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산... 상상 그 이상입니다.

2012. 4. 3.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여러분~

오늘부터 佳人과 함께 나그네가 되어 천상의 하늘길을 걸으시겠습니다.

콧노래도 흥얼거리며 말입니다.

마눌님 손을 잡고 걸어가면 손끝으로 사랑이 전해집니다.

행복이 무럭무럭 싹이 틉니다.

함께 걸어보시겠어요?

앞산에서 뒷산까지 5km가 넘는다고 하지만, 산책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끝까지 걸어갈 수 있을 겁니다.

 

면산은 산동(山東)과 산서(山西)성으로 나누는 경계가 되는 태항산(太行山)의 한 줄기라 하네요.

흔히 이곳을 말하기를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부른다네요.

중국사람도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이 좋은 것은 알았나 보네요.

 

오늘도 여러분은 佳人과 함께 면산의 하늘길을 걷고 계십니다.

천상의 하늘길 말입니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예전에는 군사 잔도였지만, 이제는 자동차도 다닐 정도로 넓은 길입니다.

절벽 중간에 길을 만들어 덕분에 지금 여러분과 佳人이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佳人은 아직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가보지 못해 그곳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오늘은 면산을 왔으니 면산만 보고 가렵니다.

자! 이제 하늘의 문을 열어젖힙니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끝은 이곳에서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저 모퉁이를 몇 번을 돌아야 끝일지 모릅니다.

산허리에 매달린 저 사찰은 보기에도 아슬아슬합니다.

오늘의 끝을 알 수 없기에 걸어가며 멋진 곳을 오르내리지 못한 게 몹시 아쉽습니다.

시간이 충분하니 중간중간 풍경구에 올라갔다 내려 오셔도 충분합니다.

여러분은 저 같은 후회를 남기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말이죠.

경구마다 오르내리지 않고 그냥 천천히 걸어가기만 해도 면산은 즐거운 곳이었습니다.

걷기만 해도 면산은 상상 그 이상이었거든요.

 

그러나 차가 다니는 길은 오르내리막이 없고 평평하여 무척 걷기 좋은 길입니다.

비가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의미로 오랫동안 있으라는 이슬비가 간간이 뿌립니다.

이제부터 면산의 전산(前山)에서부터 두 발로만 걸어서 이 협곡의 끝인 후산(後山)까지 가며 佳人의 눈으로

본 것을 사진으로 남겨 이곳에 옮겨보렵니다.

우리가 걷는 이쪽과 반대편인 저쪽이 어느 날 쩍 갈라졌겠지만, 우리가 걷는 종착지점은

협곡이 서로 만나는 지점이었습니다.

 

입구의 용두사를 지나 터널을 빠져 조금 걸어오면 이곳에는 기이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차를 타고 가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지만, 걸어가면 모두 볼 수 있지요.

이곳 절벽에는 신기한 샘이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유일하게 절벽에 매달린 샘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그곳 안내 표지판에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중국에서 용이라면 징그럽게 많이 보았지요.

그러니 위의 사진에 있는 것은 용도 아닌 아나콘다나 땅바닥을 기어 다니는 토룡이라는 지렁이로 보입니다.

이런 조잡스러운 조형물이 있는 곳이라면 우리 눈길을 잡을 수 있는 게 있다는 말일 겁니다. 

이름이 봉방천(蜂房泉)이라고 하며 이 부근을 이르기를 봉방천 경구라 합니다.

아마도 샘의 모습이 벌집처럼 생겼기에 그리 부르나 봅니다.

 

어디 자세히 살펴볼까요? 어때요?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샘물이 벌집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시나요?

다른 이름으로는 석유천(石乳泉)이라고도 한다는군요.

아마도 석벽에서 떨어지는 물이 어머니 가슴의 젖이 흘러나오는 모습처럼 보여 그리 이름을 지었나 봅니다.

그러니 그야말로 천연 암반수가 되는 겁니까?

 

이런 곳이라면 또 중국에서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올 겁니다.

한번 말해보라고 할까요?

북송의 재상인 장상영(張商英)이 면산을 구경하다 신기한 이곳 절벽에 매달린 샘을 보고 이곳에서 샘에 비친

깊은 달을 보는 것은 "밤에 환한 달을 즐기는 일과 같은 기이한 경험을 하게 한다."라고 했답니다.

아니?

이렇게 전설 같지도 않은 순수한 말을 남겼단 말입니까?

전혀 중국답지 않은 말입니다.

개자추와 엮어 진문공이 이곳에 불을 지르고 잔불을 정리하려고 바위를 지팡이로 툭 쳤더니 석벽에

샘이 솟았다는 정도는 가져와야 중국틱 하지 않습니까?

 

절벽에 매달린 석순에 푸른 이끼 덩어리가 덮고 있고 보라색 꽃이 피는 모습은 정말 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청나라 강희 연간에 이 동네 사람인 지에시우의 유명한 양석형이라는 사람은 이곳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는 "산수청음벽상금(山水淸音壁上琴)'이라 표현하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음악 소리처럼

아름답게 들린다 했답니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거문고 소리에 비유했습니다.

 

양석형은 知音이라는 전설의 백아와 종자기에 자신을 덧칠하고 싶었나 봅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이곳에 들려 기이한 모습에 탄복했다고 합니다.

정말 이번에는 佳人의 허를 찔렀습니다.

전혀 전설과 동떨어진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적인 말만 남겼습니다.

이러면 왠지 불안합니다.

여기가 중국이기에...

 

잠시 뒤를 돌아보겠습니다.

앞에 펼쳐진 모습만 멋진 모습이 아닙니다.

방금 지나온 뒤의 모습도 장엄하기 이를 데 없네요.

 

세상은 이렇게 가끔 지나온 길도 돌아보며 가야 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가끔 가슴 두근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佳人도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을 보니 이제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인가 봅니다.

젊은이는 앞만 바라보고 뒤를 보지 않기에 일을 그르칠 수 있고,

늙은이는 앞을 바라보지 않고 뒤만 자꾸 쳐다보기 때문에 발전이 없다고 합니다.

진보와 보수의 구분은 같은 의미로 바라보는 것은 같지만, 어디를 주로 바라보느냐 인가요?

 

앞에는 패방이 보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가끔은 지나온 세월을 반추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앞만 보고 전진만 하다 보면 때로는 낙심할 때도 있잖아요.

뒤돌아 보며 즐겁고 행복했던 일을 떠올리고 빙그레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한 삶이 아니겠어요?

그 많은 삶의 편린 속에 행복했던 일만 모아 생각해보면 지금의 우리의 삶도 저절로 행복해질 겁니다.

 

은퇴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축복의 시간입니다.

과거의 즐거웠던 조각을 모아보고 남은 시간 정말 나와 배우자를 위해 행복한 시간을

즐기라고 주어진 시간입니다.

이런 축복의 시간을 헛되이 스트레스만 받고 공황장애로 고통받는 주변 사람을 볼 때 안타깝습니다.

 

이곳을 지나 왼쪽으로 보면 대라궁(大罗宮)이 보입니다.

절벽에 손바닥만 한 공간만 있으면 어느 종교든 가리지 않고 엉덩이를 들이밀 듯 들어와 자리를 잡습니다.

정말 중국은 절벽 위로 기어 올라가는 일을 무척 즐기는 민족인가 봅니다.

화려한 기둥은 다른 게 아니고 엘리베이터 시설입니다.

물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려면 중국답게 돈을 내야 하지 않겠어요?

 

옛날에 먼저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 그것으로 점유가 인정되었겠지요.

그때는 길도 지금처럼 넓지도 않았을 것이고 위험했을 텐데 이곳까지 건축자재를 옮겨와

이 거대한 도교사원을 세웠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지으라 하면 지어지는 나라이기는 하죠?

 

대라궁은 중국의 민간신앙인 도교사원이라고 합니다.

면산에는 워낙 종교시설이 많아 건물 생김새로 서로 간의 다른 점을 쉽게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구분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 그냥 올려다 만 봅니다.


절벽에 붙은 6층 누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층은 도교사원이며, 2층부터는 면산을 개발할 때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고 하네요.

도교는 불로장생을 추구합니다.

말만 들으면 대단히 좋은 목표라 생각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웃기는 말입니다.

불로장생 말입니다.

 

옛날 신들은 먼 길을 갈 때 구름을 타고 이동하고 학을 타고 이동을 하더군요.

그러나 세상이 바뀌어 신선만이 아니라 우리 같은 인간도 비행기를 타고 구름보다 더 빠르게 이동합니다.

신선이 본다면 뭐라 할까요?

헐! 이라는 말 외에 신선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세상은 이렇게 신선도 부러워하는 세상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이곳도 석벽에 올려다 지었네요.

쉽게 올라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합니다.

"삼청상, 왈대라(三淸上. 曰大罗)" 즉 하늘의 3 황제보다 그 위에 더 높은 신을 대라(大罗)라고 부른다 하는군요.

젠장, 신도 계급이 있나 보네요.

 

이곳의 대라궁은 세상의 도교사원 중 제일이라는 "천하제일도관(天下第一道觀)"이라 부른다네요.

그래서 티베트의 포탈라 궁과 비교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런 말을 하는 佳人도 몹시 부끄럽지만, 이곳에 그렇게 쓰여 있기에 저도 글로 옮깁니다.

티베탄이 더 희생되지 않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라궁 안에는 한나라 때부터의 조각이나 당나라 때의 석각인 금강경을 비롯하여 송, 원, 명, 청대에 이르기까지

300여 점의 아름다운 채색 조각이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돌로 만든 조각도 있고 나무로 만든 것도 있습니다.

물론 진흙으로 빚어 만든 조소상도 있겠지요.

만약, 이런 곳을 보고 가겠다고 모두 오르내리려면 며칠 면산 안에 머물며 보아야 하지 싶습니다.

내일도 또 걷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날씨가 화창하면 화창한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오늘처럼 수시로 운무가 피어오르면 그 또한 보기 좋은 풍경입니다.

내 마음이 즐거우면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더라도 모두 좋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험한 길일지라도 부부가 함께 손을 잡고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길을 걸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