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차하이(什刹海 : 십찰해)를 걸어봅니다.

2011. 12. 15. 00:12중국 여행기/베이징(北京)

 

징산공원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큰 호수가 보입니다.

이게 바로 베이하이(北海)라는 바다가 아닌 호수라 합니다.

요나라부터 금, 원, 명, 청대를 거치며 역대 황제들이 거닐던 어원(御苑) 역할을 했던

곳이라는데 물론 이 흙을 파서 방금 올라갔다 내려온 산을 만들었고요.

중국의 베이징은 평평한 지역이라 산도 없고 강도 없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식으로 인공 호수를 파고 그 흙을 쌓아

산을 만드는 일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베이하이(北海) 그 위로도 스차하이(什刹海 : 십찰해), 중난하이(中南海 : 중남해)등

많은 호수가 곳곳에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베이징을 나와바리로 한 정권은 모두 호수 건설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체로 북방민족인 기마민족의 근거지는 날씨가 서늘한 곳이라

베이징의 여름은 참기 어려울 정도의 살인적인 더위였기에 물을 가두어 두고

조금이나마 온도를 낮추자는 노력의 결실이 아닐까요?

그리고 삭막한 맨땅에 그나마 물을 가두고 나무를 심고 원림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즐기면 금상첨화가 아니겠어요?

 

 

사실 그 일만 아니라 호수는 습도도 조절하고 황사로 말미암아

공기 오염 예방에도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잖아요?

아닌가요? 佳人 혼자 생각인가요?

그리고 호수를 만들고 호수 옆에다 궁전도 만들고 장랑도 만들고 정자도 짓고...

폼 나잖아요~

 

 

베이하이가 건설된 시간이 이미 800여 년이 되었습니다.

공원은 바로 옆에 건설된 권력의 핵심공간인 자금성에서 일어난 역사의

격랑을 모두 침묵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전쟁이 있었고 그 안에서 일어난

수많은 암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손바뀜에도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베이하이에는 요, 금, 원, 명, 청나라의 독특한 양식의

건물을 모두 볼 수 있기에 시대의 변천에 따른 건축양식을 한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역사 유적지이기도 하다는군요.

 

 

베이하이 한가운데는 훙화다오라는 섬이 하나 있답니다.

그 섬의 한가운데는 바이타(白塔 : 백탑)라는 티베트 양식의

스투파 형태의 탑이 서 있습니다.

밤에 호수에 비치는 아래 사진의 하얀 탑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이 지역만의 아름다움일 겁니다.

 

 

서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흙담에 둘러싸인 구룡벽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고궁의 구룡벽과 더불어 중국의 3대 구룡벽 중 하나라 소문이 자자 하더군요.

청대 건륭 21년 1756년에 만든 것으로 높이 6.65m 너비 25.86m

두께 1.42m로 벽에 오색 유리로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리라고는 하지만, 구운 도자기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이미 자금성 안의 구룡벽을 보았으며 따통에서도 볼

예정이기에 이곳을 생략하고 스차하이(십찰해)를 지나 고루로 가려고 합니다. 

그곳으로 가려니까 후통이 보입니다.

후통에 대하여는 나중에 다시 알아보기로 하고 그냥 통과합니다.

그런데 왜 후통 투어를 돈을 내며 따로 하려고 하시는 분이 많으시죠?

후통이라 하면 그냥 사람 사는 골목길이 아닌가요?

 

 

지금 북경의 기틀을 닦은 사람의 명나라의 영락제였다고 했던가요?
그러나 실제로 공사를 기획하고 관리 감독한 사람은

류백온(劉伯溫)이라는 사람이었다 하네요.

류백온은 영락제의 명을 받아 북경 건설 착수했을 때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나...

 

 

그는 대장군인 서달에게 북쪽으로 화살을 쏘아 그 화살이 떨어진 곳에

도성을 건설하자고 제안했답니다.

사실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는 궁궐도 짓지 못하는 거리가 아니겠습니까?

서달이 쏜 화살에 아마도 토마호크 미사일이라도 달았던 모양입니다.

중국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벌어지니까 그리 알고 지나갑니다.

 

 

울랄라~

서달이 쏜 그 화살이 떨어진 곳에 살던 땅주인은 자기 땅에 도성이 세워지면

자기 땅은 수용당하기에 그 화살을 뽑아 다른 곳으로 쏘아버렸답니다.

어허라~

그놈도 토마호크 미사일을 단 놈이로고~

 

 

이윽고 서달과 류백온이 화살이 떨어진 곳에 와보니 땅주인이 수작을 부린 것을

알고 이곳에 도성을 짓지 않을 테니 그 대신 도성의 축성 비용을 부담하라고 합니다.

남의 땅을 빼앗겠다는 말이 아닙니까?

이런 게 권력을 등에 업은 앵벌이입니다.

그냥 앵벌이 짓을 하면 그 하나로 끝나지만, 권력을 등에 업은

앵벌이는 그 파괴력은 대단하지요.

지금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빠떼루 가지고는 어림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땅주인은 마지못해 승낙을 했으나 도성을 짓는 비용이 어디 개인 한 사람이

부담할 정도이겠습니까?

땅주인은 바로 나자빠집니다.

곤란해진 류백온은 마침 심만삼(沈萬三)이라는 사람이 돈이 많다고 이야기를 듣고

그를 데려오라 합니다.

그러니 데려온 심만삼은 부자는커녕 하루하루를 겨우 연명하는 거지였던 겁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류백온은 심만삼을 다짜고짜로 두들겨 패라고 명을 내립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심만삼은 얻어맞으면 맞을수록 보물이 묻혀 있는 곳을

알아맞히는 능력이 있는 신통방통한 재주를 가진 자였습니다.

환장할 일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곳이 중국이란 말입니다.

 

 

한참을 얻어맞던 심만삼은 매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보물이 묻힌 장소를

입에서 술술 대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그런 장소를 알고 있는 게 아니고 매를 맞을 때만 입으로 뱉어내면

그게 보물이 있는 장소라는 말입니다.

원래 중국이라는 나라는 이상한 일이 많은 나라로 우리처럼 올바른 정신으로

살아간다는 일이 무척 힘든 나라니까 묻고 따지시면 곤란합니다.

 

 

한참은 맞던 심만삼이 말한 장소를 파보니 그곳에는 많은 보물이

항아리에 담겨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어디 항아리 하나로 도성의 건축이 마무리되겠어요?

그럼 어찌해야 하나요?

네! 맞습니다.

 

그러면 또 심만삼을 불러 패야 하잖아요.

그렇게 하기를 수 차례...

결국, 북경이라는 신도시의 공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심만삼은 패기만 하면 되는 화수분입니까?

어디 주변에 이런 사람 아시나요?

 

 

결국, 그때 파낸 곳에는 큰 웅덩이가 남게 되고 시간이 흐르며 그 웅덩이에

물이 고이게 되고 나중에 호수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열 개의 구덩이가 있는 호수라는 의미로 처음에는

스쟈오하이(十窖海:십교해)라 불렀다 합니다.

 

 

그런데 북경 토박이 말로 차(刹:찰)와 쟈오(窖:교)의 발음이 비슷해 나중에

스차하이가 되었다고 하며 이렇게 돈이 들었던 항아리 구덩이 때문에

만들어진 호수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는 휴식처입니다.

특히 호수 주변에 많은 후퉁이 있어 관광명소이기도 하지요.

 

 

두들겨 패기만 하면 입으로 말이 저절로 나오고 그 말을 따라

땅만 파면 보물이 그냥 나오는 나라.

황당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에 믿어야 합니다.

믿어야 여행이 즐거워집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스차하이를 돌아보세요.

 

 

스차하이의 앞쪽 호수인 첸하이와 뒤쪽 호수인 허우하이로 나누고

두 호수 사이를 위의 사진에 보이는 다리로 연결했는데 이 다리를

인딩치아오(銀錠橋:은정교)라는 부른답니다.

많은 관광객뿐 아니라 북경시민이 찾아오는 곳으로 다리의 모양이 마치

명, 청대에 걸쳐 돈으로 사용되었던 말굽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예전에야 다리 위에서 바라보면 멋진 풍광이었겠지만, 지금은 북경의 매연과

스모그 때문에 그리 좋은 그림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보기 좋았기에 은정관산(銀錠觀山)이라고 쓰인 비석이 남아 있답니다.

 

 

지금 제가 쓴 글을 보고 비웃으셨지요?

저도 이런 글을 쓰고는 무척 부끄럽습니다.

세상에는 가끔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 때려니 생각하시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실 겁니다.

이런 글로 여러분을 만나는 저도 환장하겠습니다.

아이구 부끄러워라~

 

 

이곳에서는 가을 물개가 있군요.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물로 뛰어들어 수영으로 노익장을 자랑합니다.

대단하시군요.

중국인의 특징 중 하나가 이렇게 차가운 물에 뛰어들어 수영하는 일이지요.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중국은 전설의 고향, 오리지널 공장이 아니겠어요?

워낙 엉뚱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즐겁습니다.

만약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엉뚱한 이야기가 없다면,

오히려 우리 여행은 퍽퍽한 여행이 되지 않겠어요?

역시 원조답게 엉뚱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