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공왕부 화원(恭王府花園) 거닐기

2013. 1. 2. 08:00삼국지 기행/삼국지 기행

오늘은 어제 이어 공왕부에서 가장 멋지다고 하는 화원을 보려고 합니다.

화원은 저택 뒤에 별도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혼자 몰래 즐기려고 만들었나요?

뒤에 감추어둔 보석 같은 정원을 찾아갑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확연히 분리하여 구획되어 있군요

 

위의 사진을 보시면 주거공간 뒤에 이렇게 화원은 숨겨두었습니다.

이 집주인이었던 화신이란 인물은 무척 탐욕 덩어리였던 모양입니다.

그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재산을 쌓았으며 재산 일부를 집에다 투자했던 모양입니다.

 

이렇게 재산을 모으는 게 취미생활로 두면 그도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게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다면 문제가 되겠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런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런 풍경을 본다는 일입니다.

이런 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자금성에 없는 것은 화신의 집에 있었을 겁니다.

그때 그런 소문이 베이징 시내에 돌았으니까요.

이제 뒤뜰인 화원으로 넘어갑니다.

위의 사진에 보시는 대로 왼편 아래로 들어갑니다.

 

화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하나인 유관이라는 문입니다.

바로 서로(西路)라고 부르는 왼쪽에 난 길입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유관은 산해관의 다른 이름이라 합니다.

그러니 만리장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겠네요.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이는 주인의 선조가 장성 너머에서 이곳으로 왔기에 고향을 잊지 않고 그리기 위해 만든

상징적인 담장이라고 봐야 하겠네요.

산해관 문을 오삼계가 열어준 덕분에 고함 한번 지르지 않고 중원에 진출했으니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후손도 이 정도면 믿어도 되겠어요.

 

눈앞에 호수가 보이고 그 호수 위로 아주 멋진 누각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경회루도 아니고 개인의 집 후원에 이런 규모의 누각이라...

화신이 드디어 미쳤나 봅니다.

 

저 정자 위에서 음흉한 욕심을 뱃속에 감추고 서로 정의를 입에 올리고 천하를 논하였더란 말인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남이 뇌물이라 하지만, 나는 후원금이라 생각한다네.

다른 사람은 이권과 결탁해 주고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게 세상을 원활하게 움직이는 순리라 한다네.

남은 부당한 돈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선의로 준 돈이라네.

다른 사람은 압력에 못 이겨 내놓은 돈이라지만, 나는 일을 순조롭게 처리하고 받는 작은 성의였다네.

이렇게 집을 크게 짓느라 큰 비용을 쓰게 되면 여기에 일하는 사람이 많아져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청나라 경제가 팡팡 돌아간다네~

 

화신은 무엇 때문에 그 많은 재물에 눈이 뒤집혔을까요?

"재물만 있으면 세상에 어떤 일이던 할 수 있는 게야!"

"니들이 돈맛을 알아!"

화신은 이렇게 외쳤는지 모릅니다.

그래! 너 참 잘났다.

 

사진에서 보시듯 무척 많은 나무를 심었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는 아주 늠름하게 자랐습니다.

이렇게 쑥쑥 잘 자라는 나무는 주인을 닮아 그렇습니다.

들판의 벼 이삭은 농부의 발걸음을 듣고 자라고 과수원의 과일도 농부의 발걸음만 듣고

저절로 맛있게 자란다 하잖아요.

여기의 나무는 주인의 발걸음을 듣고 자라겠지요?

 

왜?

관직도 쑥쑥, 재물도 쑥쑥 자라기를 매일 기원하며 여기를 지났을 테니까요.

그 때문에 공왕부에서 자라는 나무는 주인님의 염원을 알기에 늘 푸르고 또 무럭무럭 자란답니다.

여러분도 그런 염원을 담아보세요.

집안에서 키우는 화초도 꽃을 예쁘게 피우고 늘 탐스럽게 자란답니다.

 

낭창한 대나무를 많이 심은 이유는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여기다 심었을까요?

아니지요.

권력이란 늘 이리저리 몰려다니기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늘 주류에 몰려다니며 휘청거리되 부러지지 말고

함께 영원히 복락누리며 살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요?

불어라 바람아 아무리 권력의 바람이 불어도 난 휘어질망정 부러지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언제나 독야청청하리라~

아마도 이런 간절한 염원을 담아 대나무를 많이 심었나 봅니다.

 

그러나 건륭제는 무척 화신을 사랑한 황제였기에 화신의 허물을 알고 있었지만,

아들 가경제에게 화신을 죽이지는 말라고 유언을 남기고 죽었답니다.

건륭은 스스로 생각해도 화신이란 인물이 많은 사람의 손가락질을 받는 나쁜 사람임을 알았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워낙 뛰어난 자질을 지닌 화신이었기에 건륭제는 재능이 아까워 살려두라고 부탁했나 봅니다.

용서받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라면 정말 대단했던가 봅니다.

 

이제 건륭은 죽자 바로 그 다음 날

 그의 든든한 배경이 사라졌으니 화신도 백수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백수의 길로만 접어들었다면 佳人처럼 주유천하나 하지요.

 

가경제는 바로 그의 벼슬을 박탈하고 감옥에 가둡니다.

그리고 그의 재산 추적에 나서보니 저택이 다섯 채, 그러니 그 집은 누구 이름으로 취득했을까요?

전당포가 75개, 은행이 42개, 골동품 가게가 13개, 그 외 금은보화는 이루 수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합니다.

물론 여기에서 차명계좌는 당시 수사기법으로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정말 폼 나게 살았나 봅니다.

 

가경제는 직접 화신을 심문합니다.

"너는 집에 진주 꾸러미만 2백 개가 넘어 황궁의 창고에 있는 진주보다 3배나 많다.

큰 진주의 크기는 짐의 모자에 다는 것보다 더 크다."

화신이 답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빠떼루 준다고?"

 

그렇습니다.

재산이 많고 보석 알맹이가 큰 게 문제 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재산을 어떻게 취득했느냐가 문제지요.

합법적으로 취득해 불렸다면 그게 무슨 문제겠어요.

정당하게 취득한 부는 오히려 부러워하고 존경해야 합니다.

 

가경제는 아비의 부탁도 있고 해서 어지간 하기만 해도 그냥 삭탈관직으로 끝내려고만 했을 겁니다.

살찐 오리가 스스로 노력해 살이 쪘다면 그게 문제는 아니지만, 죽은 오리 입에 호스를 대고 물을 넣어 불렸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어요?

 

이런 화신이 재산을 불린 일에는 개인적인 일만이 아니라 그가 국가의 재정수입을 책임지고 있었고 종친의

재산까지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떡고물이 떨어졌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떡고물만 정부나 종친 재산으로 편입하고 떡을 자기 몫으로 했다는 말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가 맞을 겁니다.

다시 말하면 전국에서 올라오는 보물은 모두 화신이 검사하였다는데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국가나 종친으로

편입하고 최우량 품목은 집으로 가져갔다는 말이 아닐까요?

 

드디어 가경제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 화신을 죽이려 하자 화신은 가경제를 향해 이야기합니다.

"황제 폐하! 선친의 유언을 저버리는 불충과 불효를 함께 저지르시렵니까?

황제 폐하께서 생전에 하신 말씀을 잊으셨습니까?" 라고 두 눈 똑바로 뜨고 가경제에게 이야기합니다.

가만히 듣고보니 화신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오잉? 그 말이 맞네?" 하며 물러난다면 처음부터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겁니다.

 

죽은 아비를 끌고 들어와 가경제를 설득하려 합니다.

여기서 가경제는 물러설 수 없습니다.

그동안 화신이 한 일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 내가 언제 너를 죽인다고 했니? 그리고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야~" 하며 빼도 박도 못하게

20가지나 되는 많은 죄목을 화신에 물어 재산을 몰수하고 관직에서도 물러나게 하여 감옥에 넣어버렸답니다.

죄는 만들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일이 아닌가요?

인간은 태어나는 것 자체가 원죄를 안고 세상에 나오잖아요.

원래 죄 많은 인간이니까...

 

그리고 아비가 유언한 대로 직접 죽이지는 않고 자결하라 하니 아비의 유언은 지켰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뜻도 이룹니다.

결국, 화신은 감옥에서 목을 매 자결했다 합니다.

어때요?

정말 현명한 가경이 아닙니까?

 

1799년 2월 22일..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습니다.

세상에 황실재산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졌고 돈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신념으로 한세상을

멋지게 살았던 탐욕의 화신이었던 화신은 차가운 감옥 안에서 스스로 목을 매고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권불십세요, 화무십일홍이라...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 일이란 게 참 그렇습니다.

화신이 탐욕스러운 삶을 살며 집에다만 이렇게 돈을 처발랐기에 우리 같은 민초도 이런 좋은 구경 합니다.

모든 사람이 청렴결백하여 작은 초가삼간에만 산다면 이런 모습은 결코 볼 일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 같은 곳인가 봅니다. 

 

화신이 죽은 후 자금성의 영수궁을 모방해 만든 화신의 사저는 처음에는 가경제의 동생인 융린(永璘 : 영린)이

물려받아 살다가 공친왕에게 주어졌고 이후로 공친왕의 이름을 빌려 공왕부라 불렀다 하네요.

집을 지은 원주인은 따로 있고 폼 잡고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지금 입장료만 갈고리로 긁어모으는 사람은 또 다른 사람들이죠.

남의 재산으로 지은 집으로 말입니다.

공친왕이 바로 서태후와 짝짜궁이 되어 한때를 아주 행복하게 살았던 혁흔이란 사람입니다.

이 집터가 원래 권력이 주어지는 기가 센 곳인 모양입니다.

 

내일은 혁흔에 얽힌 이야기를 구경하려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가난한 집에 태어나 가난이 징그럽도록 싫어 다른 사람보다 더 재물에 집착했다가

결국, 자신의 목숨마저 잃어버린 불행한 사람 화신...

그는 불꽃처럼 살다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진 그런 사람이었나 봅니다.

재물이면 세상에 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그 재물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숨마저 앗아가는 것은 몰랐습니다.

인간의 탐욕은 한이 없어 마지막에는 자신마저 집어삼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하겠어요.

탐욕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 갈증을 유발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