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산, 운봉사 부근의 모습

2012. 4. 9.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 눈에는 이상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무척 가깝고 또 많은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고 있잖아요.

그러나 때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이 종종 있더군요.

 36.5도의 따뜻한 피가 흐르는 같은 사람이지만, 생각이나 풍습이 달라서가 아니겠어요? 

이곳 운봉사에서도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네요.

다른 지역도 아니고 더군다나 운봉사라고 하면 아주 영험한 기를 받을 수 있는 곳이잖아요.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위틈에다 나뭇가지를 끼워 넣은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뭇가지였지만, 지금은 간편하게 이쑤시개를 끼워 넣었네요.

그러다가 요즈음에는 면봉까지 등장했습니다.

다음에는 또 무엇을 끼워 넣을지 알 수 없네요.

 

작은 틈만 있으면 끼워 넣었습니다.

워낙 좁은 공간에 끼워 넣다 보니 마치 무슨 예술작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바위 틈사이에 나뭇가지를 끼워두는 것은 허리 통증이라는 요통을 막자는 의미라 하네요.

중국 사람의 바람이 이렇게 기이한 방법으로 소원을 비는군요?

 

허리 통증이 바위틈 사이로 끼워 넣은 이쑤시개 하나로 예방이 된다면 세상에 통증은 모두 사라지고 없을 겁니다.

혹시 신이 이쑤시개를 제대로 알아보고는 허리 아픈 것은 들어주지 않고 이빨 아픈 것을 들어주면 어쩌죠? 

면봉을 보고 귀나 아프지 않게 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순수함이 물씬 묻어나는 우리의 호프 덜수 신이 말입니다.

덜수 신은 가끔 너무 순수하기에 있는 그대로 소원을 들어준 답니다.

 

그리고 혹시 새로 나뭇가지를 끼우다가 먼저 끼운 것을 빼버린다거나 부러뜨리면 어찌 될까요?

허리 통증이 다시 도져서 자리 깔고 드러눕거나 허리가 부러질까요?

아무래도 디스크 수술에 들어가야 하겠군요?

운봉사에서는 이쑤시개로도 허리 통증을 막아줄 수 있나 봅니다.

 

젠장 이번에는 사랑입니다.

이렇게 자물쇠로 사랑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다면 세상에 헤어지는 커플은 하나도 없겠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이런 유행이 중국으로부터 넘어와 남산이나 여러 곳에 이렇게 자물쇠로 채우더군요.

그리하고는 절대로 열 수 없게 열쇠를 던져버린답니다.

그게 자연을 오염시키고 못살게 구는 일이 아닌가요?

우리는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운봉사에서는 사랑의 맹세만 하여도 더 단단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겠어요?

 

왜 우리의 고귀한 사랑을 하찮은 이런 자물쇠에 의지하시렵니까?

사랑은 잠가버리고 던져버린 열쇠가 아니라 희생입니다.

사랑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일입니다.

내 것을 버리고 상대를 바라보는 아주 단순한 일입니다.

사랑은 아홉 개를 주고 하나를 받는 게 아니라 나머지 하나를 채워 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운봉사 풍경구를 보면 면산의 하이라이트는 본 셈입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구간을 찾아 길을 나서렵니다.

그전에 잠시 면산 정상에 있다는 정과사로 오르는 잔도만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고 가겠습니다.

올라갔다가 왔으면 좋겠지만, 앞으로 남은 거리가 얼마나 될지,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에 그냥 바라만 보고 갑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거짓말을 했습니다.

사실은 올라가는 길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잔도를 따라 계속 걸어봅니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이 길을 걸을 겁니다.

외길이니까요.

 

이 길을 걸어 끝에 이르면 바로 정과사로 올라가는 절벽에 매달린 하늘 다리에 이릅니다.

이런 곳에 다다르면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 놓은 길이니까 올라가려는 사람과 이곳에 서서 그냥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사람으로 나누어집니다.

오늘은 저 계단을 오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더군다나 오늘 같은 비가 내려 미끄러운 날은 오르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 이곳까지 와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서 내려갑니다.

물론 우리 부부도 기념사진 한 장만 남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려갑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은 정말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면산을 나가는 버스 시간이 충분하니 여러분은 올라갔다가 내려오세요.

울 마눌님은 올라갔다가 오겠다고 조릅니다.

佳人은 그 말만 듣고도 정말 간 떨어지는지 알았습니다.

"이게 다 간 때문이죠? 그쵸?"

 

운봉사라는 이름이 생기게 된 이유를 알아볼까요?

여기에 와서 비 내린 후 하늘을 바라보면 아주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만 그런 것은 아니지요.

세상 어디나 비 내린 후에는 하늘이 본래의 색깔을 보여주잖아요.

 

운봉사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다 지었기에 거기에 운무가 계곡으로부터 피어올라

운봉사로 밀려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비가 그친 후에는 습도가 높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게 맞습니다.
어쭈구리!

이번에는 제법 과학적으로 풀어가는군요?

 

사진을 보세요!

이렇게 절벽 아래로부터 운무가 휘감아 올라오죠?

저게 찜질방 군불 때는 일이 아니랍니다.

 

그러면 운봉사에서 석벽을 타고 올라오는 운무를 바라보면 포복암은 금세

운무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운무는 오늘처럼 순식간에 사라지며 운봉사의 포복암과 계곡의 푸르름을 보여줍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운봉사라는 신비로운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하지 않겠어요?

 

바로 오늘 같은 날 말입니다.

왜 오늘 아침에 비가 내렸을까요?

바로 佳人에 운봉사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닐까요?

보여주지 않으면 佳人은 믿지 못하는 인간이니까요.

 

꿈 깨라고요?

그래도 오늘 佳人은 운무가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장면을 수시로 보면서

운봉사의 참 맛을 충분히 느끼고 있는데도요?

중국 여행을 하며 이렇게 전해오는 이야기가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해본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뻥쟁이 중국도 가끔 이렇게 제대로 표현하는 것도 있군요?

 

보통 면산을 오신 분 중 많은 분은 운봉사라는 절이 있는 곳을 중점적으로만 보시고 가시더군요.

그곳은 면산 안에 있는 여러 풍경구 중 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입구부터 찬찬히 걸어 들어가면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佳人이 모두 보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佳人도 여러 풍경구를 모두 올라가 보는 것은 아니고 아래로 걸어가며 올려다보고

소개만 하고 지나가는 중입니다.

 

이곳은 佳人 친구도 여행기를 보고 무척 좋다고 지금부터 적금을 부어 몇 년 후에 함께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그때는 다시 한번 이곳을 걸어가며 모든 풍경구를 올라 보렵니다.

그때는 친구들과 함께 佳人이 가이드가 되어 며칠간 이곳에 머물고 싶은 곳입니다.

 

이곳 풍경구의 아름다운 모습의 마무리는 직접 여러분께서 이곳을 찾아오셔서 자세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허락하시면 면산 안에 숙박하시며 1박 2일이나 2박 3일은 돌아보아야

어느 정도 보실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 여겨집니다.

체력이 약하신 분도 쉽게 접근하여 트레킹도 즐기고 풍광에 빠져 자연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면산 정과사와 개자추 무덤이 있는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네 가지랍니다.

우선 위에 보이는 쇠로 만든 줄을 따라 죽음을 무릅쓰고 올라가는 방법.

그다음 아까 보았던 절벽에 붙어있는 계단으로 된 하늘 다리를 마음 졸이며 오르는 방법.

 

제일 빠르고 편한 방법은 위의 사진에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위 속으로 슝~하고 올라가는 방법이랍니다.

엘리베이터는 운봉서원으로 끼고 큰길을 돌아가면 그 안쪽에 있습니다.

들어가 물어보니 편도 요금이 15원인가 한다고 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셔서 철판으로 만든 계단을 ㅌㅇ해 계곡으로 오르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몸이 점점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오한 증세까지 옵니다.

비는 그쳤지만, 산이라 기온이 많이 내려가 있고 온몸이 덜덜 떨리기까지 하네요.

구경도 좋지만, 이게 무슨 짓인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울 마눌님에게 내색도 하지 못하고...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언젠가 내 인생에 저녁이 찾아온다면,

붉게 물든 황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비록 험난하고 모질게 한 세상을 살아왔더라도 환한 미소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그런 것까지도 모두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보니 저녁은 언제 지나갔는지 알 수 없고 이미 컴컴한 밤이 찾아왔습니다.

이렇게 佳人의 삶도 저물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남은 한 조각의 삶이라도 소중히 여기며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