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의 사공자 4-맹상군 열전 (풍환의 활약)

2012. 8. 22.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돌아온 풍환에게 맹상군은 다짜고짜로 "Why?" 하고 물어봅니다.

물론 '죽일 놈 살릴 놈!' 하며 많은 이야기를 했겠지만, 이 한마디로 함축됩니다.

 

"고기와 술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람이 모이지 않고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가난한 자와 여유 있는 자도 구분할 수 없습니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은 평생을 갚지 못하고 오히려 이자가 쌓이면 도망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신이 사채놀이해서 민심이 흉흉해졌다는 오점을 남기니 차라리 차용증서를 태워 당신의 명성을 높였고

받을 수 있는 돈은 확실히 해 두었기에 앞으로 차질 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제가 맹상군의 명성을 높이는 일을 했고 칭송받게 했을 뿐인데 무엇을 의심하고 짜증스럽게 영어로

Why라고 물어봅니까?"

 

 

맹상군은 여기서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토를 달면 소갈딱지도 없는 쪼다가 됩니다.

그냥 손뼉을 치며 "잘했쪄!"만 연발했겠지요.

 

이렇게 둘러대기를 잘하는 사람과는 말을 섞지 말아야 합니다.

왜?

이길 수 없으니까요.

 

이후 제나라 왕은 맹상군의 명성이 군주를 능가하자 재상의 자리에서 명예퇴직을 권고합니다.

원래 군주란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꼴을 보지 못합니다.

폼은 혼자만 잡아야 하는데 아랫사람이 더 폼 잡으면 배알이 꼴려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늘 속으로 생각합니다.

"이 사람아! 폼은 나 하나로 족해~"

 

그것도 비겁하게 이 메일이나 전화 문자로...

졸지에 백수가 되자 빈객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이제 더 먹을 게 없다는 말이지요.

 

풍환은 자기가 저지른 일도 맹상군을 백수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말합니다.

물론 칼을 튕기며 "장검아 돌아가자! 이곳에는 더 먹을 게 없다."라고 하지는 않았지요.

"제게 진나라로 갈 수레를 한 대 내어 주십시오.

리하시면 제가 당신을 제나라에 다시 복직되고 예전보다 더 큰 봉읍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할껴 말껴?"

백수가 된 맹상군도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백수란 원래 그렇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찍 등청을 할까?

늦게 등청을 할까.

 

마차를 타고 갈까?

수레를 타고 갈까?

 

밤에 프리미어 축구를 볼까?

그냥 뒤비 져 잘까?

 

풍환은 수레에 진귀한 예물을 싣고 진나라를 향하여 서쪽으로 서쪽으로 갑니다.

뭐라고 하며?

네 맞습니다.

"장검아! 떠나자~ 맹상군이 백수가 되었단다!"

그리고 진나라 왕을 만나 세 치나 되는 혀를 마음껏 놀리기 시작합니다.

 

"천하의 유세객으로 수레를 몰고 진나라에 온 사람 치고 진나라를 강하게 하고 제나라를 약하게 

만들고자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수레를 몰고 제나라로 들어간 사람 치고 제나라를 강하게 하고 진나라를 약하게 만들고자

하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두 나라는 서로 이웃하고 있기에 공존할 수 없는 라이벌입니다.

결국, 강한 자가 천하를 움켜쥘 수 있습니다." 아주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말합니다.

그러나 읽는 분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간단히 말하면 '자네 키워 주려고 내 왔다.'입니다.

 

이렇게 혀를 놀리면 진나라 왕이 가까이 오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진나라 승, 제나라 패라는 판정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뭐 요즈음은 올림픽 같은 스포츠 정신을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는 경기에서도 심판이 장난할 수 있지요.

"소문은 들으셨겠지요? 맹상군이 너무 잘 나가 잘렸다는 것을...."

"이미 긴급 속보로 뉴스가 떠서 알고 있습니다."

 

"왜 제나라와 진나라를 라이벌로 보신다고 생각하십니까? 네 바로 맹상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맹상군의 인기차트가 올라가자 밴댕이 속 같은 제나라 왕이 9시 땡 뉴스에 맹상군 이야기로 도배한다고

그를 명예퇴직시켰습니다.

 

말이 명퇴지 그냥 잘라버린 겁니다.

그러면 맹상군의 기분이 어떨까요?

네 맞습니다.

더럽고 당혹스럽습니다.

 

만약 맹상군을 이곳에서 스카우트한다면 어떨까요?

바로 제나라의 영업 노하우를 컴퓨터 체로 들고 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리되면 제나라를 앞서는 게 아니라 몸통 전체를 꿀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나라 왕은 꿀꺽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 이 순간에 함께 침을 꿀꺽 삼키고 귀를 더 가까이 갖다 댑니다.

그렇습니다.

잘하는 사람을 상대편에 가지 못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경쟁에서는 앞설 수 있잖아요.

 

"ASAP...

세상의 일은 다 때가 있는 겁니다.

머뭇거리다가 놓치고 후회해 봐도 소용없습니다.

버나드 쇼가 그의 묘비명에 뭐라고 했지요?"

진나라 왕이 얼떨결에 답합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 꼬락서니 날지 알았쪄! 라고 했던가요?"

"딩 동 댕~~"

여기까지 풍환이 혀를 놀렸으면 상황이 끝났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또 다음에 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