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의 사공자 3-맹상군 열전 '장검아! 돌아가자~'

2012. 8. 20.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맹상군이 식객을 후대한다는 소문이 나자 풍환이라는 사내가 짚신을 신고 남루한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맹상군이 묻습니다.

"선생은 먼 길도 마다치 않고 오셨는데 제게 무슨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얼어 죽을 가르침은 무슨 가르침, 그대가 선비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가난한 처지라

밥술이나 얻어먹으려고 왔소이다."

얼라리요?

얻어먹는 주제에 세게 나옵니다.

 

맹상군은 기분이 언짢아 풍환을 제일 신분이 낮은 숙소인 전사에 머물도록 하고 열흘 후 숙소 장에게 물어봅니다.

"그분은 어찌 지내시는가?"

"네, 그분은 무척 가난하여 칼 한 자루밖에는 없는데 그 칼을 튕기며

'장검아! 돌아가자! 밥을 먹으려 해도 생선이 없구나' 하며 노래만 부릅니다.

별 희한한 식객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칼하고 대화하는 중국인이 나타납니다.

 

맹상군은 그를 중급 숙사인 행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줍니다.

그리고 끼니마다 생선은 빠지지 않고 올리도록 지시하고 닷새가 지나 다시 숙사 장에게 묻습니다.

 

"그분은 어찌?" 똑같은 말을 물어보기에 佳人도 줄입니다.

"선생께서는 아직도 칼을 튕기며 '장검아! 돌아가자! 나가려 해도 수레가 없구나!'라고 노래합니다.

"젠장~ 또? 알았지? 이번에도 올려라 대사라는 숙사로 업그레이드... 그리고 수레도 줘라."

 

닷새가 지나자.

맹상군은 숙사 장에게 "어찌?"라고 묻자 숙사장이 "여태.."라고 줄여 말하며 "장검아 돌아가자!'라고

하시며 이번에는 '이곳에는 집이 없구나!'로 레퍼토리를 바꾸었습니다"

웬수...

평생 도움이 안 되는 진드기 같은 식충이라고 생각하며 내버려 두고 1년이 흘렀습니다.

아마 1년 동안 대사 안에서 풍환은 매일 '장검아 돌아가자!'만 반복해서 노래 불렀을 겁니다.

 

재상이며 설 땅의 식읍을 1만 호나 가지고 있었지만 3천 명이 넘는 빈객들 때문에

사실 모두 풍족히 돌보기에 힘이 듭니다.

그래서 맹상군은 설 땅의 주민을 상대로 조금이나마 재정 마련을 위해 사채놀이를 했는데 돈을 빌려 간 사람들이 대부분

'그래 배 째라~'여서 숙사를 운영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초래합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사채 회수를 책임질 해결사를 물색하는 데

숙사장이 "대사에 머물고 있는 풍환이 풍채도 그럴 듯하고 언변이 유수와 같으니 어떻겠습니까?"하고 안을 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맨날 '장검아 돌아가자!'만 노래하는 풍환이 무위도식하는 게 눈꼴셨는데

옳다 하며 맨날 칼장난만 하는 그를 불러 해결사로 부탁합니다.

밥값이나 하라고요.

 

사실, 사채업자가 돈을 받기 위해 채무자에게 가서 칼을 튕기며 '장검아! 돌아가자! 돈이 없단다~'라고 한다면

그 또한 회수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아니군요?

아무리 사채업자라도 법의 규정이 있습니다.

이때는 칼을 튕기며 "장검아 돌아가자!"라고 하면 안 됩니다. 

저녁 시간 이후에 전화로 독촉하지 않는다, 직장으로 찾아가지 못한다. 등등....

설 땅으로 떠난 풍환은 "사채 쓴 사람 모여라"하고 일차로 이자 10만 전을 받습니다.

 

그리고는 그 돈으로 술과 고기를 준비하고 갚을 수 있는 사람이나 배 째라는 사람이나 모두 모이라

하고는 우선 크게 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밀린 돈 받아오라고 했더니 받은 돈으로 쏜다고요?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자 이자를 낼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의논하여 갚을 날짜를 다시 정하고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차용증서를 모두 불태워 버리고 말합니다.

"맹상군께서는 사채놀이한 이유가 가난한 사람들이 생업에 더 열심히 일하게 함이오.

이자를 요구한 것은 빈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함이고요.

이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차용증서는 모두 불태웠고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시 갚을

날짜를 정했으니 마음껏 먹고 마시며 즐깁시다.

이런 맹상군이 계시는데 어찌 그 뜻을 저버릴 수 있단 말이오!"

 

헐~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별 희한한 사람 다 보겠습니다.

이자를 받아 오라고 해결사라고 보냈는데 받은 이자는 제 마음대로

먹고 마시고 배 째라고 벌렁 자빠지는 사람의 차용증서마저 불태웠다고요?

이 소식을 들은 맹상군은 화가 나 사람을 보내 풍환을 돌아오라고 합니다.

이런 때 풍환은 늘 하는 말이 있지요?

뭐라고요?

"장검아 돌아가자! 성질난 맹상군이 돌아오란다!" 하며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