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14. 08:00ㆍ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이제 현공사를 모두 보았습니다.
터덜터덜 다퉁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네요.
워낙 작은 곳이라 모두 돌아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이곳이 볼 게 없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보았던 현공사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무척 많은 생각을 하며 다녔습니다.
현공사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놀라움을 주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걸어 나오다 아쉬워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현공사를 올려다보니 지금은 이미 많은 사람이 밀어닥쳐 고속도로 정체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우리는 조금 이른 시간에 이곳에 왔기에 저렇게 기다리며 올라가지는 않았습니다.
저게 사람 구경이지 어디 생각이나 하며 신선을 만날 수 있겠어요?
신선 중의 하나는 틀림없이 안전을 책임지고 교통정리에 여념이 없을 겁니다.
그게 고객사랑일 테니까요.
사진이라도 서서 찍으려면 뒤는 자연히 정체현상이 일어나겠지요.
지금 저리로 올라가는 사람 중 카메라를 들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우리 부부야 인물사진을 찍지 않기에 그냥 마구잡이로 셔터를 누르지만,
올라가다 중간에 서서 "김치~"하며 찍는 사람이 저런 정체의 주범이지요.
이제 돌아가는 길은 올 때의 역순으로 하면 됩니다.
그런데 훈위엔까지 어떻게 가야 합니까?
올 때는 버스비에 포함된 비용으로 택시를 타고 왔는데...
아까 이곳으로 택시를 타고 올 때 사실 그리 먼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어보니 "우 꽁리(5 km)"라 합니다.
사실 3 km 정도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입구에 서서 기다리면 향산 방향에서 내려오는 교통편이 분명 있겠지만....
그래서 우리 부부는 걷기로 합니다.
우리 부부처럼 걸어가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의 대부분은 모두 관광버스를 타고 온 여행사를 따라온 사람들입니다.
아쉬워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이백이 쓴 장관이라는 글이 보이고 엄청난 관광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갑니다.
개미가 겨우살이를 위해 음식물을 저장하려고 가는 모양입니다.
저 모습을 이백은 보지 못했을 겁니다.
만약, 저렇게 많은 사람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면 장관이라고 하지 않고 가관이라고 했을 겁니다.
출발 시각이 11시 30분이니 1시간 15분 정도 현공사를 둘러보았습니다.
워낙 작은 곳이라 길을 따라 주욱 걸어가다 보면 간단하게 모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뒤에서 사람이 밀어닥치기에 서서 오래 지체할 수도 없거니와 그럴 곳도 없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태어나 한 번쯤은 꼭 보고 가야 할 곳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했나요?
적당히 일한 佳人도 떠났걸랑요.
백수가 되면 열심히 일했건 적당히 일했건 더는 일을 할 수 없는 나이가 아니겠어요?
불러주는 곳도 없고 찾는 사람도 없더군요.
그냥 배낭 하나 턱~ 하니 둘러매고 길을 나서는 겁니다.
佳人의 발뒤꿈치는 너무 많이 걸었기에 물집이 생겼고 그 때문에 걸음을 옮길 때마다 통증이 옵니다.
그런데 어쩌죠?
이런 길만 보면 또 걷고 싶은걸...
일단 항산으로 가는 갈림길까지 잠시 걸어 올라가면 그다음부터는 내리막입니다.
무척 걷기는 편한 곳입니다.
조금만 걸어 모퉁이를 돌아서면 훈위엔이 저 아래 보입니다.
그래! 우리 부부는 또 걷기로 하고 걸어서 훈위엔까지 가렵니다.
그러니 현공사는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요즈음 중국을 다니다 보면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도 그런 사람을 만납니다.
오르막을 열심히 올라오는 사람에게 힘내라고 "짜이요~"를 외쳐줍니다.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는군요.
보세요~
길을 걷다 보면 이렇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길에서 만나 인사도 주고받을 수 있잖아요.
이렇게 미소를 주고받으며 길을 걷는 게 참 여행이 아닌가 생각하네요.
여행 중 함께 미소와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일은 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이 사람들은 아까 우리가 버스를 타고 현공사로 올 때 지나친 사람들입니다.
벌써 여기까지 왔군요.
비록 우리 부부는 자전거를 타지 않았지만, 어지간한 거리는 이렇게 걸어가며 두리번거립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미소 짓고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들꽃을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그러나 너무 자주 미소 지으면 실성했다고 하겠지요?
잠시 내려가자 옥수숫대를 가득 실은 트럭 같은 화물차가 헉헉거리며 올라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사라졌지만, 중국은 삼륜차를 자주 볼 수 있더군요.
엄지 손가락을 펴서 힘내라고 하자 우리에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 줍니다.
역시 사람이란 먼저 내가 미소를 짓고 인사를 건네면 상대도 따라오게 되어 있나 봅니다.
아무리 무뚝뚝한 중국사람이라도 말입니다.
우리의 여행은 늘 우리가 먼저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며 다닙니다.
훈위엔 시내로 들어가는 삼거리에 11시 55분에 도착하니 현공사를 출발해 이곳까지 25분 정도 걸었네요.
삼거리에는 교통경찰이 서 있습니다.
먼저 인사를 건네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오른쪽 좁은 길이냐고 물어보니 어디를 가느냐고 묻습니다.
우리가 물어본 것은 "훈위엔 치처짠?" 하며 손가락으로 오른쪽 길을 가리킨 것이었고 교통경찰은 영어로 물어보네요.
우리도 영어로 다통을 가려한다고 하자 이곳에 기다리면 다통으로 가는 버스가 온답니다.
아까 현공사와 항산의 갈림길인 입구에서 다통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말이군요.
그러니 우리 부부와 같은 방법으로 개별적으로 버스를 타고 오셨다가 다퉁으로 가실 때 걱정하지 마시고
현공사 입구에 있는 기념탑 부근에서 기다리면 다퉁 가는 버스가 지나간다고 하니 그걸 타면 되겠습니다.
시내에 있는 터미널까지 가려면 조금 더 걸어야 하니 이곳에 있으면 버스를 자기가 잡아주겠다고 합니다.
교통경찰이 다퉁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면 있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교통경찰이 그 버스를 서라고 하면 서지 않을 버스도 없을 겁니다.
푸~ 하하하~
여러분! 중국 교통경찰에게 시외버스 잡으라 하고 뒤에서 그늘에 앉아 쉬어 보셨수?
우리 부부 해 봤수~
우리 부부는 뒤에 그늘에 앉아 잠시 쉬기로 합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시골길을 걷다가도 도움을 받습니다.
나중에도 운대산 들어가는 길거리에서 주유소 사장과 중국 공로(우리나라 도로공사?) 직원이 우리에게
시외버스를 세워 태워 준 적도 있었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버스가 한 대 내려옵니다.
우리가 일어나 길로 다가서자 저 버스는 다퉁 가는 게 아니고 훈위엔까지만 가는 버스라 합니다.
그런데 빈 택시 한 대가 우리 앞에 서네요.
우리 차림새를 보더니 치처짠까지 가자고 합니다.
얼마냐고 물어보니 터미널까지 10원 달라고 합니다.
아까 현공사 입구에서 30원을 불렀는데...
그래도 다 주면 되겠습니까?
우리야 그냥 걸어가려고 이곳까지 왔는데요.
울 마눌님은 중국에서는 협상의 달인입니다.
당장 반으로 하자고 덤빕니다.
결국, 5원에 둘이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갑니다.
젠장, 터미널은 바로 택시로 2분도 걸리지 않는 아주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우리가 서서 기다리던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가로수 길로 가다가 마을로 들어가기 전인 벌판에 터미널이 있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12시 20분경입니다.
다통과 훈위엔은 20분마다 한 대씩 버스가 운행한다 했는데 표를 사고 버스를 타려니까
1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하네요.
그 이유가 12시 30분부터 1시 30분까지는 점심시간이라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 합니다.
아니? 버스가 점심을 먹습니까?
중국에서 버스가 승객을 위한 서비스업이라고요?
웃기고 계십니다.
중국에서 버스는 운행시간표가 아니라 운전기사 위주입니다.
터미널을 새로 지어 주변에 건물조차 없어 아주 한산합니다.
터미널 건물 앞 광장으로 나와 국수 같은 것을 팔기에 그게 뭐냐고 물어봅니다.
음식 이름을 알려 준다고 우리가 그 이름을 알겠어요?
미엔펀이라는 것을 5원을 주고 사서 맛을 봅니다.
"뿌야오! 웨이징~"을 외치면 조미료를 넣지 않습니다.
"딴!"을 외치면 조금 싱겁게 소금을 덜 넣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 정도의 작은 그릇에도 조미료를 큰 숟가락으로 가득 넣어 먹습니다.
맛은 짜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합니다.
다 먹고 나니 버스 터미널에서 직원이 나와 우리 부부를 손짓으로 부릅니다.
1시 30분에 떠난다는 버스가 1시인데 출발한다네요.
중국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인가 봅니다.
버스 출발 시각도 운전기사 마음대로입니다.
버스 요금은 23원으로 아침에는 26원을 주고 왔으니 훈위엔에서 쉬앤콩쓰라는 현공사까지 3원에 택시로
연계하는 시스템입니다.
잠시 달리더니 또 혼잡한 곳으로 들어가 손님을 기다립니다.
처음 터미널에서는 승객이 우리 부부만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안내양을 포함해 많은 승객이 버스를 탑니다.
아마도 이곳이 예전 터미널이 아니었나 생각되네요.
시외버스는 모두 터미널을 출발해 근처에 들려 다시 승객을 태우는 일이 늘상 있는 일이기에
조금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제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네요.
그런데 왜 터미널에서는 짐 검색을 하고 난리를 치지요?
안전을 위한다고 하지만 버스가 터미널 출입문만 나서면 누구나 쉽게 아무 제지 없이 짐을 들고
타고 내리는데 비싼 돈을 들여가며 터미널마다 짐 검색을 위해 비싼 투시기를 설치했는지 불가사의입니다.
그런 게 중국 여행에 가장 불편한 것 중의 하나입니다.
그 검색대에는 오만가지 짐을 다 올려놓기에 비위생적입니다.
버스터미널, 기차역, 심지어 지하철까지 그러니 우리가 지고 다니는 배낭이며 허리 가방은
중국의 오만가지 더러운 것이 다 묻어납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버스를 많이 타게 됩니다.
우리 부부처럼 택시를 타지 않고 철저히 공 교통을 이용하는 자유 배낭여행자에게는 버스란 필수이지요.
오늘 그 버스 이용을 하며 느낀 점을 몇 가지만 써보려 합니다.
우선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로 들어가려면 화물 투시기에 모든 짐을 올려놓아야 합니다.
대도시에는 그나마 모니터로 지켜보는 사람이 있지만, 지방에 가면 지켜보는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혹시나 모를 테러에 대한 안전을 도모함일 겁니다.
그런데 기차와 달리 버스는 언제 어디서나 손만 들지 않고 발만 들어도 버스가 서고 사람을 태웁니다.
바로 터미널의 출구를 벗어나며 버스 꼬리가 다 빠지지 않아도 승객을 태웁니다.
그다음 버스가 터미널을 출발하기 전 제복을 입은 사람이 올라와 승객 숫자를 센다는 겁니다.
그 다음 버스가 출발해 터미널 출구에 도착하면 또 버스를 세우고 확인서를 주고받습니다.
그리고 잠시 움직인다 싶으면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마냥 승객을 기다리고 승객은 그 골목길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온다는 겁니다.
어떤 경우는 그곳에서 한 시간도 넘게 서 있다 출발한 적도 있습니다.
조금 더 달리다 보면 시내를 벗어나는 지점에서 또 버스를 세우고 무슨 서류를 다시 주고받고서야 제대로 출발합니다.
나이 든 승객이 버스를 타기 위해 건너편에 많이 서 있습니다.
길 건너편에서 버스를 세우는 사람은 모두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기에 버스가 서면
운전기사가 문을 열고 대화하기가 쉽습니다.
자기가 타고 갈 차라고 생각하면 길을 건너와 탑니다.
중국에 문맹자가 많다는 사실은 여행을 하다 보면 많이 만나게 됩니다.
우리 부부는 중국인과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 자주 볼펜과 메모지를 건네며 "쒸에즈(寫字)?"라고 하면
곤란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요금체계가 차 종류에 따라 같은 곳을 가더라도 다릅니다.
고속도로와 같은 유료도로를 갈 때도 또 다릅니다.
어떤 경우는 물론 버스를 타고난 후 안내양과 가격을 흥정하기도 합니다.
버스는 공교가 아닌 빠오처라고 하는 작은 7인용 미니버스도 공교가 다니지 않는 길을 공식적으로 운행합니다.
길을 가다 검문소에 도착할 즈음 모든 승객을 바닥에 앉게 한다는 겁니다.
만약 다 앉을 수 없으면 버스는 통과하지 않고 검문 경찰이 떠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겁니다.
버스는 낡아 너덜거려도 환장하게 TV 모니터는 잘 나온다는 겁니다.
스피커는 고장도 나지 않고 고양이 배탈 난 소리로 쉬지 않고 떠듭니다.
차라리 고장이라도 나 나오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버스 안에는 휴대전화를 누구나 자유롭게 아주 큰 소리로 주고받는다는 겁니다.
운전기사는 운전 내내 한 손으로만 운전하고 승객은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제일 뒤에 앉은 아줌마 전화 내용을
버스 승객 모두 의무적으로 알아야 하나 봅니다.
순돌이네 강아지 새끼 낳은 이야기까지 모두 말입니다.
그리고 차멀미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열심히 멀미한 후에 다시 열심히 먹습니다.
승객 대부분이 해바라기씨를 먹고 껍질은 바닥에 그냥 버립니다.
바닥은 그야말로 쓰레기 천지입니다.
그러나 안내양이나 기사는 그런 것에 초월하여 일체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고 비닐에 담긴 쓰레기는
달리는 버스의 창문을 열고 그냥 집어던져 버리거나 차가 서면 옆에 개울에 쓸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내일은 구룡벽 중 최고라는 다퉁 시내에 있는 구룡벽을 찾아가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일이 즐거움이라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낙원입니다.
일이 의무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지옥입니다.
여행이 즐거움이라면, 세상은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합니다.
여행이 힘이 든다면, 여행길이 고난의 길입니다.
그냥 터벅터벅 걸어가며 세상을 보는 일도 즐겁다면 그게 바로 즐거운 여행입니다.
오백 마일이 아니라 천 마일 일지라도 즐겁게 걷는 사람에게는 그 시간 내내 즐거움이고 낙원을 걷는 행복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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