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대산에 다시 오나 봐라!

2012. 5. 22.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이제 수유봉도 보았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아슬아슬한 길을 달려 내려갑니다.

길을 만들 충분한 공간이 없기에 주로 터널로 연결하여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는 터널 속에서 U턴을 할 수 있도록 하였네요.

 

어제 보려다가 너무 늦어 못 본 천폭협으로 가렵니다.

수유봉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가다 홍석협 입구에서 내립니다.

그곳에서 천폭협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갈아탑니다.

 

어제 문표를 살 때 셔틀버스비로 무려 60원이나 냈기에 아무리 버스를 많이 타도

확인하지 않기에 상관없습니다.

산의 모습은 웅장합니다.

산의 높이가 1.300여 m로 우리나라 사람이 보기에는 무척 높은 산입니다.

 

잠시 후 천폭협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검표소에서 카드 체크를 하는데 제지를 당합니다.

문제는 이미 어제 들어갔기에 두 번은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2일간 유효하다는 표는 2일간 출입은 가능하나 같은 곳은

두 번씩 들어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경구마다 전자장치를 만들어 카드를 대고 한 번만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돈을 들여 최첨단 장치를 했나 봅니다.

 

어제 늦은 오후이기에 이곳에 있는 세 군데 모두를 볼 수 없었기에

오늘 보려 한다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자 근무하던 직원은 자기 휴대전화로 영어가 가능한

사무실과 연결하여 줍니다.

그래서 전화로 우리 입장을 이야기하자 우리 카드를 그곳 사무실에서 확인하더군요.

그런데 사무실 전산에 우리가 들어가고 나온 시간이 나타나나 봅니다.

 

중국은 정말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 듯합니다.

이런 전산 장치와 근무하는 인원까지 합하면 그 운영비만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올 겁니다.

우리처럼 두 번 들어가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검표소에 건들거리는 여러 사람의 인건비를 아끼던가 비싼 기계값과 카드값을 아낀다면

몇 사람 두 번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저렴할 겁니다.

그리고 두 번 들어간다고 천폭협의 폭포물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하늘로 올라갑니까? 

 

그러면서 규칙만 장황하게 이야기하며 천폭협의 폭포는 요즈음 갈수기라

물이 없어 별로 볼 게 없다고 합니다.

아이야? 구경은 우리가 하는 게지 직원인 자기가 합니까?

물이 많던 적든 보는 것은 우리가 보는 게 아닌가요? 나 원 참!!

자기가 왜 물이 없어 볼 게 없다고 걱정 하남유?

 

그러면서 폭포의 물이 많은 시기에 다시 한번 구경하러 와라 하네요.

정말 왜 이러세요?

그래 폭포 구경하기 위해 내가 다시 운대산을 와야 합니까?

그리고 그때 다시 오면 무료로 들여보내 줄 것도 아니잖아요. 그쵸?

그래서 그 직원에게 이야기했지요.

장황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한 번 들어가게 편의를 제공하든지 말든지 결정해 달라고요.

 

결론은 전산으로 처리되기에 두 번은 들어갈 수 없다고 합니다.

전산 처리하는 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나오는 문으로 들어가도 되는데...

그러면 "내가 운대산에 다시 오나 봐라!"라고 하며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사실 다시 갈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은 곳이기는 하더군요.

 

기분도 꿀꿀합니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정한 원칙이기에 섭섭하지만, 따라야 하겠지요.

아직 시간에 조금 남았는데 이제 운대산에서 더 갈 곳이 없네요.

다시 버스를 타고 일단 안상촌에서 버스를 내립니다.

안상촌은 제법 번화가입니다.

여행의 출발과 도착이 이루어지고 마을 사람이 장사도 하기에 많은 사람이 법석거리죠.

운대산 정문 쪽이나 가볼까 생각하며 잠시 서 있으니 웬 사내가 접근합니다.

 

그 사내는 우리 부부에게 명함 한 장을 건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 보이는 작은 명함 크기의 종이로 뒤에는

 이 부근의 유명 관광지가 인쇄되어 있네요.

용문 석굴, 소림사는 이미 앞으로 방문할 우리 계획에 있는 곳이지만,

나머지는 처음 들어보는 곳입니다.

 

그중 한 곳인 궈량(郭亮 : 곽량)촌을 가리키며 뭐라고 합니다.

장황한 설명을 아주 쉽게 한다고 우리 부부가 알아듣겠어요?

그러나 우리 부부도 두 사람이 살아온 햇수를 합하면 100년도 훨씬 넘은

능구렁이가 아니겠어요?

메모지까지 꺼내 글까지 쓰면 대강 알아듣습니다.

우선 곽량이라는 곳의 발음부터 알려줍니다.

궈량? 구어량? 꿔량? 꾸어량?

좌우지간 좋은 곳이라 하네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자기는 빠오처 기사다.

내일 자기 빠오처로 궈량으로 간다.

5명이 내일 아침에 여기서 출발하기로 되어 있다.

궈량촌까지는 약 108km인데 그곳에 가면 죽여주게 아름답다.

우리 부부가 간다면 50원/1인에 갈 수 있다.

내일 아침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자기에게 휴대전화로 가부 여부를 알려달라.

출발은 8시에 할 예정이다.

끝.

그러니 좋은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자기 차가 이미 내일 갈 예약 손님이 있기에 가는 길에

우리 부부를 더 태우면 그 사내는 100원의 수입이 더 생긴다는 말이 아니겠어요?

 

중국어를 몰라도요 글까지 쓰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강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사내가 생각하는 의도까지 읽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일단 내일 아침 7시 30분경에 가기로 하고 구두로 약속을 합니다.

지금 우리 부부는 무슨 결정을 한 지 알 수 없네요.

세상에 궈량이 어딘지도 모르고 무엇하는 곳인지도 모르고...

 

사람은 살다 보면 귀신에 홀린 듯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할 때가 있기는 하지요?

이때까지는 이게 우리 부부와 이 사내와의 관계가 악연이 될지 알지 못했지요.

이 사내와의 만남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반전이 일어난 사건이 될지는

이때까지 몰랐습니다.

 

한참을 그곳에서 마을 구경을 하다 운대산 입구를 가보려고 하고 버스를 타려고 하니

나가는 차만 있고 경구 입구에서 이곳으로 들어오는 차는 이미 끊어졌다 합니다.

오늘은 뭐가 잘 풀리지 않네요.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근처에 만선사라는 절이 있다고 그리로 가보라 하네요.

 

사실 지금까지 부처와 연관된 곳을 많이 다녔습니다.

절벽에 매달린 현공사, 운강 석굴, 부처의 진신사리가 있는 다퉁에 있는 화엄사,

그리고 뤄양의 용문 석굴도 가기로 예정되어 있고 쿵후의 고장인 소림사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선사라니?

그래도 꿩 대신 닭이라고 갈 곳이 없어 결국 그곳으로 가기로 합니다.

 

부처님!

지금 佳人이 꿩대신 닭이라고 했습니까?

이런 큰 결례를 저지르다니 너무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

천폭협이 꿩이고 부처님이 닭이라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어찌 감히 부처님을 닭이라 할 수 있겠어요.

천폭협 대신 만선사라 수정하겠습니다.

물도 없는 천폭협이 무슨 장관이겠어요. 그쵸?

 

안상촌에서 버스를 타니 금방 만선사 입구에 도착합니다.

잠시 절을 구경합니다.

뭐 작은 절이고 최근에 만든 곳이라 생각되네요.

절만 보면 닭이라 칭해도 무방합니다.

 

무척 작은 절이라 별로 돌아볼 곳도 없습니다.

세상에 절을 구경할 게 없다고 하며 사는 佳人입니다.

절이란 신앙심을 가지고 가는 곳이지 구경하려고 갑니까? 그쵸?

뭐 요즈음 부처를 모신다는 구도자도 佳人보다도 더 못한 짓을 하기는 하더군요.

민초가 낸 시줏돈이 세금도 없는 공돈이니 그런가요?

주색잡기에 도박까지 하다가 걸린 구도자도 많잖아요.

 

이게 佳人이 지금까지 살아온 허접한 삶이었네요.

그러나 불심이 깊은 분이라면 당연히 들려야 할 곳이고 그렇지 않다면...

패쑤하세요.

 

이제 오늘 일정을 마쳐야 하겠어요.

내일을 죽여주게 아름답다고 한 궈량촌으로 빠오처를 타고 가는 날입니다.

마치 소풍 전날 같은 기분입니다.

풍경은 바람이 불지 않으니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이곳 운대산에서의 1박 2일은 아주 알차게 진행했습니다.

비록 천폭협은 구경하지 못해도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돌아보았으니까요.

이게 모두 자오쭤(초작)의 장도 터미널에서 만난 운대산 산적 덕분에 말입니다.

오후에 안상촌을 어슬렁거리다 누가 우리 부부에게 다가와 빵빵거리기에 들여다보니

어제 우리 부부를 이곳으로 데려온 바로 산적처럼 생긴 그 사내입니다.

 

혹시 이렇게 생긴 산적이 웃으며 접근하더라도 놀라거나 도망가지 마세요.

생김새는 운대산 산적이지만, 속은 아주 부드러운 사내입니다.

아니었다면 자오쭤에서 1박을 했을 것이고 이곳은 하루 만에 허둥지둥

정신없이 돌아다녔을 테니까요.

 

여러분도 이곳에 개인적으로 오시면 안상촌으로 들어오셔서 숙박하세요.

숙박비도 저렴하고 식대도 저렴합니다.

운대산은 문표가 2일간 유효하기에 여유롭게 이틀 동안 돌아다니며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한 곳은 한 번만 들어갈 수 있다는 것만 유의하시면 됩니다.

중국의 카드 체크기도 한 번 들어가며 체크한 카드는 아주 정확하게 찍어냅니다.

다만 아예 카드를 읽지 못해 여러 번 난리를 피우다 유성 펜으로

카드에 기록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사람을 위해 다시 한번 예쁜 짓~"

하란다고 정말 하는 예쁜 곰돌이 산적입니다.

어때요? 귀엽지요?

곰돌이 아저씨는 귀여운 사내랍니다.

내일은 절벽장랑이라는 곳을 가는 날입니다.

그러나 일이 꼬여버렸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 부부는 여행 중에는 거의 택시를 타지 않습니다.

이번에 운대산을 올 때도 그게 택시였는지 모르고 표를 끊었기 때문에 택시를 탔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택시인 줄 알았다면 결코 타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운대산 산적 덕분에 운대산 일정은 굿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