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난 평생을 못잊을 것 같아 너를...

2012. 5. 23.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2011년 11월 1일 여행 22일째

 

우리 여행이 벌써 11월이 되었습니다.

오늘이 여행을 떠난 지 벌써 22일째입니다.

몰골이 점차 지저분해질 이때가 지나면 집이 그립고 한국 음식이 그리워집니다.

여행이 좋아 떠났지만, 둥지가 그리운 것은 숨길 수 없습니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어떤 풍경을 볼까 생각하면 마음이 설렙니다.

 

더군다나 오늘 같은 날은 더 기대가 되는 날이잖아요.

오늘은 어제 길에서 만나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한 사람의 차를 타고

아름답다고 선전한 궈량촌을 가렵니다.

약속은 아침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했지만, 원래 여행 중에는 5시에 일어나기에 7시에

숙소 1층으로 내려와 숙소 주인에게 어제 받은 명함에 적어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부탁합니다.

 

금세 전화는 연결되고 숙소 주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우리에게 난감한 표정을 보입니다.

직감적으로 뭔가 일이 틀어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아주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설명하지만, 우리는 중국말을 거의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쪽에서 약속을 어겼다는 것은 눈치로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글로 쓰며 설명에 들어갑니다.

내용인즉슨,

'어제 약속한 5명과 이미 출발했다. 그리고 만약, 궈량촌에 가기를 원한다면,

다른 빠오처를 연결해 주겠다.

가격은 차 한 대에 240원이다.'

 

환장할 노릇이 아닙니까?

그럼 어제 한 우리의 약속은 다 쓴 건전지고 일회용 밴드였어요?

우리가 지금까지 전혀 알지도 못한 그곳을 가겠다고 먼저 옆구리 콕콕 찌른 것도 아니고

자기가 먼저 우리에게 접근해 말도 통하지 않아 명함까지 건네며 글까지 써가며 궈량촌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며 이미 5명이 가기로 되어있어 우리 부부 둘만 가면 50원/1인에 해주겠다고

변태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치근거려놓고 그러자고 하니 먼저 출발했다고라?

 

그리고 발음도 하지 못하는 우리 부부에게 친절하게 곽량이 아니고 궈량인지

꾸어량인지 몇 번이나 교정까지 해주며 아주 멋진 곳이라 변태 거머리처럼 추근거려놓고서...

머뭇거리는 우리 부부에게 글까지 써가며 거리며 걸리는 시간까지 자세히 이야기하며

한 사람이 얼마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하고는 우리를 버리고 그냥 갔다고 합니다. 

 

그곳이 황금의 땅인 엘도라도라도 되니?

우리가 240원이나 내고 그곳으로 가게.

황금이 넘쳐흐른다면 생각해보지.

 

그렇게 생각하고 포기를 하려는데 가만히 속에서 부아가 치밉니다.

사람에게 약속만큼 강한 신의가 없습니다.

약속하고 지키지 않으면 그것은 금수만도 못한 일이지요.

중국이라면 많은 현자가 나와 인간의 기본에 대한 교육을 한 나라가 아닙니까?

도대체 공자 맹자는 무얼 가르친 겝니까?

고객의 변심은 반품되지만, 업자의 변심은 반품할 수 없잖아요.

 

원래 사람은 황당한 일을 당하면 오히려 전의가 불타오르지요.

그래! 결심했어~

우리 부부 두 사람의 힘으로 찾아가는 게야.

우리 부부의 여행이란 원래 이렇게 찾아다니는 여행이잖아~

사랑이 아픈 만큼 더 아름답듯, 여행도 힘든 만큼 더 감동적일 게야.

이렇게 생각하고 궈량촌을 찾아 나서려는데 그게 어디에 박힌 마을인지 알 수 있어야지요.

 

약속만 남겨놓고 떠나가느냐~ 짠~

얄미운 사람

슬픈 음악처럼 이 마음 울려놓고 멀리 떠나간 사람~

 

미련만 남겨놓고 돌아가느냐~ 짠~

얄미운 사람~

미련 때문인가 멍든 이내 가슴 아픔만 주고 간 사람~

 

우리 부부는 이제 혼자서도 잘해요.

우리 부부도 달라졌어요.

약자는 눈이 녹기를 기다리고 강자는 눈을 치우며 나아간다 했나요?

눈은 오지 않았지만, 찾아가기로 합니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냉정하게 방법을 찾아봅니다.

다행히 숙소 여주인은 방금 그 사내와 통화를 하였기에 우리의 처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젊은 여자로 사무실에 컴퓨터가 있고 다룰 수 있는 여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궈량촌을 가는 방법을 물어봅니다.

 

물론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녀의 빠른 이해력과 울 마눌님의

단순 명료한 질문이 지도와 함께 빛을 발해 바로 검색에 들어갑니다.

이미 아침 그녀는 우리가 준 전화번호로 운전기사와 통화하였기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지요.

 

이제부터 그녀와 같이 가는 방법을 찾아봅니다.

이곳에서 가는 길은 우선 궈량촌에서 가장 가까운 큰 도시를 찾는 일입니다.

신시앙(新鄕)이라고 있습니다.

마침 이 동네 안상마을에서 아래 사진에서 보시듯이 하루 두 번 신시앙으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그곳 터미널로 접속해 궈량으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아침에 일찍 떠나는 차밖에는

없고 여기서 신시앙으로 가면 오늘 하루는 그냥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그곳에서

하루를 자고 내일 아침이나 궈량으로 들어간답니다.

우리 부부는 어제 일정을 놓고 검토하였지만, 하루 이틀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나오는 것까지 생각하면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기에 3일 이상은 곤란합니다.

원래 뤄양으로 가 소림사로 들어가려던 계획에 소림사를 생략하면 가능한 일정이었습니다.

 

지도를 컴퓨터에 띄어놓고 다시 검토해보니 후이시엔(輝縣 : 휘현)이라는 작은 도시가 보입니다.

미안한 일이지만, 중국의 작은 도시라 하면 우리나라 대도시보다 더 큽니다.

여기서 그곳으로 가면 차편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 안상마을에서 바로 가는 차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게 그녀와 작전회의를 마치고 우리에게 넘겨준 자료입니다.

일단 안상으로 나가 그곳에서 5원을 주고 팡쭈앙(방장) 터미널로 갑니다.

그곳에 가면 후이시엔으로 가는 공교가 있답니다.

그다음 후이시엔에 도착하면 다시 궈량으로 가는 공교를 타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오늘 중에는 도착할 수 있을지...

 

글자를 아주 또박또박 쓴 걸 보면 성격 또한 매우 차분한 믿음이 가는 여자입니다.

여기 안상에서 팡쭈앙 터미널까지는 5원만 주라고까지 알려 줍니다.

일단 이 마을에서 빠오처나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면 그곳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그곳까지 가 버스가 없으면 자고 가면 되니까요.

30분 이상을 그녀와 작전을 하며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길을 나섭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이럴 겁니다.

 

아마도 우리와 약속했던 빠오처 기사는 예약한 사람이

우리와 함께 가는 것을 반대했나 봅니다.

7인승 작은 차에 자기 일행 5명이 타고 가기로 했는데 우리 부부 두 사람이 더 타면

좁은 차로 몇 시간을 가야 하잖아요.

이미 그 사람은 차를 빌리는 비용을 모두 냈을 터인데 누가 더 태우고 가는 것을 좋아하겠어요.

결국, 기사는 돈 좀 더 벌어보려고 우리 부부를 부추겼지만, 그게 계획대로 되지 않고

미수에 그쳤다는 말이 되겠네요.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은 곳이기에 또 다른 난관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알지 못합니다.

이렇게 또 코스를 이탈하면 腦비게이션이 다시 경로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겠지요.

원래 계획했던 소림사를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면 궈량을 다녀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렇게 작정했지만, 출발까지는 그냥 뤄양으로 갈까를 두고 계속 고민 중입니다.

 

不當趣所愛

亦莫有不愛

愛之不見優

不愛亦見優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마라.

미운 사람도 만들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是以莫造愛

愛憎惡所由

己除結縛者

無愛無所憎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을 애써 만들지 마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참으로 고통이다.

사랑하는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없으면

그이에게는 얽매임이 없다.

 

맞는 말이지만, 세상을 살며 어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만들며 살 수 있나요?

살다 보니 가까운 거리에 손만 뻗으면 평생을 팔짱 끼고 걸을 수 있는 울 마눌님도 만나고

젠장! 어제 만나 오늘 우리를 버리고 떠난, 사랑할 수 없는 사내도 만나는 걸요.

 

우리가 살아가는 도중에 만나는 사람은 모두 전생에 인연이 많은 사람입니다.

만나고 만나지 못하고는 내가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일은 운명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벌써 내 곁에 다가와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세상에서 만나는 겁니다.

 

그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치고 속일지언정 만나는 것을 필연입니다.

다만, 그 사람이 사랑하며 평생 같은 길을 걷는 반려자이거나 어제 잠시 길거리에 만나

옆구리 콕콕 찌르며 오늘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우리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새벽길을 떠나버린 그 사람도

이미 운명적인 만남이 예정돼 있었던 사람일 겁니다.

 

비록 오늘 나에게 해를 끼쳤을망정, 전생에서는 내게 큰 은혜를 베푼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아니면, 내가 전생에 그에게 큰 해를 끼쳤을지도...

처음에는 그 사람이 미웠지만, 모든 것이 끝난 지금 모두 털고 더는 미워하지 않으렵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을 테니까요.

 

이런 생각에 미치니 어쭈구리!

佳人이 마치 뭐나 되는 사람처럼 생각됩니다.

푸! 하하하~ 중국의 성현과 같은 반열에 오른 사람처럼....

 

이제 배낭을 챙겨 안상촌으로 갑니다.

우선 제1 목적지는 팡쭈앙(方庄 : 방장) 터미널입니다.

그곳으로 나가야 궈량촌으로 가던지 뤄양으로 가든지 할 게 아니겠어요?

이른 아침이라 아직 들어오는 택시가 없습니다.

 

두리번거리며 서 있으려니까 웬 아가씨가 뛰어오더니만, 어디를 가느냐 묻네요.

그래서 숙소 여주인인 써준 메모지를 보여주며 팡쭈앙(方庄 : 방장) 터미널이라 이야기하니

지금 시각에는 여기서 차가 별로 없다고 셔틀버스를 타고 운대산 입구인 정문으로 나가라

하며 그곳은 운대산 대문이라 차가 많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할 수가...

 

그러면서 우리 부부를 셔틀버스로 데려가는데 그 아가씨는 셔틀버스 안내양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대문을 보고 싶어 어제 가보려 했지만, 들어오는 버스가 끊어졌다고 해

가지 못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그 아가씨는 왜 佳人을 자기 버스에 타게 했을까요?

무료 셔틀버스였는데...

아마도 佳人을 본 순간 전기 스파크가 일어나기라도 했나요?

아니면 전생에 佳人과 남매나 부부의 연이라도 맺었단 말입니까?

 

佳人의 최대 약점은 이렇게 여행 중 여자들에게 너무 인기가 많다는... 죄송합니다.

잠시 버스를 달리니 금방 운대산 대문에 도착합니다.

아가씨는 佳人에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고 얼른 고개를 돌리며 돌아서네요.

그녀가 돌아서는 의미는 눈에 고인 눈물을 佳人에 보이지 않으려는 깊은 배려였을 겁니다.

 

소저!

지금은 우리 그냥 헤어지지만, 다음 세상에는 가족으로 다시 만날지 모른다네...

어디 사람이 다음 세상까지 꿰뚫어 볼 수 있을까?

헤어진다고 슬퍼하지 마라!

눈물도 보이지 마라!

만나고 헤어짐이 모두 필연이 아니겠는가?

오늘의 헤어짐은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약속이 아니겠는가?

 

푸~ 하하하하~

말이 통하지 않는 여행은 이렇게 혼자 생각만으로도 다닐 수 있습니다.

대문 사진 몇 장 찍고 주차장까지 걸어 내려옵니다.

그곳에 교통경찰이 있기에 우리가 들고 온 메모지를 보여주며 터미널로 가는

차를 어디에서 타느냐 묻습니다.

그러니 주차장 한 곳을 가리키며 뭐라고 부르네요.

 

그곳에는 사내가 여러 명 모여 있다가 한 사내가 우리 부부에게 다가오더니 따라오라고 합니다.

우리 부부는 다시 메모지를 보여주고 터미널까지 얼마냐 물어보니 10원/1인이라 합니다.

아까 숙소에서 적어줄 때 5원이면 간다고 했거든요.

5원에 가자고 하니 처음에는 안 된다 하더니 나중에 좋다고 하네요.

 

일단 차를 타고 출발합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운대산 입구까지 오더니만, 여기라고 내리라 하네요.

우리는 터미널이라고 했는데...

오잉? 언제 팡쭈앙 치처짠이 운대산 입구 허허벌판으로 이전했나요?

 

우리는 터미널이지 이런 벌판이 아니라고 하고 그 사내는 여기라고 자꾸 말합니다.

우리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기에 팡쭈앙 치처짠만 이야기하니 자기도 답답한가 봐요.

잠시 서로 자기 목소리만 내다가 결국, 그 사내는 차를 타라고 합니다.

 

이제 제대로 팡쭈앙 치처짠으로 가는지 알았는데?

차를 탔더니만, 우리 부부를 다시 출발한 곳으로 와 내리라 합니다.

오늘 아침부터 왜 이리 힘이 듭니까?

잘못된 만남은 계속 일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우리가 보여준 메모지에 터미널도 적혀있지만, 후이시엔이나 궈량도 적혀있어

그 친구는 터미널로 가지않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 목적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큰 길거리까지 갔던 겁니다.

눈치 빠른 그 녀석은 우리가 갈 목적지까지 다 읽어버린 겁니다.

그게 읽기도 어려운 중국 글자인데...

 

우리가 그리로 갈지 뤄양으로 갈지 어떻게 알고...

사실 그때까지 궈량행 차편이 여의치 않으면 뤄양으로 방향을 틀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요.

결국, 그곳에 서 있던 경찰에게 우리말로 당당하게 저 녀석이 터미널까지

데려다주지 않았다고 불평했습니다.

그랬더니 경찰이 그 친구에게 뭐라고 큰소리로 야단을 치네요.

이제 잠시 서서 우리는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봅니다.

이른 아침이라 차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좋습니다.

여기서 차를 탈 수 없다면, 아까 우리를 내려준 큰길까지 걷는 겁니다.

그곳에 가면 터미널로 가는 차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리 부부는 의지 하나로 터덜터덜 길을 걷습니다.

또 새로운 여행지를 향하여..

젠장, 걸어가는 동안 차는 고사하고 개미새끼 한 마리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밉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또 밉습니다.

잊으려 하니 왜 더 밉습니까?

어제 약속만 하고 야반도주하듯 새벽안개 헤치고 떠났던 그 삐끼 말입니다.

 

약속하고 우리 부부를 버리고 간 당신...

어제 한 우리 약속은 풍선껌이었고 일회용 밴드였어?

지금 우리 영화 찍자는 꼬야?

Catch me, If you can...

그래! 우리 힘으로 따라간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인연이라는 만남도 있지만, 숙명이라는 이별도 있지

우리의 만남이 인연이었다면 그 인연 또 한 번 너였음 좋겠어

어쩌면 우리 언젠가 또다시 우연을 핑계로 만날지 몰라

내 삶을 전부 눈물로 채워도 널 기다리면서 울지도 몰라

아마도 난 평생을 못 잊을 것 같아 너를...

정말 너 때문에 곽량촌을 알았고 너 때문에 그곳을 찾아갔으니

아마도 난 평생을 못 잊을 것 같아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