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아침 8시 45분에 윈강석굴을 들어가 오후 1시에 나왔습니다.
그러니 비록 짧은 4시간 45분 동안이지만,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부처를 만났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부처를 모두 합해도 오늘만큼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佳人은 1.500여 년 전으로 시간여행도 다녀왔습니다.
부처와 함께하는 동안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가 버렸습니다.
입구로 걸어 나와 시내버스를 탑니다.
우리 부부는 걷거나 주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백수의 여행이란 이렇게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돌아다녀야 합니다.
이곳으로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오직 하나밖에 없기에 고민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단체손님이기에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도 별로 없어 당연히 앉아갑니다.
3
0분 정도 타고 나오면 아침에 우리가 탔던 공교 4 공사 정류장이 종점입니다.
그곳에서 내려 사과 등 과일을 사고 아침에 이곳으로 올 때 탔던
4번 버스를 타고 박물관으로 갑니다.
다퉁 기차역 앞에서 출발하는 4번 버스는 구룡벽, 화엄사, 선화사, 박물관
그리고 윈강석굴을 가는 버스와 연결이 되기에 아주 다양하게 이용합니다.
주로 관광객이 가는 곳을 모두 연결하는 노선입니다.
박물관은 사거리 홍기 광장에서 내리면 됩니다.
어제 미리 지나가며 잠시 박물관에 들렀기에 매표원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매표원이라고 하지만 사실 일정 인원까지는 무료로 표를 나누어 줍니다.
박물관은 실내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한 장도 없습니다.
박물관에 관한 사진은 건물과 참관권인 입장표만 있습니다.
다퉁을 나와바리로 삼았던 역대 정권의 발자취도 볼 수 있고
그런대로 볼만한 곳으로 추천합니다.
물론 무료라는 것도 크게 작용했지만 말입니다.
박물관 안에는 많은 직원이 있지만, 모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사회주의의 병폐처럼 보였습니다.
군데군데 모여 앉아 농담하려고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월급날 월급만 받는
그런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인원이 많다 보니 모여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직원들이 농담하며 모여 앉아 뜨개질하기에 살아있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모두 잘라버리고 필요한 인원만 두고 싶습니다.
이게 보편적 복지에 해당하는 일인가 봅니다.
박물관 안을 돌아보는 참관인보다 더 많은 직원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퇴근 시간까지 잡담이나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1시간 넘게 둘러보았네요.
정말 제법 구경할만한 것이 무척 많습니다.
박물관을 나와 화엄사라는 절로 걸어갑니다.
어제 이미 이 길을 걸었기에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다 압니다.
화엄사, 선화사, 구룡벽 그리고 박물관이 모두 동서로 난 길에 한꺼번에 있습니다.
위의 지도를 보시면 도로를 따라 한꺼번에 모여있습니다.
박물관에 직원이 모여 잡담하고 있듯이...
3시에 화엄사에 도착할 즈음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며 하늘이 컴컴해집니다.
마눌님이 표를 사며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합니다.
그 이유는 입장료가 무려 80원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들어가 보렵니다.
바로 구룡벽에서 걸어 7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요나라 시대 때인 1038년
화엄종의 경전인 화엄경에 따라 창건된 절이라 합니다.
요나라와 금나라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의 화엄종의 본산 역할을 했던 유서 깊은 절이라 하네요.
그러니 창건한 지 이미 천 년이 되어가는 고찰입니다.
입구를 들어서니 오른쪽에 종루가 보입니다.
왼편으로는 당연히 고루가 보이고요.
화엄사는 이미 천년의 세월을 지낸 고찰인 셈입니다.
그러니 순전히 이름만 천년이지 건물이 그렇다는 말은 아니겠죠?
건물 대부분은 최근에 지은듯합니다.
인으로 더 들어갑니다.
그 안에는 보광명전이 있네요.
건물의 모습으로 보아 천년 고찰이 아니라 천일 전에 지은 절로 보입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찰 건물은 최근에 모두 새롭게 지었다는 말이 되겠네요.
절은 원래 위의 上寺와 아래의 下寺로 나뉘어 있었다는군요.
上寺는 무엇이고 下寺는 또 무슨 소리입니까?
그냥 윗절 아랫절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런데 한자로 쓰니 사연이 있는 곳이라 생각되네요.
"스님~ 왜 그렇게 이름을 지었나요?
너무 쉽게 아무 생각 없이 이름을 지은 게 아닙니까?"
"이놈아~ 이렇게 쉽게 이름 짓는 게 쉬운 일인지 아느냐?
바로 그런 이름을 짓느라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며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뇌하고 가슴을 쥐어뜯어가며 지은 이름인데...
누구나 한번 들으면 기억하는 이름이야말로 철학이 있고 내면의 울림이 있는 이름인 걸
어찌 어리석은 네가 판단하려 하느냐?"
"그렇군요.
그렇게 깊은 뜻이..."
대웅보전 앞에 도착하니 드디어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는 여행이 싫어집니다.
여행만 싫은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이곳 자체가 싫어집니다.
사실 들어오는 일이 별로 내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중국을 다니다 보면, 황당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전설을 만나기에
어느 곳이든 이름에 전설이 있다고 생각하고 다닙니다.
용이 나오고 봉황이 난다 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태항산맥의 서쪽에 있다고 하는 산서성에 와서는 윗절 아랫절처럼
우리의 허를 찌르는 이름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게 철학이 깃든 이름인지는 몰라도 참 쉽게도 짓는구나 생각되네요.
그러나 이렇게 큰 절이 1963년에 지금의 자리로 합체했다 하네요.
천 년 사찰은 요나라와 금나라에서는 모든 황제의 석상과 동상을 봉안했다 하네요.
그랬기 때문에 우리의 종묘처럼 요나라나 금나라의 태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때가 제일 잘 나갔던 시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종교는 정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함에도 너무 밀착한 게 아닐까요?
윗절인 상사는 금나라 시기에 만든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산문, 보광명전,
관음각, 지장각, 장랑 등이 있답니다.
아랫절인 하사는 요나라 시기에 만든 것으로 박가교장전을 중심으로 목탑, 석경장,
천궁누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네요.
화엄사의 산문은 동쪽을 향하고 있는데 이것은 동쪽을 상석으로 생각하는
계단족(契丹族)의 습관이라 하네요.
사실 동쪽은 모든 것을 生하게 하는 방향이지요.
동쪽은 아침이요, 시작이며 살아있는 세상을 의미하지요.
上寺는 요나라 시기인 1062년 창건되었다 하며 대웅보전은
목조 불당으로는 중국 최대라 하네요.
내부의 천장화는 용이 가득 그려져 있고 벽화 또한 거대하여 중국 명대의
불교미술을 극치를 보여준다 합니다.
그러나 대웅전 내부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비싼 입장료만 챙기겠다는 생각인가요?
용이 아무리 많다 해도 이제 눈도 끔쩍하지 않습니다.
下寺는 처음 자리가 다퉁 박물관에 있었다 합니다.
그러나 이곳으로 합치며 없어져 버린 셈이겠지요.
천궁누각이라는 건물은 요나라 시대에 만든 누각으로 용케도
전란을 피하여 아직 건재하다 합니다.
그 외에도 박가교장전도 1083년 요나라 시대에 만든 건물이라 합니다.
누각 앞에서 비가 그칠 때까지 앉아서 기다리는데 일본인 관광객 한 무리가 들어옵니다.
그러더니 비닐 덧신을 신고 누각 지하인 아래층으로 내려갑니다.
울 마눌님도 따라 내려갔다가 오더니 빨리 내려가 보라고 하네요.
그래서 덧신을 신고 내려가 보니...
그곳에는 위에서 보던 모습과 다른 곳이었습니다.
바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라 합니다.
그런데 정말 부처님 진신사리일까요?
가장 궁금한 게 세상에 진신사리라 하는 게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처님 진신사리라고 하는 것을 제법 많이 보았습니다.
더군다나 여기는 중국이 아닙니까?
아까 입구에서 입장료 80원에 10원인가 더 내고 보라고 한 게 바로 이곳이었나 봅니다.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해 이곳을 알지도 못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그런데 너무 멀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공연히 바람만 잡기 위해 화려하게 꾸민 것은 아닐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는 돈도 내지 않고 일본인 관광객에 묻어 일본인과
함께 돈도 내지 않고 지하로 내려가 부처님 진신사리를 본 셈이 되었네요.
입구에 있는 관리인이 우리 부부를 일본인 단체관광객으로 잘못 생각했나 봅니다.
세상에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군요.
어찌합니까?
이미 구경 다하고 사진까지 찍고 올라왔습니다.
상황은 종료되었는데...
중국에 와 돈도 내지 않고 무료로 보고 말았습니다.
말을 알아듣지 못해 생긴 해프닝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우리 부부 여행에 대단히 큰 도움이 되었다는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디 확대해 볼까요?
오늘 아침부터 너무 많은 부처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랬나요?
이번에는 부처의 진신사리까지 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세상에 거칠게 없는 미륵이 되었습니다.
비는 내리고....
잠시 쉬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봅니다.
장랑에 앉아 배낭 속에 넣어 둔 빵과 과일도 먹습니다.
물론 우산도 넣어서 다니지만, 때로는 이렇게 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청승도 떠는 게 여행이 아니겠어요?
그러나 이곳은 그리 썩 편안한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비까지 추적거리며 내리기에...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내 마음에 흡족한 곳이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장소가 그런 게 아니고 다만 그곳을 찾았던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다른 사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법은 없습니다.
반대로 나는 좋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대단한 볼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이 아니겠어요?
오후에 딱히 할 일도 없고 하기에 들어왔지만, 결과적으로 이곳은
개인적으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입니다.
물론 한 사람은 반표였기에 망정이지 본전 생각이 간절한 곳이었으니까요.
오히려 무료로 들어갔던 박물관이 볼 게 더 많았습니다.
여기는 불교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너무 비싼 곳입니다.
불교에 관심이 있어도 새로 지은 절이기에 크게 감명을 주지 못할 듯합니다.
내일은 산서성의 성도인 타이위안으로 가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쓴맛을 모르는 자가 어찌 단맛을 알겠습니까?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골라볼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그곳의 정보에 정통하지 못한 얼치기 여행자가 아니겠습니까?
그게 여행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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