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작가 나관중(羅贯中)

2012. 3. 5.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지금이야 세상 좋아져 후손이 나관중 기념관도 만들어 놓아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오지만, 그 당시는 이름조차 입에 올리기를 조심스러워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이 기념관은 후손 중 돈 많은 사람이 선조인 나관중을 기리기 위해 개인이 만든

기념관이라 하는데 바로 나관중의 21대 손이 지은 루오꾸안쫑 지니앤구안(羅贯中 纪念馆,

나관중 기념관)이 타이위안에 있습니다.

오늘은 기념관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해 보렵니다.

다퉁을 출발한 기차는 6시간에서 10분 빠른 오후 1시 35분 타이위안 역에 도착합니다. 

 

 

나관중 기념관을 중국어를 하나도 하지 않고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위의 지도만 자세히 보시면 누구나 우리 동네길 돌아다니듯 찾아가실 수 있습니다.

우선 타이위안 역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역에서 내려 두리번거리다 보니 모르는 아가씨가 다가와 대각선 방향을 가리키며

그곳에서 버스를 타라고 하는데 우리 앞에 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눈 학생이 아니고

아까 기차 좌석 건너편에 앉아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모두 들었던 모양입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기차역 건물을 등지고 앞에는 삼거리입니다.

그곳에서 왼쪽을 보시면 버스정류장이 보이고 그곳에서 611번 버스를 1원/1인에 탑니다.

 

 

계속 직진으로 남쪽을 향해 가다가 우회전을 합니다.

그곳을 자세히 보면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고 이름이 建南 汽车站입니다.

아주 쉽죠?

버스 안에도 정류장 표기가 있어 쉽게 물어보지 않아도 내리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시내버스는 정류장을 지나치는 법이 거의 없습니다.

 

 

建南 汽车站 안으로 들어가 칭쓰(淸徐 : 청서)행 표를 10원/1인 주고 삽니다. 

그리고 조용히 정차장 안으로 들어가 위에 보이는 淸徐행 버스를 탑니다.

이제부터는 무조건 버스에 앉자 조용히 타고 갑니다.

우리 부부가 탄 버스는 2시 45분에 출발합니다.

 

 

졸며 가셔도 됩니다.

무조건 모두 내리라 할 때까지 가면 그곳이 淸徐 汽车站입니다.

종점에 도착하면 밀어낼 때 마지막으로 내리시면 됩니다.

칭쓰는 그리 큰 도시는 아닙니다.

주변에 공장이 많지만 도시 규모는 작아 보입니다.

 

 

그리고 버스 터미널은 이곳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 않나 봅니다.

그냥 터미널 건물은 아직 닫혀있고 버스는 터미널 건물 앞에서 내리고 탑니다.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두리번거리면 틀림없이 택시 기사가 웃으며 아는 척하고 자꾸 꼬리를

쳐도 눈도 껌뻑거리지 말고 그 자리에서 21번 버스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질긴 놈이 이기는 겁니다.

 

시내버스는 터미널 마당까지 들어오며 위의 사진처럼 전봇대에 버스 행선지 푯말이 붙어

있고 버스가 들어오면 2원/1인을 내고 운전기사에게 아까 기차 안에서 만났던 아가씨들이

적어준 루오꾸안쫑 지니앤구안(羅贯中 纪念馆, 나관중 기념관)이라고 보여 줍니다.

지금까지 중국어 하나도 못해도 한국사람 누구나 찾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시내를 관통하여 한참 잘 달리다가 갑자기 차가 서는데 가는 길에 느닷없이

길을 막고 상여가 지나가더니 버스 앞에 서서 노제를 지내는 겁니다.

아니?

누구 신지는 몰라도 차가 다니는 길을 막아서며까지 노제를 지내야 합니까?

죽은 자가 산 자의 길을 막는 겁니까?

 

 

우리를 태운 시내버스는 길옆으로 난 좁은 길로 돌아가려고 비켜갔지만, 이미

좁은 그 길은 건너편에서 오는 차로 막혀버려 서로 오도 가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이렇게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중국의 어느 시골길에서 우리는 죽은 자에 의해

거리에서 붙잡혀 버렸습니다.

이상하게도 우리 부부는 중국만 여행하면 한 번은 꼭 상여를 만나게 되는군요.

 

 

이제 우리가 탄 차는 다른 차에 갇혀버린 꼴이 되어 오도 가도 못합니다.

정말 답답합니다.

우리 부부는 이곳 기념관을 보고 얼른 타이위안으로 나가야 하는데...

나관중이 우리 부부를 오래 잡아두려 하나 봅니다.

 

 

기사는 간신히 차를 후진시켜 다시 도로로 들어섰지만,

상여행렬은 이제는 길을 완전히 막아버리네요.

그래도 버스 안에 승객은 누구 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이 모두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우리 부부는 속이 타들어가지만, 중국말을 모르니 당연히 가만히 바라보기만 합니다.

속은 숯검댕이가 되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장례 물품을 태우기 시작합니다.

왜 도로 가운데에서 불을 지르고 난리입니까?

저 불길이 높이 오를수록 佳人 마음에도 열불이 납니다.

우리가 다시 타이위안으로 돌아가기 위해 빨리 기념관을 보아야 하는데 늦어지면

구경도 하지 못하고 이름도 생소한 이곳 시골에서 자야 하지 않겠어요?

여행 중 가끔 겪는 일이지만, 사실 큰 도시가 마음은 편하잖아요.

 

 

30분도 넘게 이곳에서 지체하는 바람에 결국, 우리는 타이위안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넘기게 되었는데 고인에게 죄송한 이야기지만, 왜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살아있는 외국인을 잡아두는 겁니까?

우리 언제 한 번이라도 얼굴 마주친 적이 있었나요?

佳人이 쓴 여행기라도 읽어본 적이 있어요?

없잖아요? 그쵸?

우리 부부와 전생에 무슨 연이 있어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겁니까?

혹시 여러분이 가시는 날 또 누가 여기서 노제라도 지낸다면 그냥 꾹 참고 기다리세요.

 

 

간신히 빠져나온 버스는 30분도 걸리지 않아 벌판에 우리 부부를 내려주며

기사는 손가락으로 골목을 가리킵니다.

이때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운전기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라는 말이니까요.

손가락을 가리키는 방향을 보아야지 손가락에 묻은 기름때는 보지 마세요.

그 골목을 걸어 큰길이 나올 때까지 한 300m 걸어가면 기념관이 보입니다.

 

 

기념관이 있는 부근에는 아마도 테마공원을 만들었던 곳으로 보입니다.

성 모양을 만들고 이름을 三國城이라 지었네요.

아마도 나관중의 삼국지를 모델로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지금은 문을 닫아버리고 흉물스럽게 보입니다.

장사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어요?

 

 

그 앞으로는 멋진 구룡벽도 보입니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용은 아홉 마리가 맞네요.

가운데만 한 마리가 있고 양쪽으로는 두 마리씩 몰아넣어 버렸습니다.

이게 용의 사육장이지 어디 용을 아름답게 표현하려는 구룡벽입니까?

아무리 용 일지라도 사육장이 좁으면 이렇게 한 우리에

두 마리씩 들어앉아 눈만 껌뻑거립니다.

불쌍한 놈들...

 

 

그냥 척 보면 알 수 있는 건물이 보이면 대문으로 "이리 오너라~"하며 들어갑니다.

후손 중 돈이 많은 사람이 개인적으로 만든 기념관이라 입장료는 받지 않고 무료입니다.

돌아올 때는 역순으로 하시면 됩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시는 저분이 후손으로 기념관을 관리하시고 계시며

일일이 함께 다니며 설명을 해 줍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중국말을 알아들어야지요.

이런 경우는 그냥 웃으며 따라다니시면 됩니다.

우리 부부도 그렇게 했으니 한국사람은 워낙 조용하고 매너 있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짓는 민족이라 생각할 겁니다.

 

 

보세요.

나관중도 미소만 짓고 있잖아요?

관리인이 버스 정류장을 알려 주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그곳은 임시로 폐쇄되어

헛걸음만 하고 한참을 걸어 나왔습니다.

올 때 내린 곳으로 가면 다시 시내 방향으로 나오실 수 있겠네요.

 

 

버스 정류장이 있어 무작정 30분도 넘게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지 않고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한 사내가 다가와 "꽁꽁 치처 메이요~"라고 하며 더 걸어 나가라고

손으로 방향을 가리켜주더군요.

진작 우리 부부를 지켜보고 있었으면서 왜 30분이나 더 있다 알려주느냐 이 말입니다.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난 후에 말입니다.

아까부터 우리 부부 뒤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날이 어두워지면 일찍 공공 교통편이 끊어집니다.

중국이 인구 대국이 된 이유 중 하나가 일찍 잠자리에 들기 때문은 아니겠지요?

 

 

아까 상여 행렬 때문에 타이위안으로 나가는 버스는 이미 끊어지고 전혀 예상하지 않은

곳이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지도 못한 상태이기에 조금 당황은 되지만...

그래도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 아니겠어요?

 

 

날씨는 이미 캄캄해지고 시내버스를 타고 번화가로 나와 숙소를 구하려는데 젠장...

그 숙소에서는 외국인은 안 받는다고 하네요.

외국인은 잠도 자지 않는답니까?

정말 왜 이러세요?

 

 

밤은 깊어지고...

나그네는 피곤하고 마음은 심란해집니다.

우리도 밤에는 잠을 자야 한단 말입니다.

다시 다른 삔관을 찾아 들어가니 와이궈런도 커이랍니다.

아~ 우여곡절 끝에 이름도 생소한 칭쓰에서 하룻밤을 유하게 생겼습니다.

 

 

원래 숙박비가 120원인데 특별 할인하여 70원이라고 하네요.

깎고 자시고 할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숙소에 근무하는 여자가 모두 나와 우리를 둘러싸며 쳐다봅니다.

이놈의 인기는 밖에 나와도...

佳人의 사인이 필요하신 가요?

 

 

그런데 佳人 때문이 아니고 한국 사람은 처음 본다고 모두 구경 나온 겁니다.

얼마나 시골이면 한국 사람을 처음 보았다고 그러는 겁니까?

우리도 가지고 다니는 한국산 초콜릿을 하나씩 나누어 주며 인기관리에 들어갑니다.

주숙 등기를 하려니까 여권을 보다가 귀찮다고 기록하지도 않고 그냥 넣어두라고 건네줍니다.

 

 

중국 정부도 알아야 합니다.

인민을 위한다는 거짓말로 그러지 말고 인민은 오는 손님 보내지 않고 돈을 벌고 싶은 겁니다.

아줌마들이 방까지 따라 올라와 TV도 켜주고 욕실 물도 틀어 더운물이 나오나 확인도 하며

과잉친절을 베푸는군요.

이러면 안 되는 데... 정말 안 되는데...

난 혼자가 아니라 마눌님과 함께 온 사내란 말이야~~~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나와 식당을 찾아 들어가 밥을 시켜 먹습니다.

그 집에서도 한국사람 왔다고 손님까지 모두 우리를 쳐다보고 난리입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어찌 관리해야 합니까?

이렇게 이름도 들어보지 못하던 낯선 지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발행한 100元 짜리 나관중 기념 금화라 합니다.

나관중은 이런 대우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은 황하 기슭의 첫 동네라는 치커우(碛口 :적구)라는 마을로 갑니다.

내일은 또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이란 우리 앞에 어떤 돌발적인 상황이 생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태도를 하고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정해집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여행길에서도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여행이 즐거울 수도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나관중 기념관에 들린 이유로 우리는 다음 해 다시 배낭을 싸서 삼국지 소설에서

나왔던 지명을 찾아 장장 45일간의 삼국지 투어에 나서게 되었으니..

중국어도 모르는 우리가 어찌 다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