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2013. 3. 22.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시간을 며칠 전으로 돌리겠습니다.

왜?

글쓴이 마음대로니까요.

 

동탁이 초선을 데리고 자기만의 궁전인 미오성으로 떠나던 날...

동탁의 권세가 얼마나 강했으면 그가 움직일 때 거리의 주변은 모두 휘장을 쳐 먼지가 나지 않게

하였으며 연기를 피우지 않기 위하여 음식도 만들지 못했다고 합니다.

동탁의 권세가 하늘을 찔렀다는 말이 아닐까요?

 

여포는 사람들 사이에 숨어 먼발치에서 초선의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보기 위해 배웅객들 사이에서 서서

지켜보고 있는데 초선이 여포를 발견하고 소리를 죽여 입속으로 말을 합니다.

분명히 "장군! Help me. Please~" 였고 자기 가슴을 가리키는 의미는 "마음이 아파요. 저를 꼭 구해 데려가 주세요.

저는 오매불망 장군만을 사랑하는 일편단심 민들레여요~"라고 하는 뜻이라는 것을 둔한 여포는 감지합니다.

물론 佳人이 봐도 그렇게 느꼈으니까요.

 

사랑하는 연인의 애절한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여포는 가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본다면 사내라면 누구나 마음이 아려올 것입니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나요?

이렇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걸랑요~

 

여포는 이렇게 진실을 호도하는 사람을 찾아가 모두 빠떼루 대신 방천화극으로 혼내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동탁에게 달려들어 요절을 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주위에 있는 호위병들 때문에 어쩌지

못하고 그냥 아픈 가슴 부여잡고 발만 동동거립니다.

 

아~ 사랑하는 여인을 이리 그냥 떠나보낼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누구인가?

무엇하는 인간인가?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요사이 살아왔는데 내가 전생에 무슨 업보를 받고 태어났기에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만 보고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아야 하는가?

초선은 자기를 영웅이라고 말했고 분명히 나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수만 가지 생각이 여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자기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는 영웅이 무슨 영웅이란 말인가?

시정잡배도 제 여자는 스스로 지킨다는데...

 

그때 누가 여포의 어깨를 툭 칩니다.

뒤를 돌아보니 왕윤입니다.

"자네 왜 함께 가지 않는가?" 

젠장! 왕윤이 염장 팍 지르며 들어 옵니다.

"제가 가긴 어딜 갑니까? 염감탱이가 저를 피해 도망을 가는데요..." 말투가 곱지는 않지요?

 

왕윤이 왕눈을 뜨고 묻습니다.

"아니 그럼 아직 두 사람이 혼례도 치르지 않았다는 말인가?

내 딸을 태사가 노리갯감으로 가지고 놀고 있다고? 우찌 세상에 그런 해괴한 일이 있단 말인가?" 

아주 작심하고 왕소금을 팍팍 뿌려댑니다. 

그래도 여포는 모처럼 자기편이 되어 말을 알아듣는 사람을 만나 기쁩니다.

 

"이봐! 사위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집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해 봄세. 자네 시간이 있는가?"

흐미~ 사위라고 합니다.

아직 마지막 희망은 왕윤의 손안에 있다는 느낌이 팍~ 하고 옵니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면 여포는 왕윤만이 당연히 자기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 시간이 없겠습니까?

이제 아비가 초선이를 데리고 멀리 떠나면 남는 게 시간인데요.

반 백수라도 사실 온 백수나 마찬가지로 시간 엄청 많이 남습니다.

 

이렇게 왕윤의 집에 도착한 여포는 그간의 일을 소상히 장인인 왕윤에게 하소연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확고한 의사를 표현합니다,

"제가 초선이를 사랑하고 초선이도 저만 사랑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왜 우리 사이에 늙은 영감탱이 동탁이 끼어들어 우리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훼방 놓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초선이 만큼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다시 구해 올 것입니다."

드디어 여포의 입에서 목숨을 건다는 말이 나옵니다.

여포의 확고한 결심을 듣고 왕윤은 이제 이 드라마가 거의 종영되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당연한 말이 아닌가? 일개 저잣거리 시정잡배들도 지 계집은 함부로 남의 손을 타지 못하게 하는데

자네는 천하의 영웅이라는 여포가 아닌가? 목숨을 열 개라도 바쳐 우리 딸을 구하여 행복하게 사시게나.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자네는 영웅이 아니고 겁쟁이지."

 

사실, 영웅이라 자부하는 사람에 겁쟁이라는 말은 죽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사실 여포는 겁쟁이 맞습니다.

후일 조조에 붙잡혔을 때 살려달라고 빌다가 죽게 되었지요.

장수가 적에게 잡히면 욕을 보지 않게 죽여달라고 해야 하는데...

 

칭찬인지 욕을 하는지 전의를 북돋우는 격려의 말인지....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사람이 영웅이라 했는데 왕윤이 지금 넌지시 비친 겁쟁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무식한 여포는 왕윤이라는 유식한 사람이 하는 말은 그냥 좋은 말이라 생각합니다.

 

왕윤이 여포의 결심을 듣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이는 짐승보다 못한 파렴치한 일이네! 아무리 의부라도 어찌 자식의 연인을 인터셉트 할 수 있단 말인가?"

이 말에 여포는 저절로 힘이 불끈 솟습니다.

평생 여포 머리에는 떠오르지도 못하는 파렴치나 인터셉트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사실 당나라 현종은 친부일지라도 자식의 애첩인 양귀비를 슬쩍하긴 했지요.

중국뿐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에서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하물며 친부도 아니고 의부인데 무슨 큰 허물이 되겠습니까?

"만약 그 영감탱이가 의부만 아니었다면 이미 죽여버렸을 겁니다."

드디어 죽여버린다는 말이 여포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말입니다.

자기 목숨을 건다는 말과 동탁을 죽인다는 말이 다 나왔으니 이제부터는 일이 빨리 진척이 되겠군요.

 

이 말에 왕윤이 바로 들이댑니다.

"자네 성이 무엇인가?"

"그건 왜 생뚱맞게 물어보십니까? 여씨지요."

"그럼 의부의 성은?"

"나 원 참... 아니 장인어른! 제가 바봅니까? 동씨가 아닙니까?"

 

"그래 자네 바보 맞아! 자네는 여씨고 동탁은 동씨인데 어찌 두 사람이 부자지간이란 말인가?

아니야~ 아비가 되어 며느리가 될 여자를 가로챈다고?

그런 아비도 아비로서 자격이 있단 말인가?

삼강오륜이 물구나무 서고 윤리가 지하실로 피난 갔나? 나원참

 

사실 여포도 속으로는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았고

뭔가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이 왕윤의 유식한 입에서 거미가 거미줄 뽑듯 줄줄 흘러나오니 확실해져 가네요.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느낌이 옵니다.

그게 역사적 사명이라는 느낌이 팍~ 하고 옵니다.

그러나 역시 무식한 여표라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지요.

 

이제 왕윤이 하나씩 잡어가며 무식한 여포에 이야기합니다.

"내가 초선이를 보낼 때 분명히 자네에게 준다고 했고, 자네는 내 발아래 무릎을 꿇고

나를 장인어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태사는 초선이를 훌륭한 며느리감이라고 그날로 바로 데리고 갔고 혼례를 치러

둘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고 내게 약속을 했지...

 

그런데 둘이 자네와 초선이 아니고 태사였다고?

나 같으면 아비고 뭐고 없이 당장 요절을 내고 말았을 거야.

세상에 도덕이 이렇게 땅에 떨어졌단 말인가?"

지금 왕윤이 요절이라고 했습니까?

이 말은 전의를 불태우는데 기름을 붓는 말이 아닙니까?

이제 여포에 암시를 주기 시작하며 행동 수칙을 전달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여포는 오랜만에 시원한 말을 듣습니다.

사실 혼자는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어느 사람도 이런 유식하고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해 주지도 않았고

 또 물어볼 수도 없었습니다.

"장인어른 그럼 이제 제가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오냐! 기다리던 말이다.

장인이라는 말 말입니다.

이제부터 왕윤 전략 연구팀에서 만든 최종 계획을 브리핑할 시간입니다.

여포에게는 한 줄기 희망의 빛줄기가 하늘에서 내려비치는 듯합니다.

 

이제부터 미인계는 왕윤과 초선 둘만의 인생과업이 아닙니다.

적의 손을 빌려 적을 치는 겁니다.

이이제이(以夷制夷 )라고 하던가요?

여포를 상대로 이런 단순한 일은 왕윤에게는 그냥 시간을 투자해 계획할 필요도 없지요.

그냥 덜수에 맡겨도 될 아주 쉬운 동적 척살 기획이지요.

 

이제 구체적인 사업계획에 들어갑니다.

"사위가 지금 당장 미오성으로 쫓아가 동탁을 바로 죽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곳은 사위가 접근하기 어려울뿐더러 그곳에서 동탁을 죽이면 초선이 얼마나 놀라겠는가?

어찌 사랑하는 초선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길 수 있겠는가?

그러니 내가 동탁만 이곳 황제가 머무는 장안성으로 올 수 있도록 황제의 가짜 명령서를 만들어 보내면

동탁도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올 수밖에는 없다네."

 

사실 미오성은 황제의 장안성보다 공략이 더 어렵고 그 안에는 20년간 먹을 식량이 준비되어 있고 실제로

그곳에 있는 동탁이 황제보다 더 폼을 잡고 거들먹거리는 요새입니다.

 

"그때 사위가 장안성 안에 들어오는 동탁을 죽이면 사위가 염원하던 초선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자네 차지가 되지 않겠는가.

나는 장인으로 목숨을 걸고 자네를 도울 테니 사위가 해결해 봄세? 어떤가?"

그냥 자네와 나라는 단어보다 사위와 장인이라는 혈연관계를 내세우면 믿음이 더 강해집니다.

게젤샤프트의 관계를 게마인샤프트로 이어가면 더 큰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왕윤은 이용하는 겁니다.

여포는 이런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장인어른을 업고 다니고 싶습니다.

초선이만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습니까?

 

왕윤은 그런 여포에게 초선이라는 이름을 불러주며

"사위! 눈을 감고 잠시 초선이를 떠올리게나. 그 아이가 자네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며 '저를 구해주세요.

제게는 여포 영웅 외에는 어느 사람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매일 밤 늙은 쉰내 나는 영감탱이 동탁의 품에서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저잣거리 필부도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하여 목숨을 거는데 세상의 영웅이라고 하시는 여포 장군께서

사랑하는 여자를 그냥 모른 척 다른 짐승 같은 사내의 품에서 울게 내버려 둔다면 후세 사람들이 장군을

뭐라고 평가 하시겠습니까? Please~'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조금 길게 이야기하지만, 눈을 감고 최면상태에 빠진 여포의 머릿속에는 아주 깊이 각인됩니다.

여기서 여포는 왕윤의 말대로 하라고 한다고 정말 잠시 눈을 감고 초선이가 자기 품에 안겨있

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이렇게 여포는 순진, 단순하기에 왕윤이 눈을 감으라 한다고 그대로 감습니다.

 

그런데 옴마야~

눈을 감고 초선을 떠올리니까 정말 초선이 흘리는 눈물이 보이고 마치 품에 안겨 사슴보다 더 애잔한 눈으로

눈물까지 그렁거리고 자신을 쳐다보며 애원하는 모습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 최면상태로 접어들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윤은 여포에게 확신을 심어 줍니다.

"계단은 딛고 밟고 올라서야만 오를 수 있다네.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와 여생을 함께할 수 있다는 일은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것과 같은 일이라네 아시겠는가? 사위...

물론 어려운 말이지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는 일을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압니다.

 

"거사가 끝난 뒤 내가 이 나라 사도로써 그리고 자네의 장인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겠네.

나는 우리 딸을 여포에게 보냈는데 태사가 중간에서 가로채 인륜이 무너지고 도덕이 추락한 상황에서

내 사위가 정당한 무력행사를 했다고..."

어쩌면 이렇게 사후 뒤처리까지 완벽하게 준비해 두셨답니까?

역시, 유식한 장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포는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리고 자네! 빅토르 위고가 뭐라고 했는지 아시는가?"

무식한 여포가 알기는 쥐뿔을 압니까?

"패자는 문제의 변두리에서 맴돌지만, 승자는 직접 문제의 중심으로 뛰어든다고 했다네,

무슨 말인지 아시겠는가?"

이렇게 유명한 사람의 말을 적당히 섞어가며 이야기하면 무식한 여포는 동탁을 죽이는 일이

역사적 사명이고 필생의 인생의 과업이며 진정한 영웅이 되며 민초들이 바라는 일이라고 맹신하지요.

 

"그리고 내가 천문을 보니 자미성의 빛이 약해지며... 어쩌구저쩌구..."

동탁의 운명은 이미 쇠하여 졌고 여포의 氣는 이제부터 커진다는 말입니다.

하늘마저 동적을 참수하는 일을 여포에게 내렸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Good idea~" 대갈빡 나쁜 여포는 이 이야기를 듣고 역시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느낍니다.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동탁을 죽이라는 말이고 그래야만 위인전기에 올라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조조가 동탁을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에 사용된 칼이 왕윤 집안 가보인 칠성검이며

그 칼을 왕윤이 직접 조조에 건네주었다는 말을 듣고 여포는 왕윤이 완전히 자기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왕윤의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이제야 확연히 눈에 그려집니다. 

사실 이들의 계획은 이렇게 이루어진 것입니다.

계획은 왕윤이 혼자 했고 여포는 그대로 리모컨의 조정대로 움직이기만 했지 둘이 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대성공을 합니다.

 

왕윤이 초선을 이용한 미인계는 초선의 아름다움과 지혜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고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방법도 가미가 되어 황제가 되려는 탐욕 덩어리인 동탁을 제거했습니다.

여포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아는 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미인계란 그 대상이 권력 있는 자, 돈 많은 자, 능력 있는 자....

대부분 이런 남자가 대상이니 혹시 여기에 해당이되는 분들은 늘 조심하세요.

언제 초선이가 당신에게 영웅이라고 부르며 들이댈는지 모릅니다.

 

佳人 같은 필부는 지금 무엇을 하는지 옆에서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냥 팔다리 쭉 뻗고 편하게 살면 됩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혹시 오늘 밤, 佳人의 방을 노크할지 모르겠어요.

방을 잘못 찾아오면...

아니군요?

노크는 귀순하는 북한군 병사이야기였군요.

 

초선...

무얼 그리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계시나요?

무엇이 그대를 슬프게 만들었나요.

당신의 미모는 달도 부끄러워했다는데, 연약한 몸으로 어찌 그런 장한 일을 하셨나요?

여포와 동탁사이를 넘나들며 계획적인 줄타기 사랑으로 두 사내를 뻑~ 소리나게 보냈다는 초선...

정말 우수에 젖은 그런 모습이 아닌가요?

 

달도 그녀의 미모에 부끄러워 숨었다고 하는 폐월 초선을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왕윤보다 더 한나라를 사랑했고 유비보다도 더 한실의 복원을 바랐던 초선을 누가 의인이 아니라 하겠습니까?

초선은 자신을 희생하여 천하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버렸습니다.

그녀는 살아가며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죽는 순간은 아름다운 미소를 지은 그런 여인입니다.

 

동탁이 미오성을 짓고 그 안에 삼천 명이 넘는 미녀로 채웠지만, 초선과 비교하면 초선은 군계일학이요

호박꽃 중에 홀로 함초롬히 핀 배꽃이라...

정말일까요?

동탁이 佳人에 한 말이니까 믿어도 될 겁니다.

 

사지기자사 여열기자용(士知己者死 女悅己者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아름답게 꾸민다고 합니다.

지금 당신을 위해 누가 아름답게 꾸미고 있습니까?

또 당신은 누구를 위해 예쁘게 꾸미고 있나요?

그러나 아무리 꾸미고 난리 쳐도 덜수 같은 미련 곰탱이는 알지 못합니다.

 

세상의 氣는 한곳으로 모이려 하고 다른 사람은 나누어 지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나누어지 氣는 또 다른 하나로 쏠리는 게 세상의 진리인가 봅니다.

동탁을 동적이라 했지만, 동탁이 가고 나니 조적이 또 태어나는 게 세상의 이치인가 봅니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돌지요.

동탁이 사라지면 그 자리에 조조가 들어옵니다.

 

삼국지의 내용 중 가장 정직하지 못하고 비겁한 장면 하나를 올려드립니다.

바로 호뢰관에서 여포를 잡기 위해 정관장이 아니고 유관장, 즉 유비, 관우, 장비가 떼거리로 몰려들어

여포 한 사람을 공격합니다.

비겁함의 극치죠.

관우는 청룡언월도, 장비는 장팔사모, 여포는 방천화극이라는 폼 나는 무기를 들고 싸우는데 유비는 왜 저런답니까?

영웅들이 대빵 좋은 무기로 싸우는데 씨암탉 잡는 부엌칼 들고 나오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그래도 꼴에 쌍칼입니다.

 

삼국지의 내용에 언제나 적과 대치하면 먼저 각 진영의 장수끼리 한 명씩 출전해 싱글 매치로 열리잖아요.

물론 불리하면 태그 매치가 되지만, 그것은 위기에 처한 동료를 살리기 위한 것이지 이렇게 '형제는 용감했다.'라는

식으로 떼거리로 나오는 장면은 무척 보기 어려운 귀한 비겁한 모습이죠.

오늘 유관장에게 빠떼루 주고 싶습니다.

 

정말 여포만 한 맹장은 없습니다.

그런데 여포 하나와 세 사람이 아니라 여포 + 적토마였기에 적토마 한 마리가 장비와 관우를 더한 것과

동급이라는 말인가요?

인간성이 더러워 양아버지만 골라 죽이며 평생을 살았던 것만 빼고 말입니다.

위의 여포의 표정을 보세요.

얼마나 황당했으면 저렇게 뻘쭘하게 보입니까?

 

여포가 저 때 뭐라 했겠어요?

여포가 무식하고 욕쟁이라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양아버지 전문 킬러였기에 어느 사람도 여포의 싸가지 없는 행동에 동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같은 양부를 모셨지만, 여포는 양부를 그것도 둘씩이나 죽였고 초선은 양부인 왕윤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렸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모두 같으나 방법은 이렇게 정반대로 사나 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내일부터는 시안 시내구경을 하렵니다.

그래도 역사의 도시에 왔는데 기웃거리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요?

며칠 동안 삼국지와는 아무 관련 없는 이야기를 하렵니다.

이번에 본 것과 오래전 처음 중국 관광을 여행사를 따라왔을 때 찍어둔 사진이 있어 재활용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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