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걸린 절 쉬앤콩쓰(悬空寺 : 현공사)

2012. 2. 7. 08:00중국 여행기/산서성(山西省)

 

10월 19일 여행 9일째

 

아침에 일어나니 이부자리 서늘하다.

어제 뜬 달 창문밖에 아직도 걸렸는데...

나그네 가는 길이 오늘은 어디일까?

파르르 떠는 나뭇가지  창틀사이로 보이 누나.

 

오늘은 현공사를 갈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먼 곳부터 다녀오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되어 현공사로 결정했네요.

우리 부부는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오렵니다.

여행사 투어를 따라가면 당연히 저렴하고 편케 다녀올 수 있지만, 함께 움직인다는 게

자유스럽지 못하고 내가 더 오래 보고 싶은 곳에 혼자 오래도록 머무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가 시외버스로 갈아타고 다녀오렵니다.

 

 

하늘에 걸린 절이라는 쉬엔콩쓰, 항산 현공사(悬空寺)는

항산 18 경(景) 중의 으뜸이라 합니다.

현공사는 원래 지금 다퉁 시내인 북위의 도성이라는 평성(平城) 안에 있었다 합니다.

그러나 도인들은 너무 혼잡한 도성이 싫어 절을 옮기기로 하고 장소를 찾던 중,

제일 우선으로 염두에 둘 곳이 개 짖는 소리와 닭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이었다 합니다.

아마도 그 당시 도사들은 닭과 개에 알레르기가 있었나 보네요.

 

 

그래요 이런 절벽에 절을 지으면 닭과 개가 오겠어요?

아무리 불심이 깊은 닭과 개라도 절벽을 기어오르다가 식겁하지 않을까요?

개나 닭은 고소공포증이 없어 올지도 모르겠네요.

있다 하더라도 중국의 개나 닭은 소림사에 들러 담력 키우는

훈련도 받은 후 올라오겠어요.

 

 

일반 버스로 가는 방법은 시내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가 현공사행을 타면 됩니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중국사람들은 절벽을 무척 잘 이용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절벽이 많지 않은 지형이라 그렇겠지만, 중국은 기원전부터

절벽에 잔도를 만들어 군사도로로 이용했고 그 도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지금도 여러 곳에 건설하고 있습니다.

 

 

예전에야 군사목적을 위해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관광객에게

돈을 받기 위해 만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렇게 돈의 맛을 알아버려 중국 어느 산이나 절벽만 있으면

잔도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자연보호 면에서 볼 때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 중국에서는

아직도 국가사업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재미있는 국민성이라 생각되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산에 케이블카 하나 설치하기 쉽지 않고

돌계단 하나 만들기 어려운 나라이지만,

중국이라는 나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그곳을 찾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아마도 이런 일이 중국인에게는 취미생활의 하나인 모양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7시에 다통 역 앞으로 갑니다.

어제 보아두었던 15번 버스를 타고 6번째 정류장인 五醫院이라는 정류장에 내립니다.

(버스요금 1원/1인)

위의 사진처럼 버스에는 정류장이 적혀있어 중국어를 하지 못해도 오른쪽부터

6번째 정류장이 五醫院이라는 걸 알 수 있으며 중국 여행이 다른 나라보다

쉬운 이유는 말은 하지 못해도 글은 대강이나마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버스가 오던 방향으로 잠시 뒤로 가면 사거리이기에 오른쪽으로 큰길을 건너 

조금 들어가면 건너편에 버스 터미널이 보입니다. 

위의 지도를 참고하시면, 중국어 한마디 하지 않아도

현공사로 가는 버스를 타실 수 있습니다.

다통이란 도시는 위성지도에서 보듯이 바둑판 모양으로 아주 반듯반듯한 도시입니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이 7시 40분이군요.

미리 현공사라고 쓴 메모한 종이를 매표소 창구로 들이밉니다.

발음도 정확하지 않은 중국어로 이야기해봐야 오히려 그쪽에서 더 혼란스러워하기에

기차나 버스표를 살 때는 미리 메모지에 글을 써 들이미는 게 가장 정확했습니다.

 

 

그러나 가끔 "메이요"나 "메이처"라고 할 때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지요. 

8시 출발하는 현공사행 버스표를 26원/1인에 삽니다.

우리가 갈 곳은 훈위엔이 아니라 쉬엔콩스로 바로 갈 수 있나 봅니다.

중국에서 버스 터미널은 대부분 시계탑이 있는 건물입니다.

 

 

버스표에는 분명히 현공사로 간다고 적혀있습니다.

여기서 버스표에 인쇄된 현공사의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버스 터미널 안에는 현공사로 간다고 쓴 버스가 없습니다.

안내하는 사람에게 버스표를 보여주니 우리 부부에게 버스까지

안내해주며 타라고 알려줍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냥 표만 보여주고 손가락만 바라보아도 다 압니다.

 

 

그러나 우리가 탄 버스는 현공사를 바로 가는 버스가 아니고 현공사가 있는

훈위엔(浑源 : 혼원)이라는 마을로 가는 버스입니다.

터미널 안내원이 버스 기사에게 외국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기에

기사는 또 우리 부부에 과잉친절을 베풉니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우리 부부에게 설명을 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중국말을 아나요?

그냥 바라보고 웃기만 하지요.

이렇게 웃음이란 국경을 넘어 싸늘한 이른 아침에도 서로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묘약입니다.

 

 

버스는 터미널을 출발해 잠시 시내를 돌다가 어느 시장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더니 그곳에서 20분 이상을 서서 승객을 더 태웁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늘 겪는 일이라 그냥 기다립니다.

터미널을 출발해 바로 목적지로 가는 시외버스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제야 안내양이 타고 8시 43분 버스는 다시 출발해 시골길을 달립니다.

차가 달리는 길은 나무조차 잘 자라지 않는 황토고원을 보여줍니다.

수억 년간 황사가 쌓여 만든 이 지역은 해발 1.000m 정도의 고원지대라 하는군요.

 

 

물론 버스가 달리는 길에 멋진 가로수 길도 보여줍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이런 길에서도 누구나 손을 들면 차를 세우고 태운다는 점입니다.

손이 아니라 발을 들어도 차를 세우고 태워줍니다.

가로수 뒤에 숨어서 가방만 보여도 차를 세우고 태웁니다.

 

 

물론 내릴 때도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준다는 점이죠.

이 사람들은 자기가 타거나 내릴 곳 가까이 차가 서면 절대로 내리거나 타지 않습니다.

10m라도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립니다.

우리 같으면 그 정도는 함께 내리고 또 타려고 하면 뛰어와 타겠지만, 중국사람은

절대 그런 일이 없으며 내리려는 사람도 차가 출발하면 그때야 내리겠다 하고 또 미리

내리려고 준비하지 않고 차가 정차한 후에 보따리를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1시간 20분 가까이 달려 10시경에 훈위엔이라는 마을 입구에 우리 부부만

내리게 하고 그곳에 있는 택시에 우리를 인계합니다.

이거 우리 부부를 모르는 곳으로 팔아넘기는 게 아닌가하고 갑자기 겁이 납니다.

버스 운전기사는 직접 내려 우리 부부에게 안심을 시키며 택시를 타고 가면

현공사에 간다고 알려주는데 우리가 탄 버스는 현공사로 바로 가는 버스가 아니고

이곳 마을까지 운행하는 버스로 현공사를 가는 승객을 위해 택시와

연합하여 연결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랬기에 우리 버스표에 현공사라고 인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버스 요금에 택시비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별도의 요금은 더 내지 않아도 됩니다.

택시는 우리 부부만 태우고 10분 정도를 달려 사진에서만 보았던 현공사 매표소 앞에

내려주며 택시는 정상적인 택시가 아니라 버스회사와 계약에 의해 영업하는

자가용 택시로 보였습니다.

갑자기 택시를 타라 하기에 근거라도 남기려고 얼떨결에 사진을 찍었으며 아까 출발할 때

버스 기사가 우리 부부에게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 바로 이런 이야기였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구경을 모두 마치고 버스 타고 나갈 때는 어쩌란 말입니까?

물론 택시를 타든 지 걷든지 해야 되지 않겠어요?

이때는 택시 요금을 따로 내야 하기에 실랑이를 해야 할 겁니다.

 

 

사실 현공사 하나만 본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이 아닙니다.

절벽 가운데 매달린 절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요?

10시 5분에 매표소를 통과합니다.

요금은 130원/1인이며 할인표는 정확히 절반인 65원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첫눈에 바라보니 마치 병풍을 두른 듯합니다.

만약, 개와 닭이 소리를 낸다면 아주 그 울림이 대단할 듯하네요.

계곡이 U 자로 되어 있는 이곳에 그 울림이 하늘의 소리가 아닐까요?

 

 

너무 일찍 도착했나요?

절은 절벽에 붙어 아등바등거리고, 이제 해가 비치기 시작해 그늘 속에 있어

보일락 말락 하고 이제 쉬엔콩쓰 안으로 들어가 하나씩 속살을 마구마구 벗겨보렵니다.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은 천천히 걸어가며 해야 합니다.

너무 빨리 가다 보면 경치만 놓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왜 가고 있는지도 놓치게 됩니다.

 

살아가는 인생길에서도 너무 정신없이 살다 보면 왜 사는지도 모르고 살 게 됩니다.

천천히 가며 가끔 뒤도 돌아보고 가야 제대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자체가 축복이기에 매 순간마다 그 축복을 음미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