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6.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10월 22일 여행 12일째
오늘은 황사가 억겁의 세월 동안 켜켜이 내려앉아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도 없는
황토고원에 토굴을 파고 살아간다는 마을로 찾아가 보렵니다.
사람들은 이 마을을 황허 기슭의 첫 동네라 하지만, 이곳도 민초가 모여 애환을 안고 살아갔던
그럼 마을이 아닐까요?
누구나 꿈이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게 아니었나요?
비록 땅굴을 파고 척박한 토굴 속에 마련한 보금자리였지만, 이곳에 살아왔던 사람도
사랑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와 다른 것은 집의 구조가 다를 뿐이지 우리와 같은 36.5도의 따뜻한 피가 흐르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부부가 이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냥 가보고 싶어서일 뿐입니다.
아무 이유도 없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아무 이유도 없이 다닐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침 5시면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우리 시각으로는 6시가 되니까요.
어제 준비해 둔 중국 라면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습니다.
중국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은 숙소에서 뜨거운 물을 무상으로 언제나 제공받을 수 있다는 일입니다.
중국 라면도 처음에는 비위에 맞지 않았지만, 수프 사용을 적절히 조절하며 먹으니 그런대로 좋더군요.
잠시 후 날이 밝아오는 듯하여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봅니다.
안개로 역시 시야가 흐립니다.
다퉁부터 이런 뿌연 날씨가 계속됩니다.
아마도 이런 게 중국 특유의 대륙성 기후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얼마나 먼지 또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길을 나서렵니다.
중국에서 버스를 타면 걸리는 시간은 며느리도 모를 겁니다.
그곳을 가는 차편은 어제 건남 치처짠에서 물어보아 알고 있습니다.
7시에 칭쓰에 머물렀던 숙소를 나섭니다.
숙소 이름이 옥지춘이라는 곳이었군요?
삔관 사람에게 버스 정류장을 물어 찾아가 버스를 탑니다.
이 마을은 나관중이 먹여 살리는 마을인가 봅니다.
도시 대부분이 나관중과 삼국지로 도배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버스 정류장이 구 터미널이었나 봅니다.
그러니 오늘 타이위안으로 갈 버스를 타는 곳이 새로 외곽으로 이전한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보니까 아직 터미널 건물은 개장하지 않고 버스만 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운전기사가 내리라 합니다.
아니? 터미널도 아닌데 내리라니요?
그런데 내리고 보니 그곳에 타이위안 행 버스가 서 있는 겁니다.
오히려 터미널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가니 좋습니다.
이곳 마을 사람은 모두 터미널까지 가지않고 이렇게 큰길가에서 타이위안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군요.
8시 25분에 타이위안으로 버스가 출발하고 9시에 건남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어제는 갈 때 버스가 아주 천천히 시속 10km로 가며 승객을 호객하며 한 시간 정도 걸려서 갔지만,
오늘 아침은 그냥 정상으로 가니 35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치커우를 가기 위해서는 다른 터미널로 가야 한다 합니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건남 터미널이 아니고 시짠이라는 곳에서 출발한다 하네요.
어제 타고 온 버스인 611번 버스를 타고 타이위안 역까지 와 내리면
그곳에 시짠으로 가는 859번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위의 지도를 보시면 버스 타는 곳을 아실 겁니다.
타이위안 역 광장 앞으로 서쪽으로 난 대로를 따라 계속 가면 된다는 말인가 봅니다.
요즈음 중국도 공중질서를 위해 버스정류장에 줄 서서 타기나, 버스별로 구분하여 서기 등을 시행하나 봅니다.
우리가 며칠 다녔던 도시는 모두 아침마다 이렇게 교통질서를 안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게 아마도 올림픽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게 문명국으로 나가는 첫걸음인가요?
死地를 빠져나온 사람을 붙잡아 다시 돌려보내는 일은 아주 인도적인 아름다운 일이지요?
여기도 그냥 계속 가면 종점이 서짠입니다. (2원/1인)
도로는 곧장 서쪽으로 뻗은 그런 길이었습니다.
제법 폭이 넓은 강을 건너가기도 합니다.
서짠에 도착하니 9시 36분이 되었네요.
오늘 버스를 타면 몇 시간을 가야 할지 몰라 빵과 과일을 배낭에 더 채워 넣습니다.
터미널 안에 안내센터가 있어 우리가 가야 할 치커우(碛口 : 적구)에 대해 물어봅니다.
우리가 외국인임을 알고 여직원이 직접 데스크를 나와 우리 부부에게 표를 직접 사주고
승차대기실로 가 그곳 짐 검색하는 직원에게 외국인임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산 버스표는 우리가 가려는 치커우(碛口 : 적구)가 아니라 林家坪이라는 곳입니다.
버스 요금 또한 무척 비쌉니다.
중국 시외버스 요금은 무척 저렴한 편이나 여기는 비싸군요.
그리고 이 표로 치커우까지 자동으로 연계가 된다고 합니다.
지난번 쉬엔콩쓰로 갈 때 버스에서 내려 택시로 연계한 경험이 있기에 아무 걱정하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그 남자 직원이 우리 부부를 잠시 앉아 있으라 하더니 어디로 갔다가 또 남자 한 사람을 데려오고
그 남자 직원은 우리 부부의 배낭을 번쩍 들고 따라오라고 하며 버스 승차장 안으로 데리고 가
비어있는 버스에 타라 합니다.
아직 출발시각은 거의 1시간 정도가 남았는데 우리 부부를 미리 타고 갈 버스에 태워 준 겁니다.
외국인이라 잠도 안 재우는 야박한 나라에서 이번에는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가 미안할 정도의 친절을 베풉니다.
정말 환장하게 고맙군요.
10시 반이 되자 버스는 정시에 출발합니다.
그런데 버스가 터미널을 벗어나 잠시 골목 안으로 들어가더니 그곳에서 엔진 시동을 끄더니 마냥 기다리는 겁니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자주 보았기에 짜증 내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한 시간이나 출발하지 않고 승객을 기다립니다.
그런데 신통방통한 일은 승객이 이 골목에 서 있는 버스를 알고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중국 정부에서도 알지 못하는 일일 겁니다.
그 주변에는 다른 버스도 서서 승객을 기다리도...
그러면 왜 터미널 승차장에서 비싼 검색대를 설치하고 짐 검색을 하고 난리법석을 떠는 겁니까?
이렇게 트럭 위에 또 트럭을 싣고 달리다가 빠져버리면 어떡하죠?
서커스의 나라답게 차량 운송도 기묘한 방법으로 하는군요.
저렇게 달리다 떨어지면 저 차의 팔자소관이겠지요?
드디어 버스는 한 시간을 그곳에 섰다가 출발합니다.
그러면 다음 버스도 그렇게 섰다 간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렇게 하려면 정시에 출발시키면 다시 같아지는데 왜 시간을 허비하며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하나 모르겠습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바로 고속도로로 접어들어 한 시간 정도 달리니 행화촌 휴게소라는 곳이 나와
잠시 쉬었다 달리는데 고속도로는 안개가 자욱해 간간이 전방의 시야가 극히 나쁜 지역도 지납니다.
원래 터미널 안내하던 여직원이 3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했지만, 믿지 않기로 합니다.
사실 그렇게 도착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부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버스가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한다는 일은 후진타오도 모를걸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모습이 수억 년간 바로 황사로 굳어진 땅을 파고 들어가 만든 요동이라는 집입니다.
버스가 서쪽으로 갈수록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주거형태가 보입니다.
그러니 황토벽을 뚫고 입구에 아치형 문을 만들어 살아가는 형태입니다.
이런 형태의 집을 요동이라 부른다는군요.
대부분 집은 사람이 더는 살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일부는 아직 사는 곳이었습니다.
이제는 정부에서도 권장하지 않는 가 봅니다.
그러나 지금도 새로 짓고 있는 요동도 보이더라고요.
사실 저런 형태의 집이 우리 건강에는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는 콘크리트 건물로 말미암아 새 아파트 증후군이나 뭐니 하며 황토집이 유행하잖아요.
지금까지 중국 여행을 하며 지방마다 독특한 형태의 집을 보았습니다.
지역마다 그 민족은 독특한 형태의 집을 짓고 살고 있지만, 이곳은 이렇게 토굴 속으로 집을 짓고 살아가나 봅니다.
먀오족이나 동족이 많이 사는 구이저우는 나무로만 지은 조각루라는 형태의 집을 보았고,
푸저헤이에서는 황토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토담집을 짓고 살아가는 모습도 보았지요.
싱이에서는 부이족이 돌로만 집을 짓고 살아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황토고원이라 이렇게 토굴을 파고 그 안에 들어가 살고 있군요.
인간은 그 지역에 그렇게 순종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택했네요.
한참을 잘 달리던 버스가 갑자기 섭니다.
버스 창을 통해 보니 아마도 전방에 사고가 났나 봅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국도 변에 사고 난 모습을 자주 보게 되지요.
그럴 때마다 서로 먼저 가기 위해 차량이 엉켜버리니 이번에는 공평하게 아무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지금 이곳이 그런 꼴이 되었네요.
반대편 차선을 터 놓아야 서로 오고 갈 수 있는데 반대쪽에서도 서로 먼저 가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버리며
이제 서로 째려보고 대치하는 일만 남잖아요.
아주 단순하고 간단한 이치를 몰라 그럽니까?
아니면 대가리부터 먼저 들이밀고 보자는 무대뽀 정신입니까?
질서란 아름답고 더 빠르다는 것을 중국 인민은 언제나 알까요?
이래서 문명국이 되겠어요?
아이구 부끄러워라~
역시 사고가 났습니다.
아주 참혹할 정도로 승용차가 휴지처럼 구겨졌습니다.
이제 사고 현장을 간신히 빠져나온 우리를 태운 버스는 또 마냥 달립니다.
역시 이 지역의 집은 모두 같은 모양입니다.
4시 30분이 되자 우리를 태운 버스는 어느 길가에 있는 주유소에 들르고 우리 부부와 다른 여자 한 사람을
그곳에 서 있는 작은 버스에 옮겨 타라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중국 여행에서 타고 가던 버스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연계하여 자주 다녔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후에도 이런 경험을 자주 하게 됩니다.
드디어 오후 5시가 다 된 시간에 치커우라는 마을에 도착합니다.
처음 출발 때 안내하는 사람에게 들었던 걸리는 시간인 3시간을 훌쩍 넘긴 6시간 30분이 나 걸려 도착했습니다.
출발할 때 1시간을 그냥 서서 기다렸고 중간에 사고가 나 다시 1시간 이상을 서 있다 왔다 해도
운행 예정시간 3시간이라는 말은 꿈의 시간이었나 봅니다.
다만, 희망사항인가요?
오늘 일정이었습니다.
아침 7시에 칭쓰를 출발해 타이위안으로 올라갔다 다시 서짠으로 가서 치커우까지 왔으니
오늘 총 10시간 동안 버스만 타고 이동했습니다.
중국에서 지역을 옮겨간다는 일은 이렇게 하루 만에 도착하면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과연 이곳 치커우가 그만한 시간을 소비하며 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인가에 대하여는
사람마다 많이 다를 겁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가끔은 우매한 짓을 하며 찾아갑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이고 여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후회하지 않고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멋진 모습이라면 눈으로 보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마음으로 보면 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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