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9.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안으로 들어가며 오른쪽 절벽 위를 바라봅니다.
현공사는 절벽 가운데 마치 제비집처럼 걸려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곳인가 봅니다.
사찰마저도 서커스의 원리를 도입했나 봅니다.
중국은 참 재미있는 나라입니다.
쉬앤콩쓰(悬空寺 : 현공사)는 그 이름처럼 공중에 매달린 듯한 이상한 모습과 기이한 형태와 위험해 보이는 건물로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어느 건물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이름처럼 독특한 사찰인 현공사는 뒤로는 절벽이 있어 마치 병풍을 등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위로는 금방 무너져 내릴 듯한 바위를 머리에 이고 있고 발아래로는 아찔한 모습을 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는 형상입니다.
정말 취향도 난해하네요.
중국을 다니다 보면 잔도라고 부르는 절벽에 걸친 구름다리 길을 볼 수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한 차마고도는 눈물과 땀 냄새가 풀풀 나는 삶의 역사이니 위험해도
오히려 정이 많이 가는 길이기는 하더군요.
그러나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며 잔도는 군사도로로 활성화되었던 모양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 지금은 관광객을 위하여 더 많은 잔도가 건설되는 나라가 중국이 아닌가 합니다.
정말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대륙에서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중국의 힘이라는 깃발부대가 이곳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중국 어디나 많은 깃발부대를 만나게 되네요.
우리 부부도 이들의 뒤를 따라 쉬앤콩쓰로 오르렵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입장객 수를 제한하기에
현공사로 오르는 입구에서 제지합니다.
절의 기둥이 무너질 염려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들의 괴기스러운 취미생활을 하나 더 보는 느낌입니다.
잔도만 만들다 그것도 권태기가 왔나 봅니다.
제비집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절벽에 붙어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자는 겁니까?
그런데 절벽에는 위의 사진처럼 잔도를 만들었던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도 얼마 전까지 있었던 잔도를 철거했나 봅니다.
이렇게 철거한 자리를 그대로 두니 이 또한 흉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 이런 절벽에 사찰을 매달아 놓았을까요?
이렇게 해야 믿음이 강해지고 기적이 일어나는 겁니까?
고소공포증이 있는 부처님이 식겁하라고 만들었습니까?
그렇군요.
부처님이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겁이 나서라도 얼른 들어주어야 하겠군요?
만약 "나중에 두고 보자."라고 했다가는 자꾸 불러대면 여기 한 번 올라오려면 식겁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이곳에서 부처를 찾기 전에 먼저 도와줄 게 없느냐 묻지 않겠어요?
고객에게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를 직접 실천한 곳이 이곳이겠군요.
이런 곳에 절을 지은 이유가 그런 것이었나 봅니다.
"부처님! 식겁하셨죠? 그쵸?"
"이놈아! 식겁할 놈은 바로 네 놈인 게야~ 어서 올라와 봐라~ 잠시 후에 바지에 오줌 저릴 놈은 네 놈인 게야~"
네.. 정말 그랬습니다.
佳人이요?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아주 부드럽고 연약한 사내입니다.
이제 쉬앤콩쓰에도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가을은 언제나 세상 어디나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이제 우리 부부와 함께 쉬앤콩쓰를 올라 부처도, 신선도 모두 만나 봅시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찾아와 빌다 보면 신들도 기분이 좋아 어려운 부탁도 쉽게 들어줄 게 아니겠어요?
높이가 지상에서 60-90m 위에 지었답니다.
높이가 중요한 게 아니죠.
인간에게 무서움을 주는 높이는 더도 덜도 말고 딱 13m면 충분하답니다.
인간이 높이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높이가 13m라고 했으니까요.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에 가면 인간계에서 천상계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이 있습니다.
워낙 위험하고 관광객이 여러 번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생기자 지금은 그 옆으로 경사도를 완만하게 조정하여
나무계단으로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곳의 높이가 떡 13m라고 합니다.
아주 과학적으로 중생이 식겁하라고 만든 모양입니다.
천상계를 구경하려다 아주 하늘나라에서 사는 일도 벌어집니다.
북위 말기인 태화 15년인 491년에 지었다 하니 1500년 이상을 세월과 싸우며 아등바등 절벽에 붙어있습니다.
정말 모진 삶을 살아가는 절입니다.
이런 아찔한 곳에 이 정도의 세월을 이기는 사찰은 그 유래를 찾기 어렵지 않겠어요?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이렇게 건재한 것을 보면 이 지방을 관리했던 역대 정권이 이곳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보수를 틈틈이 잘해온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지리적으로 안으로 약간 들어간 곳이라 바람의 방향이 절벽을 비켜나가고 비가 내려도
건물에는 거의 들이치지 않기에 오랜 세월을 견디는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렇게 입구에 제일 먼저 항산의 산신을 모신 사당이 있습니다.
보세요.
이 지방 나와바리 신이라는 산신에게 먼저 이렇게 모셔놓고 아양을 떨면 산신이 앞장서서 도와주지 않겠어요?
산신이라 하면 세상의 많은 신 중에 파워가 많이 떨어지는 동네 신이지만, 바로 이 동네에서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자신의 나와바리를 관리하는 신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이곳을 찾아 소원을 비는 사람을 위하여 바쁘게 일하는 신이 아니라 이 지역만 돌아다니며 관리하는
경비 전용 신인 셈일 겁니다.
누가 비스킷 하나를 놓고 갔네요.
저걸로만 하루를 견뎌야 한다면 넘 배가 고프겠다.
자...
이제 현공사 안으로 들어갑니다.
입구는 위의 사진처럼 무척 작습니다.
절벽에 붙어있는 절이라 입구도 작을 수밖에 없겠지요.
이런 신통방통한 곳에 오며 고개를 숙이라는 의미일까요?
입구가 좁을 뿐 아니라 높이 또한 낮아 잘못하면 머리가 깨지겠어요.
어두 컴컴한 복도를 지나 아주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이런 곳이 나옵니다.
들어가는 길은 전각 아래로 들어가야 하고 나오는 길은 전각 위로 난 다른 복도를 따라 나와야 합니다.
이제 우리 부부와 함께 현공사로 올라가 아찔한 풍광도 즐기고 이 안에 모신 신들을
하나씩 불러가며 만나보지 않겠어요?
불러오는 일을 우리 부부가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불러낸 신을 만나보시고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직접 묻고 따지고 하세요.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이곳은 올라가는 길이 워낙 좁은 곳이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오를 수 없습니다.
무조건 앞사람만 따라 올라야 합니다.
잠시 서서 사진이라도 찍으려면 뒤따르던 사람은 모두 서서 기다려야만 합니다.
우리 부부는 그나마 일찍 왔기에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아 사진 찍기가 수월합니다.
조금 전 우리가 들어온 입구를 바라봅니다.
산 위로 연결된 도로가 바로 항산으로 가는 터널 입구입니다.
2km만 가면 항산이라고 합니다.
아래로 내려오면 문표 파는 곳이고 작은 다리를 건너면 이곳으로 오게 됩니다.
방금 들어온 입구를 보고 돌아서서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쪽에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보이고 들어온 문의 2층은 전각으로 나갈 때는 저곳으로 나가게 됩니다.
지붕을 받치고 있는 저 기둥은 그야말로 그냥 흉내만 내고 붙여놓은 듯합니다.
위를 올려다보니 대웅전이 보이네요.
이미 구경을 마친 사람이 내려오는 모습입니다.
안으로 들어갑니다.
비석 여러 개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글이 새겨진 비석이라는 것만 정확히 압니다.
그래도 비석도 알고 글이 새겨졌다는 것을 아니 내용만 알면 되는 데 3가지 중 2가지는 알았으니
67%의 성공이 아니겠어요?
현공사를 중수할 때 보시한 사람 명단을 적어 영원히 남겨놓았나 봅니다.
원래 불가에서는 베푸는 자도, 받는 자도, 베푸는 것도 모두 본질적으로 공(空)것이라 이에 대한 집착을
없애라 했거늘... 여기에는 돌에다 새겨 영원히 남기려 하지는 않았나요?
이제 좁은 계단을 통하여 또 올라갑니다.
오른쪽 절벽 아래를 내려다볼 마음이 없습니다.
지금 佳人이 내디뎌 오르는 발걸음은 속세에서 선계로 들어가는 계단입니다.
사바세상에서 신선이 사는 천상의 세상으로 말입니다.
함께 오르시렵니까?
신선의 세상을 맛보실 분은 따르세요.
이제부터 보이는 기둥에 기댄다거나 손으로 건드리면 바로 튕겨 나갈지도 모릅니다.
손가락으로라도 튕겨보지 마세요.
훅~ 하고 입으로 바람도 불지 마세요.
바람만 불어도 건들거리고 옆에 사람에 걷기만 해도 바닥은 흔들거립니다.
겉으로 태연한 척하지만, 이곳을 걷다 보면 누구나 속으로 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 남자에게는 쪼그라드는 것이 하나 더 있지요.
이곳은 사찰 안을 들여다보면 극락이요.
밖을 내다보면 천상의 세상이라....
그러나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이게 바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한 지옥이 아니겠습니까?
쉬앤콩쓰는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인생의 즐거움, 노여움, 그리고 기쁘고 행복한 맛이 바로 이곳에 있었습니다.
극락과 하늘의 세상과 나락이 함께하는 곳..
바로 현공사라는 쉬엔콩쓰입니다.
이제 내일도 이곳을 돌아다니며 묻고 따져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인간은 늘 전지전능한 신에 의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 이유는 인간의 힘이 한정되어 있기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자연현상에서부터
많은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신비한 일이라 생각된 일이 많았겠지요.
그래서 인간은 의지하고 믿고 싶은 신을 만든 게 아니겠습니까?
이곳은 부처만 모시는 곳이 아니라 유, 불, 선이 모두 함께하는 곳입니다.
중국의 실용주의는 이런 다양한 신을 모시는 일에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빌면 어느 신이든 먼저 나타나 도와주면 그게 좋은 일이 아니겠어요?
공연히 바쁜 신보고 자꾸 도와달라고 칭얼거리면 그 신인들 기분이 좋겠습니까?
그냥 건성으로 적당히 소원을 들어주는 흉내만 내겠지요.
이곳은 신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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