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天津 : 천진) 海河 강변의 야경

2012. 7. 28. 08:00중국 여행기/산동성(山東省)

저녁을 먹고 나오니 금세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이제 이곳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바로 해가 떠오르는 그 지점이 바로 우리나라가 아니겠어요?

중국에서 바라볼 때 언제나 해가 떠오르는 찬란한 아침의 나라...

 

우리 부부는 잠시 야경이나 구경하며 강변을 산책하다 숙소로 들어가렵니다.

여행을 모두 마치고 부담 없이 산책하는 시간은 마음조차도 넉넉해지는 그런 느낌입니다.

여행이 끝나갈 즈음 이런 모습을 보며 잠시라도 여행의 피로를 씻어버릴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지난 한 달간의 모습이 활동사진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어느 도시나 이렇게 불을 밝혀 밤을 아름답게 장식합니다.

보는 처지에서는 야경 또한 하나의 볼거리라 좋지만, 아직 전기가 필요한 곳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시골에 가면 밤마다 꼭 정전되기에 전기장판이 있어도 자주 무용지물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러나 도회지는 이렇게 불을 밝혀 아름답게 합니다.

이렇게 불을 밝히기 위해 세상의 석유를 모두 먹어버리려고 탐 한 마리가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나 봅니다.

 

중국이 유난스럽게도 이렇게 밤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이유라도 있을까요?

낮에도 늘 운무로 밝은 날이 별로 없잖아요.

우리 여행도 아름다운 가을에 시작했지만, 해를 본 게 며칠 되지 않았잖아요.

낮이 어둡고 우중충하기에 밤을 이렇게 밝히기라도 하나요?

 

우리나라의 가을은 다른 계절과도 비교될 정도로 정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그런 계절이잖아요.

예전에 힘든 시절에는 세상에 자랑할 게 푸르고 맑은 가을 하늘밖에는 없다고도 했더랬지요.

우리도 이 가을을 천고마비라고 좋아하지만, 중원에 사는 중국사람들은 천고마비라는 말은 기겁할 말이라지요?

 

바로 여름 내내 만리장성 북쪽에 사는 기마민족이 푸른 초원에 자라는 풀을 말에게 실컷 먹여 말이 살이 찌는

계절인 가을이 오면 중원에 사는 한족은 여름 내내 고생하며 농사지어 추수해 곡식을 쌓아 놓을 계절이지요.

그러면 살이 통통하게 오른 말을 달려 중원으로 내려와 한바탕 쓸어버리고 가는 계절이라

식겁할 이야기가 맞나 봐요. 

 

중국 사람은 늘 어둡게 살아서 그럴까요?

가을이라도 중원은 날씨가 우리와는 다르게 우울하니 중국 인민의 마음도 우울했나 봅니다.

인민의 마음이 우울하기에 늘 중국은 그렇게 우울하게 살았나 봅니다.

 

우울했던 이야기 하나 들어보시렵니까?

오늘 길을 걷다가 우연히 옆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초로의 남자가 우두커니 서서 佳人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佳人과 비슷한 나이로 보여 서로 한참을 서서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행색은 무척 남루하게 보였고 얼굴에는 세파에 찌든 무척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나이라면 이제 남들은 인생의 황혼기가 아니고 황금기라고들 이야기를 한다는데

그곳에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은 그런 찬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축 처진 어깨에 힘없이 우두커니 佳人을 향해 바라보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무척 피곤해 보였고 세상을 지금까지 너무 힘들게 살아와 고생을 무척 많이 한 듯 보였습니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멋진 노년의 모습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예순이면 하늘의 뜻을 안다고 하는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이순(耳順)이라고 한다지요?

이순이란 생각이 원만하여 세상의 어떤 말이든 쉽게 이해를 한다고 하는 나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남자의 모습은 무척 고집스럽게 보였고 전혀 남의 말 자체를 들으려고 하지 않을 듯 

고집불통으로 보였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며 그동안 자기가 만든 모습으로 남에게 보인다고 했나요?

 

그런데 그 남자의 옆에는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함께 서 있었습니다.

비록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하게 은발로 변했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멋지게 보였습니다. 

남자와 비하여 훨씬 자신감이 있어 보였고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한참을 서서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으려니 옆에 있던 그 여자가 남자에게 뭐라고 합니다.

시간이 없다고 빨리 가자고 하는 듯 보였습니다.

아마도 두 부부는 지금 어디로 가던 중이었던 모양입니다.

 

그와 동시에 울 마눌님이 佳人에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무얼 그리 넋을 잃고 유리창을 쳐다보세요?"

오늘도 佳人은 울 마눌님과 함께 여행을 계속하던 중이었습니다.

 

유리창에 비친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은 또 다른 세상으로 佳人에 다가옵니다.

내 눈으로 직접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내가 유리창에 비친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모습이 

완연히 다른가 봅니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본다면 어떨까요?

무척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우리 부부는 여행길에 올라 오늘도 인생의 길을 걷습니다.

우리가 걷는 길만큼 우리가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먼 길을 걸어가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면 그 의미는 많이 퇴색되지 않겠어요?

 

우리가 우리 삶에 얻는 것도 산 시간만큼 알 수 있잖아요.

여행도 삶도 모두 우리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일인가 봐요.

그게 비록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기에 오늘도 열심히 살아갑니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 여행기를 쓰면서 늘 느끼는 생각입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하고 떠났더라면..."

 

원래 여행이란 그런 게 아닐까요?

그래서 배워가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살아가는 과정도 지나고 나면 늘 후회스럽잖아요.

 

세상에 완벽한 삶이 없듯 완벽한 여행도 없을 겝니다.

늘 지나고 나면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게 바로 우리의 삶이고 여행이 아닐까요?

그래도 여행은 사랑입니다.

 

사랑하기에 알고 싶었으니까요.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사랑하듯 말입니다.

 

오늘도 우리의 시간은 계속 흘러갑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은 시간이 멈춰있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같은 시간이라도 나이를 먹어감에 느끼는 생각이 달라집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알 수 없지만, 남은 세월 더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구경하렵니다.

 

내일은 톈진 훠처짠 부근에 있다는 고문화 거리를 구경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같은 풍경이라도 낮에 보는 모습과 밤에 보는 모습은 또 다릅니다.

다른 느낌이 드는 이유는 같은 곳이지만, 다른 생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일 겁니다.

같은 책이라도 예전에 읽었을 때와 지금 다시 읽는다면 책이 주는 의미도 달라집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한 가지 생각만으로 바라보면 더는 나아가지 못합니다.

톈진의 낮과 밤이 이렇게 다르듯 佳人도 세상을 다양한 생각으로 바라보아야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