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3.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밤에 내린 눈(夜雪)
已訝衾枕冷(이아금침냉)하여
이상하게 이부자리 서늘해서
復見窓戶明(부견창호명)이라
다시 보니 창문이 훤하구나
夜深知雪重(야심지설중)하니
밤 깊어 눈이 푹 내린 것 알겠으니
時聞折竹聲(시문절죽성)이라
때때로 대나무 꺾어지는 소리 들리네
이 시의 제목은 백거이(白居易)의 야설(夜雪)이라는 시라네요.
그런데 웬 佳人 수준에 어울리지도 않은 시냐고요?
백거이 고향이 바로 우리가 가고 있는 타이위안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한 번 폼 잡아 보았네요.
우리에게 겨울마다 볼 수 있는 눈 내리는 풍경을 백거이는 밤에 내렸다는 이유로
눈도 이렇게 감정을 넣어 아름답게 시를 썼지만, 사실 밤에 대나무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눈이 내렸다면 직장에 출근하는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 식겁합니다.
정말 백거이는 철도 없는 사람이군요.
그리고 아무리 눈이 많이 내려도 대나무 가지가 꺾어질 정도로 오지는 않습니다.
대나무 가지는 가늘고 강하기에 좀처럼 눈에 꺾어지지 않습니다.
"때때로 대나무 가지가 꺾어지는 소리가 들리네, "라고요?
백거이는 너무 감정에 치우쳐 전혀 과학적이지 못한 비유를 한 겁니다.
이는 틀림없이 밤늦게 다른 짓거리를 하다가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너무 감정에 치우쳐 팩트를 알지 못하고 오버한 겁니다.
정말 대나무 가지가 꺾어지는 소리를 듣고 시를 썼다고 생각하세요?
오늘 백거이에게도 빠떼루 한 장 주고 가렵니다.
자꾸 우기면 대나무 가지를 꺾어 종아리라도 때려주렵니다.
기차를 6시간이나 탔더니만, 佳人이 너무 지루해 이곳 출신 백거이에
태클 좀 하고 가오니 이해 바랍니다.
그런데 오늘 글의 내용은 나관중인데 왜 백거이에게 태클을 들어갔느냐고요?
아.. 글씨 이 사람들이 같은 동네 출신이라네요.
아마도 이 동네는 글 쓰는 사람이 많이 태어나기라도 하는 가 봅니다.
물론, 나관중은 워낙 신비에 싸인 사람이라 고향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이곳이 가장 유력하다는 생각에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원래 佳人의 이야기는 엉뚱한 이야기라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글임을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타이위안(太原 : 태원)은 산시성의 성도입니다.
역사로 따진다면 베이징은 비교도 되지 못하는 곳이죠,
지리적으로 베이징과 뤄양 사이의 교통의 대단히 중요한 곳입니다.
부근이 모두 황허문명의 발생지이기에 진(晉) 나라가 이곳에 도읍을 정한 후부터
북방으로부터 많은 침략을 받으며 군사적으로도 중원의 주요한
거점이 된 곳이라 할 수 있겠네요.
지금도 남아있는 주변의 성은 물론 축성 전문 국가인 명나라 때 만든 것이라 합니다.
황토 고원의 동쪽이며 태원 분지의 북쪽에 있어 군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곳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는 누구일까요?
아마도 셰익스피어나 톨스토이를 꼽지 않을까요?
그러면 동양권에서는 누가 바로 떠오르시나요?
특히 중국으로 좁혀보면 말입니다.
아마도 대부분 사람은 루오꾸안쫑(羅贯中 : 나관중)을 꼽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지금까지 가장 흥미진진하고 재미있게 읽은 소설책이 어떤 책입니까?
세 번 읽은 사람과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말이 전해지는 삼국지연의가 아닐까요?
동양권에서 최고의 소설은 삼국지연의라는데 누구나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가 썼다는 소설인 삼국지연의나 수호지 정도는 누구나 읽어보았을 책일 겁니다.
출연자만 해도 세계 역사상 기록적인 수백 만에 이르는 아주 장대한 소설이
바로 삼국지연의일 겁니다.
처음에 우리 부부는 타이위안에서 박물관이나 들려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계획을
잡았으나 그러나 다통에서 타이위안으로 오는 기차의 잉쭤를 타고 오며
옆에 앉은 여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학생들이기에 자연히 영어가 가능하여 佳人도 그녀들도 능통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더듬이로 더듬어가면 통하기에 그동안 물어보고 싶은 것도 물어봅니다.
기차를 탈 때 역방향이 아닌 기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가는 표를 달라고 하는 말이나
우리 부부처럼 동행이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게 표를 사는 방법 등...
마침 그 옆에 중년의 여인이 우리 대화에 끼어들며 정확한 표현법과 발음을 알려 줍니다.
나중에 그녀는 먼저 내리며 자기는 중국어 선생이라고 하더군요.
외국인이 자기네 말을 하나라도 배우려는 생각이 기특해서인가요?
아주 천천히 정확하게 발음하며 알려주었네요.
우리는 그 학생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등장하는 처자들이지요.
백거이 고향만 타이위안이 아니고 루오꾸안쫑(羅贯中 : 나관중)의 고향도 이곳이랍니다.
그리고 그의 기념관이 이곳에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 다른 곳은 모두 빼더라도 그곳은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원래 타이위안에서는 박물관을 들러보려고 했고 특별히 다른 계획은 없었습니다.
나관중 기념관을 가야 할 이유 중 하나는 우리 둘째 아들이 삼국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중에 돌아가 해줄 이야깃거리가 되기 때문이지요.
그 녀석은 삼국지만 대여섯 종류의 책을 읽어 내용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물어보니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하여 알려줍니다.
타이위안 역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 그곳에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라 하네요.
여행이란 이렇게 도중에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늘 우리 부부는 이렇게 자주 다녔으니 모르는 곳이라 걱정은 크게 하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 부부의 여행 방법이니까요.
타이위안은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소설 삼국지연의의 저자인
나관중이 태어난 곳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나관중은 서양의 톨스토이나 셰익스피어와 견주어도 될만한 작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동양권을 넘어서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이제는 세계인이 읽는 책이 되었다고 하여도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영국 여행을 하다가 그 동네에 세익스피어 기념관이 있다는 것을 알면
누구나 들러보지 않겠어요?
우리가 읽은 대부분 삼국지라는 소설은 진수가 편찬한 역사서 삼국지가 아닌
진수의 삼국지를 토대로 드라마틱하게 재미를 극대화하여
재구성한 삼국지연의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토대로 각국의 유명한 작가가 또 살을 붙이고 빼고 하여 나라마다
여러 종류의 삼국지가 범람하는 실정입니다.
그는 중국의 4대 소설이라는 삼국지연의와 수호전을 쓴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나관중은 상당히 미스터리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실존인물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고 하니...
그가 태어난 곳이 이곳 타이위안이라고도 하나 산동성 동원이라고도 하고
항저우라고도 합니다.
이름 또한 확실하지 않아 본명은 本이라고 하며 관중은 자라고도합니다.
호는 호해산인(湖海散人)이라고도 알려졌다네요.
또 다른 기록에는 본명이 寬이고 이름이 本中이라고도 한다네요.
어떤 이야기에는 나관중이라는 인물은 많은 이야기꾼이 모여 책을 낼 때
사용한 가명이라고도 합니다.
옛날에는 교육이 보편화하지 못하였기에 글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중국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다니다 보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됩니다.
저잣거리에 가면 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서인(說書人)이라고 글을 읽어주고
돈을 받는 이야기꾼들이 성업하던 시기도 있었으니까요.
국보라는 호칭이 없는 중국에서 국보 1호의 가치로 인정받고 있는 대작인 위의 사진에 보이는
청명상하도라는 그림에도 저잣거리에서 글을 읽어주는 이야기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관중은 고향인 이곳에서 버림을 받고 떠돌이 생활을 하며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저잣거리에서 사람들에게 글을 읽어주고 푼돈을 받으며 생활했다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사연이 많은 나관중에 아픈 사연이 있기에 이런 이야기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되며 그는 지금으로 말하면 성공한 작가였지만,
당시로는 분명 불행한 사람이었다 합니다.
그는 수호지라는 소설을 쓴 후 문중에서 파문을 당하고 쫓겨나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는데 불후의 명작이 나관중의 일생을 바뀌게 했다니 무슨 사연입니까?
지금도 타이위안에 사는 나 씨 문중의 족보에는 나본이라는 사람은 出外人으로
기록되어 그 후의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본명은 本이고 관중은 자입니다.
그 부분만 확대해 보지요. 뭘~
위의 사진에 가운데를 보시면, 次子 出外라고 족보에 기록된 게 보이실 겁니다.
자의로 나갔으면 가출일 테고 타의로 나갔으면 쫓겨난 게 아닐까요?
찾으셨지요?
그가 문중에서 쫓겨난 이유는 바로 수호지라는 소설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소설의 내용이 주로 탐관오리에 관한 이야기로 관리란 배척의 대상이잖아요.
그런 관리를 욕되게 소설을 썼으니 가문에 화가 미치는 것은 당시로는 자명한 사실이지요.
이렇게 가문에서 쫓겨나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세상을 떠도는 풍운아가 된 게 아닐까요?
지금도 우리 주변에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이 부정한 돈을 밝혀 불행한 일을 당하는
막장 인생을 자주 보잖아요.
그런데 불가사의한 일은 정치가입니다.
그런 일로 감옥에 다녀온 사람이 오히려 더 뻔뻔스럽게 더 큰 일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뭐... 정치적인 모함이고 탄압이라나요?
이런 사람에게 표를 주는 국민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신성한 표를 던지나요?
마치 다시 정치 일선에 나서 민주투사가 되고 애국애민자로 탈바꿈합니다.
환장하겠습니다.
그러니 문중의 많은 사람이 나관중 한 사람 때문에 화가 문중까지 미치는 것을 염려해
내쳐버렸다고 하네요.
관리의 신경을 건드렸다는 말이지요.
이 또한 사실인지 아닌지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는 고향을 떠나 평생을 떠돌이 생활을 하며 글을 썼으며 글을 쓰는 일로만
먹고 살기 어려워 저잣거리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을 하며
구경꾼들로부터 적선을 받아 겨우 연명했다고 합니다.
우리 생각에 그런 대단한 작가의 생활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요?
결국, 죽어서도 고향을 찾지 못하고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세상을 등졌다 하네요.
그가 죽은 곳은 항저우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였기에 나관중은 더욱 신비스러운 인물이 되어가나 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그림이 바로 조자룡이 필마단창으로 아두를 안고
수만 명의 조조 군을 뚫고 탈출하는 장면이 아닐까요?
아마도 삼국지에 나오는 하이라이트로 다시 돌려보면 언제나 빠지지 않을 명장면일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혼자 말을 타고 그 많은 적군을 뚫고 나아갔을까요?
제가 누굽니까?
그에 대한 비밀을 나관중에 물어보았지요.
그랬더니 나관중이 하는 말이 "내 말 위에 아이가 타고 있어요."라는 스티커를
말 꼬랑지에 붙이고 달렸더니 아이가 타고 있다는 글을 보고 모두 양보하더랍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지요?
여우도 죽을 때 제가 살던 언덕을 향해 머리를 둔다 했습니까?
하물며 사람이 죽어서도 고향을 찾지 못했다면 사람이라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렇게 유명한 대소설가는 고향을 바라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았을 겁니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지막 눈을 감을 때 나관중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요?
옛날의 관청이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른 곳이었잖아요.
어디 옛날만 그랬을까요?
지금도 그렇지요.
민초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나리들은 월급을 주는 민초를 졸로 봅니다.
민중의 지팡이니 공복이니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아주 순진한 생각임을 금방 압니다.
실상은 민중의 몽둥이요 상관으로 군림하려 하잖아요.
비록 통쾌, 유쾌, 상쾌한 이야기였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겠군요.
그러니 관을 욕보이려고 한 나관중은 나 씨 문중에서 미리 알아서 정리하고 내쳐버린 게지요.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관을 모욕하려 들다니...
관을 능멸한다는 일은 그 당시로는 능지처참한들 누가 반기라도 들 수 있었겠어요?
내일은 기념관을 찾아갔던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사람이 너무 잘나도 걱정입니다.
시대가 그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면 불행한 일을 당하고 마나 봅니다.
佳人도 고민이 많습니다.
너무 잘나고 시대를 앞서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못난 백수로 지내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세상은 너무 잘났기에 고민하는 사람도 있고 너무 못났기에 슬픈 佳人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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