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원군 열전 2-모수자천(毛遂自薦)

2012. 8. 27.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또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진나라가 조나라의 도읍인 한단을 포위하자 조나라는 평원군을 사자로 초나라에 보내 위기를

타개하고자 합종하려고 보내게 되었다네요.

이 이야기는 합종연횡이라는 글을 먼저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소진 장의 합종연횡 이야기-1 (daum.net)

 

소진 장의 합종연횡 이야기-1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소진, 장의 이야기는 진나라 통일의 기초가 되는 합종연횡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진나라가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이루는 과정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 잠시 만나봅니다

blog.daum.net

 

평원군은 문하의 빈객 중 20명을 선발해 출발하려 했으나 19명은 선발했는데 한 명이 부족합니다.

그때 빈객중 모수라는 자가 있었는데 스스로 자청하여 가기를 원합니다.

이를 훗날 모수자천(毛遂自薦)이라는 말로 모수가 스스로 자기를 천거할 때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모수는 평원군 문하에 들어온 지 3년이나 된 사람인데 누군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답니다.

 

평원군이 한 마디 합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습니다.

무릇 현자의 처세는 주머니 속의 송곳 같아서 숨기려 해도 뚫고나오기 마련입니다.

선생은 나의 문하에 들어온 지 3년이나 되었지만 주위에 누가 칭찬하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나도 선생의 흘륭하다는 점을 들은 적이 없으니 이는 별 볼일 없다는 말이므로 선생은 곤란하니

뒤로 물러 서시오."

 

모수는 물러나라는 데 오히려 한 걸음 더 나오며 말대꾸 들어갑니다.

"저는 오늘에서야 비로서 저를 공의 주머니 속에 넣어달라는 말입니다.

언제 저를 주머니 속에 넣어 본 적이라도 있습니까?"

 

컥!!!

말이 됩니다.

언제 한번 모수에게 의견이라도 물어본 적이 있었나요?

 

역시 스스로를 천거할 만 합니다.

아주 당돌합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밥만 축내는 인물로 알았는 데 머리를 바짝 쳐들고 대듭니다.

모 그룹 회장님의 말이 생각납니다.

'해보기 했어?'

 

그리고 한 마디 더 하면서 카운터 펀치를 날립니다.

"제가 예전부터 공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었더라면 벌써 송곳의 끝만 아니라

자루까지 뚫고 나왔을 것입니다."

나머지 19명은 속으로 모수를 비웃었지만 평원군이 할 말이 없는 데 어찌합니까?

함께 가야지요.

 

그러나 초나라로 가는 도중 모수는 19명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모두 모수의 해박함에 놀랍니다.

이렇게 일행은 초나라로 화기애매하게 몰려갑니다.

과연 이들은 점차 세력을 키우며 천하통일의 위업을 이루려는 진나라에 대항할

합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평원군은 초나라 왕을 만나 자리에서 합종을 제안하며 설득했지만 반나절이 지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자 함께 온 19명이 모수에게 "선생이 올라가 보슈~"라고 청합니다.

그동안 이곳으로 오는 도중 모두 모수의 해박함과 언변에 놀랐기에 가능한 이야기겠지요.

 

모수는 주머니 속의 칼자루를 어루만지며 섬돌로 뛰어올라 평원군에게 말합니다.

"합종의 장단점은 두 마디 말이면 됩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른들 말씀 나누는데 당돌합니다.

 

초나라 왕이 평원군에게 "쟤는 누구요?" 하고 물으니 "저의 가신입니다."라고 답변합니다.

그러자 초 왕이 화가나 "당장 내려가지 못할꼬! 짐은 너의 주인과 의논하고 있다. 

여기가 너내 동네 놀이터냐?" 하며 꾸짖자 모수는 칼자루를 만지작 거리며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며 말합니다.

 

"놀이터라니요? 폐하께서 지금 언성을 높이는 것은 초나라가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폐하와 저 사이는 열 발자국도 되지 않으니 초나라의 강대함은 믿을게 못 됩니다.

폐하의 생사여탈권은 제게 있습니다.

저의 주인이 앞에 계신데 저를 꾸짖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진나라의 백기는 보잘것없는 자인데 폐하와 싸워 첫 전투에서 언과 영 땅을 빼앗고 두 번째는

이릉을 불살랐고 세 번째 싸움에서는 폐하의 선조를 욕보였습니다.

이는 천추의 한이 되는 일이며 우리 조나라 사람들도 하물며 끄러워하는 하는 데

폐하는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합종은 오히려 폐하의 나라 초나라를 위한 것일진데 어찌 저의 주인 앞에 저를 꾸짖습니까?"

 

이정도의 언변이면 초나라 왕도 할 말이 없습니다.

"과연 네 말이 맞다. 합종 서류에 사인을 하마~"

"합종을 약속한 것입니까?"

"그렇다니까!"

 

모수는 뒤로 돌아 초나라 신하들에게 계구마지혈(鷄狗馬之血)을 가져오라고 합니다.

계구마 피는 임금이나 신하가 맹세를 할 때 사용하던 닭이나 개나 말의 피를 말함입니다.

모수는 구리 대접을 받쳐들고 무릎을 꿇은 채 초 왕에게 올리며 "폐하께서 먼저 마시며

합종 맹세를 선창 하시고 다음은 저의 주인, 그리고 제 차례입니다.

모수 차례가 되지 모수는 섬돌 아래에 있는 동료 19명을 불러 "그대들은 그 아래서

이 피를 나누어 마시세요. 그대들은 나 때문에 일을 이루었을 뿐이니까요."

 

모수의 덕분으로 일을 무사히 마치고 조나라로 돌아온 평원군은 부끄러운 마음으로 말합니다.

"나는 앞으로 절대 사람을 미리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선비를 만나보고 나름대로 사람을 보는 안목이 있다고 폼도 잡아 보았지만

이번에 모수를 보고 '집 떠나면 개망신이라는 데' 정말 개망신당하고 왔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개 피를 나누어 마셨으니 개 피 본 게 맞습니다.

 

나는 앞으로 다시는 사람을 평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모수를 상객으로 삼았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