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우곤 이야기 1

2012. 9. 14.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손우곤은 춘추전국시대의 사람으로 집안이 가난해 제나라 사람의 데릴사위로 갔습니다.

중국에는 예로부터 이렇게 남의 집에 들어가 그 집의 귀신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합니다.

그러나 손우곤은 워낙 말솜씨도 뛰어나고 재치가 넘쳐 제나라의 관리로 등용되었고

제나라 사신으로 다른 나라에 간 적이 많은데 한 번도 굴욕을 당하고 돌아온 적이 없을 정도로

해학이 넘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상황판단이 뛰어나고 임기응변이 강했기에 맡긴 일에 실패한 적이 없다는 말이겠지요.

 

제나라 위왕 시절,

초나라가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로 와 "꿇어!"라고 했답니다.

춘추전국시대 당시에는 이렇게 나라끼리 서로 침범하고 또다시 친해지고 그렇게 살았다네요.

이게 이웃나라끼리 친선경기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때는 가장 힘이 센 군주국이 하나 있어 그 지도자는 천자라 불렀고

그 주변의 올망졸망 많은 나라는 왕이라 불렀으니 일종의 지방자치라 봐야 하나요?

 

제나라 위왕은 초나라의 침범에 이웃 나라의 지원을 요청하려 합니다.

그래서 금 일백 근과 마차 40필을 얼른 마련하여 손우곤에게 마련하여 주고 이웃 나라인

조나라로 가서 "지원병을 요청해" 라고 했답니다.

 

손우곤은 이를 보고 크게 웃었는데 어찌나 호탕하게 웃었는지

그만 머리에 쓰는 관을 맨 끈이 끊어졌습니다.

그 관 매는 끈이 중국산이라 아마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때부터 중국산은 불량품이 많았나 봅니다.

 

위왕이 웃는 손우곤을 보니 무척 기분이 나빠요.

그래서 묻습니다.

 

"너 선물이 적다고 웃었지?"

"꼭 그렇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럼 왜 기분 나쁘게 쪼개지?"

"신이 지금 오는 길에 풍년제를 올리는 무리를 보았는데 그들은 돼지 족발 하나에

술 한 잔을 차려 놓고 '높은 골짜기에서는 광주리 가득 수확을, 낮은 들판에서는

수레에 가득 결실을. 오곡이 잘 여물어, 집안 가득 차게 하소서~"

라고 하는 게 아닙니까?

갑자기 왜 그게 생각이 나지요? 그래서 웃었습니다."

 

적다는 이야기가 맞습니다.

그러니 바라는 것은 많으면서 투자를 적게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한마디로 도둑놈의 심보란 말이지요.

 

위왕은 다시 금 천근과 옥구슬 열 쌍, 마차 400 필로 당장 올려서 주며

"됐니?"라고 합니다.

"그럼 이것만 가지고 한 번 가 보죠."

적어도 바라는 게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나라 사이에는 말입니다.

 

이렇게 말을 마친 손우곤은 조나라로 들어가 조나라 왕에게 선물을 바치고

두 나라 사이가 형과 아우처럼 가까운 사이인데 지금 초나라가 침범해 위태롭습니다.

우리 제나라가 무너지면 그다음은 조나라 차례입니다.

부디 제나라를 위한 것이 아니라 조나라의 안전을 위해서도 우리 제나라와 힘을 합쳐

초나라를 물리쳐야 합니다."

이렇게 조나라를 설득하니 조나라 왕이 그 말을 들어보니 틀린 말이 아니라

지원군을 보내주기로 약속합니다.

 

조나라로 간 손우곤은 병사 10만과 전차 천 대를 지원받아 돌아오니 제나라를 공격하려던

초나라는 그 기세에 눌려 "이게 아닌가벼~ 그만 돌아가자!" 하며 스스로 군사를 물렸다고 합니다.

그냥 돌아갈 전쟁은 왜 일으키나 모르겠어요.

 

내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