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산, 그리고 함께 걸었던 길...

2012. 4. 10.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그냥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나 비록 몇 시간 만이지만, 함께 이야기하며 걸어간다는 일은 무척 즐겁습니다.

사회주의가 싫다고 당당하게 자기 의사 표현을 했던 광저우에서 온 젊은이.

사회주의란 또 다른 권력이며 자기들만의 리그라서 싫다고 합니다.

이 젊은이와는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중국과의 이메일이 원활하지 않다고 하니 자기는 IT가 전공이라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오늘까지 무척 지루하셨겠지만, 대단한 인내심으로 함께 면산을 걷고 계십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오늘은 지루했던 면산의 마지막 이야기를 하렵니다.

 

진성에서 왔다는 남매는 우리 부부에게 황성상부를 소개하며 절대로 실망하지 않은 관광지라고

꼭 들려보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 부부는 일정을 변경하여 황성상부라는 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아가씨가 추천한 곳을 우리 부부가 거절하겠어요?

찾아가 보렵니다.

佳人은 多情도 하여 여자의 청이라면 거절하지 못한답니다.

 

그곳을 돌아서면 이렇게 옛날 잔도를 그대로 살려놓아 걸어갈 수 있게 만든 곳도 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식겁하지요.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이 길을 걷지 않고 터널을 빠져 걸어갈 수 있기에 아무 상관없습니다.

면산 풍경구는 그 길이가 모두 25km에 이른다 합니다.

물론, 이 25km의 거리란 우리가 흔히 구경하는 거리가 아니고 보통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거리는

8km도 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자동차 길이 끝나는 곳부터 산과 계곡으로 트레킹을 하는 길입니다.

 

이 지역은 워낙 깊은 협곡이라 일기가 변화무쌍하기에 수시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다시 금방 맑아지기도 합니다.

원래 한 줄기로 된 암벽이 어느 날 틈이 벌어지며 V자 형태로 생긴 그런 곳입니다.

그러니 입구인 전산에서 내려 걸어가다 보면 나중에 건너편의 암벽과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곳까지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차를 타지 말고 두 발로만 걸어가며 발아래의 협곡을 내려다보고 머리 위로 보이는 90도 직각 절벽을

올라다 보며 걸어가면 아마도 이런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트레킹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하늘의 가운데 길을 걷는 공중 산책이 되지 않겠어요?

하늘길을 산책한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요?

 

어때요?

멋진 모습이 아닙니까?

비록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고 나이 또한 많이 차이가 나지만, 이렇게 우리는 함께 면산을 걸어갑니다.

우리 부부도 쉽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저 청년 또한 우리 부부를 쉽게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의 유명한 산마다 설치한 좁은 잔도를 걷는 기분은 들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 맛을 조금은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면산도 중간에 옛날 잔도를 그대로 두어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슬아슬한 잔도를

걸어볼 수 있게 만들어 놓기도 했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그냥 넓은 차도를 걸으며 가끔 절벽 끝으로 다가가 내려다보면 느낌은 같을 겁니다.

 

안개 피어오른 협곡의 풍경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런 풍경을 즐기며 두 발로만 걸었습니다.

우연히 젊은 중국 여행자를 만나 함께 걸어 마음껏 구경하였기에 혹시 이곳을 찾을 분에게는

우리처럼 발로 하는 여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래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은 차가 다닐 수 없는 좁은 군사 잔도였다 합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예전부터 이런 절벽에 잔도 닦는 게 인생의 목표이며 국책사업이었을 테니까요.

그러던 길을 어느 부자가 투자하며 이렇게 길을 넓혀 차가 들어오며

많은 사람이 몰려오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네요.

 

우리나라라면 환경단체 때문에 과연 이런 곳이 만들어질 수 없을 겁니다.

중국이니까 가능하고 중국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궁금한 것은 자연보호주의자들은 이런 곳에 구경하러 올까요?

구경 와 좋다고 할까요?

 

면산의 최고 해발고도는 2,566미터이고 계곡 아래부터의 상대 높이는 1000미터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곳은 하늘의 도시요, 공중 도시가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많은 전쟁 탓으로 이곳도 유적이 대부분 소실되었으나,

기업가들의 투자를 바탕으로 중건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점차 회복해 가고 있답니다.
이 면산은 크게 종교문화 시설, 룡지령(龙脊岭), 시셴구(栖贤谷), 수이타오거우(水涛沟)의

 4개 지역으로 구분한다고 하네요.

 

위의 사진은 절벽 길 아래 붙여 지은 숙소입니다.

아마도 직원용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와룡삔관이라는 여행자용 숙소도 있었습니다.

 

원래 이 지방은 석탄생산이 유명한 곳이랍니다.

아직도 중국에서 발전을 위한 것이든 난방을 위한 것이든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높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석탄 채굴을 위해 점차 더 깊이 들어가다 보니 크고 작은 탄광 갱도 매몰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보니 중국 정부에서도 후진국형 사고라 생각되어 점차 안전을 강화하게 되고 지금은 많은 탄광이

더는 개발을 하지 못하게 하다 보니 탄광 개발자 처지에서는 업종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접어들게 되었을 겁니다.

그러던 중 바로 지금까지 번 돈을 이런 곳에 투자하게 되었다 합니다.

무려 3천억 원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중국이라는 나라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기에 개발자에게 50년간 운영권을 주고

시간이 지나면 정부에 귀속시키겠지만 말입니다.

 

중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전력난을 해결하여야 할 겁니다.

그래서 중국의 지도자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원유 수입에 목숨을 걸고 다니나 봅니다.

지금까지 화려했던 일본을 앞지르고 세상의 중심국가로 나아가려는 중국에 일본의 쓰나미는 더욱 일본을

예전의 그런 나라가 아니게 만들어 버렸나 봅니다.

일본의 국운이 이제는 예전만 하지 못하나 봅니다.

 

이곳에서 볼만한 곳을 콕 찍어 본다면,

우선 대표선수에 해당하는 운봉사(雲峰寺)를 들 수 있을 겁니다.
불교사원 운봉사(雲峰寺)는 면산의 유적지 중 가장 볼만한 곳이겠지요.

얼핏 보면 마치 공중에 매달린 절이라는 현공사를 보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역시 현공사와 비슷합니다.

 

운봉사는 절벽 위 호텔 운봉서원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 주위를 300m 길이의 아찔한 천교(天橋)를 경험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면,

운봉사의 잔도를 따라 걷는 것도 좋습니다.

전산에서부터 걸어 들어오며 중간마다 아직도 예전의 잔도를 남겨두었기에 그곳을 걸어도 좋습니다.

 

이제 서현곡(栖賢谷)이라는 골짜기 입구가 보입니다.

이곳을 오르면 계곡을 따라 오르는 계단을 양쪽 벽에다 만들어 놓은 곳으로 개자추 무덤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입니다.

몸도 아프기에 그냥 통과합니다.

 

이곳 또한 사진으로 보니 아주 기억에 남을 곳이더군요.

서현곡을 지나면 이제 계곡 저편이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두 개의 계곡이 하나로 합쳐지면, 우리의 트레킹도 끝이 난다는 말입니다.

 

만수도(萬壽圖)라는 곳으로 글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목숨 수(壽)라는 글자 하나만을 모두 필체가 다른 방법으로 만 개나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무척 할 일이 없는 사람이 만든 것일 겁니다.

아마도 이곳에 서서 같은 필체가 있나 없나 검사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물론, 글자 수가 정확히 만 개인가 세어보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만약, 정말 만 개냐고 따지며 글자를 세었다면, 그 사람은 만든 사람보다 더 할 일이 없는 사람일 겁니다.

 

이제 이곳이 우리의 종착점입니다.

1시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면산의 전산에서 내려 여기까지 걸어 들어온 지 겨우 3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거리상으로는 5km 정도로 바로 걸으면 1시간 거리로 중국의 거리 단위로는 10리라고 하지요.

부담 없이 산책하기에는 아주 적당한 거리입니다.

 

그러나 걸어오며 주변에 있는 볼거리를 일부 올라가 보기도 하고 한참을 서서 바라보기도 하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네요.

그러니 혹시 이곳을 가실 분은 버스를 타고 전산에 도착해 걸어 들어오시더라도 눈에 보이는 경구마다

올라갔다가 내려오셔도 나가는 버스 시간이 충분하니 모두 보시기 바랍니다.

 

잠시 뒤돌아 봅니다.

이곳에서부터는 계곡과 협곡으로 이어져 세 방향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합니다.

등산을 좋아하는 분은 이곳에 숙박하며 산을 오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버스가 들어오는 후산(後山)이라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숙소도 보이고 슈퍼마켓도 보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이곳도 물론 큰 삔관이 있기에 숙소 구하는 일은 무척 쉬울 듯합니다.

여기까지 걸어오며 확인한 결과 각 풍경구마다 삔관이 대부분 있었습니다.

가격은 시내보다 당연히 비싸겠지만, 숙소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삔관은 물어보니 운봉서원보다는 조금 저렴한 300원 정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버스를 타려면 아직 시간이 있어 주차장 앞에 보이는 대형 슈퍼마켓이 있어 들어갑니다.

이미 몸은 추위로 덜덜거리고 손은 시려 카메라 셔터 누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몸살 기운이 아주 극에 달해 몸이 부들부들 떨립니다.

이빨이 서로 부딪혀 소리까지 납니다.

 

일단 슈퍼에 들어가 컵라면을 먹습니다.

1개 8원으로 다른 곳에 비해 배 이상이나 비싸지만, 이렇게 따뜻한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지 모르실 겁니다.

함께 여기까지 걸어온 남매와 젊은이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겠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곳 운봉서원에 숙소를 마련하였기에 오후 시간을 등산하겠다고 하여 라면을 함께 먹고 헤어집니다.

 

정말 즐겁고 아름다운 동행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나이 많은 우리 부부를 차별하지도 않고 함께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아까 위험한 언덕을 내려올 때 손까지 내밀어주며 말입니다.

나이 든 사람도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외국 노인에게 이런 친절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지에시우로 나가는 시내버스를 탈 예정입니다.

시내로 나가는 버스는 3시 30분과 4시 30분 두 차례 있다고 합니다.

벌써 이 근처에 일하는 사람이 미리 나와 슈퍼마켓 앞에 서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그러니 버스는 일반적으로 운행하는 공교가 아니라 직원 출퇴근용으로 들어올 때는 1번,

나갈 때는 2번 운행하는 것이라 합니다.

물론 성수기 철에는 관광객이 많기에 직원의 이용도 많아 운행 횟수가 늘기도 한다고 하지만...

만약, 버스를 타고 전산에 내려걸어 들어오시며 경구마다 올라갔다가 내려와도 시간이 넉넉합니다.

아침에 출발해 3시간 반이나 걸어 이곳에 오후 1시에 도착했으니 4시 30분 차를 타려면

아직도 3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합니다.

 

그곳 슈퍼 사장이 우리 부부가 한국인임을 알고 무척 살갑게 대해주며 버스 출발시각까지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슈퍼 안에서 기다리라 하며 뜨거운 차를 계속 권합니다.

날씨는 쌀쌀하고 몸은 오한으로 덜덜 떨며 뜨거운 차라도 없었다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얼마나 많이 마셨던지 화장실에도 함께 다녀오자 하네요.

이 슈퍼마켓 사장은 영어로 이야기하기를 무척 좋아하며 발음 자체가 클래식하고

아주 오래된 앤틱 한 발음을 구사합니다.

갑자기 영어가 면산 구석에서 굴러갑니다.

 

서툰 영어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한자로도 쓰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기 휴대전화로 함께 사진 찍기를 원해 같이 찍고 우리 카메라로도 증거를 남겼으니 혹시 우리 부부처럼

전산에서 내려걸어 들어오며 구경하고 여기까지 들어와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나갈 계획이 있으신 분은

이 슈퍼에 들려 뜨거운 컵라면을 드시며 기다려도 될 것입니다.

아주 친절한 사장님과 종업원이 한국사람이라면 살갑게 대해 줍니다.

다만, 제가 극심한 몸살로 눈도 부어있고 몰골이 말이 아니네요.

 

3시가 되자 멀리 버스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여직원 하나가 냅다 뛰어가더니만 버스에 먼저 올라 우리 좌석을 고맙게도 미리 잡아주네요.

이곳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3시 30분에 출발이지만, 승객이 모두 차니 3시 15분에 바로 출발합니다.

중국에서는 출발 시각이 그리 중요한 게 아니죠.

서비스업이란 고객을 위한 일이 아니라 주인 마음대로 하는 게 사회주의의 서비스업이니까요. 그쵸?

  

나중에 온 승객은 버스에 타지 못하고 한 시간 후인 4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라고 하네요.

이곳 승객 중 우리 부부만 관광객이고 모두 면산 안의 근무하는 직원들인가 봅니다.

우리 부부는 20원/1인을 받고 나머지 직원들은 5원의 차비만 받습니다.

면산의 전산인 문표 파는 곳에 이르자 모두 내립니다.

그 이유는 퇴근 카드를 찍기 위한 것이었네요. 

 

내일은 장벽고보라는 수상한 작은 군사 둔보 마을로 가보렵니다.

그곳은 또 어떤 모습이 佳人을 깜짝 놀라게 할지 알 수는 없지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제 면산을 모두 보여 드렸습니다.

모두라 하면 佳人의 능력 범위 안에서 입니다.

더는 요구하지 마세요.

시간과 체력이 허용하신다면 이 풍경구 안에 등산도 할 수 있고 더 많은 볼거리가 많다 합니다.

 

몸살로 아픈 몸을 이끌고 입구에서부터 걸어서만 협곡의 끝까지 걸어오며 눈으로 본 모든 것을

사진과 함께 글로 올렸습니다.

더 멋진 모습과 이야기는 다른 분에게 부탁합니다.

비록 몸살로 덜덜 떨며 걸었지만, 아직 걸어가며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이곳도 여러분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입니다.

 

정말 상상 그 이상이었던 곳입니다.

살아가는 도중에 채워지지 않았던 것 중의 하나를 채울 수 있었고

버려야 할 것 중의 하나를 버릴 수 있게 한 곳이 바로 면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