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의 화우진 2

2012. 8. 29.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그리고 전단은 이제 본격적으로 마을 주민을 상대로 심리전에 들어갑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연나라 군사가 우리 군사를 포로로 잡아 코를 베어 제일 앞에 내세우고

성을 공격하는 일이다. 만약 그리하면 우리 즉목 성은 함락되고 말 것이다."

이 말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엉뚱한 말입니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한 더럽고 치사한 짓도 아니고...

전쟁 중 왜 이런 더러운 놀이를 하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실제 연나라 군사가 이 소문을 듣고 즉목의 제나라 군사를 포로로 잡으면

그대로 코를 베어 제일 앞에 내세우고 공격하니 오히려 성안의 군사들이 분개하여 결코 포로만은 되지 않겠다고

더 열심히 싸움에 임하게 됩니다."

맞아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포로가 되면 코가 사라지고 이상하게 되면 그게 더 보기 싫잖아요.

 

또 이번에는 첩자를 성 밖으로 내보내 연나라 군사들에게 소문을 냅니다.

"나는 성 밖에 있는 우리 조상들의 묘를 연나라 군사들이 파헤쳐 우리 조상을 욕보이게 하면

우리 병사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투항할까 그게 걱정이다."라고 하자

연나라 병사들이 소문 그대로 제나라 사람의 무덤을 파 시신을 불태워 버립니다.

 

그 광경을 지켜본 제나라 병사들은 자신의 조상의 묘가 적군에 의해 훼손되고 파헤쳐지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다투어 전투에 나서기를 간청합니다.

전단은 여러 번 심리전을 편 후에 이제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 연나라 군사와 정면으로 접전할 때가

되었다는 판단을 합니다.

 

병사들과 함께 진지를 구축하고 귀족의 처첩들까지 대오에 편입시키고 정예병은 매복시키고

노약자와 여인들을 성벽 위에 세우고 거짓 항복을 약속합니다.

우선 성안을 탈탈 털어 금 2만 4천 냥을 마련하고 연나라 장군에게 바칩니다.

그리고 "즉목을 바쳐 투항할 테니 저의 집 재산과 처첩만 빼앗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연막을 폅니다.

 

물론 연나라 장군은 기뻐하고 군사들의 경계는 허술해지겠지요.

전단은 그다음 아무도 몰래 성안에 있는 소 천여 마리를 마련해 빨간 비단에 용 무늬를 그린

옷을 만들어 입히고 소뿔에 칼을 매달고 소꼬리에는 기름을 바른 갈대를 매달아 놓았습니다.

 

이윽고 밤이 되자 소꼬리에 불을 붙여 성벽 구멍을 통하여 일시에 연나라 군대가 주둔한 곳으로 내몰고

성안에 준비해둔 제나라 군사 5천 명을 그 뒤를 따르게 했습니다.

 

당연히 소들은 꼬리에 붙은 불 때문에 미친 듯이 날뛰며 연나라 군영 쪽으로 뛰어들어갔고

연나라 군사들은 달려오는 소가 마치 용의 모습을 한 괴물이 달려드는 것처럼 느껴 우왕좌왕하는 사이

소뿔에 매단 칼에 찔리고 소의 발에 밟히고 뒤따라 들이닥친 제나라 정예병에 의해

대부분 죽거나 부상을 당합니다.

 

성안에서는 북이나 징을 치며 호응을 하니 마치 용이 내려와 천지가 진동하는 듯 보여

연나라 군사들은 옷도 제대로 챙겨입지 못하고 야반도주를 하게 됩니다.

이 얼마나 멋진 광경입니까?

 

이를 후세 사람들은 전단의 화우진(火牛陣)이라고 한답니다.

 

이 화우진으로 연나라 장군인 기겁을 죽이고 파죽지세로 패잔병을 추격하며 빼앗겼던 제나라의

70여 개 성을 모두 되찾고 양왕을 모셔오게 되었으며 양왕은 전단을 안평군에 봉했습니다.

 

전단의 화우진...

정말 대단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그 마을 소는 모두 꼬리가 타버려 꼬리곰탕은 먹을 수 없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