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의 사공자 2-맹상군 열전 (계명구도(鷄鳴狗盜))

2012. 8. 18. 08:24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맹상군의 소문 때문에 설 땅에는 많은 빈객이 모여들었는데, 그중에는 선비도 있었지만 사고를

치고 도망 다니는 자, 도둑질이 직업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맹상군은 사람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여 그 수가 수천 명이나 되니

이들을 거두는 일에 가산을 팔아가며 후하게 대접하였으며 천하의 선비들이 모두 집합합니다.

 

맹상군이 손님과 대좌를 할 때는 늘 병풍 뒤에 사람을 두어 기록을 하게 하여 손님의 친척이나

거처를 적게 하여 손님이 돌아간 뒤에 즉시 그 집으로 예물을 보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손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데 어떤 사람이 등불을 가려 맹상군의 음식이 보이지 않자 

손님은 버럭 화를 내며 맹상군에게만 좋은 음식을 대접하려 한다고 하자 맹상군은 얼른 일어나 

불을 비춰주며 음식을 그에게 보여줍니다.

부끄럽지요....

 

누가?

손님이 말입니다.

자기와 같은 음식임을 안 손님은 부끄러운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먹는 소소한 일에 목숨을 걸었군요?

물론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되지만 손님으로 와 음식 투정하는 못난 사람. 나 원 참~

이 일이 있고 난 후에는 맹상군이 손님의 경중을 가리지 않는다고 소문이 나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모두 맹상군을 칭찬합니다.

  

계명구도(鷄鳴狗盜)

 

진나라 소왕은 맹상군이 현명하다는 말을 듣고 맹상군을 초대합니다.

모든 사람이 가지 말 것을 권했지만, 맹상군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소대라는 빈객이 말합니다.

 

"제가 오늘 이곳으로 올 때 나무 인형과 흙 인형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무 인형이 흙 인형에게 '너는 비가 오면 당장 허물어져 사라질 거야'라고 하니

흙 인형이 '난 원래 흙으로 만들어졌으니 허물어져도 다시 흙으로 돌아가니 상관없지만,

넌 비가 오면 정처 없이 떠내려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거야'라고 합디다."

 

역시 중국답습니다.

나무와 흙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이야기하고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인형들의 말을

중국 사람은 알아듣는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나무와 흙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있어요?

못 알아 듣지요?

 

그러면서 "지금 진나라는 호랑이와 같은 나라입니다.

군께서 가셨다가 돌아오지 못하면 흙 인형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에 맹상군은 진나라행을 접었다고 합니다.

 

결국, 나중에 맹상군이 진나라를 들어가고 진나라 소왕은 군을 재상으로 삼으려고 하자 진나라의

모든 사람이 군이 재상이 되면 진나라의 이익보다 제나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고 반대를

하게 되며 오히려 이 기회에 현인인 맹상군을 주살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태가 이렇게 심각하게 돌아갑니다.

사람이 똑똑하면 이렇게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네요.

 

그러면, 이제 이곳에서 탈출할 일만 남았습니다.

맹상군은 소왕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애첩에게 S, O, S를 보냅니다.

애첩은 맹상군이 가진 호백구를 달라고 합니다.

호백구는 여우의 흰 겨드랑이 털로 만든 옷으로 당시 가격이 수십억을 호가하는 비싼 것으로

이미 군은 소왕에게 바친 뒤라 개털로 만든 것도 없습니다.

동물 애호가가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 또 맹상군 집 앞에서 누드로 시위를 했을는지 모릅니다.

 

고민하는 맹상군에게 그의 식객의 한 사람이 자기가 호백구를 구해 오겠답니다.

이 자는 훔치는 일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도적질의 달인으로 밤에 궁으로 개 흉내를 내고

들어가 소왕에 먼저 바쳤던 호백구를 훔쳐오고 그것을 다시 애첩에게 바치자 애첩이

소왕에게 베개송사를 하여 무사히 그곳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나라 국경의 함곡관에 다다르자 한밤중으로 국경의 문은 닫혀있었고 소왕은 맹상군이

자기에게 바쳤던 호백구를 훔쳐다 애첩에게 다시 건네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괜히 풀어 주었다'라고 생각이 되어 체포조를 함곡관으로 보냅니다.

 

함곡관은 진나라 법으로 닭이 울어야만 출입문을 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식객 중에 또 물건이 있습니다. 닭 울음소리의 달인입니다.

그가 닭 울음소리를 내자 함곡관의 모든 닭이 새벽이 온 지 알고 요란스럽게 울어 젖힙니다.

역시 닭대가리로는 진위 판단이 흐린가 봅니다.

 

성문을 지키던 병사는 닭이 요란스럽게 울자 성문을 열 시간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성문을 여는 덕분에 무사히 그곳을 벗어난 뒤 역시 소왕의 추격 꾼들이 함곡관에

도착하여 보니 이미 빠져나간 뒤라 그야말로 소 닭쳐다보듯 하고 맙니다.

 

모든 사람이 개 흉내를 내는 도둑과 닭 울음소리를 내는 사람을 빈객으로 들일 때

부끄러워했지만, 정녕 맹상군의 목숨이 촌각을 다툴 때 결국 그의 목숨을 구한 사람은

이런 하찮은 사람들입니다.

이를 후세 사람들은 계명구도(鷄鳴狗盜)라고 말한다는군요.

 

다음에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