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의 고향 안양

2013. 1. 24.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2012년 10월 26일 여행 8일째

 

어제는 아침 일찍 업성유지와 업성박물관을 구경하고 안양으로 왔습니다.

박물관을 나오려는데 아가씨들이 우리보고 자기네 점심으로 준비해온 만두인 빠오즈를 같이

먹자고 하는데 마침 그때가 점심때였거든요.

박물관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밭 한가운데 덜렁 지어진 곳이라 점심 먹을 곳도 없었고요.

만두가 우리나라의 큰 왕만두 크기라 하나만 먹어도 충분히 요기할 정도입니다.

 

만두를 함께 먹자고 하면 우리가 어디 사양합니까?

우리 물병에 정수기 물도 채워가라며 무척 친절하게 대하네요.

한국사람을 처음 본다면서...

우리가 점심으로 준비해간 배낭 속의 빵과 과자 그리고 초콜릿을 꺼내 함께 먹었습니다.

 

만두를 먹고 물병에 물을 채운 고마움에 사이의 강남 스타일을 틀어놓고 잠시 말춤을 함께

추었는데 이미 그 아가씨들은 사이의 말춤을 알고 있었습니다.

조조는 이곳에 마차를 타고 왔겠지만, 우리는 말춤 흉내만 내고 갑니다.

 

다시 삼거리로 걸어나와 산타이촌에서 출발해 츠시엔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버스가 거의 한 시간 정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점심시간이라 밥 먹으러 갔나요?

오후 1시 조금 넘어 버스를 기다렸거든요.

 

중국은 시골을 다니다 보면 기사나 안내양이 밥을 먹기 위해 운행을 잠시 늦추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중국에서 서비스업이란 기사와 안내양을 위한 서비스지 손님을 위한 게 아직은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버스가 오니 그나마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요?

그런데 그 버스가 아침에 타고 들어온 바로 그 버스입니다.

그런데 안내양이 얼마나 반가워하는지...

여행을 하다 보니 이렇게 인연이 있는 사람은 약속하지 않아도 다시 만납니다.

 

츠시엔에 도착하니 오후 1시 45분으로(4원/1인) 우선 숙소에 들려 배낭을 찾아서 매고

다음 목적지로 가려고 버스터미널로 가 안양행 버스를 탑니다. (8원/1인)

우리는 우리가 탄 버스가 안양 어디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안양이라 하면 제법 큰 도시가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안양에만 많은 버스터미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다행히 기차역 옆에 있는 터미널이랍니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를 정하고 기차표를 사기 위해 바로 근처에 있는 기차역으로 갑니다.

원래 계획은 안양에서 뤄양으로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목적지를 조조의 홈그라운드라는

쉬창으로 먼저 가고 싶습니다.

왜?

업성유지를 보니 조조는 우리가 생각한 간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조를 더 알고 싶어 그의 프랜차이즈라는 쉬창이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일정을 변경한다고 해도 누가 태클 걸겠어요?

 

그러나 다른 이유는 우리가 나중에 갈 구채구는 11월 16일부터 비수기를 적용해 입장료가

220원에서 80원으로 대폭 내려간다는 정보를 어제 울 마눌님이 인터넷을 통하여 입수했거든요.

우리 일정상 11월 11일경에 청두에 들어가는 데 3일 정도만 늦게 들어가고 청두에서 먼저

도강언이나 낙산대불을 먼저 보면 15일에 구채구로 들어가 16일 입장료가 인하되는

첫날에 구채구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울 마눌님은 당장 일정변경을 하자고 해 쉬창으로 돌아가렵니다.

입장료가 반 이하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어요.

 

나중에 인천항으로 오는 배를 타기 위해 청두에서 다시 동쪽을 향해 돌아오며 들리려고 했던

쉬창은 안양에서도 그리 멀지 않기에 일정변경을 해 먼저 쉬창을 갑니다.

나중에 우한에서 쉬창으로 가는 기차는 많지만, 보저우로 가는 기차는 우한 한커우역에서

하루 한 대뿐이라 그것도 새벽이기에 보저우로 가는 길에 고생했습니다. 

 

안양은 우리 여행의 목적인 삼국지 기행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지나가는 길에 안양박물관을 구경하기 위함인데 이곳이 아주 오래된 역사의 고장이고

갑골문이라는 것이 무더기로 발견된 곳이라고 해 구경하려고 들립니다.

삼국지 기행이라고 하며 떠났지만, 우리 여행은 이렇게 삼국지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곳일지라도

지나가는 길에 들렸다 갑니다.

왜?

가는 길에 들리면 나중에 다시 올 필요가 없으니까요.

 

어제는 이렇게 안양에 오후에 도착해 숙소 정하고 쉬창행 기차표 사고(42원/1인 잉쭤) 저녁을

이선생이라는 체인점에서 먹고 그냥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40분에 20원 하는

발마사지만 받고 들어왔습니다.

발마사지도 이렇게 혼자 찾아가면 무척 저렴하네요.

 

어제 쉬창으로 가는 기차표를 14시 50분에 출발하는 표를 샀기에 오늘은 오전 중에 일찍 박물관을

다녀왔는데 원래 조금 여유롭게 계획했다가 구채구 때문에 쉬창을 들렸다 가야 하기에

오늘은 강행군을 하게 되었네요.

여행이 그렇네요.

어느 날은 여유롭게 어슬렁거리고 또 오늘 같은 날은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먼 길을 이동하고...

오늘은 기차 출발시각에 맞추어 분 단위로 나누어 사용하려고 합니다.

과연 오전 중에 박물관 두 곳을 모두 보고 올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은허박물관부터 구경하러 갑니다.

그렇다고 택시는 이용하지 않고 우리의 발인 1원짜리 시내버스를 수소문하고 문화궁이라는

정류장까지 걸어가 탑니다.

은허박물관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무척 가깝네요.

그러나 버스에서 내려 제법 한참을 걸어야 박물관 입구가 나오네요.

버스 기사에게 우리가 가야 할 곳의 박물관 지도를 찍은 스마트폰을 보여주니

친절히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걸어가는 방향을 자세히 알려줍니다.

 

안양이라는 도시는 중국 역사의 중심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중국 역사의 전설이 아닌 현실적인 첫걸음이 이곳 안양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작은 중소도시로 자리하고 있겠지만...

세상에 제일 오래된 문자인 갑골문이 발견된 곳이 바로 이곳 안양의 은허라는 곳이랍니다.

중국의 역사에 제일 먼저 오르내리는 상나라나 은나라의 본거지가 바로 이곳이라고 합니다.

 

안양이라는 도시는 어디 문자뿐이겠어요?

오랜 역사의 도시다 보니 유물도 무척 많이 출토되는 곳이라는군요.

위의 사진은 청동으로 만든 술잔인가 봅니다.

무거워 어디 술이라도 편하게 먹겠습니까?

 

갑골문이란 바로 거북의 배에다 기록한 글자를 말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거북이만이 아니라 소뼈도 이용되고 돌에다가도 기록을 남겼다 합니다.

이 글자 모양이 바로 지금 중국이 사용하는 한자의 초기형태라 봐야 하겠네요.

여기에 출토된 거북 껍질을 보면 그 연대가 지금으로부터 3천 년이 넘는 것으로

그러니 기원전 1500년 전후라 하네요.

이런 기록이 남았기에 중국이라는 나라는 문명이 시작한 곳이라는 칭찬을 듣나 봅니다.

 

발견된 거북의 껍질은 글자만 남긴 게 아니라 점을 쳤던 형태로도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복골(卜骨)이라고 부르고 이것은 은나라 때 글자를 남긴 것에 비해 그 이전인 신석기 시대부터

점을 치기 위해 거북의 껍질을 사용했다고 하니 거북의 수난은 그 역사를 더 앞당기네요.

아마도 거북의 껍질을 불 위에 올려 열을 가하면 균열의 상태를 보고 길흉화복을 점쳤다 합니다.

지금도 어느 나라는 닭을 잡아 그 닭의 내장을 보고 점을 치는 모습도 자주 봅니다.

당시에는 거북이가 흔했나요?

왜 하필 거북이로 점을 치고 글자를 남겼나요.

 

거북은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려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을까요?

길흉화복을 넘어 의사소통을 위해 더 많이 죽어야 했습니다.

그때도 봄부터 소쩍새는 그리도 울었나 봅니다.

아니...

거북이요.

그런데 만물의 영장이 겨우 거북의 배 껍질에 운명을 의뢰한단 말입니까?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발견된 글자는 100여 개 정도라 하고 아직까지 사용되는 글자는

우리 한글을 비롯해 28개 정도라 합니다.

지구상 살아가는 인류 중 얼마나 많은 민족이 있습니까?

그러니 우리 한글의 위대함은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네요.

물론 글자 말고 언어는 그 수가 7천여개라 하고 지금도 그 숫자는 점점 줄어든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 속의 글자는 갑골문에 적혀있는 성씨 100여개를 보여주네요.

내일은 은허박물관이라는 곳부터 구경하려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번 여행 중 안양에서의 우리 방문 목적은 사실 없었습니다.

삼국지에 거의 나오지 않은 곳이기 때문인데 이곳은 박물관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 하기에

바로 가는 도중에 들렀다 갈 수 있어 하루만 묵고 갑니다.

안양이 좋은 곳이 아니기에 그냥 들린 게 아니라 우리 여행 목적에는

도움이 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양의 박물관은 정말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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