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妲己) 이야기 12 - 마지막 이야기

2012. 10. 8.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전투가 시작되자 상 나라 군사는 노예 병사를 선봉에 배치하고 친위대를 후방에 배치하였지만,

강태공에게 훈련된 서주의 군대에 일순간에 선봉은 섬멸당하고 오히려 선봉에 섰던

노예 병사는 창칼을 거꾸로 들고 왔던 길을 뒤돌아 앞장서 오히려 상나라로 진격합니다.

 

파죽지세로 군사를 몰아 왕궁에 이르니 주왕도 이미 전세를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니 아는 사람이라고는 달기 외에는 별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정신없이 지나가는 궁녀를 불러 세우니 궁녀 입에서 "미친놈! 웃기고 자빠졌어~"라는

소리가 거침없이 나옵니다.

아니? 늘 고개조차 바로 들지 못하는 궁녀가 주왕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이번에 진귀한 보물을 양손에 잔뜩 든 환관이 지나갑니다.

그래서 불러 세웠지요.

"여봐라!"

그랬더니 그 환관이 뭐라 했는지 아세요?

 

"지금 날 보고 여봐라 했니? 야 이놈아~ 너 나한테 맞아볼래? 따식이~"

주왕은 기겁하겠습니다.

그나마 늘 지근거리에서 따르던 관리인 주승이 보이기에 녹대 아래에

나무를 쌓으라 명령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곳에 불을 지르라 합니다.

 

"녹대는 나 한 사람의 것으로 서주의 희발 같은 애송이는 차지할 수 없다."라고 외치며

달기와 함께 녹대 위에 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합니다.

주왕의 자존심은 자유당 때 그대로입니다.

 

술이 얼큰하게 오르자 주왕은 "내가 죽은 뒤에 너는 희발의 차지가 될 것이다.

그리되는 것을 볼 수는 없으나 네가 나와 함께 죽는 것도 볼 수 없구나! 어찌해야 좋겠느냐?"

죽어가면서까지 박학다식한 달기에게 질문을 합니다.

 

달기가 달기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 대왕께서는 애초에 저 같은 사람을 궁에

들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만약 궁에 들였어도 지금처럼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후회한들 해결책이 뭬가 있겠사옵니까? 

신첩도 대왕을 따라 이 목숨 버릴 것이니 심려 마십시오."

 

젠장 주왕이 그렇게 아끼던 백과사전도 함께 죽겠답니다.

말을 마친 달기는 높은 녹대에서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아래로 뛰어내려 자결을 하고

주왕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불꽃놀이를 하며 사라집니다.

이렇게 불같이 살았던 두 사람은 죽는 순간에도 불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탕왕에 의해 일어난 상 나라는 이렇게 녹대와 함께 화려하게 불길에 사라집니다.

달기의 죽음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뼈를 깎아 만든 칼로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했다.

주왕과 함께 불에 타 죽었다.

주나라 군대에 사로잡혀 참수를 당했다. 등등

뭐 그때 살았다고 여태 살아있겠어요? 그쵸?

 

수백 년 동안 태평성대를 누리던 상 나라는 주왕에 이르러 달기라는 여자 하나 때문에

풍비박산이 되어 역사책 속에 한 페이지로 남았습니다.

달기 때문에 많은 현명한 충신이 죽었고 부패한 조정을 떠나 멀리 몸을 숨기고 살았습니다.

 

또 다른 이는 주 나라에 몸을 의탁해 상 나라를 칠 때 앞장서 선봉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악을 멸하고 일어난 서주가 포사라는 여인 때문에 상나라와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호사가들은 달기, 포사 말희 그리고 서시를 중국 4 대 악녀니 팜므파탈이라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여인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역사의 희생자였습니다.

 

그 이야기는 포사 이야기를 읽어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http://blog.daum.net/nhk2375/7162010

 

포사 이야기 1 - 궁열불사미녀(宮涅不辭美女)

미인계라 함은 통상적으로 남자가 여자의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정략적으로 다른 남자를 공략하여 이득을 얻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이용당한 여자가 오히려 자신의 아름다움을 무기로 하여

blog.daum.net

 

역사란 늘 이렇게 수레바퀴처럼 반복되나 봅니다.

원래 부패한 세력을 멸하고 새롭게 탄생한 세력도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그게 바로 역사입니다.

 

비난하고 욕을 하며 그대로 배워가는 게 역사이며 우리네 삶입니다.

하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고 간 매희라는 여인도 달기와는 비교되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달기의 특허인 그 형벌 중 몇 가지는 3.000년이 지난 청나라에서도 시행되었다니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후대의 사람은 달기를 요사스럽다느니 악의 화신이니 욕을 합니다.

사실 달기는 어찌 보면 희생자입니다.

제후국에서 살기 위해 바쳐진 여자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을 했으며 정신 나간

주왕이 미쳐 날뛰며 달기에 빠져 그녀를 악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은 것은 아닐까요?

 

고향 땅에서 착한 지아비 만나 농사나 짓고 오손도손 살았으면 주지육림도 없었고

포락도 없었을 겁니다.

그녀가 왜 전갈 같은 여인입니까?

그저 평범한 촌부의 아내였을 테지요.

아마도 군주국에 선물로 보내졌기에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 모릅니다.

 

달기의 미모를 이렇게 기록한 곳도 있습니다.

구름처럼 검게 드리운 머리카락,

살구 같은 얼굴에 복숭아 같은 뺨,

봄날의 산처럼 옅고 가는 눈썹,

가을 파도처럼 둥근 눈동자,

풍만한 가슴과 가냘픈 허리,

풍성한 엉덩이와 날씬한 다리,

햇빛에 취한 해당화나 비에 젖은 배꽃보다도 아름다워라..

 

가만히 눈을 감고 위에 언급한 모습을 상상해 보니 명품이야 명품....

그러나 이런 아름다움 속에 감춘 전갈 같은 여인 달기의 이야기는 오늘로 끝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