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우곤 이야기 2

2012. 9. 15.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이렇게 이웃 나라에서 구원군을 데려와 전쟁 없이 초나라의 침공을 막으니

위왕은 아주 즐겁습니다.

위왕은 기뻐서 손우곤에게 술을 내리며 "선생은 술을 얼마나 마시면

필름이 끊어집니까?"라고 물으니,

"한 되를 마셔도 갈 때가 있고 한 섬을 마셔야 필름이 끊어질 때도 있습니다."

 

위왕은 손우곤의 대답이 횡설수설하자 이 녀석이 낮술이라도 먹었나 생각하며 다시 묻습니다.

"무슨 고무줄 주량도 아니고 나 원 참! 어째 한 되에 취하는 사람이

한 섬을 마실 수 있단 말이오?" 하자 "폐하와 술을 마시는데 판관이 옆에 있고

뒤로는 칼을 든 호위병이 눈을 부라리고 있어 두려운 나머지 바짝 기어 마시는데

저는 이럴 때는 한 되만 마셔도 갑니다.

만일, 아버님께 귀한 손님이 찾아오시면 저는 무릎을 꿇고 잔을 받아

그분의 장수를 기원할 때에는 두 되만 마셔도 취합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친한 벗을 만나 지난 이야기도 나누고 마음속의 흉금도 터 놓고

마시다 보면 대여섯 말은 마셔야 취할 것입니다."

끄하하하~ 분위기 있는 사내라는 말이네요.

 

마을에 잔치가 있어 남녀가 함께 어울려 술잔을 돌리고 서로 손도 잡고 눈짓도 주고받아도

괜찮고 귀고리와 비녀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을 때가 되면 여덟 말을 마셔도 견딜 수 있으며,

날이 저물어 술도 바닥을 보이고 남녀가 한자리에 앉아 눈이 풀리고 신발이 서로 뒤엉키고

술잔이 어지럽게 흐트러질 때인 배반낭자(杯盤狼藉)가 됩니다.

 

주인은 대청에 불을 끄고 둘만 남기고 모두 물리고 이윽고 저만을 위해

향기 나는 비단 속옷의 깃을 열어 제게만 보여 준다면, 저의 마음도 이내 흩어져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한 섬을 마셔도 취하지 않고 버팁니다.

 

옛말에 술이 지나치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이 지나치면 슬퍼진다고 했습니다.

요사이 말로는 "너하고 마시는데 기분이 나겠니?"라고 나 할까요?

이 말을 들은 위왕은 밤새워 벌리는 잔치를 손우곤에게 맡겼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위왕은 왜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습니다.

조직사회에서 상사라고 분위기 맞춘다고 오래 버티고 앉아있으면 분위기를

업시키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겁니다.

술이란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마시느냐지 얼마나 마시느냐고 묻는 일은

바보 같은 질문이라는 말입니다.

 

 

한번은 왕이 따오기를 주며 초나라 왕에게 가서 바치라고 했답니다.

손우곤은 한심한 생각이 들어 성문을 나서자마자 따오기를 날려 버립니다.

한번 날아간 따오기는 다시 새장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빈 새장만 들고 초나라 왕을 찾아갑니다.

 

"저의 군왕이 따오기를 주시며 대왕께 바치라고 했는데, 오는 길에 따오기가

목마르다고 하길래 '그래 마셔라!' 하며 새장에서 꺼내 주니 따오기는 훨훨 날아가 버렸습니다."

따오기의 말도 알아듣는 손우곤은 새대가리란 말입니까?

 

"저는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죄책감에 자결할까 했는데,"

정말 자결할 사람은 이런 말을 하지 않죠?

 

"제 군왕이 그깟 새 한 마리 때문에 선비를 죽게 했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걱정되어

죽지도 못하고 다른 따오기를 시장에서 사서 올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그것은 군왕을 속이는 일이라 생각되어 그마저도 못했습니다.

 

또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갈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초나라와 제나라의

왕래가 끊길까 걱정이 되어 그것마저도 못하고 결국 직접 찾아뵙고 죄를 청하기로 했습니다."

 

초나라 왕이 말합니다.

"그대는 과연 뛰어난 인물이오. 제나라는 참으로 신의가 두터운 신하가 있구려."

그러고는 손우곤에게 큰 선물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따오기를 바쳤을 때보다 배나 넘었다고 합니다.

 

사실 죽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만약, 초나라 왕이 손우곤을 죽였다면 쪼다 되고 말게 뻔하기에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한 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