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3.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현공사는 북위 때인 6세기경 항산 금룡구라는 절벽에 처음 지어진 이후
금. 명, 청 3대에 걸쳐 보수하고 재건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합니다.
우리나라는 순수한 불교사원만 있지만, 중국은 이렇게 여러 종교가 한 곳에 모여
비장의 카드를 감추고 있다가 이게 아니면 저것을 꺼내 들 패를 지녔나 봅니다.
독채면 어떻고 전세면 어떻습니까?
여기처럼 한 지붕 세 가족도 있는걸요.
뭐 어떻습니까?
목적을 위해 아무나 바쁘지 않은 신이 먼저 나타나 도와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1.500년간이나 절벽에 매달려 지내며 소원을 비는데 아무리 돌아앉은
부처라도 미소 한 번 지어주지 않겠어요?
자꾸 도와달라 조르면 이방 저방을 옮겨 다니며 소원을 들어주어야 하는데
방과 방 사이를 오고 가는데도 찌릿찌릿할 겝니다.
그러니 차라리 소원만 빌면 그냥 그 자리에서 바로 "커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건물이 무슨 법칙대로 지을 수 없고 그냥 매달 수 있으면
크기와 모양과 관계없이 달아 매 놓았습니다.
이곳에 수도하는 수도자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면접에서 탈락시킬 것 같습니다.
뭐 사실 득도를 하면 날아다니지 걸어 다니겠습니까?
구름 자가용을 풀 옵션으로 뽑아 타고 다녔을 겁니다.
그런데 이 사찰을 짓는데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합니다.
유불선의 3 신이 도와주는데 못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냥 나무끼리 올려만 놓아도 지들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접착제를
사용한 것보다 더 강력하게 붙어있을 텐데요.
이곳에는 다닐 수 있는 복도가 무척 좁습니다.
그리고 모두 일방통행입니다.
물론 한쪽은 천 길 나락처럼 생각되는 그런 절벽입니다.
아! 이 짜릿한 이 기분이여~
저절로 신선이 된 느낌입니다.
이곳에 올라 바라보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느끼니 신선이 따로 있겠습니까?
이런 기분 느끼려고 이곳에다 만들었죠? 그쵸?
성불이 별겁니까?
이곳에 올라 이 기분을 느끼면 그게 성불이 아니겠어요?
득도의 길이 이리도 간편하고 쉽다니...
이런 곳에 올라서 세상을 바라보면 사바세계가 모두 탐욕이고 내 안에 있던
모든 티끌마저도 버릴 수 있지 않겠어요?
이곳에서 수도하고도 득도를 못한다면 그건 문제가 많은 수도자일 겁니다.
물론 빠떼루도 받아야 할 수도자일 겁니다.
이곳에서 구도를 하다 보면, 모든 탐욕을 버리고 가볍게 해야 합니다.
마음속의 탐욕은 물론 몸속에 있는 덩어리까지도 빨리 비워내어
가볍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게 됩니다.
佳人은 오늘 처음 이곳에 관광객으로 왔지만, 이미 선계를 경험한 듯합니다.
득도의 길이 이렇게 쉽고 간단하다니...
깨달음이란 멀리 있고 오랜 시간의 수도 과정을 거치며 얻는 게 아닌가 봅니다.
그냥 눈길 한번 내리깔고 세상을 내려다보니 얼라리요~
그게 바로 득도의 길이었습니다.
현공사는 크게 삼궁전, 삼성전, 삼교전으로 나뉘는데 삼궁전은 도교의 성지이고
삼성전은 불교, 하지만, 삼교전은 재미있는 것이 가운데에는 석가모니가,
오른쪽은 공자(유교)가, 왼쪽은 노자(도교)가 모셔져 있어 매우 특이한 형태입니다.
세상에 올바르게 살아가는 데 부처면 어떻고 공자면 어떻습니까?
모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는 사상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보면 무척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중국인의 기본적인 생각은 남의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내가 필요하면
다른 신도 불러와 도움을 받겠다는 생각을 하는가 봅니다.
그래서 여기처럼 三敎合一이나 구이저우 성의 칭옌꾸전처럼
四敎合一을 생각하나 보네요.
신도 다다익선이라는 생각일까요?
그러니 불교로 마음을 다스리고, 도교로 몸을 다스리며, 유교로
세상을 다스린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세 종교가 서로 보완하고 장점을 취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냐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의 역사는 종교와 전쟁의 역사라 했습니까?
그런데 종교가 전쟁과 서로 만나면 그 전쟁은 보통의 전쟁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서로 사이좋게 모여 찾아오는 민초에게 자기 손님이라
싸우지 않고 민초가 선택하게 하고 기쁨 주고 칭찬받기만 하면 되지 않겠어요?
철저하게 소비자 위주의 마케팅 전략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그리고 아무나 자기 부전공에라도 해당하면 먼저 나서서 민초에게 깨달음을
전파하면 그걸로 만족하지 않겠어요?
이곳 현공사에서 시바 세계를 바라보면 선을 행하는데 아무에게나
깨달음을 얻으면 되지 왜 하나의 종교를 통해서만 얻느냐고 하는 듯합니다.
누가 누구 집에 전세를 들어 살며 어리석은 민초에게 깨달음을 주시려나
모르겠지만, 아무나 주면 되지 않겠습니까?
절벽의 모습과 절의 모습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가만히 바라보면
그 또한 아주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바람 불면 날아가기라도 할 듯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견딘 것을 보면 건축의 지혜가 대단하잖아요.
이 절을 설계하고 지은 목수 또한 이미 득도를 한 도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곳 현공사도 일부에서는 파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늘 佳人은 선계를 경험했습니다.
현공사를 오르내리며 하늘을 걸어보았습니다.
아주 짜릿짜릿한 기분 아세요?
그게 바로 선계를 다니는 느낌입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우리와는 다른 습관이 많은 나라라 이렇게 득도를 위해서
하늘에 사찰을 매달아 놓기도 하지만. 죽은 사람의 시신을 관에 넣어
절벽에 매다는 풍습도 지닌 나라입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이른바 풍장(風葬)의 한 종류로 무척 이상한 방법이지만
부자일수록 높은 곳에 그리고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매달아 놓는다 합니다.
관속에 넣어둔 소장품을 훔치는 사람이 극성을 부리자 이 방법도 사라지고 맙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죽으면 이거 환장할 노릇이 아닙니까?
살아서 도를 얻기 위해 절벽 길을 오르내리고 죽어서 다시 공중에 매달려 있으니
인간은 사나 죽으나 고달픈 존재인가 봅니다.
한 걸음이라도 더 하늘에 가까이 이르기를 간절히 소망하다 보니 이런 모습이 아닐까요?
그래! 무엇을 얻었으며 얼마나 많이 얻었습니까?
죽고 나면 한 줌의 먼지로 돌아가는 우리가 아니겠어요?
오악 중 최고 해발의 항산에는 많은 도교(道敎)의 암자들이 있다고 하는데
중국 민간에서 전해지는 여덟 신선의 한 사람인 장과로(張果老)가
바로 이 항산에서 득도했다고 합니다.
장과로는 나귀를 거꾸로 타고 다닌 도인으로 널리 알려졌지요.
그가 나귀를 거꾸로 탄 일은 바보라서가 아니고 모든 일을
되돌아보기 위함이라 했다네요.
佳人도 오늘 득도를 하면 이제 여러분과 만나기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요?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타고 거꾸로 앉아 갈까요?
거꾸로 다니면 정과로는 신선이라 하고 佳人은 왜 바보가 될까요?
그러면 현공사의 위치를 지도에서 살펴봅니다.
아무리 차를 타고 다녀온다고 해도 위치는 알고 있어야 도움이 됩니다.
더군다나 배낭여행을 가시려면 위치를 아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쉬앤콩쓰의 위치는 다통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윈강석굴은 시내버스를 타고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이곳은 제법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현공사에 오르면 누구나 여느 사찰과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이곳에 서면 저절로 득도할 것 같습니다.
가만히 서서 세상을 바라보면 어디선가 "통하였느냐~"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습니다.
절벽 아래로 탐욕도 버릴 것 같고 그리하면 몸은 새털처럼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세상이 모두 발아래 있는데 무엇을 더 욕심내시렵니까?
이제 우리 부부도 세파에 찌든 먼지를 모두 털어버리고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가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여유롭고 편안하게 살아갈 것 같습니다.
순전히 마음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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