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푸에서 톈진으로

2012. 7. 27. 08:00중국 여행기/산동성(山東省)

2011년 11월 8일 여행 29일째

 

이제 우리 부부의 여행도 거의 끝나버렸습니다.

오늘은 공자의 고향 취푸를 떠나 우리가 이번 여행을 처음 시작한 톈진으로 갑니다.

모레 오전에 톈진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야 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곳에서의 계획은 태산을 들렀다가 톈진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여행이 끝나가니 일정도 헝클어지고

톈진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 하루의 여유를 가지려고 바로 올라가렵니다.

톈진에도 고문화 거리 외 볼만한 게 한두 곳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편한 마음으로

미리 하루 전에 도착하려고 합니다.

 

산동성은 유명한 사람이 많이 태어난 곳이라 하네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공자, 맹자, 손자, 제갈량, 왕희지, 안진경, 편작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사실 어느 지방이나 워낙 역사가 오래되고 많은 기록이 남아있는 중국이라 유명한 사람이

이 정도는 모두 있지 않을까요?

 

세상에 영웅호걸이나 힘 있는 황제는 모두 살아생전 추앙받고 존경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죽어서 처음보다 세상 사람에게 더욱 존경받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공자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성인의 반열에 올라있지 않을까요?

2.500년 간이나 쉬지 않고 어느 시대나 이렇게 존경받는 사람은 공자가 처음이 아닐까요?

오히려 세월이 흐르며 더 빛을 발하지 않나 싶습니다.

 

여행할 시간이 좀 더 넉넉했더라면 산동성에서도 더 많은 곳을 들려보고 싶었지만,

어디 마음뿐이지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산동성은 우리나라에서 서해를 넘어 배를 타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 나중에라도 다시 올 수 있기에

조금 아쉽지만, 공자의 흔적이 남은 취푸만 돌아보고 올라갑니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섭니다.

아직 아침이 밝아오지 않아 어두컴컴한 길을 나섭니다.

어제저녁에 주인아주머니가 아침 일찍 출발하라고 신신당부하였거든요.

우리가 예매한 표는 취푸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아니라 옌저우(兖州 : 연주)라는 이웃도시에서

아침 8시 16분에 출발하는 열차입니다.

 

6시 30분경 숙소를 나서 시내버스 정류장에 서서 버스를 기다렸으나 7시 전에는 버스가 오지 않습니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시내버스도 잘 다니지 않네요.

잠시 기다리다 보니 시외버스 한 대가 지나가다 우리 부부를 보고는 섭니다.

그리고 치처짠을 가냐고 묻습니다.

우리 부부의 옷차림과 행색을 보니 터미널로 가는 사람으로 보였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얼른 올라타고 2원의 차비만 받고 버스 터미널 앞까지 태워줍니다.

 

미리 복사해간 구글 지도에 있던 버스터미널은 지금은 없어져버렸고 새 터미널은 외곽으로 이전한 지

제법 되었나 봅니다.

덕분에 7시도 되지 않아 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이른 아침이라 중국답지 않게 이동하는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생각에는 이른 시간이 아니지만, 중국의 시간 개념으로는 터미널 안에는 사람조차 별로 보이지 않네요.

이곳 터미널에서 7시 5분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옌저우(兖州 : 연주)라는 이웃 도시로 갑니다.

멀지 않은 곳이라 수시로 버스를 운행하나 봅니다.

 

취푸라는 도시는 공자로 말미암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도시지만, 실제로는 무척 작은 도시였습니다.

오히려 이웃 도시인 옌저우가 훨씬 커 보였습니다.

아마도 교통편이 취푸는 취약한 도시였나 봅니다.

 

한 30분가량 달리더니만, 7시 33분에 옌저우 훠처짠 앞에 도착합니다.

오늘도 날씨가 좋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가랑비가 내려 역 광장이 흥건하게 젖어있네요.

취푸 시내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5km였고 터미널에서 옌저우까지 14km라 하니

이웃 도시라 해도 한 도시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차역 대합실에도 논어가 걸려있는 마을...

옌저우는 취푸가 아니지만, 이웃 도시이기에 옆 동네 공자를 잠시 모셔다가

임대 마케팅만으로도 충분한 도시인가 봅니다. 

그래! 수시로 공부하고 익히면 즐겁겠지..

유붕이 자원방래해도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부부가 함께 여행하며 배우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은 부부 배낭여행자만이 알 수 있지... 

 

중국의 기차도 제시간을 지키지 못하나 봅니다.

중국 여행에서 이동할 때는 그래도 기차가 가장 정확하고 안전한 편이지만, 오늘은 8시 6분 출발 예정인 기차가

계속 늦어진다고 시간이 바꾸어 가네요.

기차가 연착하는 일은 공자도 어쩌지 못하고 기다려야 할 겁니다.

 

드디어 예정시각보다 거의 한 시간이나 늦은 9시경에 기차는 옌저우 역을 출발합니다.

우리를 태운 기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태산 역을 지나네요.

태산은 취푸에서 약 1시간 정도의 가까운 거리네요.

혹시 차창 너머 보이는 저 산이 태산이 아닐까요?

오늘도 뿌연 운무로 시야가 맑지 않습니다.

만약 태산이라면 올려다보았으니 반은 만족하렵니다.

 

오후 3시 30분경 드디어 톈진에 도착합니다.

취푸에서 6시간 30분이나 걸려서 왔네요.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우리와 같은 자리에 앉아가는 사람들은 우리보다 먼저 탔고 하얼빈까지 간다고 하니

우리가 기차를 탄 시간은 그 남자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짧은 시간입니다.

 

취푸라는 도시는 칭다오에서도 그리 먼 곳이 아니군요?

한국에서 배를 타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옌타이나 칭다오로 들어와 태산과 취푸는 짧은 시간에도 돌아볼 수 있는 곳입니다.

  

중국인들은 이동할 때 짐보따리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마치 이삿짐을 옮기는 듯 많은 짐을 들고 기차를 탑니다.

기차표 뒷면에 보면 반입 화물은 성인은 20kg, 아이는 10kg까지라 되어 있지만, 50kg도 더 넘겠어요.

 

톈진은 정말 큰 도시인가 봅니다.

기차역 자체의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이 크군요.

물론 지난번 이번 여행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이곳이 아니라 항구였고 톈진까지 오지 않고 항구에서 가까운

탕구역에서 바로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올라갔기에 같은 톈진이라도 여기는 처음 오는 곳입니다.

 

톈진 기차역 앞에는 해하(海河)라는 강이 흐릅니다.

그 앞에 광장도 잘 꾸며 놓았고요.

중국의 근대화 물결이 아마도 이 강을 통하여 베이징으로 밀려 올라갔을 겁니다.

사실 강이지만, 운하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중국의 근대화를 묵묵히 지켜보며 영욕을 함께한 곳이 바로 이 운하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우선 탕구항으로 가는 차편부터 알아놓아야 하겠어요.

그래야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인천으로 갈 배를 탈 항구 근처에서 머물다 모레 아침에 배를 타고 가지요. 

기차역을 등지고 해하를 바라보고 오른쪽 광장에 많은 버스가 서 있는 정류장이 있네요.

위의 위 사진을 보시면 지도가 있잖아요.

꽁꽁치처짠 A라고 쓰여있는 그곳에서 많은 버스가 출발합니다.  

아~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버스가 탕구역까지 바로 가는 버스인 621번 버스입니다.

아침 4시 30분부터 수시로 운행한다 합니다.

모레 아침 일찍 여기서 출발해도 배를 타기에는 충분할 듯합니다.

 

차편을 확인했으니 이 근방에 숙소를 정해야 하겠네요.

몇 곳을 갔지만, 또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거절합니다.

오히려 큰 도시가 더 숙소 구하기가 어렵네요.

기차역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가다 보니 서양인이 오고 있네요.

숙소를 물어보니 가던 방향으로 조금 더 가 큰길에서 좌회전을 한 곳에 있는 삔관에 묵고 있답니다.

 

숙소를 정하고 배낭을 던져놓고 다시 톈진역 광장으로 나와 어슬렁거리며 구경합니다.

저녁도 먹어야 하기에 광장 앞에 있는 깨끗한 음식 체인점으로 보이는 곳에 들어가 저녁 식사를 합니다.

도회지라 그런지 깔끔하고 무척 맛있게 먹었습니다.

닭고기를 깍두기처럼 썬 쿵빠오지딩인가? 밥 이름도 모르겠어요.

내 입맛에 맞으면 됐지 그게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지요.

 

오늘은 이곳에서 쉬며 밤에 바로 앞에 보이는 운하의 야경도 구경하고 내일은 고문화 거리도 구경하며

오후나 탕구항 근처로 가 그곳에서 하루를 묵고 모레 아침 일찍 항구로 들어가 배를 타렵니다.

 

저녁밥도 배불리 먹고 이제 한가한 오후와 저녁 시간을 즐길 일만 남았습니다.

여행이 이렇게 끝나갈 시간이 되면 왠지 아쉽고 허전하지만, 다른 한편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도 따라옵니다.

여행이 끝날 무렵 저녁 식사를 배불리 하고 그냥 부담 없이 거니는 일은 여행을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호사로 마치 밀레의 만종이라는 그림에서 보는 그런 포근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이제 우리 부부의 여행에 또 하나의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중국 자유 배낭여행입니다.

 

처음에 윈난성을 돌아보았고 두 번째는 34일간 광둥, 광시로 돌아 구이저우 성을 돌아보고

다시 광둥성으로 가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여행은 처음으로 배를 타고 톈진으로 들어와 베이징을 며칠 구경하고 산시성으로 가

허난성과 산둥성을 구경하고 이제 출발했던 톈진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직 걸어 다닐 수 있기에 10월이면 또 중국의 다른 지방을 찾아 떠나는 꿈을 꿉니다.

 

톈진역 광장 앞에는 해하(海河)라는 운하가 흐르고 유람선도 탈 수 있는 마터우라는 부두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 운하와 철도가 톈진을 더욱 톈진 답게 번창하게 한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금이야 그냥 유람선이나 타는 곳이지만 과거 이곳을 통하여 많은 배가 들고 났을 것이고

베이징으로 올라가는 물류의 통과지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서구 열강도 중국을 삼킬 야욕을 바로 여기부터라 생각했을지 모르겠네요.

청나라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그런 사건의 서양과 일본 해군의 군사적 도발 지점도 이곳이었을 겁니다.

흐르는 물은 그런 슬픈 역사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도 잔잔하게 흐를 뿐입니다.

운하를 흐르는 물은 중국 역사의 영욕을 모두 안고 흐르지 않겠어요?

그게 기뻤던 일이든지 슬펐던 일이던지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톈진역 광장 한쪽에는 세기종(世紀鐘) 광장이라는 곳이 있고 그곳에 무척 큰 멋진 시계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어떤 것이든 크게 만드나 봅니다.

그게 민족성인가 봐요.

중국인의 마음도 그렇게 넓고 컸으면 좋겠어요.

 

내일은 야경을 구경하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이 고기를 만난 듯 아주 친밀하여 떨어질 수 없다는 의미겠지요.

유비가 제갈량을 처음 만났을 때 마음속에 울컥 떠오른 말이기도 하잖아요.

아마도 부부 사이가 이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물은 고기가 마음껏 헤엄치게 하여 주어야 하고 고기는 그 물에서 자신의 뜻을 펴 나가며 함께 살아가는 일

부부간에도 수어지교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