 다니지 않나 봅니다.

 

처음 여행 계획을 할 때 이곳에서 쉬창으로 올라가 동쪽으로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쉬창을 먼저

구경하는 바람에 루트가 변경되었습니다.

그나마 기차가 있어 장거리 여행이 편했습니다.

 

아침 안개와 아침 햇살...

아주 잘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도 연출합니다.

마치 은하철도 999를 타고 구름속을 여행하는 그런 기분이 듭니다.

어제는 비가 뿌리고 날씨마저 추워 고생했습니다.

 

장거리 운행이라 오히려 침대차를 타고 가니 좋습니다.

기차는 예정시각보다 1시간 40분가량 연착해 6시 57분경에 출발합니다.

새벽에 추운 대합실에서 한참 고생했습니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바로 뜨거운 물에 컵라면을 먹고 나니 몸이 조금 풀립니다.

그러나 울 마눌님은 몸살이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다행히 침대칸이라 쉴 수 있어 좋네요.

 

뜨거운 물이 있어 커피도 마시고 차창을 스치는 풍경도 구경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일어나 관광지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오늘처럼 한가한 날은 여유가 있어 그 느낌이 다르네요.

식빵을 어제 미리 샀기에 아주 여유롭게 컵라면에 빵도 먹으며 기차여행을 즐깁니다.

이런 시간이었기에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른 아침은 심한 운무로 차창 밖의 풍경을 볼 수 없었지만, 점차 운무가 사라지네요.

어제와는 다르게 날씨가 맑아집니다.

정신없는 여행 중에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갖습니다.

그동안 정리하지 못한 생각도 정리하며...

 

12시 20분경 드디어 5시간 20분 정도 걸려 보저우에 도착하네요.

한커우역에서 기차가 늦게 출발했지만, 보저우역은 정시에 도착합니다.

기차역을 막 빠져나오며 정면을 바라보니 역 광장이 있고 광장 가운데 큰 석상 하나가 서 있습니다.

누구의 석상일까요?

여기 보저우를 빛낸 사람이 아닐까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조조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조조... 자는 맹덕이요, 박주인이라.

박주인이라고 하면 바가지 주인이 아니라 보저우 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나 봅니다.

누가 뭐래도 여기 보저우에서 조조는 영웅이라 생각합니다.

군사가, 정치가, 그리고 문학가 조조라고 기록했네요.

 

누구는 조조의 건안 문학을 별 게 아니라고 했다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와중에 문학을 새롭게 발전시킨 조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전쟁을 하며 그런 문학을 즐긴 사람 별로 없을 겁니다.

 

보저우 역 앞에 위풍당당한 조조의 석상을 멋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석상의 조조라는 글은 곽말약이라는 사람이 쓴 글로 이 사람이 제법 유명한 글쟁이인가 봅니다.

이번 여행 중 가는 곳마다 곽말약이 쓴 글을 보았으니까요.

 

치세에는 영웅이요 난세에는 간웅이라...

누구는 간웅이라 했지만, 이곳 보저우에서는 분명 조조는 영웅입니다.

우선 역 앞에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고 배낭부터 내려놓습니다.

오후에 보저우의 관광지 중 몇 곳을 볼지는 모르지만, 내일은 쉬저우(徐州 :서주)로 갈 생각입니다.

 

쉬저우까지는 버스 외에는 기차를 타면 북쪽에 있는 상구라는 도시를 돌아가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여

버스를 타고 갈 예정입니다.

그다음 쉬저우에서 기차를 타면 연운항까지 바로 간다고 하니 이제 연운항에서 배를 타면 집에 갈 수 있답니다.

여기까지만 와도 거의 집에 도착한 기분이 듭니다.

 

친구가 먼저 떠난 후 우리도 갑자기 집에 가고 싶네요.

그러다 보니 여행이 자꾸 건성으로 진행되네요.

우선 이곳 보저우에서는 조조 운병도를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조가 태어난 마을인 위무고리도 보고 싶습니다.

여기 보저우는 화타의 고향이기에 화타의 근거지라는 화조암도 보렵니다.

그리고 조조 공원에 들려 조조의 활동했던 모습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우리 여행이 조조의 화려했던 전성기의 모습이 있던 업성유지부터 시작해 마지막 여행은 조조의 출생지였던

보저우에서 끝내려나 봅니다.

유비보다는 조조가 개인적으로 더 끌려 그랬나 봅니다.

그럼 佳人의 본성은 역시 간웅기질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내일은 조조의 암수가 번뜩이는 조조 운병도라는 희한한 곳을 구경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보저우는 무척 지저분한 도시네요.

중국이 예전에는 무척 지저분했으나 지금은 많이 개선되어 청결해지고 있숩니다,

그러니 여기 보저우는 예전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시내를 걷는 게 마치 쓰레기처리장 위를 걷는 그런 기분입니다.

보저우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지 않나요?

세월이 많이 흐르니 조조도 이제 별로 힘을 쓰지 못하나 봅니다.

조조가 알면 경을 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