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기(妲己) 이야기 4 -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나요?

2012. 9. 20.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여인 열전

즐거움은 혼자 하기보다 함께 나눌 때 더 커진다고 했나요?

슬픔은 반대로 나눌수록 작아지고요.

달기는 강후의 시녀를 보자 즐거운 일이 생각나 주왕과 함께 나누고 싶어 지는데 혼자

몰래 즐기지 않고 다른 사람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려고 배려하는 사람은

정말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저들은 강후를 모셨던 궁녀들인데 대왕께서 강후를 죽인 것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강후의 한을 풀어준다고 반란을 도모하여 대왕을 시해하려 한다고 합니다.

소첩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지금 저들이 대왕의 명을 어기고 웃지 않고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보아그 말이 소문만이 아닌 듯합니다.

마땅히 저들을 엄형으로 다스리어 다른 사람들도 감히 모반의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하소서~"

 

정말 주군을 위해 올리는 충성스러운 말이 아니겠어요?

주왕은 달기의 충성스러운 간언을 들어보니 정말 저들은 웃지도 않고 눈물만 흘리며

천자의 눈길마저 피하고 있는 게 마치 무슨 흉계라도 꾸미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사람은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면 정말 그렇게 느껴지니까요.

 

정말 주왕은 달기의 이런 영특한 상황 파악에 달기에게 상이라도 내리고 싶습니다. 

"어찌해야 엄형에 어울리겠느냐?"

이제 기다리던 질문이 나왔습니다.

주왕이 묻자 기다리고 있었던 듯 달기가 답을 합니다.

 

그래요.

준비된 여자는 미리 문제를 던져놓고 사내가 덥석 물고 물어오면 그 답을 준비하고 있지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사람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동문서답하기도 하잖아요.

마치 사오정처럼...

 

"만약 소첩이 벌을 내린다면, 적성루 앞에 둘레 수백 보에 깊이 다섯 길 정도의 구덩이를 판 다음

뱀과 전갈 등을 던져 넣겠습니다.

그런 다음 저 궁녀들을 구덩이에 밀어 넣어 뱀과 전갈이 물어뜯게 하겠습니다.

이것을 채분지형(蠆躉之刑)이라 합니다."

캬~ 이미 체벌의 이름까지 정해놓은 준비성이 아주 많은 여인이 아니겠어요?

게다가 이렇게 어려운 한자까지 동원하다니...

 

이런 달기의 영특하고 신통방통한 형벌에 많은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그러나 오직 한 사람...

주왕만은 이런 형벌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삶의 권태로움을

일시에 날려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톡 쏘는 맛이 나는 기분이 듭니다.

 

삶의 활력이 솟아나게 하니 이러니 주왕은 달기만 찾는 겁니다.

달기는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독특한 맛을 지닌 여인이 분명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보다는 상대가 좋아할 만한 일을 해야 합니다.

물론, 둘이 모두 좋아하는 일이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어요?

 

주왕이 달기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무척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기발한 착상이 아닙니까?

생각만으로도 눈에 그 즐거움이 전해오는 듯합니다.

손에 땀이 날 정도의 스릴 있는 이야기입니다.

 

생각만으로 삶의 즐거움이 전해오는 듯하니 달기가 얼마나 주왕을 기쁘게 하려고 합니까?

주왕은 이런 달기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매일 안아주고 업어주고 싶습니다.

 

드디어 주왕은 달기의 말을 따라 72명의 여인을 모두 벗겨 구덩이에 집어넣고

그대로 시행하라 하니 사람의 비명소리는 하늘을 찌르고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주왕과 달기는

이상한 희열을 느낍니다.

뒷머리가 쭈뼛하는 기분이 들면서 짜릿하기도 하고 또 등골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내려오는 듯하면서도 뜨거운 기운이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듯도 합니다.

태어나서 이런 기분 처음입니다.

이런 일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물론 사이코패스 수준입니다.

 

이게 바로 권태롭고 재미없는 나날을 보내던 두 사람에게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삶이 이렇게 짜릿하다니...

마치 안정환 선수가 이탈리아와의 축구시합에서 골든 골인

연장전 헤딩골을 넣는 그런 짜릿한 느낌입니다.

매일 이런 짜릿함만 느끼고 살면 좋겠습니다.

 

그렇지요.

매일 술과 맛난 음식과 춤과 음탕한 짓거리도 날이 갈수록 덤덤해지는 일이기에 그래서 두 사람

은 의기투합하여 "그래! 결심했어~ 앞으로 이런 일을 자주 하며 노는 게야~"라고 생각합니다.

주왕이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이런 짜릿한 생각을 해낸 사람은 달기 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 있었다면 그 놈이 정말 미친놈이고 달기보다 더 유명한 놈이 되었겠지요.

 

이제 새로운 삶의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주왕은 달기의 말을 듣고 그대로 시행해 보니 정말 살맛 나는 세상이 온 듯합니다.

정말 이렇게 짜릿한 느낌은 언제 느껴보았는지 모르겠어요.

이게 바로 달기의 힘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많은 대신은 주왕에게 충언하게 됩니다.

그 충언의 대부분은 달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달기도 이런 소문을 듣게 되며 두려움보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생각이 드는데 정말 걸림돌이

나타나면 그 걸림돌을 피하지 않고 헤쳐나가려는 도전 정신은 우리가 칭찬해야 합니다.

 

그녀는 자기에게 닥친 어려움을 피하기보다 새로운 도전으로 즐기는 성격의 여인입니다.

그래서 우선 공격의 상대를 선택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맞닥뜨려 즐기라 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 맞수를 만나지 못해 무료하던 참에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달기는 눈이 반짝입니다.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손에 불끈 힘이 솟아 주먹을 꽉 쥐며 입가에 미소마저 떠오릅니다.

 

여기서 그녀의 성격을 엿볼 수 있지요.

원래 인생은 도전의 연속입니다.

걸림돌이 앞에 나타나면 좌절하지 않고 그 걸림돌을 헤치고 나가면 걸림돌은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디딤돌이 됩니다.

걸림돌을 걸림돌로만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디딤돌로 만들어 딛고 올라설 것인가는 바로 여러분의 몫입니다.

 

우선 그녀의 레이더망에 걸린 자가 바로 상대부 매백입니다.

강한 자일수록 그 즐거움이 두 배가 되잖아요.

 

이번에는 여자가 아니고 상대가 제법 격이 높은 대신이며 남자입니다.

달기는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쉽게 처리했던 궁 안의 살던 궁녀였지만, 이번에는 궁 밖에 사는 남자며 대신입니다.

 

새로운 세상에 달기는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불끈 솟습니다.

여러 신하가 주왕에게 달기에 대한 말을 했지만, 이번에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이기에

달기 입장에서는 골라 먹는 재미도 있습니다.

제대로 된 자신의 능력을 달기는 실험해보고 싶습니다.

 

달기가 매백을 요리하는 방법은 다음에 이야기하겠습니다.

다음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