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30.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아침부터 몸이 지뿌득하더니만, 산으로 들어오니 기온이 떨어지고 한기마저 느껴지니
몹시 춥고 게다가 빗방울마저 간간이 뿌리며 산은 온통
안개가 피어오르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네요.
이런 날은 하루 정도 따끈한 방에 자리를 깔고 몸을 지졌으면 좋겠습니다.
핑야오 고성에서 밤에 정전이 되어 춥게 잤더니 몸에 한기마저 들어 컨디션이 영 아닙니다.
평소는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지만, 중국만 오면 매년 꼭 감기에 걸립니다.
이게 다 "간 때문이야~"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여행자는 다녀와 사진과 여행기를 남긴다는데...
오늘도 걷고 또 걸어가며 보고 느낀 대로 적어보렵니다.
입구부터 면산은 우리에게 괴기감을 주네요.
위의 사진은 산 중턱에 만들어 놓은 용의 머리입니다.
아마도 오늘 우리가 걸어갈 면산의 길을 용의 몸통으로 생각하고 머리를 이곳에다가
만든 모양으로 그렇다면 우리가 오늘 용의 내장 속을 휘집고 간다는 말이지요?
조금이 아니고 많이 조잡한 느낌이지만, 입안에 여의주까지...
가파른 절벽 중간에 길을 만들고 그 길을 중심으로 조금 틈만 있으면 종교시설이
들어 있는데 믿음이란 이런 아슬아슬한데 지어야 더 신심이 강해지나요?
패방을 지나면 바로 앞에 산이 하나 가로막고 서 있습니다.
예전에는 저 산을 넘어다녔나 봅니다.
산의 모습이 용을 닮았다 하여 용두산이고 그곳을 넘어가는 길을 용의 허리를
넘는다 하여 용척령이라 이름 지었나 봅니다.
그러나 지금은 산 아래로 터널을 뚫어 바로 터널로 빠져가게 하였습니다.
좌우지간 용이 없는 세상은 살맛이 나지 않는 민족인가 봅니다.
그곳에 베이징의 천단에 보았던 기년전을 흉내 낸 건물이 서 있습니다.
개천명도(開天明道)라는 현판을 붙여놓았습니다.
그럼 지금 우리가 걸어갈 길이 바로 하늘이 열리는 길입니까?
천단이 여기와 무슨 친척 간도 아니고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
관계가 없으면 관계를 맺게 하면 되겠네요.
억지로 관계를 맺으면 그게 잘못된 만남이라는 불륜이 아닙니까?
뭐 부적절한 관계만큼 짜릿한 사랑도 없다고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니 천장에 두 마리의 용이 가운데 여의주를 두고 희롱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본보다 품질이 많이 떨어지는 모습입니다.
만약 중국에서 용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면 중국인의 삶은 황폐해졌을까요?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을까요?
그런데 왜 종교시설은 이렇게 위험하게 아슬아슬한 곳에 만드는 겁니까?
며칠 전 현공사를 갔을 때도 절벽 가운데에 제비집처럼 지어놓고 신을 불러다
담판하듯 소원을 들어줄 껴 말 껴!' 하며 겁박하듯 했잖아요.
위의 사진을 보면 용머리부터 시작해 용의 몸통으로 생각되는 긴 성벽이
한번 휘감아 내려온 듯하지 않습니까?
아니라고요?
그럼 이제 佳人도 맛이 갔군요.
만약, 저 모습이 용의 형상이라면 저 용은 돌 대가리 용이 분명합니다.
여기도 그런 곳인가 봅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신은 이곳에 인간에게 불려 와 소원을 듣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겁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불려 오다 보면 간이 콩알만 해져 식겁할 테니까요.
이곳은 용두사(龍頭寺)라는 도교사원입니다.
절 이름조차 용 대가리 절입니다.
길을 따라 면산으로 들어가기 전에 오른쪽을 보면 위의 사진처럼
계단과 성문으로 보이는 문이 있습니다.
이곳은 당나라가 세상을 호령할 시기에 당나라 군사가 주둔한 병영이라 합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지금까지 중국에는 당나라 시기의 군영이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그중 한 곳이 바로 이곳 면산이라고 하네요.
그러니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 전인 당 무덕 원년에 세워진 곳으로
이세민에 의해 건설되었다는 기록이 있답니다.
명나라 시기에 만든 군사 둔보는 중국 전역에 많이 남아 있지요.
여기에 병영을 만든 이유는 아마도 天軍을 만들고 싶었나 봅니다.
용을 바로 등어리 뒤에 두고 말입니다.
이곳은 당나라 이세민이 수나라 장수였던 유무주(劉武周)라는 장수가 나중에
우리가 갔던 이 근처의 장벽고보라는 곳에 군사 마을을 만들고 버티기에 들어가자
이를 제압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중요한 이곳을 선점하고 군사를 주둔시켜
유무주(劉武周)를 제압하려고 만든 전략적 병영입니다.
위로 올라가면 그때 만든 성벽도 보이고 병력 배치도라든가 이세민의 투구, 갑옷도 있다 합니다.
당시의 모습이라고는 보이지 않고 보여주기 위해 최근에 만든 모습이 확실합니다.
당시에 사용했을 무기를 만들어 전시해 놓았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아무나 무기를 뽑아 들고 기념사진을 찍어도 되나 봅니다.
우리 부부와 함께 오늘 면산을 걸어갈 광저우에서 온 중국 젊은이 한 사람과
또 다른 진성이라는 곳에서 온 남매입니다.
여행 중에는 이렇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국적군으로
서로 친구가 되어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여행이란 혼자 걷는 독립군도 좋지만, 가끔 이렇게 다국적군을 형성해 함께 가는 것도 좋습니다.
그곳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이세민이 만든 성벽도 보이고 지휘부도 보이고 도교사원인
용두사도 보이는데 절 이름이 용두사라 그런지 여기저기 용을 만든 조각이나 벽이 무척 많습니다.
마치 애완견을 다루듯.
이곳에 서서 조금 전 통과한 패방이 있는 입구를 바라봅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에 제법 쌀쌀합니다.
산 아래에서 계속 안개가 피어올라 또 다른 멋을 풍기는군요.
날씨가 좋은 날이었으면 더 좋은 사진을 남길 수 있었겠지만,
오늘은 그런 날 온 사람이 보지 못한 풍경을 볼 수 있잖아요.
이 또한 아무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서 이런 날도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은 몸살이 있어 몸 상태가 영 좋지 않네요.
몸도 으슬으슬 춥고 떨리기 시작합니다.
사진 오른쪽 끝에 보시면 도로 아래로 만든 구조물이 보입니다.
직원들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곳으로 아래는 천 길 낭떠러지 절벽입니다.
당겨봅니다.
패방과 천단의 기년전의 모형이 제법 멋집니다.
안개마저 자욱하여 마치 신선의 세상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여행이란 사진 한 장의 마력에 빠져 찾아갈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면산을 찾아오기 위해 자료를 준비하다 무척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면산 여행기 대부분이 단체여행이라 직접 찾아가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그곳에
가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도 정확하게 알려주는 여행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이곳을 준비하며 교통편에서부터 모든 게 미흡하여 고생을 각오하고 출발했지만,
순조롭게 버스 편도 알아냈고 또 그 버스 안에서 중국 여행자를 만나 동행까지
하게 되어 오히려 더 즐겁게 여행할 것 같습니다.
물론 택시를 탄다면 무척 쉽게 올 수 있는 곳이기는 합니다.
시간이 넉넉히 않은 분은 택시를 이용하시는 게 무척 편리하실 겁니다.
아니면 핑야오 고성에서 단체 여행을 신청하시면 더 편리하게 다녀가실 수 있겠네요.
자기를 JIM이라고 하는 그 젊은이는 이미 이 면산을 한 번 다녀간 적이 있다고 하며 게다가
영어까지 하기에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우리 부부에게는 아주 행운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제일 선호하는 걷는 여행을 하게 되어 면산의 입구부터 제일 끝인
후산까지 모두 걸어 볼 수 있다는 것은 면산 여행의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용과 봉황이 서로 희롱하고 놀고 있습니다.
보통 황제와 황후를 상징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신랑 신부를 나타내기도 하더군요.
이곳이 바로 용의 허리라고 하는 용척이요.
용의 대가리라 하는 용두사가 있는 곳이거든요.
이곳에서 안으로 더 들어가면 관제묘가 있습니다.
그곳은 별도로 따로 올려보겠습니다.
이제 새로 뚫은 터널로 들어가 면산의 중심으로 다가서려 합니다.
터널 앞에는 봉황이 양쪽에서 환영하는군요.
지금부터 佳人의 눈으로 본 것은 모두 사진으로 이곳에 올려 보여 드릴까 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앉아서 면산을 입구부터 끝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2% 부족하시다면 직접 그곳을 가셔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 이야기도 나누며 길을 걸어갑니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쉽게 어울릴 수 있습니다.
서로 나이와 언어와 국적은 다르지만, 공유하는 게 같기 때문일 겁니다.
터널 끝에는 길이 왼쪽으로 90도로 좌회전을 해야 합니다.
이곳이 당나라 군영 자리라 군사 복장을 한 조형물이 길 안내를 하고 있군요?
저 친구는 혹시 당나라 헌병 출신인가요?
절도 있게 안내하는 것이 뭐가 달라도 다른 자세잖아요.
터널을 빠져나오면 앞에는 천 길 낭떠러지입니다.
만약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하고 과속이라도 하여 터널을 빠져나오다가는
정말 큰 사고라도 나겠습니다.
이제부터 면산의 참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나 봅니다.
또 도로 아래에 만든 숙소가 보입니다.
이 협곡은 어느 날 묻고 따지지도 않고 쩍~ 소리 나며 갈라졌다 할 겁니다.
양쪽을 밀어 안으로 오므리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용이 몸부림치며 지나가다 생긴 상처라고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여기는 중국이니까...
길은 이렇게 직벽으로 된 절벽의 중간에다 만들어 놓았습니다.
원래 없던 길을 만든 게 아니라 하네요.
이미 군사 잔도가 있었던 곳을 더 깎아내고 다듬어 길을 넓인 것이라네요.
안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이야기는 내일로 넘어갑니다.
이제부터 보여드릴 면산의 모습은 겉모습뿐입니다.
더 많이 보고 싶고 알고 싶으신 분은 직접 가셔서 며칠간 돌아보셔야 할 겁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한 사람의 진실한 친구는
천 명의 적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그 힘 이상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아무리 힘든 여정이라도 진실한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은
우리를 행복한 여정으로 만들어 줍니다.
나이 든 부부가 함께하는 여행이야말로 세상을 살며 느끼는 행복 중의
제일 큰 행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가치는 보석보다 더 값지고 아름답습니다.
Heaven..
그게 별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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