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2.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10월 21일 여행 11일째
오늘은 다퉁을 출발해 타이위안으로 갑니다.
타이위안은 산서성의 성도지만, 유적은 별로 볼 게 없다고 합니다.
물론 주변까지 이 잡듯이 뒤지면 왜 없겠어요? 그쵸?
그래서 오후에 도착해 타이위안에서는 박물관이나 들려보고 오늘 하루를 쉰 뒤 황허
기슭에 있다는 옛 마을인 치커우 (碛口 : 적구)를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생각해 보렵니다.
치커우라는 마을은 얼마 전 EBS에서 황허 편을 찍을 때 나온 곳이지요.
황토고원에 요동이라는 토굴을 파고 사는 마을이지요.
佳人은 이미 작년 10월에 다녀 온곳이지요.
어제 오후부터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니 마음이 심란합니다.
여행 중 제일 힘든 일이 바로 비를 만나는 일이 아닐까요?
오늘 아침도 날씨가 안개로 말미암아 시계가 무척 나쁘군요.
몇십 m 앞도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다행히 2일 전 기차를 예매했기에 7시 45분 다퉁을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타이위안으로 갑니다.
사실 중국을 여행할 때 그나마 가장 쾌적한 이동 방법은 기차여행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철길 주변의 가로수가 이제 가을의 중심으로 성큼 들어섰음을 알려주네요.
단풍이 든 길을 기차를 타고 달리다 보니 이게 우리나라인지 중국인지 잠시 잊어버렸네요.
그러나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광활한 대평원입니다.
산이라고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산서성에서는 다퉁과 타이위안을 중심으로 다닐 예정입니다.
2일간 다통에서는 윈강석굴과 쉬앤콩스를 돌아보았고 타이위안에서는
핑야오 고성이 주요 목적지입니다.
물론, 핑야오 고성을 본 후 주변에 많이 있다는 예전 부잣집이었다는 대원도 하나 정도
들린 후 진나라(晋国)의 할육구주(割肉救主)라는 바보 같은 짓을 한 개자추(介子推)의
일화로 유명한 미엔샨(绵山 : 면산)도 들릴 겁니다.
그리고 중국 폭포 중 그래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후커우(壺口 : 호구) 폭포도 들려보렵니다.
다통은 오래된 유적이 제법 남아 있는 곳이라 무척 좋았습니다.
좀 더 많은 시간이 있다면, 주변 마을도 돌아보고 싶었지만,
우리 부부의 일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기에...
절벽에 제비집처럼 매달려 아등바등했던 쉬앤콩스라는 현공사는
그 모습만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곳이며 이미 그 절벽에 절을 매달아 놓은 지
1500여 년이나 되었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곳입니다.
채석장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공사판이었을 윈강석굴은 그 세월만큼이나
닳아버린 부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곳은 마치 벌집처럼 생각된 곳이었고 이번에 들리지는 못했지만,
나무로만 탑을 만들었다는 목탑사도 좋은 곳이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타이위안은 산서성의 성도이나 유적이 별로 없다 하더군요.
그래도 내려가며 들려야 할 곳이 타이위안이라 기차를 타고 갑니다.
다퉁에서 타이위안까지는 기차로 6시간 걸리는군요.
1년 전 여행 때 황궈수 폭포와 더티엔 폭포를 갔다 왔기에 이번에 후커우 폭포를
구경하면 중국의 3대 폭포를 모두 보는 셈입니다.
원래 계획은 후커우 폭포를 보고 중국의 고대도시인 시안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몇 시간을 동행한 사람의 권유에 따라 과감히 시안을
포기하고 예정에도 없던 황청상푸라는 작은 고성들을 둘러보며 허난성으로 넘어갔습니다.
섬서성의 유적은 땅속에 있고 산서성의 유적은 땅 위에 있다고 했나요?
현공사처럼 절벽에도 있더군요.
섬서성이나 산서성이나 중국어를 우리말로 표기할 때는 모두 산시성이라고 하네요.
이번 여행 중 만나 함께 한 중국 젊은이에게 발음을 해보라고 했더니 자기들도 웃더군요.
성조만 다르다는 것에 그들도 웃긴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한국식 발음으로 읽어주니 오히려 차이를 쉽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여행은 처음 출발할 때 정했던 곳을 위주로 다니지만,
가끔 엉뚱하게 변경하며 다니기도 한답니다.
이번 여행도 중간에 많이 바꾸며 다녔습니다.
이제부터 하나씩 살펴보며 천천히 두리번거리며 다니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자유스럽게 돌아다니니 더 좋군요.
다퉁이 있는 이 지역은 해발 1.000m의 고원지대라 합니다.
또 석탄이 많이 매장된 석탄의 고장이기도 하고요.
더군다나 이 지방에는 옛날부터 서쪽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영향으로
황토로 이루어진 고원지대라 곡식이 무척 잘 자라기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고
문명이 일찍 싹튼 곳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오랜 세월 쌓인 황토로 말미암아 그곳에 사는 사람의 주거문화도 다른 곳과
달랐는데 억겁의 세월 동안 쌓인 황토를 파고 토굴을 만든 후 그 속에 들어가 사는
요동이라고 부르는 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 친환경적이라 건강에는 제일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 황사는 이곳에 살았던 사람의 주거문화를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산시성과 또 다른 산시성(섬서성)이 중국에서도 가장 오래전에
문화를 꽃피운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퉁이라는 도시는 석탄으로 유명한 도시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도로가 석탄가루로 덮여
차를 타고 이동하기에 무척 곤혹스럽다 합니다.
물론 석탄을 제대로 차에 싣고 덮고 다니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여기가 중국이라는 것 때문에 그런 게지요.
석탄산지라 석탄 값이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기에 일반 가정집이나 관공서 회사
상가 할 것 없이 석탄을 주원료로 하기에 겨울철에 거리를 걷는다는 일은
석탄 가스 때문에 무척 힘든 일입니다.
안개와 매연 석탄가루 그리고 황사까지 합세하면 이게 지옥의 모습이 아닐까요?
어느 통계를 보니 세계 석유 생산의 10%가 넘는 양을 중국이 소비하고 있답니다.
자동차도 1억 대를 돌파했다는 뉴스도 접했습니다.
요즈음 돈맛을 알아 세상의 굴뚝이 모두 중국에 있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은 세상의 석유를 모두 빨대로 꼽아 빨아들이려 할 겁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앞으로 더 발전할수록 인류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말처럼
들리고 중국이 성장하면 할수록 세상의 지하자원은 가격이 폭등하고 고갈된다는
말이지 싶고 그 공장이 돌아가며 내뿜는 공해는 상당수 우리나라 사람에게
대단히 나쁜 영향을 미치겠지요.
아프리카의 앙골라로 달려가 차관을 제공하며 석유 외교를 벌리고 남미의 차베스를 만나
석유를 달라 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석유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곳에 많은 건물을 무이자로 지어주며 원유 확보에 열을 올리지만, 모든 건설에 투입되는
노무자도 모두 중국에서 데리고 가기에 점차 그 나라에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답니다.
기술이전은 물론 노동자의 월급까지 모두 다시 중국으로 회수해 간다는 말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점차 중국의 이런 원조를 비열하고 더러운 방법으로
생색만 낸다고 불만이 쌓여간다 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곳의 건설기술자가 없어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 앙골라의
노동자 임금이 중국에서 데려간 사람보다 더 비싸다는군요.
그러나 이제부터 중국의 고민이 시작될 겁니다.
바로 우리가 겪었던 산업화로부터 일어나는 필연적인 노사문제가 말입니다.
아무리 사회주의 국가라 해도 인간 본성에서 나오는 욕망까지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작업환경의 개선에서부터 임금 문제로 이어지는 노사갈등...
그게 무슨 잘못이겠어요.
중국 정부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고 요즈음 아직은 주머니가 두둑하니
돈 좀 가지고 행세깨나 하고 싶다는데..
그냥 샘이 나서 투정 한 번 부렸습니다.
이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며 긁어모아도 중국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30%이고 나머지 70%를 석탄에 의존한다 합니다.
세상의 에너지를 모두 빨아들이듯이 하여도 아직 부족하여 툭하면 지방에서는
수시로 정전이 일어나고 며칠 만에 전기공급이 재개되기도 한다네요.
실제 여행을 하며 시골에 들러 숙박하다 보니 밤에 정전이 되어 촛불을 켜고
밤을 새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리더국이 된다고 하지만,
이런 에너지 문제 때문에 어림도 없는 소리라는군요.
이제부터 중국의 문제가 하나씩 드러나며 고민하는 시간이 되어갑니다.
타이위안으로 가는 6시간 기차 안에서 이런 생각, 저런 잡념에 빠져 구시렁거렸네요.
어진 사람은 한가한 시간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을 하여 즐겁게 하여 줄까를
고민하지만, 우매한 佳人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어쩌겠어요.
佳人의 능력이 이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걸요.
이런 생각이라도 해야 6시간의 지루함을 덜어 줄 텐데...
佳人에게 더 이상을 바란다면 그것은 님의 탐욕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부부는 둘이며 하나입니다.
또한, 하나며 둘입니다.
둘이며 하나를 인정하고 하나며 둘이라고 인식할 때 진정한 부부입니다.
둘이서 함께 마주 보며 소리를 모을 때 아름다운 화음으로 된 노래가 되지만,
두 사람이 각각 자기 소리만 내면 언쟁이 됩니다.
우리 부부도 가끔 자기 소리만 내며 다닙니다.
죄송합니다.
가끔이라는 단어는 잘못 쓴 단어이고 자주라고 바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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