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의 달인 전단(田單)이야기 1

2012. 8. 28.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제나라에 전단(田單)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전단은 장수라기보다 관리 타입으로 심리전에 무척 많은 재능이 있었나 봅니다.

당시 이웃 나라인 연나라에는 악의라는 인물이 있어 주변의 다섯 나라 군사를 이끌고 제나라의 성들을

하나씩 함락하며 압박해 들어왔습니다.

이제 남은 성은 전단이 지키는 즉묵이라는 성만 남아 있었습니다.

악의가 마음만 먹고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제나라는 종묘사직을 고하게 생겼습니다.

 

전단은 원래 즉묵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제나라 도읍인 임치라는 곳에 시연이라는 그저 그런 벼슬을 하던 전단은 난이 일어나자 안평으로 달아났답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하인들에게 마차의 수레바퀴 양축을 짧게 자르고 그 끝에다 쇠로 감싸 놓으라고 일러두었고

연나라 군사들이 안평으로 밀고 들어오자 고쳐 놓은 수레를 타고 도망을 가는데 다른 사람들의 마차는

급히 움직이는 바람에 부서져 주저앉았지만, 전단의 마차는 미리 수레 축을 철판으로 감싼 덕분에

무사히 난을 피해 즉목으로 도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을 우리는 유비무환이라고 하지요.

 

그러니 도망의 달인이었나 봅니다.

이미 한번 전쟁을 겪었기에 도망할 때는 어떻게 도망해야 할지 알고 있었다는 말이겠네요.

요게 요즈음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싸이의 

"오빤~ 도망 스타일~"이었나 봅니다.  

 

이렇게 미리 대비한 덕에 무사히 즉목으로 피신한 후 

원래 즉목의 수장은 성을 지키다 전사를 하고 빈자리로 있자 안평에서 마차 수레를 철판으로 보강하고

이곳으로 온 전단이 병법에 능하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즉목의 수장으로 추대를 받아 졸지에 성을 책임지게 됩니다.

사람 팔자 모릅니다.

도망의 달인이 병법의 달인으로 둔갑해버려 감투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역경에 처해봐야 그 참모습을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이제 전단의 심리전이 시작됩니다.

 

당시 즉묵을 에워싸고 공격을 하던 연나라의 악의는 그를 적극 밀어주던 소왕이 죽고

악의를 껄끄럽게 생각하는 혜왕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전단은 이것을 놓치지 않고 연나라에 사람을 보내 거짓 소문을 퍼뜨립니다.

 

"제나라 왕이 죽었음에도 악의가 공략하지 못한 성은 오직 둘 뿐이다.

악의는 자기를 미워하는 혜왕이 돌아가면 죽일까 봐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그냥 머물며 힘을 길러

오히려 말머리를 돌려 혜왕을 치고 왕이 되려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런 까닭에 제나라 사람들은 오히려 혜왕이 악의를 파직하고 다른 장수를 보내면

즉목이 함락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말이지만, 세상에는 늘 이런 루머가 돌잖아요?

 

이 말을 들은 혜왕은 악의가 악의를 품고 고무신 거꾸로 신듯 말머리를 돌려 연나라로 들이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기겁하고 기겁이라는 장수를 즉목으로 보내 바로 악의를 파직하고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용감한 악의가 파직되었기에 즉목을 수비하는 전단은 한시름 놓게 되었네요.

 

이제 전단은 성안 사람들에게 또 심리전을 폅니다.

모든 주민은 밥을 먹을 때마다 마당에서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합니다.

새들이 모여들어 제사에 쓰는 음식을 먹자 성안 사람들이 이상히 여기자 전단은 또 심리전에 들어갑니다.

 

"하늘이 내게 가르침을 주기 위함이다. 이제 하늘의 화신이 내려와 나의 스승이 될 것이다"

그러자 한 병사가 "저도 스승이 될 수 있습니까?"라고 농담을 던지고 도망을 가버립니다. 

전단은 그 병사를 즉시 붙잡고 동쪽을 향해 앉히고 졸지에 스승이라고 공표하자

병사는 화들짝 놀라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무능한 자입니다. 장군을 속였습니다."라고 했다네요.

 

전단은 조용히 그 병사를 불러 "너 죽을 껴? 살 껴."하고 묻자 병사는 "살고 싶습니다."

"그러면 너는 지금부터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러면 너는 살 것이요, 만약 다른 말을 하면 그 즉시 죽을 것이다."라고

하며 그 병사를 모든 사람에게 스승이라 발표하고 모든 군령을 내릴 때마다 스승의 뜻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고도의 심리전으로 누군가 더 높은 지혜를 가진 자가 하는 말은 믿음이 가고

틀림이 없다는 신념을 갖기 마련입니다.

사람은 늘 불안한 존재이기에 의지하고 믿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저 병사는 졸지에 모든 주민의 스승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되는 경우가 있나 봅니다.

 

이제 다음에는 이렇게 안쪽과 바깥쪽을 심리전으로 무장하고 전단이 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