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진도 그 해괴한 이야기

2014. 6. 4.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적벽대전에서의 승리로 손권의 오나라는 강남 대부분을 차지했고 유비는 이제 삼국지라는

나라의 한 축을 당당하게 담당하고 머지 않아 반듯한 촉나라를 세우는 기틀을 닦게 되었다네요.

고생 끝... 행복 시작인가요?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조조는 적벽대전으로 말미암아 그 세력이 한풀 꺾이며 자중 모드로 들어갑니다.

그래도 국력으로 따져도 아직 맹주임이 틀림없습니다.

조조가 그냥 조조이겠어요?

그래도 조조만한 사람 흔치 않습니다.

 

아~ 누가 이기고 또 누가 졌더란 말입니까?

모두가 승자고 모두가 패자가 아니겠습니까?

전쟁이란 결국, 모두가 힘든 일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거죠?

결국, 죽어나는 일은 영웅놀이에 휘둘려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다치고

만신창이가 된 민초만 고달프잖아요.

지들은 지금까지 이름이라도 남겼지 적벽에서 그날 불에 타고 물에 빠져 죽은 수십만의

민초는 누가 기억이라도 해 줍니까?

 

사실, 조조는 이곳에 수채를 만들고 비록,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황급한 상황이지만,

시를 읊고 글을 쓰며 문학을 즐겼다 합니다.

그의 삶은 고생스러운 전쟁의 연속인데 조조는 문학적으로도 뛰어난 인믈인가 봅니다.

그 시대를 건안문학이라 했나요?

 

조조는 적벽대전을 앞두고 수채에 머무르던 중 달이 너무 밝아 잠을 이룰 수 없어 휘하장수와 함께

선상에 나가 시를 지어 읊었다 합니다.

위의 사진이 바로 조조가 흥에 겨워 그만 시를 읊조리는 풍경이고

아래 사진은 석보채라는 곳입니다.

 

조조...

이 멋쟁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진정 삼국지의 어느 누구보다 영웅의 면모를 지닌 그런 사람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같은 시대를 살며 조조만한 팔방미인도 없지 싶습니다.


전쟁을 즐긴 자였나요?

전쟁마저 사랑했나요?

 

그러나 정말 중국의 중원에서 달이 밝은 날이 있기나 한가요?

매일 운무에 싸여 제대로 해나 달을 보기 어려운 대륙성 기후가 아니었을까요?

촉견폐일처럼 매일 흐리다가 마침 그날만 달이 밝아 조조가 촉나라 개처럼

달을 보고 짓고 싶었나 봅니다.

조조가 수채에 머물며 밝은 달빛에 빠져 불렀다는 노래나 들어보고 갈까요?

 

술잔은 노래로 마주해야 하리 우리 삶이 길어야 얼마나 되나
견주어 아침이슬에 다름없건만 가버린 날들이 너무 많구나.
하염없이 강개에 젖어 보지만 마음속의 걱정 잊을 길 없네
무엇으로 이 시름 떨쳐 버릴까 오직 술이 있을 뿐이로다.

 

푸른 그대의 옷깃 아득히 그리는 이 마음
오직 그대로 하여 이리 생각에 잠겨 읊조리네
사슴의 무리 슬피 울며 들의 쑥을 뜯는구나
나에게 귀한 손님 오면 거문고와 피리로 반기리

 

밝고 밝은 저 달빛 어느 날에 비추임을 그칠까
그 달빛 따라오듯 이는 시름 끊을 수가 없구나
논둑길 넘고 밭둑길 건너 그릇되이 서로 헤어져 있네
헤어짐과 만남 함께 이야기하며 마음은 옛정을 떠올린다.

 

달은 밝고 별 드문데 까막까치 남으로 나네
나무를 세 번 둘러봐도 의지할 가지 하나 없구나
산은 높음을 싫어하지 않고 물은 깊음을 싫다 않으리
주공은 입에 문 것을 뱉어가며 천하의 인심 얻기에 힘썼네.

 

정말 조조라는 사람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간웅인 듯하다가도 또 정이 묻어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정말 영웅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은 진짜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렵니다.

우리가 삼국지를 읽다 보면 신비하고 엽기적인 이야기를 읽게 됩니다.

그게 뭐냐고요?

바로 공명이 만들었다는 팔진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런 신비한 일은 남만 정벌에서도 나오는 일이지요.

 

이는 공명을 신격화한 미스터리, 괴기, 납량, 신비, 엽기적인 것이 짬뽕 된 이야기입니다.

멋진 사내들의 이야기가 갑자기 이상하게 흐른 대목이 바로 남만 정벌과 팔진도라는 이야기였지요.

이 이야기는 오나라 장수 육손이 이릉전투에서 유비의 대군을 맞아 큰 공을 세우고 유비와

그 잔당을 토벌하기 위해 다시 서쪽으로 진격하다 어복포라는 강가에 도착해

돌무덤을 발견함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나관중이 혼자 놀기 심심해서 그랬나요?

갑자기 독자를 기괴한 장면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이 돌무덤은 공명이 촉 땅으로 들어가며 여기로 군사를 끌고 지나가다 모래로 성을 쌓을 수 없어

돌로 성을 쌓았다 합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이야기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지요.

 

그런데 이 돌무더기 속에서 늘 구름이 피어오르더라는 겁니다.

보세요.

시작부터 괴기 미스터리하게 시작하잖아요.

이제 우리는 신비 마케팅에 한 발자욱 가까이 다가섭니다.

 

육손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껄껄 웃으며 그 돌무더기를 살펴보려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육손이라 하면 오나라의 젊은 서생으로 무척 합리적이고 반듯한 사람이죠.

당시 오나라의 군 통솔자로 유비와의 전투를 책임지고 있었지요.

 

별것도 없다고 생각한 육손이 돌무덤을 빠져나오려 하자 갑자기 돌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돌과 모래가 한꺼번에 바람에 날리며 앞을 분간하기 어렵더랍니다.

육손이 정신을 차리고 앞을 바라보니 돌무덤은 마치 창과 칼처럼 보였답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육손이 갑자기 바보가 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붉은 모래무덤이 산처럼 여기저기에 솟아올랐고 장강의 파도소리는 마치 북소리처럼

요란스럽게 들려오고 창검소리를 내며 쳐들어오는 군사들의 소리처럼 들렸다 합니다.

누구냐! 거기에다 대형 녹음기 튼 사람이~

음향효과까지 동원했나 봅니다.

중국은 광장 확성기라는 게 있어 공원에 모여 노래 부르고 춤출 때 사용하는

휴대용 확성기를 팔고 있더군요.

 

당황한 육손이 출구를 찾으려 하는데 도무지 출구는 보이지 않고 우왕좌왕하게 되었답니다.

이게 바로 제갈량이 만들었다는 팔진도의 참모습입니다.

들어가면 출구를 찾지 못해 왔다리갔다리 하다가 결국엔 죽는...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는 싱겁게 끝나지 않지요.

이때 홀연히 노인 한 분이 나타납니다.

왜 이런 때 꼭 노인이 나타날까요?

예쁜 처자도 아니고...

 

결국, 육손은 이 노인의 도움으로 팔진도를 탈출합니다.

바로 이 노인이 황승언이라는 사람으로 공명의 장인인 황월영의 아버지라는 사람이지요.

누구는 황 노인의 친구라고도 하고요.

왜 바로 그런 긴박한 상황에 황 노인이 그곳에 나타나는 겁니까?

왜?

 

정말 황당한 그릇에 엽기적인 나물을 넣고 웃기는 소재로 돌무덤을 이용해 비비고 볶고 찌고 삶아낸

이야기로 워낙 공명을 띄우려 하다 보니 작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로 소설을 쓴 거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입니다.

나관중은 이런 글을 쓰고 쑥스럽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없었다면 과연 삼국지라는 소설이 재미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내들의 전쟁이야기만 있는 이야기보다는 가끔 이런 양념같은 이야기도 있어야

또 다른 맛이 아닐까요?

 

그런데 이 팔진도를 공명이 얼마 전에 만든 게 아니라 환장하게도

1년 전에 만들어 두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왜 사나 모르겠어요.

이렇게 공명은 앞날에 벌어질 일도 모두 알고 대비했다는 데 우리는

당장 1초 앞도 보지 못하고 사니까 말입니다.

이래도 살아야 합니까? 

 

공명이 어디 팔진도만 만들었나요?

지금의 기관총과도 같은 연발식 쇠뇌를 만들었고 나무로 된 소인 목우를 만들고

유마라는 것도 만들었잖아요.

그것도 모두 만들지 못하고 설계도에 있는 것은 죽으며 강유에게 넘겨주었다잖아요.

에디슨 100명을 모아야만 공명 하나와 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팔진도라는 게 공명 이전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을 보면 공명의 특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팔진이라는 것은 금, 토, 수, 화, 목, 지, 인, 천이라고도 하고 천, 지, 풍, 운, 호익,

사반, 비룡, 조상, 사를 말한다 하기도 하네요.

결국, 이 이야기는 주역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기에 작가의 탁월한 감각을 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를 슬쩍 끼어넣음으로 작가는 자기가 주역도 통달했다는 암시가 아닐까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작가의 상상을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안 나옵니다.

물론, 나관중이나 다른 사람이 혼자 창작한 게 아니라 천여 년을 내려오며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살이 보태지고 각색되고 변형되며 전해 내려온 설서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여

정리한 것에 불과하겠지만....

 

그러나 팔진도는 삼국지 이야기 중 이해하기 어려운 가장 해괴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이런 해괴한 이야기를 옮기는 佳人이 더 해괴하다고요?

그렇군요...

 

아마도 작가는 공명의 주군인 유비가 젊은 서생 육손에게 무참하리만큼 박살이 나자

그에 대한 분풀이로 이런 일을 꾸몄나 봅니다.

똑똑한 육손과 공명이 아직 서로 대결조차 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육손은 바보로 만들어 공명의 위대함을 더욱 빛내려고...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팔진도란 삼국지 이야기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중 하나입니다.

역사 소설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가미했습니다.

물론, 공명이 대단한 기재를 지닌 사람으로 표현하려 했겠지만,

이는 오히려 공명을 욕보이는 짓입니다.

공명이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작가에게 빠떼루를 주었을 겁니다.

공명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작가 마음대로 썼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