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到長城非好漢(부도장성비호한)

2011. 12. 19. 00:01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남자는 사내로 인정받기 위해 땀을 흘리며 오르고

여자는 선머슴(?)이 되기 위해 열심히 오릅니다.

이곳은 만들 때도 땀과 눈물을 흘렸던 곳이고 지금처럼 오를 때도 땀을 흘려야

하는데 사랑은 증오보다 고귀하고 이해는 분노보다 높으며 평화는 전쟁보다

귀하다 했비만, 이 어마어마한 역사는 전쟁을 피하고자 만들었나 봅니다.

 

 

그리로 들어가니 "장성에 가보지 않으면 진정한 사나이가 아니다. (不到長城非好漢)"

라고 쓴 돌이 있는데 사내는 대부분 이곳에서 인증샷을 남기더군요.

물론 사내가 아니더라도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사내임을 인정받은지 오래전이니까 佳人은 인증사진을 찍지 않았는데 그냥

돌만 찍으려니까 끝도 없이 기다려야 하기에 그냥 최대한 사람을 빼며 사진을 찍습니다.

 

 

우선 문표부터 먼저 사야지요?

45원입니다.

할인표는 25원인데 자금성과는 달리 중국 런민이 아니라도 외국인도 할인해

주는데 중국은 할인제도가 일정하지 않고 가는 곳마다 다르니...

 

 

아~

올려다보니 단풍이 시원치 않아도 장성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묻어왔습니다.

예전 명나라 때도 가을에는 이렇게 단풍이 들었겠지요?

가을은 언제나 세상을 한번 뒤엎어버립니다.

인간의 마음까지 뒤집어버립니다.

장성도 가을이 오면 이렇게 아름답게 칠을 합니다.

 

 

덜수는 돌을 다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앞산을 보니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습니다.

지금 고향에 두고 온 순이 생각에 눈물이 찔끔 납니다.

이제 날이 점점 추워질 텐데, 고향에 홀로 계신 엄니는 어찌 매서운 올겨울을 나실까?

오기 전에 나무라도 한 짐 더 해다 놓았어야 하는데 울며 매달리는 순이 때문에...

 

 

북풍한설 몰아질 때는 왜 그리 눈물이 더 많이 흐르나 모르겠습니다.

1년 후에는 집에 보내준다고 한 게 몇 번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가끔 황제 생일이라고 탁배기에 돼지고기가 나오는 날에는 눈물과 함께

돼지고기를 입에 욱여넣고 우적우적 씹었습니다. 

눈물 젖은 돼지고기 먹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고향 생각에 목이 메어 흐르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먼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다음 탁배기 한 잔 들이켜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싸한 느낌과 그나마 찬 기운이

잠시 사라지지만, 잠시지만 그래도 입안에 고기라도 씹을 때면 작은 행복도

함께 씹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행복은 이렇게 가까이 내 입 안에도 찾아오는 거구나~

돼지고기 한 점에서도 행복이 함께 합니다.

 

성벽 너머로 아직 가지 않은 가을의 끝자락의 노란 물감이 그나마 마음을 달래줍니다.

지금 고향의 뒷산은 불이나 지른 듯 단풍으로 붉게 물이 들었겠지요.

그 산에 나무하러 올라 잠시 고향 집을 내려다보면 엄니가 저녁을 짓느라 피운

아궁이에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 그 모습조차 아름다웠습니다. 

 

 

오늘도 고개 들어 단풍으로 곱게 물든 산을 바라보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엄니~ 사랑합니다~

순이야~ 보고 잡다~

오늘 佳人은 덜수가 오르내렸던 그 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울 마눌님이 딴생각하지 말고 그만 올라가자 하십니다.

네~ 마님~ 올라가유~

헥~헥~ 하나 둘 하나 둘...

 

 

에고에고 사랑하는 울 마눌님~ 휴~~

조금 쉬었다 가면 안 될까?

사바세상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새털처럼 가볍게 걸으시는 울 마눌님~ 

뒤따르는 돌쇠는 힘이 들어요.

 

 

그냥 올라가면 재미가 없죠?

사진 찍기를 원하는 젊은 남녀에게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키며 찍어준다고 하면

거의 찍어달라고 하죠.

이렇게 중국어를 몰라도 할 짓은 다하고 갑니다.

 

"자~ 김치~~ 하세요. 예쁜 표정 지으시고요."

그런데 울 마눌님은 佳人의 스토커인가요?

카메라로 佳人의 일거수일투족을 찍습니다.

 

 

오르다 보니 장성 내부의 빗물을 처리하는 물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렇지요.

아무리 작은 비라도 고여 있으면 장성을 허물어버릴 수 있잖아요.

아주 철저하게 일정한 간격으로 물이 흘러나갈 수 있도록

위의 사진처럼 물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물은 어디로 흘려보낼까요?

그것도 그냥 구멍만 뚫어놓은 게 아닙니다.

길게 장성 밖으로 흘리려고 위의 사진처럼 물받이를 외부로 뽑아놓았습니다.

물이 흘러나가는 방향은 어느 방향일까요?

장성 안으로?

아니면 장성 밖으로?

궁금하시면 직접 가보셔야 합니다.

 

 

성벽을 따라 오르다 보면 밖을 향하여 凹凸凹 요런 모양의 요철형으로 성벽 위를

만들었는데 우장(宇牆) 또는 여장(女牆)이라고 부른다는군요.

하나의 여장을 1 타라하고 바깥의 적을 향해 쌓은 높이 2m의 벽을 타구((垜口)라

부르고 타구를 자세히 보면 아래에 구멍이 일정하게 뚫려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주 멋을 부려 예쁘게 뚫어놓았군요.

이 구멍을 사안(射眼) 또는 총안이라 하며 그 기능은 총이나 화살을 쏠 때 사용하는

구멍으로 구멍의 모양도 아래를 향하게 하여 가까이 접근하는 적을 향해 내려다보며

총이나 화살을 쏠 수 있게 경사지게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서울 성곽과 비교해 볼까요?

위의 사진은 서울 성곽에 갔을 때 찍어놓은 사진입니다.

서울 성곽의 모든 성벽에는 외부를 볼 수 있게 일정하게 세 개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양쪽의 두 개는 안에서 바깥쪽의 바로 아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양쪽의 두 개의 구멍을 원총안이라 하고 가운데 구멍을 근총안이라 부릅니다.

가운데 있는 구멍만 아래를 볼 수 있게 바깥쪽이 경사지게 하여 놓았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온 적도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적도 모두 성벽 안에서 몸을 숨기며

확인하고 공격할 수 있기에 같은 성벽이지만, 만리장성과 서울 성곽은 조금 형태가 다릅니다.

어느 게 더 과학적이라 생각하십니까?

 

 

중국은 두 개의 국경을 가진 나라가 아닌가요?

하나는 지금의 국경이고 다른 하나는 예전부터 지키려고 했던 만리장성이라는

국경으로 그 너머에는 어머니 치마폭처럼 아름답고 포근한 초원이 자리하고 있잖아요.

그 초원을 마음껏 내달리며 살던 민족이 흉노족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늘 중원은 흉노족에 대한 두려움을 살았나 봅니다.

얼마나 두려웠으면 지금도 세상이 불가사의로 인정한 만리장성을 쌓았을까요.

 

 

만리장성...

그것은 중국의 자존심이 아니라 두려움의 상징이었습니다.

그 위대한 역사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수치스러운 조형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위대한 건축물 앞에서 웃기지도 않은 혼자만의 생각을 합니다.

왜?

생각은 자유이기에 말입니다.

 

 

만리장성 중에서도 대표선수가 빠다링(八達嶺 : 팔달령)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장성의 모습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베이징에서 가까운 곳으로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교통편도 무척 편리한 편이라 팔달령을 버스 타고 왔지요.

아마 제 글을 읽으시면 한국사람 누구나 이곳에 쉽게 올라와 남자는 남자임을 확인하실 수 있고...

여자분은 모르겠습니다.

 

 

워낙 교통의 요지에 건설되었기에 사통팔달이라는 의미로 팔달령이라 했다고 하는 데

글쎄 장성이 교통이 편리하다면 좋은 의미는 아닐 텐데 말입니다.

이곳 팔달령은 예전에는 중국 남부지방에서 북경으로 들어오는 가장 가깝고 편리한 곳이지

싶고 장성이 여러 시대에 만들어졌겠지만, 이곳은 명나라 때 재건된 구간이라는군요. 

 

 

완리창청(萬里長城 : 만리장성)이라면 중국인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건축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쪽 샨하이꽌(山海關 : 산해관)에서 서로는 쟈위꽌(嘉峪關 : 가욕관) 까지

6.000km에 이르는 긴 성벽입니다.

 

한때는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지구의 건축물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물론 제가 직접

달나라에 가보지 않아 확신은 하지 못하지만, 지금은 그런 헛소리를 믿는 사람은

중국사람밖에는 없을 겁니다.

좌우지간 중국인의 허풍을 그대로 표현한 멋진 말이라 생각됩니다.

아직 중국사람 중에 달나라에 가서 만리장성을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요.

그리고 중국사람 모두는 눈에 천체망원경이라도 달고 삽니까?

 

 

이런 삭막한 곳에도 문 양쪽으로 집으로 들어가는 대문 옆에 설치하는

석고(石鼓) 형태의 돌 장식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비록 전쟁을 대비해 만든 살벌한 곳일지라도 이런 생각을 하며 만든 덜수를 오늘 다시

생각해 보며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미움과 불신을 마음에 쌓아두기보다 사랑과 용서를

쌓는 사람이 있다 했습니다.

이런 작은 돌조각에 빙그레 미소 지을 수 있어 만리장성이 좋습니다. 

이제 잠시 쉬었다 내일 다시 오르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이미 비에 흠뻑 젖은 자는 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만리장성은 전쟁을 두려워하는 자의 의사표시이고 자기만의 영역을 표시한 증표입니다.

그 바깥쪽은 중국의 영토가 아니라는 명백한 증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만리장성은 민초의 무덤입니다.

돌로 쌓았지만, 실은 돌을 쌓기 위해 그 숫자만큼의 사람으로 쌓은 곳입니다.

그런데 왜 만리장성 밖의 역사도 자기네 역사라고 우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