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라라는 동물

2011. 9. 24. 08:00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힌두교 사원의 모든 출입문 상인방을 올려다보면 두 눈만 부릅뜨고 험상궂게 생긴 조각을

볼 수 있는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눈과 얼굴만 보이고 몸뚱어리는 없습니다.

이름을 깔라라 부른다는데 깔라는 식탐이 많은 신입니다.

워낙 먹성이 강해 세상의 어떤 것도 다 먹어치우고 또 껄떡거립니다.

 

늘 배가 고파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채우지 못하고 어느 날 또 껄떡거리자 시바신이 농담으로

한마디 했는데 "이놈아! 그렇게 먹고 싶으면 네 몸뚱어리를 먹으려무나~"

나중에 돌아온 시바가 깔라를 찾으니

글쎄 자기 입이 달린 머리만 남기고 몸통이며 손발까지 죄다 먹었답니다.

저 꼴통신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잖아요.

 

시바는 비록 농담으로 한 말이지만, 자기 말을 충실히 듣고 그대로 따라 한 깔라를

불쌍히 여겨 모든 신전에 드나드는 출입문 위 상인방에 깔라를 두게 했답니다.

그래서 힌두교 신전에 가면 언제나 깔라가 드나드는 사람을 내려다보고

오늘도 뭐 먹을 게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답니다.

 

그러나 이 상상의 신인 깔라를 사람이 드나드는 상인방에 만들어 놓은 이유는

모든 사람이 드나들며 이 기형적인 모습을 보고 몸소 깊이 느끼라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욕심이란 이렇게 자신의 몸뚱이마저 삼켜버릴 수 있다는 교훈적인 의미가 아니겠어요?

 

요즈음 고위 공직자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부정한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말입니다.

사실여부를 떠나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말이 들리는 것 자체가 문제라 생각합니다.

바로 그런 작은 욕심에서 시작해 자신마저 삼키는 우를 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국, 선의든 뒷거래든 욕심은 자신마저 삼켜버립니다.

만약, 그런 자리에 있었다라도 깨끗했더라면 무얼 걱정하겠습니까?

 

오늘도 나 자신이 또 무슨 욕심을 부렸나 반성합니다.

깔라 한 마리를 키우고 있지는 않았나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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