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9. 08:29ㆍ佳人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사마천의 사기
한신은 데리고 다니던 장이를 불러 "너 왕 한번 해보지 않을래?" 하고 물어보고는
대답도 하기 전에 조나라 왕으로 명합니다.
그리고 유방에게 또 편지질을 하여 '연나라와 조나라를 먹고 장이를 왕으로
봉했수!' 하고 알리니 유방도 사전에 허락도 없이 왕으로 봉했다는 게 기분이
찝찝했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라 "알았다!" 라고 했지만
한신이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합니다.
이녀석을 키워주었더니만, 벌써 제 멋대로 지방의 왕을 임명합니다.
세상에 폼 잡을 사람은 유방 혼자만 하기도 시원치 않은데 벌써 한신이 왕의
권한인 인사문제를 자기 마음대로 연습부터 합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말하기도 그렇잖아요.
왜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랬느냐고 묻고 따지면 천하를 경영할 재목이 자기가
신임하는 부하 한신이 겨우 지방의 작은 군왕을 임명했다고
삐쳐 그런다 할 게 아닌가요?
그러던 어느날 유방은 등공만 데리고 이른 아침 조나라 성으로 들어가 불시 검문에
들어갔는데 그런데 옴마나~ 여태 한신과 장이가 자빠져 자고 있는 게 아닌가요?
자빠져 자고 있는 한신과 장이의 침실로 들어가 병부와 인수를 빼앗고
병력을 재배치 합니다.
아침 잠을 곤하게 자던 한신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맞습니다 식겁했을 겝니다.
소리 소문도 없이 나타나 병부를 빼앗고 병력마저 재배치했다는 말은
자는 동안 목숨마저 날아갈 처지나 마찬가지입니다.
슬그머니 일어나 자기 목을 먼저 봅니다.
아직 붙어있군요.
유방은 두 사람의 군권을 박탈하고 장이에게는 조나라 땅을 수비하라고 하고 한신은
상국으로 삼아 조나라 군사를 징발하여 제나라를 치게 하며 조그만 멀리 두면 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에 바로 아래에 두고 관리를 들어가겠다는 말이겠지요.
그런데 군사를 끌고 가는 도중에 유방은 역이기를 보내 제나라를
이미 접수했다는 소식이 옵니다.
한신이 진군을 멈추자 그의 책사인 괴통이 말합니다.
"장군에게 '제나라를 쳐!'라고 말하고는 따로 밀사를 보내 항복시켰습니다.
그러나 장군에게는 '됐다!'라는 사인을 주지 않았습니다.
한낱 서생인 역이기는 수레 하나만 타고 가, 세 치 혀를 놀려 제나라의 70여 개
성을 항복시켰고 장군은 수만 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한 해 동안 싸워서
겨우 조나라의 50여 개 성을 항복시켰습니다.
장군의 공이 하찮은 서생보다도 못하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쉽게 말하면 물먹었다는 말이 아닌가요?
괴통은 나중에 유방에 의해 팽형에 처하자 '걸견패요'라는 멋진 말을 남기고
형 집행정지를 받은 사람입니다.
괴통이란 자는 주둥이로 먹고사는 친구라 말은 무척 잘하지요.
"젠장 그래 가자! 나를 테스트하는 게야 뭬야?" 하고는 마침내 황하를 건넙니다.
제나라 왕은 역이기의 말을 듣고 그에게 한 상 거하게 대접하고 있는데
한신이 한나라 군사를 몰고 오고 있답니다.
당연히 역이기가 자신을 속이고 나라를 완전히 집어삼킨다는 생각을 하고 역이기를
그 자리에서 삶아 죽인 후에 고밀이라는 곳으로 도망을 가 유방과 팽팽한 대결을
하고 있는 항우에게 '살려 줘~'라고 구원을 청하니 초나라에서 용저라는 장군을 앞세워
20만 명을 보내주어 대치를 하자 누가 용저에게 말합니다.
"한나라 군사는 멀리서 왔고 우리는 호를 깊게 파고 성을 더 높이 쌓아 방어에
주력하고 주위에 항복한 성에 아직 제나라 왕이 싸우고 있고 초나라에서 많은
지원병이 도착하였음을 알리고 한나라 군에 식량이나
다른 보급품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면 싸우지 않고도 전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용저가 고개를 가로 졌습니다.
"난 한신을 잘 알아.. 내게는 깜도 되지 않걸랑! 그리고 내가 여기 왜 왔니?
방어가 아냐! 싸워서 이기면 제나라의 절반은 내 것인데
왜 내가 성안에 틀어박혀 있겠니?"
한마디로 꼴값 떠는 말입니다.
드디어 용저의 군사와 한신의 군사가 유수를 사이에 두고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한신이 군사를 이끌고 유수를 절반쯤 건너 싸우는 척하다가 돌아서 용감하게
도망을 가자 용저는 "내 뭐라고 했니? 재는 원래 저래~" 하며 뒤쫓아 유수를 건너는 데
갑자기 물살이 거세지고 많은 물이 강을 건너는 군사들을 덮칩니다.
사실 지난밤에 밤을 새워 만든 만여 개의 모래주머니를 상류에 쌓아
놓아 오늘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살수대첩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용저 죽었지요,
군사 대부분이 함께 물 먹고 죽었지요.
살아남은 자들은 투항하거나 도망갑니다.
이어 여세를 몰아 제나라를 모두 항복시킨 뒤 한신은 유방에게 또 편지질을 합니다.
"제나라는 거짓말쟁이고, 변절 쟁이고, 남쪽으로는 우리의 라이벌 항우의 초나라와
붙어 있어 빨리 안정을 시켜야 하는데 제가 임시로 왕 노릇을 하면 어떨까요?"
한신은 왜 그리 왕이라는 자리에 연연하나 모르겠습니다.
한신이 편지질할 때 유방은 한창 항우의 포위공격에 시달림을 받고 있어
분위기 파악도 못한 편지가 도착하자 유방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옵니다.
도대체 한신은 지금 편지를 받는 사람이 어떤 처지에 있나 생각하지 못하고 잇습니다.
"나는 지금 죽느냐 마느냐 하며 허벌나게 싸우는데 얼른 달려와 도와주지는 못하고
편지질만 하고 GX이야 네 놈이 지금 왕이 되겠다고? "
제가 봐도 욕이 나옵니다.
초상집에 가서 브레이크 댄스 춥니까?
그러자 천하의 장자방이라고 하는 유방의 책사인 장량과 진평이 일부러
왕의 발을 밟고는 사과를 하는 척하며 속닥 거립니다.
"지금 우리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차라리 한신의 청을 들어주시고 그를 묶어 두시면
한신이 다른 생각을 품지 못할 것입니다."
장량이 누굽니까?
장막 안에 앉아서 천리 밖을 본다는 선견지명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까?
뭐 요즈음 우리는 안방에 누워서 인터넷으로 만리 밖도 보고 있지만...
그때 천리만 보아도 대단한 내공이 느껴지지요.
그 말을 들은 유방이 얼른 표정관리에 들어갑니다.
"무슨 소리냐? 대장부가 세상을 평정하고 왕이 되려면 진짜 왕이 되어야지
왕 서리가 무슨 말이냐?" 하고는 장량을 보내 당장 서리를 띄어 버리고
한신을 제나라 왕에 올립니다.
그리고 그의 군사들을 차용증을 쓰고 빌려 초나라를 칩니다.
한신은 원대로 왕이 되었지만, 군사도 없는 왕이 되었네요.
그래도 가문의 영광이 아니겠습니까?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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