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知音) 그리고 백아절현(伯牙絶絃)

2014. 7. 21.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는 말은 백아가 줄을 끊었다는 말로 그 의미는 참다운 벗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하지요.

거문고를 잘 타는 백아(伯牙)가 그의 거문고 소리를 좋아하던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리고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이 말의 출전은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이라고 하더군요.

 

오늘은 그런 이야기가 있는 우한의 고금대라는 곳을 구경합니다.

위의 사진을 보니 고금대에는 佳人이 온다고 벌써 백아가 거문고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은데 오늘의 이야기는 이번 여행의 테마와는 무관한 곳입니다.

삼국지기행이라고 정하고 출발했지만, 두서없이 다녔고 무관한 곳도 다녔습니다.

 

백아절현이라는 말은 워낙 유명한 고사이기에 이곳 우한에 고금대를 만들어 놓았고

원래 이 자리가 두 사람의 인연을 맺은 자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중국은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를 이렇게 테마공원으로 꾸며 관광자원으로 많이 활용하나 봅니다.

여행하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그런 이야기 속의 장소라 생각하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어요?

 

순자의 권학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합니다.

"옛날에는 과파가 비파를 타면 물고기들이 나와서 듣고 백아가 거문고를 타면

여섯 마리의 말이 하늘을 올려다 보며 꼴 먹는 것을 잊었다."라는 말이 있답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네요.

중국의 물고기나 말은 이렇게 음악성이 풍부한가요?

 

중국은 오래전부터 문명국이라 이런 신기한 일이 워낙 무척 자주 일어나는 나라입니다.

요즈음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중국이 더는 문명국이 아니라는 증거일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중국이 문명국으로 오래 지속되어 이런 신기한 일이

자주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백아는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이라고 합니다.

하루는 백아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광풍을 동반한 폭우를 만납니다.

사공은 얼른 배를 안전한 강기슭에 세우고 비를 피하며 광풍이 멎기를 기다립니다.

혹시 그 강이 여기가 아닐까요?

 

잠시 후 광풍이 멎자 물빛과 하늘빛이 하나가 되어 아름답기가 그지없고

게다가 산들바람까지 산들거리니...

앞산에 걸친 흰 구름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코끝을 스치는 향긋한 풀냄새...

백아는 이 모습에 도취하여 자신도 모르게 거문고를 꺼내어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이런 풍경을 보면 누구나 감동하게 마련일 겁니다.

시인은 붓을 들어 시를 쓸 것이고...

화가는 그림을 그렸을 겁니다.

사진작가는 카메라를 들어 그 풍경을 남겼을 겁니다.

그럼 佳人은?

 

백아의 거문고 소리가 은은히 퍼져 나갈 즈음 갑자기 거문고 소리에 도취하여 감탄하는

소리가 들리기에 백아가 뒤를 돌아보니 환장하게도 방금 자기를 태웠던 사공이 그곳에 서서

눈을 지그시 감고 자기의 거문고 연주를 마음으로 감상하고 있는 게 아닙니까?

 

백아가 높은 산에 걸린 흰 구름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그 어부는 "아! 좋구나! 장중한 산이

높고 구름마저 쉬었다 가는구나~"라고 하고 광풍에 일렁이는 물결을 상상하며 연주하면

"오오~ 정말 좋구나~고요하던 바다가 갑자기 풍랑이 일어 노도 광풍이 불어오는구나~." 라고

하는 게 아닙니까?

백아의 생각대로 사공은 그 의미를 알아챕니다.

이러니 환장할 일이 아닙니까?

 

여러분도 환장하겠지요?

저도 미치겠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도 이리 정확히 마음을 읽을 수 없을 겁니다.

사공이라며 이렇게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다니 믿을 수 없습니다.

혹시 중국의 사공 면허시험에 거문고 연주를 듣고 그 느낌을 서술하는 과목이 있나 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개 사공이 어찌 명인의 연주를 듣고

그 느낌을 정확히 읽을 수 있단 말입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할 수 있으세요?

못하시죠?

그럼 말을 하지 마세요.

 

백아가 거문고를 밀치고 조용히 일어나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절을 하며 사공을 가까이

청했던 그 모습이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석상의 모습일까요?

"제가 세상을 주유하며 지금까지 거문고를 수없이 연주하였지만, 제 연주를 듣고

오늘처럼 함께 마음으로 알아준 분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늘 당신과 같은 분을 만나니 이제 제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사공과 마주 앉아 사공의 이름을 청하니 사공의 이름이 종자기(鍾子期)라고 합니다.

비록, 사공의 신분으로 나이가 백아보다 적지만, 학식이 풍부하고 세상의 진리를 알며

훌륭한 인품마저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평생 친구가 되기를 약속합니다.

 

"오늘 종자기 아우는 내 음악을 아네, 방금 연주한 곡의 이름을 '고산유수'라 하고

우리 두 사람이 친구가 된 기념으로 삼세."

컥! 나이가 어리다고 백아는 벌써 말을 까고 들어가는 겁니까?

아~ 중국어는 존칭이 없지요~

두 사람은 이렇게 약조를 하고 헤어짐에 서러워 눈물까지 흘립니다.

물론, 다음 해 꽃 피고 새가 지저귀는 봄에 다시 이곳에서 만날 것을

굳게 약속하며 말입니다.

 

바로 이런 이야기를 새긴 돌조각이 고금대에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고산유수멱지음(高山流水覓知音)이라는 글이 새겨진 것을 볼 수 있네요.

고산유수라는 곡이 지음을 찾았다는 의미일까요?

佳人도 음악을 좋아하지만, 아직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의 사공을 보면 존경하며 살아가렵니다.

 

서해에 연환지계를 펴며 불법어로를 하는 어부는 빼고요.

그 사람도 잡아보면 아마도 음악에 정통한 어부일지 모릅니다.

먹고 살기 위해 그런 불법을 저지르지만...

 

이듬해 봄이 되자 백아는 다시 종자기를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기쁜 마음으로 나루터를 다시 찾아옵니다.

그러나 만나기로 한 종자기는 보이지 않습니다.

수소문하여 알아보니 종자기는 반년 전 이미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런 이야기 대부분은 이렇게 만날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야 더 애틋하고 마음에 오래 남으니까요.

아마도 그 나루터가 바로 여기일지 모르겠습니다.

 

백아는 단걸음에 종자기 무덤으로 달려가 통곡을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내 연주를 알아준 지음(知音)인데 젊은 나이에

가다니 에고에고 원통해라~"

한참을 무덤 앞에서 울고 난 후 백아는 다시 말을 이어갑니다.

"우리가 처음 만나 연주했던 '고산유수'를 한번 타 보겠네."

 

백아는 무덤 앞에서 거문고를 뜯었습니다.

뜨거운 눈물과 긴 한숨이 눈과 입에서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연주를 마치자.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소리 내 탄식을 합니다.

"이제 이 세상에 내 연주를 알아주는 지음은 아무도 없도다."

유튜브에 올렸으면 백아의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조회수가 싸이의 강남스타일 수십 배는 되었을 겁니다.

 

그 말을 마친 백아는 무덤가에 있던 돌을 들어 거문고에다 냅다 내려쳐 거문고를 박살 내

버리고 그 후 백아는 평생동안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 합니다.

음을 이해한다는 지음(知音)이라는 말은 바로 백아와 종자기 사이에나 있을 이야기입니다.

 

고금대란 바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야기인 지음(知音)이라는 말에 나오는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그런 장소가 아닙니까?

거문고의 달인이라는 백아와 그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한 종자기의 이야기 말입니다.

예술과는 거리가 먼 佳人은 음악을 들어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지금 여러분의 지음은 누구입니까?

또 나는 누구의 지음입니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司馬遷)이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에 쓴 글이었나요?

"蓋鍾子期死, 伯牙終身不復鼓琴. 何則. 士爲知己者用, 女爲說己者容."

"이 말은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는데,

이는 무엇 때문이었겠습니까?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게 해주주기 위해 화장을 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佳人에 이런 종자기 같은 지음(知音)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佳人의 지음이 있다면 두 사람을 일컬어 덤 앤 더머라고요?

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