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궁의 슈퍼스타 자희태후

2011. 12. 7. 08:23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서궁은 자금성 북서쪽에 있습니다.

서궁을 빛낸 서궁의 최고 스타는 바로 서태후가 아닐까요?

그녀는 자희태후였으나 서궁에 머물렀다고 서태후라 불렀고 황후였던 자안 태후는는

동궁에 머물렀기에 동태후라 부름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서궁이 배출한 세기의 슈퍼스타 서태후를 소개합니다.

서태후와 함께 찍은 주변 여인들을 보니 서채후를 닮아 미인은 하나도 없네요.

이게 중국 여자의 아름다움의 기준인가요?

주변에 이렇게 아첨하는 사람으로 둘러싸여 평생을 자기 입과 몸에 치장하는 것으로 나라 곳간을 거덜 낸 여인이

바로 이 여인이 아닐까요?

우리말에도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했나요?

바로 서태후를 두고 이른 말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시로는 74세까지 장수했던 모양입니다.

 

청나라는 강희, 옹정, 건륭을 거치며 나라의 힘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답니다.

더는 증세는 필요 없다고 할 정도로 호기를 부렸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오만도 건륭제의 후반부에 접어들며 서서히 틈을 보이기 시작했답니다.

개방이란 천천히 문을 열면 알 듯 모를 듯 변해가지만, 외부의 힘으로 문이 열리면 감당하기 어렵잖아요.

스스로 알에서 깨면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지만, 남이 껍질을 깨면 프라이팬 위에 냉큼 올라가지요.

 

그런데 더군다나 중국의 개방은 사람과 세상을 병들게 하는 아편으로부터 시작되었잖아요.

그런 혼란한 시기에 서태후가 세상에 태어났으며 궁에 들어가게 되었고 함풍 4년 태후의 부름을 받고

자녕궁으로 가는 길에 황제와 마주치는 우발적인 사건이 생겼습니다.

일설에는 태감에게 부탁해 함풍제가 좋아했던 노래를 알아내고 함풍제가 다니는 길의 담장 너머서

불렀다고도 하니 그 앙큼한 속을 어찌 알겠어요. 

 

첫눈에 함풍제가 뻑 소리 나게 가며 역사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듭니다.

여러 명의 궁녀 중 군계일학~

눈에 확 띄었으니 군계일확인가요?

순전히 함풍제의 눈에만 말입니다.

제 눈에 안경이지요.

제가 옆에서 지켜보았지만, 사실 그냥 평범한 처자였어요.

 

다른 궁녀가 사실 더 아름다운 자태였지만, 자희처럼 앙큼하게 고개를 살짝 들어

황제에게 미소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냥 황제 앞이 아닙니까?

어느 안전이라고 뱀 대가리처럼 고개를 바짝 듭니까?

이게 바로 준비된 여자인 군계일학과 나머지는 복날 출하를 위해 키우던 삼계탕용 백숙 닭의 차이점이지요.

 

그러나 세상이 천지개벽을 하려니 이렇게 함풍제 눈에 뭔가 씌어버렸네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간다 했습니까?

아닙니다.

삼백 년 청나라를 삼켜버린 역사의 파도가 순간적으로 함풍제에게 다가온 것입니다.

쓰나미보다 더 무섭고 큰 파도가 말입니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이 중국이라는 나라의 왕조시대를 끝장나게 한 중대한 사건입니다.

 

함풍제는 옆에 강아지처럼 늘 쫄랑거리며 따라다니는 태감에게 "쟤"라고 딱 한 마디만 합니다.

황제는 환관에게 "쟤"라고 한 마디만 했고 그다음은 환관이 알아서 할 일입니다.

목욕시키고... 때 빼고 왁스로 광내서 들여보내는 일 말입니다.

자희의 팔자가 확 피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황제가 "쟤"라고 했던 처자가 자희였는지 아니면 그 옆에 있었던 다른 처자였는지 알 수 없지요.

 

그러나 자희의 팔자가 피는 만큼 청나라의 국운은 시들어가게 되었지요.

그날 자희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바랐던 꿈..

우짜면 좋겠습니까?

드디어 하늘의 별을 따고 말았습니다.

자희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청나라의 꿈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에 태감의 교육대로 몸을 단정히 하고 성심성의껏 황제를 모셨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모셨습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 했나요?

바로 자희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밤에 일어났던 일은 워낙 예민한 부분이라 차마 이곳에 기술하기 어려워 그냥 넘어갑니다.

자희가 하늘의 별을 따는 순간 청나라라고 하는 큰 별은 별똥별이 되어 마지막 섬광을 내며 사라지는 순간이지요.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날 이후 자희는 함풍제의 총애를 받게 되었으며

이제 한 걸음씩 자꾸 권력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느낌입니다.

자희만의 생각이 아니라 태감을 비롯해 주변의 시선이 벌써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두고

예전에는 누구 하나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미소를 띠고 먼저 달려와 비위까지 맞추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세상에 태어나 까이꺼~ 이렇게 사는 게야.

 

자희는 이제 권력에서 나오는 달콤함을 즐기기 시작한 자신을 보며

"내가 이렇게 컸나?" 하며 스스로 깜짝 놀라기까지 합니다.

어제까지 "야자" 하던 상전이 갑자기 아양까지 부리며 존댓말을 하며 주변을 알짱거립니다.

그러며 앞으로 성심을 다해 모시겠답니다.

짐승들의 세계도 서열이 정해지면 서열이 낮은 무리는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는 충성맹세를 하게 됩니다.

사자도 호랑이도 심지어 원숭이까지 힘 있는 녀석 앞에 가서 배를 하늘로 하거나 기는 흉내를 내잖아요.

 

그러나 인간의 세상은 오히려 표정뿐 아니라 말까지 더해져 듣기 민망할 정도의 아부도 이어집니다.

자희는 자다가도 미소를 띠고 스스로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게 됩니다.

변방을 떠돌던 하급관리의 딸로 태어나 이제 세상을 그녀 가슴에 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기에게 쏠린 시선만 즐기고 살다 보면 더 큰 힘으로 하루아침에 갈 수 있습니다.

미련한 녀석은 작은 힘에 만족하여 건들거리다가 짧은 생활을 끝장내기도 하지요.

황제도 아닌 것이 황제인 척하다가는 위의 사진처럼 천장에 매달아 놓은 저 쇠구슬이 머리에 쾅~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현명한 자희는 부모를 따라다니며 관리의 아부를 보았기에 그 방법을 이용합니다.

눈치가 빠른 준비된 악녀 자희는 함풍제가 신임하는 주변의 태감이나 황태후에게 잘 보이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으며 그에 대한 보답으로 드디어 그 해에 귀인에서 의빈으로 품계가 올라가게 됩니다.

과인이 총명하야 하나를 들으면 백을 통할 정도였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미 그녀는 출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몸으로 배웠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일은 참고 서적도 없이 학술적으로도 벌써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멘토를 잘 두어야 빠르게 세상 이치를 안다 하지만, 영특한 자희에게는 세상 모두가 멘토였기에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요. 

 

함풍 6년 그때 자희의 나이 21살에 훗날 동치제가 된 재순을 낳았습니다.

비빈들 가운데 아들을 낳은 유일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 얼마나 바라고 바라던 일입니까?

자희가 해피해지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불공평하게도 자희가 행복해지면 질수록 천하는 불행해지니 우짜면 좋겠습니까?

 

아들 하나 쑥~하고 생산하는 순간 그녀는 드디어 최고의 경지에 오를 준비된 여인이 되는 시간입니다.

그 많은 후궁 사이에 함풍제에게 유일한 아들이라는 게 조금 이상합니다.

함풍제가 다른 여인을 멀리한 것도 아니고 황후도 있는데 왜 아들이 자희에게만 태어났을까요?

야사에서는 태감과 짜고 어쩌고 저쩌고의 이야기가 있지만...

佳人 또한 의심의 눈길을 그녀에게 보냅니다.

 

그런 그녀가 머물렀던 곳... 이제 서궁 쪽으로 갑니다.

서궁의 서쪽 구석진 곳에도 일단의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뭉뚱그려 와이시루(外西路)라고 한다는군요.

이곳은 한 시대를 끝내고 조용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랍니다.

 

가방끈 떨어지고, 권력마저 놓아버리고 가끔 정신줄마저 놓아버린 퇴물 백수 후궁들이 살아가는 곳이겠죠.

한때는 세상을 품에 안고 살아갔지만, 그를 지탱해주었던 끈이 떨어지고 나니 개털이 된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러면 낡은 베개나 품에 안고 긴긴밤을 지내야 합니다.

우리도 한때 어마어마한 보통 사람이었지만,

백수가 되고 나니 누구 하나 불러주는 곳 없고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는 신세가 되었거든요.

오히려 전화할까 피하더군요.

 

여기에도 있더군요.

남편이 하늘이라 생각하고 살아오다 황제라는 남편이 "나 먼저 가네~" 하고 떠나가 버리면

남겨진 비빈은 이곳에 헤쳐 모이게 됩니다.

서궁은 테황태후, 황태후, 대비, 태비 모두 모여 함께 살아가는 일종의 여성 백수 경로당인 셈입니다.

동궁은 주로 왕자나 태상황 등 남자가 거주했다 합니다.

 

이게 싫다고 스스로 새로운 세상을 개척한 여인도 있었지요.

바로 서태후라고 불리었던 자희태후입니다.

서태후에 관한 이야기만 해도 몇 권의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곳 골방에 모여 고스톱이나 치며 인생 말년을 보내기에는 너무 자기 자신이 총명하다 생각하고

수렴청정을 이용하여 권력의 정면에 등장합니다.

 

주요 건물로는 慈寧宮, 壽康宮, 壽安宮, 英華殿, 雨花閣...

이름만 들어봐도 목숨 수자나 건강하라는 글자가 많은 걸 보니 일찍 죽기는 싫었나 보네요.

그러니 나이 드신 분이 '빨리 죽어야지'라고 늘 말씀하시지만, 그 말은 조금 더 좋은 세상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입니다.

 

미련하게 그런 말을 한다고 "화장으로 할까요? 매장으로 할까요?"나

"수의는 국산으로 할까요? 아니면 중국산으로 할까요?"라고 묻는 우를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장레비용도 나온다는 1588에 띠링띠링 전화부터 넣는 곰탱이가 되지 맙시다. 

 

우화각 뒤편에 있는 서화원은 아름다운 누각과 수목이 우거져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가경제는 건륭제 때 모아두었던 많은 보물과 그림들을 이곳에 보관하였으나 마지막 황제 푸이가

폐위되고 난 후 혼란한 틈을 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고 많은 도둑이 들끓게 되었답니다.

 

설상가상으로 1923년 6월 26일 징셩짜이(敬勝齊 :경승제)에서 큰 불이 나는 일이 벌어졌답니다.

이 불은 삽시간에 번져 서화원을 불바다로 만들며 그곳에 보관하던 수많은 보물과 그림, 책 금불상 등을 삽시간에

재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화재를 징셩짜이의 대화재라고 하는데 이 화재로 사고내용을 밝히라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화재조사의 내용이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2.665 존의 금불상과 글씨, 그림 1.157점, 고완구 435점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합니다.

이 화재로 민초의 고혈을 착취한 봉건왕조에 대한 증오심이 더욱 거세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당시 금불상이 녹으며 만들어진 금덩이가 17.000냥이나 되었다고 하며 당시의 값어치로 50만 냥이 훨씬 넘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하네요.

 

옹정제 이후 청조는 침궁을 건청궁에서 양심전으로 옮겼습니다.

건청궁에서 잘 때는 암살의 위험을 피하고자 수십 개의 침대를 놓아두고 돌아가며 잤다고 합니다.

양심전 안에는 중정인화(中正 仁和)라는 아주 쉬운 글이 쓰여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한눈에 읽을 정도의 쉬운 글입니다.

이 글은 옹정제가 썼다고 하는군요.

의미는 황제는 중용으로 정직하며 어질어야 나라가 화목해진다는 뜻으로 황제 자신의 덕목을 적어놓은 것입니다. 

 

이제 내일은 자금성의 은밀하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렵니다.

정치의 현장이 외조와 더불어 중요한 내정으로 가렵니다.

그러니 서육궁은 바로 주로 여성들만 모여사는 은밀한 공간이네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서태후를 들여다보면 정말 한 세상을 행복하게 살다 간 여인으로 보입니다.

중국보다 더 자신을 사랑했고 민초보다 자기 입을 더 즐겁게 하며 살았습니다.

단지, 그녀가 그렇게 잘 나갔던 일은 바로 유일하게 아들을 생산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아비가 정말 함풍제인지는 佳人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동이는 왼손잡이라 아름다운 달밤에 소금을 뿌린 듯한 메밀밭을 걸어가더라도

소를 모는 손만 봐도 알 수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