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8. 05:54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佳人의 이런 저런 그런 이야기
걸견폐요(桀犬吠堯)라는 말이 있습니다.
폭군 걸왕(桀王)의 개도 성왕(聖王)인 요(堯) 임금을 보면 짖는다는 뜻입니다.
폭군의 개가 요 임금을 보고 짖다니요?
하 나라의 마지막 군주인 걸왕은 매우 포악하고 사치스러운 임금의 대명사이고
요 임금은 명군으로 신화 속의 군주로 서로 상반되는 사람입니다.
비록 걸왕이 나쁜 사람이지만 자기를 돌보아준 사람을 위하여 개도 성심을 다한다는 말입니다.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등장하는 유명한 한신 장군의 책사인 괴통이라는 사람이 한 말이랍니다.
한신이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을 남기고
죽은 후 한신이 팽 당할 것을 예상하고 배반하기를 미리 건의했다는 이유로
괴통이 잡혀오게 됩니다.
그리고 괴통은 고문 끝에 끓는 기름에 삶아 죽이는 팽형(烹刑)을 선고받자 자신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니 한 고조인 유방이 그 이유를 묻습니다.
괴통이 답하기를 “진나라가 그 사슴을(정권) 잃은 지라 온 천하가 다 함께 이를 쫓았습니다.
그 결과 솜씨가 뛰어나고 발이 빠른 사람이 먼저 얻게 되는 것이 이치입니다.
도척 같은 도둑놈의 개도 요임금을 보면 짖습니다.
그 이유는 요임금이 어질지 않아서가 아니라 개는 원래 그 주인이 아니면
무조건 짖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당시에 한신을 알고 폐하는 알지 못했습니다.
또 천하에는 폐하가 한 것과 같은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만,
힘이 모자라기 때문에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을 다 잡아 삶으실 작정입니까?"
과연 괴통은 세치 혀로 말하는 재주는 대단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던 한 고조도 괴통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괴통을 처벌했다가는 속 좁은 사람으로 낙인찍혀 세상 천하에
웃음거리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한 고조를 모르고 오직 한신 장군만을 알았기에 한신에게 충성을
다 했다는데, 괴통을 처벌하면 소갈딱지가 밴댕이 같다는
조롱과 비난을 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괴통을 풀어주게 됩니다.
개도 비록 폭군인 걸왕의 개일지라도 오직 주인만을 위하여 짖는다는데,
요즈음 세태는 걸왕의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 많은 듯합니다.
자신의 이익이 된다면 회사의 기술을 빼내 외국에 팔아넘기는 사람,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자기가 모셨던 사람을 모함하고 해코지하는 사람,
선거 때 당선을 위하여 소신이나 신념 따위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옮겨가는 사람,
세상은 왜 이리 점점 혼탁스러워지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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