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녀 끝에 걸린 풍경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2012. 2. 10.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항산 북쪽의 산허리에 달아매 놓은 천 년 사찰이 있습니다.

아래서 올려다보면 마치 성냥개비로 기둥을 만들어 받혀놓은 듯합니다.

만약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오르기라도 하면 과연 지탱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 절은 수직 절벽에 구멍을 파고 그 구멍 속으로 기둥을 횡으로 끼워 넣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린 형태이기에 그러다 보니 무게가 제법 나가는 대들보나

기둥의 숫자를 줄이고 심지어 누각은 창문마저 만들지 않았습니다.

문짝을 만들지 않은 이유는 무게도 줄일 뿐 아니라 바람이 불면 걸리지 말고 그냥

지나가라는 의미지 싶은데 그러나 처마는 무척 멋을 내어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좁은 공간에 위로 겹쳐 건물을 만들다 보니 위에서 아래 건물의 지붕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용마루나 올려놓은 어처구니라는 잡상, 지붕의 색깔까지

황실에서나 쓴다는 황금색 유리기와로 멋을 부렸네요.

서까래 끝에는 용머리 장식의 토수를 만들어 물에 의해 나무가 썩는 것을

방지하려 한 것으로 보이고 그 끝에 매달린 풍경은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러나 사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절은 절벽에 매달아 놓은 게 아니라 절벽 안으로 반 이상

건물이 들어가 있기에 안전하답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에도 보이는 올라가는 나무 계단도 처음에는 기둥마저 없었다 합니다.

 

 

기둥이 없으니 올려다보기에 너무 겁이나 사람이 찾아와 그냥

올려다보기만 하지 누구 하나 올라가려 하지 않았다네요.

아무리 신을 찾아온 사람이라도 신을 만나려다 귀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겝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좌판이 좋아도 윈도쇼핑만 한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나무 계단 아래로 기둥을 세워 놓아 관광객이 오르내릴 수 있게 했다 하네요.

사람의 마음이란 사실 기둥 하나로 말미암아 안심하고

오를 수 있는 그런 여린 마음인가 봅니다.

 

 

제일 먼저 만나는 사당이 순양궁(純陽宮)이라는 곳입니다.

내부는 별로 볼 게 없네요.

사찰이라는 게 이렇게 내부는 허접스럽게 생각된 곳이 없는데

이곳은 절의 외부 형태에만 환호를 하나 봅니다.

주객전도란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요?

사실은 외모만 보고 환호하는 어리석은 佳人이기에 부끄럽습니다.

 

 

현공사란 이름을 보면 걸 현(悬) 자에 빈 공(空), 절 사(寺)이니 풀이하자면

‘공중에 걸려 있는 절’이란 뜻이잖아요.

정말 올려다보면 하늘에 걸려있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이름 짓는 일은 참 잘하네요.

 

 

누구나 이곳에 와 절벽에 제비집처럼 걸린 절을 바라보면

다른 이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절에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면 또 식겁하지요.

정말 현공사라는 절의 이름은 제대로 지은 곳입니다.

 

 

하지만 이전의 명칭이 현공사(玄空寺)였던 것을 보면 지금의 명칭과는 한자로

현자가 달랐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검을 현(玄) 자를 썼으며 사전적 의미로는 심오하다,

오묘하다는 뜻이므로 현교(玄敎), 즉 도교(道敎) 사원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잖아요?

처음에는 도교사원이었지만, 지금은 부처도 전세로 들어오고 공자까지 전세로 들어와

한 지붕 세 가족이 되어 짜릿함을 즐긴다 합니다.

 

 

현공사에 발을 들여놓으면 하늘 세상에 들어선 듯합니다.

오늘 佳人과 함께 현공사를 올라 空中見佛이나 하시렵니까?

세상에 공중에서 부처를 만나다니...

이곳에서는 아주 특별한 만남이 이루어지니 원하고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겁니다.

그렇게 이루어지소서

정말 이곳에서 도를 닦으면 신선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과 사진을 보시는 모든 분들도 그렇게 되게 하시옵서소.

 

 

부처가 없고 신선만 있으면 또 어떻습니까?

신선과 함께 막걸리나 한잔하며 세상 사는 담론이나 나누다 가죠! 뭐~

위의 사진을 보시면 절벽에 횡으로 기둥을 박고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 놓은 게 보이실 겁니다.

우리가 위로 올라가 바로 위의 널빤지를 따라 걸을 겁니다.

지금은 그 널빤지 아래로 기둥을 만들어 놓았지만, 예전에는 기둥조차 없었다 하니

다니기 조금은 겁이 났을 것 같습니다. 

 

 

구름사다리를 밟고 위로 오르고 나면 또 후들후들거리고 아찔한 구름다리를 사뿐히

넘어야 석굴도 지나고 뻥 뚫린 천정을 통해 지붕 위를 올라가고 걸어가다 다시 내려가고

하는 중에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고 고개를 숙이면 깊은 골짜기가 보이니

이게 바로 그야말로 신선의 세상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현공사는 겉보기에 험준하고 기이하며 장관일 뿐만 아니라 건축 형식도 다양해

처마의 양식도 여러 가지이고 대들보나 지붕 양식도 풍부해 건물이 오밀조밀하게 

겹쳐지며 아주 다양한 모습이라 합니다.

현공사 건물 내부에는 또한 구리나 쇠로 주조한 불상, 석각과 진흙 조각상들이 모셔져 있습니다.

 

 

이름처럼 매달려 있는 것이 현공사의 전부입니다.

만약 절벽에 걸려있지 않다면 누가 여기까지 찾아오겠어요.

세상은 이렇게 다른 곳과 차별화 전략을 펴야 성공하는 것이 아닐까요?

 

 

40여 칸의 건물이 얼핏 보기에는 이쑤시개 같은 가느다란 이십여 개의 기둥에

올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현공사를 받드는 것은 이 기둥이 아니라

건물의 중심은 조금 안으로 파인 든든한 암벽 속에 있습니다.

그 암벽 속으로 구멍을 파 횡목비량(橫木飛梁)이라 부르는 나무기둥을 횡으로

박아 넣은 후 그 위에 일부 외부로 돌출되게 건물을 지었기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나 어디 사람의 마음이 그렇습니까? 

 

 

기둥은 후세 사람들이 무너질 것 같은 의구심에 현공사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을

안심시키려고 만들어 놓은 것으로 사실 걸쳐만 놓은 셈입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기둥을 흔들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늘에 매달아 지은 이유는 이곳에서 구도하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탐욕을 버려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몸도 마음도 모두 가볍게 해야 이런 곳에서 생활한다는 가르침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탐욕 덩어리가 이런 곳에서 도를 닦다 보면 욕심의 무게 때문에 무너져버릴 것 같습니다.

버려야 할 것은 우리 몸의 덩어리인 노폐물뿐 아니라 탐욕도 버려야 합니다.

 

 

좁은 회랑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습니다.

물론 바닥은 널빤지로 찌그덕 거리는 소리가 나며 바닥 아래는 기둥으로만

몇 곳 바쳐두었기에 절벽 위라는...

사실 가파른 절벽 위를 이런 널빤지에 의지해 걷는다는 일이 편안하지만은 않네요.

자꾸 벽도 잡으며 아래를 내려다보게 됩니다.

  

 

이번에는 三聖堂이라는 사당입니다.

우리 눈에는 마치 서낭당처럼 보입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어느 신이 누구인지 아시겠어요?

이곳에 와 소원을 빈다면 어느 신이 제일 먼저 도움을 줄까요?

 

 

이제 겨우 사람 몸 하나 빠질 정도의 좁은 곳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체중이 조금 나가시는 분은 고민 좀 하셔야 합니다.

워낙 좁기도 하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쪼그라듭니다.

난간의 높이마저 허리 아래인 데다 좁은 곳을 비집고 빠져나가야 하기에

날씬한 사람이 유리할 겁니다.

 

 

제일 높은 곳에는 삼교전(三敎殿)이라는 사당이 있습니다. 

이곳은 지상에서의 높이가 60여 미터에 달한다고 하네요.

회랑도 좁고 찌그덕거리는 소리도 나고 난간의 높이마저 허리 아래 정도라서

제법 두려움을 갖게 하니 이 현공사에서 가장 높은 곳이니 그럴 만도 하겠죠?

 

 

이 삼교전을 들여다보면 공자님, 노자님, 부처님 세 분이 좁은 공간 안에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계십니다.

그러니 부처님이 계신 공간에 공자님과 노자님이 함께 들어와 사이좋게 계십니다.

어디 평수 넓다고 더 효험이 있겠어요?

요즈음 자꾸 크고 멋있게만 짓지만, 이렇게 좁은 곳에 함께 여러 신을 모셔놓고

한꺼번에 원 샷으로 끝내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석가모니 부처, 좌우의 협시보살은 십대 제자인 아난과 가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렇게 세분이 같이 있는 공간은 이곳 말고 대웅보전이라고 한 곳이 더 있습니다.

 

 

여기는 세 분이 사이좋게 아주 비좁은 공간을 나누어 쓰고 계신다.

어느 분이 주인이고 누가 세를 들어 계신지는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주택 규모가 25.7평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곳은 절벽에 매달아

방을 만들었으니 좁은 방에 이렇게 함께 계십니다.

무섭고 심심한데 이렇게 함께 계시며 세상 일을 서로 허심탄회하게

나누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계단이나 잔교는 워낙 허술하고 삐걱거리기에 누구나 이렇게 난간을 잡고

엉거주춤한 몸짓으로 조심스럽게 오르내립니다.

계단마저 많은 사람이 오르내리기에 빨리 닳지 말라고 쇠판으로 덧대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현공사에 사용된 목재는 모두 특수처리를 했기 때문에 벌레에 강하고

절벽의 움푹한 부분에 들어가 있기에 비바람의 영향도 많이 받지 않기에 지금까지

 천여 년 동안 그 기이한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일시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 입구에서 오르는 사람을 제지하고 차례로 오르게 합니다.

만약을 위한 안전조치인 셈이겠죠?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추녀 끝에 걸린 풍경은 바람이 불지 않으면 아름다운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어야만 맑은 소리를 냅니다.

인생에서 무사 평온하다면,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기에 비로소 인생의 참맛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아찔한 현공사에 올라 부처를 보아야 제대로 된 믿음을 가질 수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