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장랑이 있는 궈량촌을 찾아갑니다.

2012. 5. 24.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요즈음 여행을 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 부부 두 사람이 한 달 일정으로 떠난 여행의 짐이 겨우 배낭 3개입니다.

그것도 서양인처럼 커다란 배낭이 아니라 큰 배낭이 35L이고 작은 게 겨우 25L로

두 개로만 다니는 중입니다.

한 달을 둘이서 다니는 짐치고는 많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 안에는 노트북도 들었고 佳人이 좋아하는 일회용 커피도 들었습니다.

물론 추위를 많이 타는 울 마눌님을 위해 전기장판도 넣어서 다닙니다.

비상식량도 있고 갈아입을 내의나 양말도 있지요.

뜨거운 물만 부으면 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건조된 국도 있고 비상약도 넣어서 다닙니다.

 

세면도구에...

카메라와 휴대전화 및 노트북의 케이블선도 제법 무겁고 부피 또한 상당하죠.

정말 꺼내놓고 보면 한살림이나 됩니다.

그것도 여행이 지날수록 배낭이 점점 비어져 작은 배낭 두 개를

하나로 합칠 정도로 짐이 줄어갑니다.

그런데 이런 짐을 간단히 배낭 세 개에 모두 담아서 다닌다는 점입니다.

한 달간의 살림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집에 돌아가면 집안에 살림살이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정리라도 하다 보면 이런 게 언제 있었지? 하며 의문이 드는 물건도 있고

또 무엇에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것도 있더군요.

 

우리 집의 살림 중 10년 이상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게 반이 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년간 사용하지 않은 게 또 나머지의 반도 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끼고 사는 집안의 물건은 대부분 그리 필요하지도 않은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위의 사진 두 장은 운대산과 초작, 정주, 낙양과의 버스 시간표이오니 참고하세요)

 

그게 바로 욕심이고 움켜쥐고 싶은 탐욕이 아니겠어요?

그러고 보니 佳人의 삶은 탐욕 덩어리였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며 세상에 움켜쥐고 살았던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세상 아무리 하찮고 작은 돌멩이라도 모두 내려놓고 가야 합니다.

솔이 누워버린 칫솔마저도 가져가지 못하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요?

 

어느 하나 영원히 가져갈 수 없고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가지고 싶고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오늘도 욕심을 부립니다.

길을 걸을 때 짐이 가벼워야 편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

자꾸 채우려고만 합니다.

다른 동물은 한 끼 먹을 것과 둥지 외에는 욕심이 없고 갈무리하지 않지만,

사람만이 물건에 욕심을 부립니다.

지혜롭게 살아가는 일은 얼마나 많이 움켜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버리느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행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도 하게 되네요.

삶도 여행처럼 채우는 게 아니라 얼마나 더 비우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운대산 주차장에서 우두커니 서서 어떻게 할까를 고민합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에게는 그런 고민을 오래 하지 않습니다.

우리 부부가 제일 잘하는 게 바로 걷기입니다.

조금 전 버스가 지나가는 큰길까지는 그리 먼 거리도 아니어서 울 마눌님이 걸어가자 하네요.

그래서 걷기로 합니다.

 

아무도 걸어가는 사람이 없는 아주 넓은 신작로를 우리 부부 둘이서

배낭을 앞뒤로 메고 안고 걷습니다.

거리가 운대산 주차장에서 큰길에서 들어오는 입구까지 딱 2km입니다.

이 정도의 거리는 우리 부부에게 걷기를 위한 준비 운동하는 거리에 불과합니다.

 

둘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진도 찍어가며 이야기도 나눕니다.

못하는 노래지만, 마눌님을 위해 큰 소리로 노래도 부릅니다.

마눌님은 물론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요.

우리 부부는 이렇게 잘 돌아다닙니다.

 

이런 게 부창부수 아닌가요?

이렇게 우리 부부는 젊은 시절은 서로가 바빠 따로 걸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동행합니다.

언제까지 동행할지는 알 수 없지만, 다리에 힘이 있을 때까지 동행하렵니다.

 

이렇게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기에 걷는 그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걸어가며 거친 호흡을 하며 살아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는

하늘님의 선물이며 축복입니다.

 

호흡하며 살아가는 그 순간까지는 서로 사랑하렵니다.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나 저 사람이 佳人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 그게 두렵습니다.

佳人을 처음 보는 남자라 생각할까 봐 그게 걱정입니다.

 

큰길에 도착해 방금 보았던 도로관리 직원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삔관에서 적어온 메모지를

보여주며 팡주앙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여기서 탈 수 있느냐 물어보니 우리 메모지를 보더니

후이시엔 가는 버스를 여기서 직접 탈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니 아까 빠오처 기사와 실랑이를 한 일이 바로 그런 일이었네요.

그곳에 서서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주유소 사장과 여직원까지 다가와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까지 3개 국어가 중국의 이름도 모르는 어느 큰길 거리에서 난리를 부립니다.

 

주유소 사장은 한국의 기름값이 궁금하고 여직원과 도로관리 직원들은 중국말도 못 하며

배낭 메고 여행하는 우리 부부가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가 봅니다.

그러며 수다를 떨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30분이 넘게 버스가 오지 않습니다.

 

잠시 후 멀리서 중형버스 한 대가 다가오자 주유소 사장이 큰길로 나가 버스를 세우고

버스 기사에게 우리 부부의 목적지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부탁하는 듯합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이런 사람들은 마음이 참 아름답고 따뜻합니다.

진정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여행과는 관계없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합니다.

여행과 관련된 사람은 특히 택시나 빠오처 기사는 가능하면 가까이하지 않는 게

여행을 즐겁게 하는 방법인가 봅니다.

 

이제 버스를 타고 후이시엔으로 갑니다. (후이시엔까지 버스비 10원/1인)

이런 시골을 달리는 버스는 참 재미있습니다.

작은 버스라 누가 타고 누가 내리는지 모두 관심 있게 바라봅니다.

더군다나 이런 길에서 중국말도 모르는 연식이 제법 지난 부부가 배낭을 메고

버스에 오른다는 자체가 그들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일이잖아요.

이미 주유소 사장이 운전기사에게 우리 부부의 정체를 폭로했고 어디까지 가는지

이야기했기에 버스 안에 있는 승객 모두가 우리 부부의 국적이며

목적지까지 다 알아버린 겁니다.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무엇하고 돌아다니는지...

밥은 제때 먹는지, 잠은 노숙하지 않고 제대로 삔관에서 자고 다니는지...

물론 우리 배낭 안에는 어떤 게 들었는지 되게 궁금할 겁니다.

그러면서 슬금슬금 말을 붙여오지만...

끄! 하하하~ 우이독경이지요.

 

그래도요.

佳人은 그런 그들에게 꼭 미소를 띠고 바라봅니다.

"팅부동! 워셔 한궈런~"이라고 답을 해 주지요.

아는 말 몇 마디 중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면 그들도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바라봅니다.

 

11시에 출발해 12시 30분에 후이시엔 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버스 기사는 터미널 입구에서 우리 부부를 하차하지 말라고 하고 승객이 다 내린 후

우리 부부를 버스에 태우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궈량으로 가는 버스 앞에 내리게 합니다.

버스는 운이 좋게 바로 연결됩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버스가 북채, 만선산, 남평, 곽량으로 가는 버스입니다.

차 넘버 보세요! 죽여줍니다.

1이라는 숫자만 다섯 마리가 연속으로 있습니다.

 

우선 후이시엔 터미널 주차장에서 뤄양으로 가는 버스 출발 시각을 물어보니

하루에 두 번 다닌다 합니다. 

내일 아침 버스는 시간상 타기 어렵고 오후 2시에 출발하는 버스 시간을 알아놓고

궈량행에 오릅니다.

버스 요금을 두 사람이 21원을 냈습니다.

 

버스는 터미널을 출발해 또 어떤 장소에 한참을 서서 호객하다 갑니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평야인 시골길을 신나게 달립니다.

그러다 어느 곳에서부터 산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길을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장날도 만날 수 있어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을 만납니다. 

 

버스가 궈량 마을 가까이 왔나 봅니다.

안내양이 우리 부부에게 뭐라고 합니다.

직감적으로 들어가는 입장료를 조금 저렴하게 해 준다는 말임을 금방 알아챕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중국 시골을 다니며 터득한 게 바로 이런 눈치입니다.

물론 정식으로 내는 문표값보다 저렴합니다.

이런 비공식으로 내는 돈도 당연히 60세 이상 할인을 적용받아야 합니다.

 

규정된 만선산 풍경구 입장료는 60원이라 하네요.

그러면 할인하면 한 사람은 30원이라는 말이 아니겠어요?

정상으로 요금을 내면 두 사람이 90원이 됩니다.

그런데 안내양에게 60원을 주었으니 우리는 30원을 번 셈이죠.

 

그러나 그냥 버스에 앉아 당당히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문표를 파는 곳에서는

잠시 정차를 하고 동네 사람과 관광객을 구분하기 위해 매표소 직원이 쳐다보나 봅니다.

그러니 우리 부부에게 제일 뒷자리에 가서 양쪽으로 나누어 창문에 커튼까지 치고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게 숙이라 합니다.

 

여러분!

이렇게 버스에 커튼까지 치고 문표값을 조금 저렴하게 아끼려고

중국 시외버스에 누워서 들어가 보셨수?

우리 부부 해봤수.

그것도 여러 번 해 봤다우~

이렇게 하면서까지 여행 다녀야 하겠습니까?

누운 게 아니라 자빠진 게 맞는 표현인가요? 나 원 참!!!

 

중국 정부는 손해가 날망정 그 버스 기사와 안내양은 오늘 우리 부부 때문에

 부수입이 생긴 셈입니다.

중국은 아직 이렇게 통과하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이게 중국의 현실이니 어찌한답니까?

결국, 우리 부부는 관광객이 아니라 잠시 마을 사람이 되었다 생각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버스는 문표 파는 입구를 지나 잠시 오르막을 올라오니 궈량촌과

난핑촌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때 얼른 카메라도 이정표를 찍어둡니다.

이곳에서 궈량촌까지는 4km 난핑까지는 3km라고 적혀있습니다.

그 정도 거리라면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버스는 난핑촌 방향으로 올라갑니다.

잠시 올라가자 그곳에는 셔틀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우리 부부에게 내리게 하더니만,

셔틀버스표를 사라 합니다.

15원/1인에 사서 그곳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궈량촌은 산꼭대기에 있답니다.

그래서 올라갈 때는 이곳에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랍니다.

물론, 거리상 걸어가도 되지만, 오르막길이잖아요.

중국이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잘하고 있는 게 바로 관광지에서 다른 차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자기네가 마련한 경구 안을 돌아다니는 차를 타게 하는 일이지요,

거리가 가까우면 경구 입구를 일부러 멀리 만들어 걸어가기 어렵게 공작합니다.

 

우리를 태우고 온 시외버스는 궈량으로 가는 게 아니고 난핑으로만 간다 하네요.

궈량은 길이 험해 대형 버스가 올라가지 않고 작은 셔틀버스만 다닌다 합니다.

버스는 커브 길을 돌고 돌아 잠시 오르더니만, 그곳에는 우리 눈을 의심하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내일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궈량촌을 보렵니다.

위의 사진이 아래로부터 구불거리며 궈량촌으로 올라오는 길입니다.

또 절벽에 누더기처럼 보이는 곳이 절벽장랑이라는 길입니다.

저 길을 궈량촌 사람이 직접 정으로 절벽 안을 쪼아 가면 만든 절벽장랑이라는 길이라 합니다.

도대체 궈량촌에는 무슨 일이 있었더란 말입니까?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 일이 처음에는 무모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일을 마치고 나면

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겁부터 내며 시작조차 하지 않습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습니다.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동안은 하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중입니다.

원래 세상은 험난한 일이 많은 곳이잖아요.

강한 폭풍이 유능한 뱃사공을 만드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