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7.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혹시 치커우(碛口 : 적구)라는 이름의 마을을 들어보셨는지요?
아마도 많은 분에게는 생소한 곳일 겁니다.
워낙 작은 마을이고 황허 기슭에 숨어있는 곳이니까요.
한 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진 마을입니다.
요동이라는 토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사는 토굴 마을이기도 하지요.
비록 척박한 환경이라 생각하지만, 그곳에도 지혜가 살아있고 사랑이 피어났습니다.
아침부터 10시간을 이동해 드디어 오후 5시가 거의 다 되어 치커우(碛口 : 적구)에 도착했습니다.
마을 앞 버스정류장에 내려보니 집이 앉은자리가 도로보다 높습니다.
이 지역은 황허가 바로 마을 옆으로 흐르기에 수시로 범람하여
집의 위치가 도로보다 높게 했나 봅니다.
이 마을의 대부분 집이 모두 산기슭으로 올라가 있습니다.
시간이 늦어 우선 숙소부터 먼저 정해야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주변에 숙소라고는 보이지 않네요.
그런데 조금 위로 홍기 여관이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이럴 경우는 다짜고짜로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처럼 예약이고 뭐고 마구잡이로 여행하는 사람은 현지에 도착하면
숙소를 정하는 게 제1 덕목입니다.
숙소만 정하고 나면 제갈량도 이루지 못한 천하를 얻은 듯하거든요.
제갈량도 이 기분 알려나 모르겠어요.
방안의 모습을 소개해 드려야 하나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다른 분도 이곳을 올 때 미리 알아야 하기에 사진으로 올려 드립니다.
이게 국공내전 때 홍군이 이곳 치커우를 통해 넘어갈 때 합숙소도 아니고...
방안의 모습입니다.
침대고 나발이고 없습니다.
그냥 평상에 요를 깔아놓은 모습이고 그 위에 침대커버를 깔아놓았지요.
그래도 침구는 그런대로 깨끗한 편입니다.
밤에는 침상 아래에서 뼛속까지 자극하는 냉기가 올라옵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이럼 모습에 전혀 위축되지 않습니다.
왜?
바로 비장의 무기인 중국산 전기장판을 배낭에 넣고 오리털 침낭은 매달고 다니니까요.
이곳도 중국 다른 곳처럼 밤에 정전이 되어 이렇게 분위기 있게 초를 가져다주십니다.
부부가 촛불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얼굴을 분위기 있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니고 다니는 비장의 무기인 전기장판은 정전이 되었기에
그냥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아!
오늘 밤 치커우라는 이름도 생소한 마을에서 우리 부부는 완벽히 허를 찔렸습니다.
정전이 전기장판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왜 세상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지도 알았습니다.
이 집주인은 두 노인네가 운영하는 귀곡산장보다는 밝은 모습의 숙소입니다.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지만, 두 노인네의 미소가 좋아 그냥 하루를 묵기로
했는데 60원을 부르고 우리는 40원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 부부도 시골로만 돌아다니기에 숙소만 봐도 이 정도는 얼마를 주어야 한다고
판단할 경지에 도달했으며 나중에 안 일이지만 황허가 흐르는 강변으로
조금 더 나가보니 괜찮아 보이는 숙소가 보이기도 했지요.
배낭을 방안에 던져놓고 마을 구경을 나갑니다.
마을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으로 보이는 와호산(臥虎山)으로 올라갑니다.
와호산(臥虎山)이라 하면 호랑이가 벌러덩 자빠져있는 모습이라 그리 부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산 중간쯤에는 헤이롱먀오(黑龍廟 : 흑룡묘)라고 부르는 사당이 있습니다.
젠장, 올해가 흑룡이니 뭐니 하며 난리법석 떠는 해가 아닙니까?
이제 佳人도 여러분에게 행운을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흑룡묘를 잘 보시고 흑룡의 해에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우선 그곳으로 올라갑니다.
올라가는 도중 남녀 각 두 명의 중국인을 만납니다.
이 젊은이들은 집이 리스(離石 :리석)라 하네요.
자기들은 차를 가져와 구경하고 저녁에 돌아간다 합니다.
리스라 하면 아까 우리가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드는 곳에 있던 큰 도시였기에
우리는 다음 행선지인 핑야오를 가는 방법을 물어봅니다.
이 치커우라는 마을은 무조건 버스로 리스라는 곳으로 연결된다 합니다.
우리는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캐며 다닙니다.
말도 통하지 않지만, 글로 써달라 하고 혹시 영어라도 통하면 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르는 글은 보관했다가 영어가 통하는 젊은이를 만나면 모두 꺼내놓고
해석해 보라고 하면 아주 잘 가르쳐 줍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숙제를 모아두었다가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한꺼번에 해치워버립니다.
그들은 우리 물음에 귀찮아하지 않고 아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 합니다.
우리에게는 남녀노소는 물론 국경이나 피부색도 가리지 않고 캐고 다닙니다.
심지어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쉬는 시간에도 배낭을 짊어진
여행자로 보이면 무조건 어디를 가느냐?
그곳은 어떻게 가느냐?
그라고 우리가 갈 곳에 대한 빠른 길은 어떻게 가야 하느냐 등 많은 것을 물어보면
그들 또한 자기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우리에게 건네줍니다.
여행자끼리는 이런 도움 주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주잖아요.
더군다나 나이가 많은 우리 부부에게는 아주 적극적으로 알려주려고 합니다.
버스 기사나 안내양도 잘 알려 줍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절대로 믿지 말고 가까이해서도 안 됩니다.
제일 많이 알려주려는 사람은 역시 여행 중인 사람입니다.
이렇게 캐고 다니다 보면 우리가 알고 싶었던 것도 어느 정도 충족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 도움도 줄 수 있습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프랑스에서 온 부부도 만납니다.
사내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을 왔다고 하는데 이 가족을 다음 날 리스에서 핑야오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만났고 핑야오에서 2일간 머무르며 10번도 더 넘게 만나며
서로 손을 들어 인사하며 웃으며 지나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조상 대대로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온 마을이 많은 곳이라 林家坪이나
李家山등 성씨를 딴마음 이름이 많습니다.
薛家마을도 보이고 梁家마을도 보입니다.
위의 지도에 나타난 마을 이름 대부분이 성을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정말 이 지역은 모두 동네 성씨를 따라 이름을 지었나 봅니다.
위의 지도에 보이는 황허의 모습을 보면 마치 사람의 위를 보는 모습입니다.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들어가는 잘록한 곳에 바로 치커우라는 마을이 있고 그 마을 뒤에는 호랑이가
자빠진 모습의 와호산이 있고 와호산 중간에 황허를 굽어보고 흑룡묘라는 사당이 있습니다.
마을이 이런 곳에 자리 잡으면 풍수에 다르면 번창하게 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소화된 음식이 넘어가는 길목인 십이지장에 자리하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아닌가요? 속이 쓰려 십이지궤양이 생길까요
강 건너는 섬서성이라네요.
세월은 흘렀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은 아직 옛 모습 그대로 살아갑니다.
오늘도 황허는 옛날에도 그랬듯이 넘실거리며 거침없이 흘러갑니다.
그런 강물을 치커우라는 마을은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는 듯합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무척 넓은 나라이기에 지역마다,
민족에 따라 풍습은 물론 주거형태도 다양합니다.
이 지역은 토굴 형태의 집을 짓고 사는 마을이기에 찾아와 봅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이런 여행지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우리 부부는 이런 마을을 걸어 다니기를 좋아합니다.
볼 게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겠지먼,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생소하기에 우리는 볼 게 많습니다.
이곳으로 오는 방법은 우리처럼 어제 아무것도 모르고 올 때는 고생할 수 있습니다.
太原에서 碛口로 바로 가는 차가 하루에 한 번만 있기 때문에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바로 오는 차가 없을 때 타이위안에서 린시안(临县 : 임현)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그곳에서 갈아타고 오면 됩니다.
다른 방법은 타이위안에서 리스(離石 :리석)행 버스를 이용해 리스에서
치커우행 버스를 바꾸어 타면 됩니다.
리스는 무척 큰 도시로 보였습니다.
이곳의 위치는 산서(山西, Shanxi)성 리스(離石, Lishi)시입니다.
치커우는 이미 명, 청시대부터 발달한 곳이라 제법 역사도 살아 있습니다.
골목마다 청석을 깔아놓았기에 골목길을 걷는 것도 기분이 좋습니다.
골목길을 따라 양쪽으로 오래된 집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요.
아마도 평요방이라는 진상이 황허를 통하여 운반한 상품을 이 마을을 통하여
많은 장사를 한 곳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오늘은 버스를 오래도록 탔더니만, 너무 피곤합니다.
그렇다고 쉴 수만은 없잖아요?
마을 골목까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묻고 따지며 다녀야지요.
내일도 마을을 돌아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남편의 사랑이 클수록 아내의 소망은 작아지고,
아내의 사랑이 클수록 남편의 번뇌는 작아집니다.
우리 눈에는 토굴 같은 열악한 곳에 살아가지만,
가족 간의 사랑이 있기에 이런 곳도 천국이 아닐까요?
우리는 지금 살고 있는 환경에 만족하십니까?
사랑과 존경이 있다면 만족하실 겁니다.
아직도 목이 마르신 가요?
그래도 만족하지 못하신다면, 그것은 탐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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