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위펑(茱萸峰 : 수유봉)으로 올라갑니다.

2012. 5. 17. 08:00중국 여행기/하남성(河南省)

홍석협의 모습은 운대산 관광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웅장한 협곡 사이로 오밀조밀하게 길을 만들어 구경하는 사람이 전혀 불편하지 않게 만들어 놓아

그 아름다운 계곡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배려해 놓았습니다.

 

그 협곡 안에는 폭포며 돌다리며 작은 못에서 제법 큰 못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경 계곡이라 이름 지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협곡을 빠져나오는 마지막에 인간이 만든 흉물스러운 인공조형물인 댐이 조금은 눈에 거슬렸습니다.

 

홍석협을 모두 돌아보는 데 2시간도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그 두 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렸습니다.

11시경에 완전히 빠져나와 쥬위펑(茱萸峰 : 수유봉)으로 올라가는 셔틀버스를 탑니다.

이곳 홍석협 출구에 있는 셔틀버스 승차장이 운대산 관광지 각각의 곳으로 가는 곳이 모두 분리되어 있네요.

 

버스를 기다리며 반대편을 바라보니 금방 날씨가 맑아지며 위의 사진처럼 선명하게 보입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이렇게 변화무쌍한 날씨를 보이네요.

위의 두 사진을 찍은 사이는 불과 10여 분 정도입니다.

 

버스는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거의 수직으로 보이는 절벽에 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길은 무척 험한 절벽에 만들어 놓았기에 수유봉 주차장까지 올라가는 길에

18개의 터널을 만들어 올라갈 수 있네요.

수유봉으로 오르는 도로는 원래 첩채동 주민이 우공(愚公)의 정신으로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에 걸쳐 개설한 길로 전장 4,831m에 대소(大小) 18개의 굴이 있다.

 

올라가며 하늘을 바라보니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그래 봐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뿌옇게 보이겠지만, 그래도 참 오랜만에 하늘을 봅니다.

그래도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어 마음마저 밝아집니다.

 

한 30분 가까이 가파른 고갯길을 구불거리며 터널을 들락거리며 올라가니 그곳에 제법 넓은 주차장이 있고

수유봉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이제부터 두 발로만 걸어 올라야 합니다.

 

주차장 구석에 서 있는 표지석이 수유봉보다 더 높아 보입니다.

중국을 다니다 보면 이렇게 간판을 건물보다 더 크게 만드나 봅니다.

 

주차장에 서서 위를 올려다봅니다.

저 위에 수유봉 정상이 보입니다.

으악~ 아닙니다.

저 위에 보이는 정자는 그냥 이름도 없는 휴게소입니다.

그래도 가을이 내려앉아 단풍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날씨가 미쳤나 봅니다.

이렇게 파란 하늘을 보여주다니...

산등성이를 따라 계단이 보입니다.

 

입구를 지나 계단에 올라서니 길이 양쪽으로 나뉘었습니다.

왼쪽은 가파른 계단을 통하여 올라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조금 돌아가는 길이지만,

봉황령이라는 고개로 가다가 수유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완만한 길입니다.

선택은 마음대로입니다.

우리 부부는 왼쪽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가 오른쪽 완만한 산책길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어귀에 서서 잠시 둘러봅니다.

그런데 바로 이곳에 동상이 두 개가 있습니다.

우선 먼저 한 사람을 만나 보겠습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아주 멋지게 늙은 모습의 동상입니다.

지팡이를 보니 도사 같습니다.

영감은 뉘시우?

손사막이랍니다.

왜 이곳에 이 영감의 동상을 만들었느냐 하면 이 영감이 이 동네 사람으로

 당나라 때 약왕(藥王)이라 알려진 영감이랍니다.

손사막(孫思邈)이라는 사람이 이곳에 기거하며 약초를 채집하고 단약(丹藥)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약왕동이 있습니다.

그래 불로장생의 약을 찾으셨나요?

불로장생이라...

참 꿈도 야무지셨어요. 그쵸?

 

찾으셨다면 이렇게 동상으로만 남지는 않았을 텐데...

꿈만 좇아 살던 어리석은 덜수 같은 사람이 아니던가요?

불로초를 찾아 멍청하게 사기까지 당했던 진시황은 환갑도 되기 전에 가버렸다오.

사람이 태어나 제일 먼저 바란 게 환갑이라는 나이가 아니었나요?

천하를 통일했어도 자기 관리 제대로 하지 못한 못난이가 진시황이 아닌가요?

만약 불로장생의 영약을 찾았다면 지금 여기에 좌판을 펴고 약을 팔아도 문전성시를 이루었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온 산을 헤매며 다녔기에 그게 운동이 되어 살아있는 동안은 건강하게는 사셨을 것 같습니다. 그려~

우리 부부도 오르느라 힘은 들지만, 이게 다 건강에 도움되는 일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게 일이라면, 올라가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어렵게 만든 약이지만, 그게 결국 중국산 한약재로 만든 약이라 천대받으면 어쩌죠?

세상의 공장이라는 중국이 아직도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이유 때문이 아닙니까?

그래도 이 근방에는 중국에서도 이름난 약초 생산지라 합니다.

 

산을 오르다 보니 이렇게 임시 방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올라가다 힘들면 쉬어가라는 휴게소인가요?

산불 예방을 위한 흡연실입니다.

중국이 이렇게 달라졌어요~

그러나 흡연실을 만들기보다는 아예 산에 들어오면 금연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일 다시 길을 나서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한 소년이 소녀를 사랑했습니다.

소년은 결혼만 할 수 있다면 소녀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소녀는 그 사랑을 믿고 그 사랑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제 세월이 어느 정도 흘러 소년과 소녀는 자녀를 낳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소년은 소녀를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하겠다는 약속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소녀도 소년이 그런 약속을 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워낙 소녀와 소년의 삶이 숨 가쁘게 살았기에 옛날 일을 기억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세월이 더 흘러 소녀와 소년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니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주름진 얼굴에 머리카락은 이미 하얗게 세어져 백발이 되어갑니다.

 

흰머리 소녀와 흰머리 소년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빙그레 웃고 맙니다.

지금까지 늘 옆에 함께 해 준 것만도 고맙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예전의 약속은 모두 잊어버리고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고 오늘도 길을 나섭니다.

예전의 약속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 더 사랑하며 살아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